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공동묘지 / Pet Sematary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36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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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Sematary

(1983년 소설)

학창시절 버스타고 학교갈 때마다 용산미군기지 앞 조그만 외국서적 전문서점을 지나갔는데, 어느 햇볕이 좋던 날 오후 작정하고 그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에 있는 잡지들은 비닐이 씌워진 최신호였지만 페이퍼백 책들은 미군기지에서 주워온 것 같이 낡고 상태가 안 좋았다. (겉표지가 뜯겨나간 것도 있었다.) 마치 헌책방에 온 기분으로 페이퍼백책들을 뒤진 끝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 그 작품이 Pet Sematary이다. 비록 속에는 영어로 낙서가 되어 있고, 책 옆에는 검은 얼룩 (어쩌면 곰팡이인 것 같다.)이 묻어 있고, 오묘한 냄새도 났지만 난 싼맛에(1000원) 사버렸다. 그리고 소설에 푹 빠져 버렸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1983년 출간될 당시 스티븐 킹이 공포잡지 Fangoria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고를 완성하고서 아내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너무 무서워서... 이 소설은 죽음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은 산 사람에게 슬픔을 남긴다. 죽음은 우리들이 어찌해 볼 여지를 남기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미지의 영역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미지의 영역이 화를 내지는 않을까?

의사인 루이스 크리드는 메인대학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어 시카고에서 메인 주 러들로우로 이사온다. 그의 집 앞은 교통사고가 잘 일어나는 지점인데, 어슬렁거리는 동네 애완동물들이 사고의 희생자가 되곤한다. 이사온 그의 집 뒤로 난 길로 쭉 올라가면 그렇게 죽은 동물들이 묻힌 동물묘지가 있다. 그 뒤로 더 올라가면 인디언들이 만들었다는 매장터가 있다. 그 곳은 이상한 힘과 비밀이 조용히 잠들어 있는 곳이다. 루이스는 꿈속에서 인디언 매장터에 갔다오는 악몽을 꾸기도 하는등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그러다 애완고양이 처취가 집앞에서 뺑소니차에 치여 죽는다. 루이스는 죽은 고양이를 인디언 매장터에 묻는다. 그런데 그 처취가 살아돌아온다. 루이스의 애들은 좋아하지만, 루이스는 미치고 환장한다. 분명히 죽었는데 살아나다니!

그러더니 루이스의 아들이 고양이처럼 집 앞에서 교통사고로 죽는다. 아들을 그냥 일반묘지에 묻는다. 그걸로 끝이냐하면 그건아니다. 스티븐 킹은 주인공들에게 가혹한 저주를 내리는 심술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자꾸만 인디언 매장터에 집착하게 된다. 옆집 사람이 인디언 지역에 관심끊으라고 경고하지만, 루이스는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침내 루이스는 캄캄한 밤에 곡괭이 한자루를 둘러매고 아들이 묻힌 무덤에 찾아가 아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인디언 매장지에 묻는다. 당신의 예상대로 아들은 컴백홈~. 아들이 살아돌아왔으니 해피엔딩이라고? nO! 말했잖은가. 스티븐 킹은 심술궃은 사람이라고. 주인공들에게 처절한 불행을 선물하는 산타클로스라고. 루이스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과정은 당신이 직접 확인하시길.

다만 이건 말하고 싶다. Pet Sematary  맨마지막에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소리가 무척 정겹다. 아주 정겹다.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여보~" 당신도 죽음을 초월한 그런 사랑을 받아 보시길.

국내에는 [애완동물 공동묘지], [신의 작은 늪], [고양이 윈스턴 처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들이 출간되었다.

Pet Sematary는 영화화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동네비디오가게에 갔을때, 혹시라도 '공포의 묘지'라는 제목이 적힌 방금 무덤에서 파낸 것같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된다면 스티븐 킹의 얼굴을 떠올리며 빌려보기 바란다.(근데 왜 우리동네 비디오가게엔 없는거냐? 독점이면 다냐?)

"공포의 묘지"는 DVD로도 출시되었다. "공포의 묘지"는 스티븐 킹이 직접 시나리오로 각색했고, 영화 속에서 카메오 출연했으니 영화배우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