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 It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22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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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986년 소설)
 

내가 최초로 읽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다. 학창시절, 영어독해력을 키우려면 영문소설을 읽어야 된다는 잡지기사를 읽고서, 교보문서 원서매장에서 산 책이다. 많고 많은 책들 중 하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같은 값인데도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엄청 더 두꺼웠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두꺼운 쪽이 더 이익이라는 얄팍한 생각에 덥썩 집어들고 말았다. 무려 1093페이지나 되는 It을 사전 찾아가며 더듬더듬거리면서 무려 6개월만에 다 읽었다. 엄두가 안나서 그냥 모셔두고 있었던 기간까지 합치면 1년 정도 된다. 하지만 고생끝에 낙이던가. 다 읽고나니 묵직한 감동이 밀려오면서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의 팬이 되버리고 말았다. 맨끝부분 남편과 아내가 자전거타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지다.

그리고 It은 스티븐 킹에게도 의미있는 작품이다. 그전까지는 단순히 다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 명의 인기작가였지만, 이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명실공히 미국 대중문학을 리드하는 국가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서게 된다.

어느 비오는 날, 빗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를 뒤쫓아가는 어린아이가 하수구에서 삐에로를 만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의 배경은 메인주 '데리'라는 도시. 다른 지역에 비해 살인사건발생률(특히, 어린이 살인사건)이 높은 우범지역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7년을 주기로 살인사건 발생이 늘어난다. 1958년 이 마을에는 7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패배자들'이라는 모임이 있었다. 말더듬이, 뚱보, 학대받는 소녀, 흑인, 유태인, 마마보이, 안경잡이. 모두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이었다. 이 '패배자들'은 27년마다 마을에서 학살이 벌어졌다는 것을 단서로 데리를 피로 물들이고 아이들을 잡아가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 놈(It)은 페니와이즈라는 삐에로 모습을 한 악령인데, 데리시의 하수구에 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패배자들은 하수구로 들어가 그 놈을 물리친다.

그러나 거기서 얘기가 끝나면 1093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고, 1985년 페니와이즈의 부활을 계기로 다시 데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잊고 싶은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그들은 다시 데리시의 하수도로 들어간다. 하수도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공포가 뒤얽힌 처절한 사투가.....

소설은 1958년과 1985년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그래서 끝부분 하수구에서의 결투장면도 어린시절과 성인시절을 박진감있게 왔다갔다한다.(좀 어지러울지도...)

It은 1990년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는데, 원작소설의 분위기를 상당히 절묘하게 재현해 놓았다. 이 미니시리즈는 국내에 "피의 피에로"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고, "피의 삐에로"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었다.

소설 "It"은 내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언제 시간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번역판이 출간되어 있다. "그것", "신들린 도시", "악몽록", "잇"이라는 여러가지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는데, 권수가 좀 많아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일단 읽고나면 뿌듯해질 것이다. 국내의 스티븐 킹 팬 대다수는 "It" 번역판을 읽고서 비로소 킹의 팬이 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흡인력있는 대단한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소설이 스티븐 킹 문학의 정점에 서있는 작품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호칭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