애완동물 공동묘지 / Pet Sematary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36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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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Sematary

(1983년 소설)

학창시절 버스타고 학교갈 때마다 용산미군기지 앞 조그만 외국서적 전문서점을 지나갔는데, 어느 햇볕이 좋던 날 오후 작정하고 그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에 있는 잡지들은 비닐이 씌워진 최신호였지만 페이퍼백 책들은 미군기지에서 주워온 것 같이 낡고 상태가 안 좋았다. (겉표지가 뜯겨나간 것도 있었다.) 마치 헌책방에 온 기분으로 페이퍼백책들을 뒤진 끝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 그 작품이 Pet Sematary이다. 비록 속에는 영어로 낙서가 되어 있고, 책 옆에는 검은 얼룩 (어쩌면 곰팡이인 것 같다.)이 묻어 있고, 오묘한 냄새도 났지만 난 싼맛에(1000원) 사버렸다. 그리고 소설에 푹 빠져 버렸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1983년 출간될 당시 스티븐 킹이 공포잡지 Fangoria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고를 완성하고서 아내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너무 무서워서... 이 소설은 죽음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은 산 사람에게 슬픔을 남긴다. 죽음은 우리들이 어찌해 볼 여지를 남기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미지의 영역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미지의 영역이 화를 내지는 않을까?

의사인 루이스 크리드는 메인대학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어 시카고에서 메인 주 러들로우로 이사온다. 그의 집 앞은 교통사고가 잘 일어나는 지점인데, 어슬렁거리는 동네 애완동물들이 사고의 희생자가 되곤한다. 이사온 그의 집 뒤로 난 길로 쭉 올라가면 그렇게 죽은 동물들이 묻힌 동물묘지가 있다. 그 뒤로 더 올라가면 인디언들이 만들었다는 매장터가 있다. 그 곳은 이상한 힘과 비밀이 조용히 잠들어 있는 곳이다. 루이스는 꿈속에서 인디언 매장터에 갔다오는 악몽을 꾸기도 하는등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그러다 애완고양이 처취가 집앞에서 뺑소니차에 치여 죽는다. 루이스는 죽은 고양이를 인디언 매장터에 묻는다. 그런데 그 처취가 살아돌아온다. 루이스의 애들은 좋아하지만, 루이스는 미치고 환장한다. 분명히 죽었는데 살아나다니!

그러더니 루이스의 아들이 고양이처럼 집 앞에서 교통사고로 죽는다. 아들을 그냥 일반묘지에 묻는다. 그걸로 끝이냐하면 그건아니다. 스티븐 킹은 주인공들에게 가혹한 저주를 내리는 심술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자꾸만 인디언 매장터에 집착하게 된다. 옆집 사람이 인디언 지역에 관심끊으라고 경고하지만, 루이스는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침내 루이스는 캄캄한 밤에 곡괭이 한자루를 둘러매고 아들이 묻힌 무덤에 찾아가 아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인디언 매장지에 묻는다. 당신의 예상대로 아들은 컴백홈~. 아들이 살아돌아왔으니 해피엔딩이라고? nO! 말했잖은가. 스티븐 킹은 심술궃은 사람이라고. 주인공들에게 처절한 불행을 선물하는 산타클로스라고. 루이스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과정은 당신이 직접 확인하시길.

다만 이건 말하고 싶다. Pet Sematary  맨마지막에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소리가 무척 정겹다. 아주 정겹다.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여보~" 당신도 죽음을 초월한 그런 사랑을 받아 보시길.

국내에는 [애완동물 공동묘지], [신의 작은 늪], [고양이 윈스턴 처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들이 출간되었다.

Pet Sematary는 영화화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동네비디오가게에 갔을때, 혹시라도 '공포의 묘지'라는 제목이 적힌 방금 무덤에서 파낸 것같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된다면 스티븐 킹의 얼굴을 떠올리며 빌려보기 바란다.(근데 왜 우리동네 비디오가게엔 없는거냐? 독점이면 다냐?)

"공포의 묘지"는 DVD로도 출시되었다. "공포의 묘지"는 스티븐 킹이 직접 시나리오로 각색했고, 영화 속에서 카메오 출연했으니 영화배우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용의 눈 / The Eyes of the Dragon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28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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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the Dragon

(1987년 소설)

The Eyes of the Dragon은 공포소설이 아니다. 용이 나오고 사악한 마법사, 용감한 왕자가 등장하는 환상소설이다. 애초부터 이 소설은 그 당시 어렸던 스티븐 킹의 딸 나오미를 위해서 썼다고 한다.

아주 오랜 옛날, 롤랜드왕이 통치하는 딜레인이라는 왕국이 있었는데, 두명의 왕자가 있었다. 형 피터는 아주아주 착하고 건강한 전형적인 주인공타입이었고, 동생 토마스는 왕의 사랑이 형에게만 쏠리는 듯 하자 열등감에 시달려서 신경정신과 의사들이나 좋아할 만한 타입이었다.

그리고 사악한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왕의 마법사 플랙이 있다. 플랙은 딜레인왕국을 악의 왕국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평소의 소신인데, 피터를 보아하니 그래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피터에게 일부러 죄를 뒤집어 씌우고, 동싱 토마스를 왕으로 만든다. 그리고 플랙 자신은 무능한 토마스를 도와주는 척! 하면서 왕국을 평소의 자기 소신대로 주물럭거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딜레인왕국은 끝장이란 말인가? 아니다. 피터가 있다. 그는 플랙의 모함으로 딜레인에서 가장 높은 '바늘'이라는 탑 맨꼭대기 감옥에 갇히게 된다. 피터는 감옥에서 두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어머님의 유물인 인형의 집. 왕국의 최고 기술자가 만든 정교한 인형의 집으로서 감옥에서도 엄마를 잊지 않으려는 지극한 효심이 엿보인다. 둘째는 냅킨. 어머님이 항상 식사 때는 냅킨을 꼭 써야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감옥에서도 식사 때마다 냅킨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 두가지를 이용해서 그는 탑 꼭대기에서 탈출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인형의 집과 냅킨으로 어떻게?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비밀로... 하여튼 피터의 탈출기는 스티븐 킹의 또다른 탈출소설 쇼생크 탈출과 막상막하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악한 마법사 플랙은.............

이 소설은 마법과 액션이 난무하는 멋진 소설이다. 신비하게 묘사된 일러스트 그림과 어울려 아주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또 좋은 점은 결말에서 다음번 모험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속편은 나오지 않았지만, 킹이 언젠간 꼭 속편을 썼으면 좋겠다.

이 책은 <용의 눈>(한벗), <왕자의 비밀>(문학생활사)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출간되었다.

그것 / It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22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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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986년 소설)
 

내가 최초로 읽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다. 학창시절, 영어독해력을 키우려면 영문소설을 읽어야 된다는 잡지기사를 읽고서, 교보문서 원서매장에서 산 책이다. 많고 많은 책들 중 하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같은 값인데도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엄청 더 두꺼웠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두꺼운 쪽이 더 이익이라는 얄팍한 생각에 덥썩 집어들고 말았다. 무려 1093페이지나 되는 It을 사전 찾아가며 더듬더듬거리면서 무려 6개월만에 다 읽었다. 엄두가 안나서 그냥 모셔두고 있었던 기간까지 합치면 1년 정도 된다. 하지만 고생끝에 낙이던가. 다 읽고나니 묵직한 감동이 밀려오면서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의 팬이 되버리고 말았다. 맨끝부분 남편과 아내가 자전거타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지다.

그리고 It은 스티븐 킹에게도 의미있는 작품이다. 그전까지는 단순히 다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 명의 인기작가였지만, 이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명실공히 미국 대중문학을 리드하는 국가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서게 된다.

어느 비오는 날, 빗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를 뒤쫓아가는 어린아이가 하수구에서 삐에로를 만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의 배경은 메인주 '데리'라는 도시. 다른 지역에 비해 살인사건발생률(특히, 어린이 살인사건)이 높은 우범지역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7년을 주기로 살인사건 발생이 늘어난다. 1958년 이 마을에는 7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패배자들'이라는 모임이 있었다. 말더듬이, 뚱보, 학대받는 소녀, 흑인, 유태인, 마마보이, 안경잡이. 모두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이었다. 이 '패배자들'은 27년마다 마을에서 학살이 벌어졌다는 것을 단서로 데리를 피로 물들이고 아이들을 잡아가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 놈(It)은 페니와이즈라는 삐에로 모습을 한 악령인데, 데리시의 하수구에 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패배자들은 하수구로 들어가 그 놈을 물리친다.

그러나 거기서 얘기가 끝나면 1093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고, 1985년 페니와이즈의 부활을 계기로 다시 데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잊고 싶은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그들은 다시 데리시의 하수도로 들어간다. 하수도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공포가 뒤얽힌 처절한 사투가.....

소설은 1958년과 1985년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그래서 끝부분 하수구에서의 결투장면도 어린시절과 성인시절을 박진감있게 왔다갔다한다.(좀 어지러울지도...)

It은 1990년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는데, 원작소설의 분위기를 상당히 절묘하게 재현해 놓았다. 이 미니시리즈는 국내에 "피의 피에로"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고, "피의 삐에로"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었다.

소설 "It"은 내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언제 시간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번역판이 출간되어 있다. "그것", "신들린 도시", "악몽록", "잇"이라는 여러가지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는데, 권수가 좀 많아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일단 읽고나면 뿌듯해질 것이다. 국내의 스티븐 킹 팬 대다수는 "It" 번역판을 읽고서 비로소 킹의 팬이 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흡인력있는 대단한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소설이 스티븐 킹 문학의 정점에 서있는 작품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호칭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사계 / Different Seasons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12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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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erent Seasons

(1982년 소설)

위 표지는 영언문화사에서 출간한 Different Seasons의 한국어판 표지이다. 제목은 단순히 스탠 바이 미라고 되어 있다. 제목만 보고 소설 하나만 들어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4편의 중편소설이 들어있다.

Different Seasons는 <스탠 바이 미> 외에도 <사계(신우)>, <쇼생크 탈출(영언문화사)>, <미드나잇 시즌(대산출판사)>, <스티븐 킹의 사계(황금가지출판사)>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어 있다.

Different Seasons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주제로 총 4편의 중편소설이 들어있다. 스티븐 킹이 에필로그에서 밝혔다시피 단편으로 발표하기에는 너무 길고, 장편소설로 출판하기에는 너무 짧은 소설 4편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이다.

봄: '쇼생크탈출 Rita Hayworth & Shawshank Redemption'.

이 소설은 쇼쌩크 주립 교도소에서 복무중인 레드라는 죄수가 자신이 보았던 한 죄수의 일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앤디라는 죄수가 들어온다. 그는 부유한 은행가였지만, 불륜을 저리른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죄로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유죄를 선고받는다. 젊고 잘생긴 앤디는 교도소에서 '자매들'이라는 게이죄수들한테 수시로 강간의 위협을 받는다. 그는 맞서 싸운다. (그러나 항상 승리하지는 못한다.) 앤디는 죄수들한테 몰래 물건을 구해다주던 레드에게 다가와 지질학에 취미가 있었다면서 감방에서 남는 시간동안 암석조각을 하려고 하니 돌을 다듬는 작은 망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물건을 전해주는 것을 계기로 그들은 친구가 된다.

아주 오랜 수감기간동안 앤디는 은행가였던 경력을 살려 간수들의 세금상담을 해주게 되고 교도소장의 눈에 들어 그의 불법적인 재산축적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앤디는 교도소 안에 방치돼 있던 도서관을 끈기와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새롭게 단장해서 죄수들에게 휴식처를 준다. 또 앤디는 레드에게 얻은 미녀배우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를 감방 안에 붙여둔다. 앤디는 언제나 위험에 맞서 싸운다. 항상 이기지는 못하고 때로는 타협할 줄도 안다. 교도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러나 마음 속의 희망은 결코 지워버리지 않는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희망.

자, 단서는 제공되었다. 앤디에게는 돌 다듬는 작은 망치와 리타 헤이워드 포스터, 끈기, 열정, 그리고 희망이 있다. 그 준비물들을 가지고 그는 일을 추진한다.

소설내내 앤디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그의 성격을 반만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쇼쌩크탈출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웬만하면 구해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라본트 감독은 후에 또다른 킹의 소설 '그린마일'도 감독하였다.

영화 <쇼생크 탈출>은 국내에 비디오뿐만 아니라 DVD로도 출시되어 있다.

여름: '영리한 학생 Apt Pupil'.

토드라는 아이가 친구집에서 본 전쟁잡지에 실린 기사에서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유태인수용소에서 저지른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알게 되고 흥미를 가진다. 공교롭게도 토드는 마을에 사는 아서라는 노인이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유명한 나치장교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나치를 부인하는 아서를 꼬마 토드는 협박해서 그로부터 유태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토드는 재미를 붙여 아서를 자주 방문하게 되고 횟수를 거듭할 수록 토드는 아서에 동화되어 마음속에 광기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오랜세월 숨어살던 아서도 토드 앞에서 과거를 얘기하면서 억눌렸던 나치 특유의 광기가 되살아난다. 세월은 흘렀고 두사람도 나이를 먹었지만 둘 사이의 유대는 변함없고 광기는 주체할 수 없게 폭발한다. 토드는 성적이 마구 추락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남들 몰래 살인을 저지른다. 아서도 동물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다 한단계 강도를 높여 사람사냥에 나선다. 결국 둘의 운명은.....

좀비가 나오는 공포소설은 아니지만, 은근히 사람을 긴장시키는 심리소설이다. 특히 토드가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압권이다. 그 마지막의 광기란... 이 소설의 주제는 '아이에게는 교육환경이 중요하다'가 아닐까? 토드가 아서가 살고 있는 동네에 거주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의 탈을 쓴 두마리 괴물이 생겨나지는 않았을텐데. 2차대전 당시에도 나치가 독일이 아니라 말레이시아같은데 살았더라면 홀로코스트 같은 참극은 없었을텐데.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

이 소설은 유주얼 서스펙트, X맨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보면 주인의 안목에 따라서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출시제목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이다.

가을: '스탠 바이 미 The Body'

고든이라는 사람이 세친구가 전부 죽은뒤 1960년대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어린시절의 고든, 크리스, 테디, 번 이렇게 4명은 실종된 어린 소년의 시체를 찾아내 영웅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1년전에 의지하던 형이 죽은뒤라 고든에게는 이번 여행이 특별하다.

철길을 따라 가다 기차에 치일뻔하기도 하고, 거머리떼의 공격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그들은 시체를 찾아낸다. 그순간 동네 양아치들이 나타나 칼을 휘두르며 시체를 넘길 것을 요구하는데...

인생의 희미한 목표 앞에 닥친 좌절의 그림자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아픔과 성숙에 관한 우화였던 것 같다. 마치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처럼. 소설의 주인공 고든은 어린 시절의 여행을 통해 상실의 슬픔을 이겨낸 것 같았지만, 세월이 지나 또다시 친구를 상실하는 슬픔을 겪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한없이 넓은 슬픔의 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한조각 미소일 뿐인 것 같은 어설픈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로브 라이너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스티븐 킹도 무척 맘에 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요절한 청춘배우 리버 피닉스의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보면 웬만하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국내에 <스탠 바이 미>라는 제목의 DVD로도 출시되어 있다.

겨울: '호흡법 The Breathing Method'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무척 좋지 않았던 옛날(물론, 지금도 좋게 보지는 않지만), 산부인과에 미혼모가 찾아온다. 그녀는 사회적 냉대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낳기를 원한다. 의사는 그녀의 모성애에 동감하며 그녀에게 그 당시에는 낯선 방식이었던 라마즈호흡법을 가르친다. 아기를 좀 더 수월하게 낳기 위해 호흡을 깊고 천천히 규칙적으로 쉬는 분만법을 말한다.(지금은 유치원꼬마들도 애기낳기 놀이할 때 라마즈호흡법을 흉내낸다.) 어느 눈내리는 겨울날, 미혼모는 아기를 낳으려고 병원으로 오다 바로 병원문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사가 부서진 차 안으로 가보니 여자는 목이 날아간채 좌석에 앉아있다. 그 다음은...

앞의 봄, 여름, 가을 이야기와 달리 호흡법은 가장 스티븐 킹다운 공포를 선사한다. 봄,가을 이야기는 순수소설에 가깝고, 여름이야기는 심리소설에 가깝다. 그에 비해 겨울 이야기의 결말은 기괴하다. 나도 호흡법을 읽다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숨도 안쉬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영언문화사에서 출간된 한국어판 뒤에는 작가후기가 나와있다.후기에서 킹은 자신이 문학계의 맥도날드 햄버거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상한 산문을 알아보고 그에 대해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나 자신이 그런 것들을 쓴다는 것은 힘들며 때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시절 내 우상들은 괴기나 미스테리물을 쓰는 소설가들이었다. 소설가의 작품에서 고상함을 빼버리면 땅을 딛고 설  튼튼한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게 되는 거고  그 다리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 결과 나는 항상 될 수 있는 한 더 많은 노력을 하려고 애써왔다.

쿠조 / Cujo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06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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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jo

(1981년 소설)

예전에는 서울역 옆에 헌책방이 많았는데, 거기서 난 책들을 자주 구입했었다. 그 중 가장 아끼는 책은 영웅출조라는 제목의 해적판 만화 '근육맨'이다. 근데 지금은 헌책방들이 다 없어져 버렸다.(너무 노친네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나?) 위 표지는 도서출판 홍원에서 펴낸 Cujo의 한국판 '공중그네'이다. 서울역 헌책방에서 500원 정도를 주고 샀다.

도나라는 여자가 있다. 남편은 광고회사 일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통에 그녀는 바람을 피워왔다. 이제는 그만 둬야할 때라 생각하고 애인과 결별을 선언하지만, 애인은 그녀에게 화가 나서 남편에게 아내의 불륜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남편은 열받아서 집에 오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은 집에 없다.

도나는 차가 말썽을 피웠다. 그래서 아들을 옆에 태우고 차를 몰아 정비소에 간 것이다. 말썽을 부리던 차는 아주아주 다행스럽게도 정비소 바로 앞에서 주저앉아 버린다. 하지만 정비소 사람들은 마중을 나오지 않고 대신 덩치가 산만한 세인트버나드종 개 한마리가 떡 버티고 있다. 그  개의 이름은 '쿠조'이다. 쿠조는 얼마전 토끼를 쫓다가 토끼굴에서 박쥐에 물린 뒤로 광견병에 걸렸다. 쿠조는 정비소 사람들을 물어 죽이고 또다른 사냥감 도나를 발견한 것이다.

도나는 쿠조때문에 꿈쩍도 않는 차 안에 갇혀서 정비소 문을 바라본다. 문은 닫혀있다. 닫혀만 있을뿐 잠겨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친개가 방심한 틈을 타 차 문을 열고 얼른 뛰어 정비소 문을 열고 들어가 도로 문을 잠그면 된다. 개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오진 못할테니까. 그런다음 정비소 안에 있는 전화로 경찰을 부르면 되겠지. 도나는 옆좌석의 아들을 쳐다본다. 그날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날이다. 한낮의 땡볕 속에서 차 안의 온도는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아들은 누워서 점점 죽어가고 있다. 그래 빨리 정비소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경찰을 부르자. 그러나 혹시 문이 잠겨 있으면 어떡해? 문 손잡이를 돌렸을 때 철컥 소리와 함께 손잡이가 꿈쩍도 하지 않으면? 그럼 저 미친개가 쫓아와 등뒤에서 덮치겠지? 정비소 문은 잠겨 있을까, 열려 있을까? 도나는 이휘재의 인생극장처럼 두 개의 상황에서 고민한다. 그러다 정비소 문을 한번 바라본다. 그리고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본다. 또 그리고 차 앞에서 방심한 듯이 엎어져 있는 쿠조를 바라본다. 잠긴 문이냐 열린 문이냐. 아들의 목숨이냐 내 목숨이냐. 도나의 마음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도나씨. 아들을 구해야지요. 빨리 뛰쳐나가요.' '뭔소리여. 내가 죽은 다음에 아들이 살아나면 그게 뭔 소용이여. 도나씨. 쫌만 기다리면 사람들이 와서 구해주겠지요 뭐.' 그때 도나에게 무책임한 제3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티븐 킹에게 물어봐.'

이 소설의 마지막 결말부분에 가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묘사가 펼쳐진다. 여러분도 그 장면을 접해보시길. 때로 이 소설은 너무 작위적이다, 우연의 연속이다, 구성이 단순하다는 등의 말을 듣기도 하는 모양이다. 음... 그런 면도 있지만 일단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손에 땀을 쥐면서 읽게 될 것이다. 나는 너무 열중해서 읽은탓에 책을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워 했던 경험이 있다. 그 정도로 쿠조가 뿜어내는 위압감이 소설 전체의 매력을 꽉 채우는 멋진 소설이다.

Cujo는 영화화되었다. ET에서 주인공 소년의 어머니로 등장했던 디 월레스라는 여배우가 미친개와 사투를 벌이는 가정주부역을 훌륭히 해냈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광견병으로 몸부림치는 쿠조역을 맡은 개도 기대이상의 열연을 해냈었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쿠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수준높은 동네 비디오가게라면 꼭 챙겨두고 있을 것이다.(우리 동네엔 없어서 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의 영화평은 꼭 "해냈었다라고 한다"로 끝난다.)

p.s. 2016년 미스터리 맨션 출판사에서 "쿠조"라는 제목으로 전자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