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 The Shining

작품 감상문 2007. 5. 11. 23:22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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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ining

(1977년 소설)

어느 추운 주말, 스티븐 킹과 그의 아내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하고는 콜로라도에 있는 스탠리호텔에 묵게 된다. 겨울 비수기를 맞아 며칠후면 그 호텔은 임시휴업상태에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킹 부부 외에 다른 손님은 별로 없었다. 커다란 호텔을 마치 전세낸 것같이 지내게 된 것이다. 평소 유난히 겁이 많아 자기집 지하실조차도 내려가 보지 못한다는 스티븐 킹은 그 호텔에서도 아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보단 텅빈 호텔 속에서 왠지모를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소설이 The Shining이다.

토랜스 가족은  가정이 깨질 위기에 있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틈틈이 희곡을 써서 성공을 꿈꾸는 남편 잭 토랜스가 심각한 알콜중독이었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 없는 알콜욕구에 뒤따르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못하고 거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아들 대니가 잭의 원고에 맥주를 엎지르자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잭은 대니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팔을 부러뜨려 놓았다. 아내 웬디는 그런 남편에 실망해 여차하면 아들을 데리고 남편을 떠날 생각을 한다. 그런 심각한 부모를 사랑하는 꼬마 대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토니라는 이름을 가진 신비스런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과거,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도 있었다.

잭은 아내의 이혼생각에 난감해하면서 매번 술을 끊겠다고 선언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친구와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한밤중에 음주운전을 하다 기분나쁜 교통사고를 겪게 되면서 술을 한잔도 안하게 된다. (도대체 왜 한밤중 도로 한가운데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을까?) 그런 와중에 잭은 학교에서 한 학생의 원한을 사게 된다.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그 학생을 토론대회 대표팀에서 제외시킨 것때문이다. 그 학생은 잭의 자동차 타이어를 펑크내다 걸리는데, 잭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학생을 폭행한다. 결국 잭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

술친구였던 사람의 소개로 잭은 겨울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호텔의 관리를 맡게 된다. 폭설이 내리면 외부와 고립되는 텅 빈 거대한 호텔에서 잭가족은 한겨울을 나는 것이다.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다. 궁전같은 호텔을 마음껏 사용하고, 주방에 음식이 널려있고, 호텔 옆의 놀이공원이나 개나 사자모양으로 다듬어진 정원수들도 깔끔했다. 그러나 아들 대니는 무서운 환상에 시달린다. 친구 토니는 'redrum'이란 단어를 보여주며 호텔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대니는 호텔에서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가난한 아버지 잭에게는 호텔에서의 겨울나기가 큰 기회가 될 것임을 알기에 꾹 참는다.

잭은 오버룩호텔에서 겨울동안 세상이 깜짝 놀랄 희곡을 완성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희곡에 자신이 없어진다. 엉뚱하게도 지하 보일러실에 갔다가 호텔에 관한 기사가 보관된 스크랩북을 보고는 과거 호텔을 뒤덮었던 피의 역사에 몰두하게 된다. 과거의 기묘한 사건에 푹 빠지면서 잭 토랜스는 한잔 땡기고 싶다는 알콜섭취 유혹에 휩싸이게 된다.

오버룩호텔은 유령호텔이었다. 호텔은 대니의 힘을 원했다. 그리고 잭을 이용해서 대니의 힘을 소유하려 한다. 유령호텔의 집적거림에 잭은 점점 무너져내리고, 아내 웬디는 멋모르고 있다가 점점 불안해지고, 아들 대니는 redrum의 정체를 알고 경악한다. 한가족이 폭설로 고립된 텅 빈 유령호텔에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소름끼치게 묘사된다.

The Shining은 정말 멋진 소설이다. 팽팽하게 조여진 긴장의 끈이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고 오히려 금방이라도 끊어질듯이 아슬아슬한 스릴을 선사한다. 킹의 소설을 영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강추천하고 싶다. 내용이 이해하기 쉽고, 그 반면에 공포장르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충격과 전율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도저도 다 귀찮은 분께는 도서출판 빛샘에서 발간한 번역판 '샤이닝'이 서점에서 대기하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 redrum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밝혀지는 부분은 고전적인 트릭에 속하지만, 소설이 그때까지 쌓아올린 심각하고 음산한 분위기에 맞물려 전구가 반짝거리는 듯한 전율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The Shining은 알콜중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보라! 유령들도 알콜중독자를 만만하게 보고 슬그머니 집적대지 않는가. 역시 뭐든 지나친 중독은 가정생활의 암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가정을 위해 큰 거 한건을 꿈꾸는 잭의 몸부림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마음아프다. 공포장르의 특성상 대개 등장인물들이 불행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언제나 등장인물들이 위험에서 벗어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가슴을 졸이며 책을 읽는다. 그러나 심술쟁이 스티븐 킹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비극으로 몰고가 버린다. 그래서 결국 나는 슬픔의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난 너무 착해. 전생에 천사?)

소설 The Shining은 국내에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와 도서출판 빛샘을 통해 출간되었다.

The Shining은 시계태엽 오렌지, 풀메탈 자켓,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유명하면서, 이제는 전설이 된 거장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전설의 거장감독에 잭 니콜슨같은 명배우의 광기어린 연기, 막판 추격장면에서 스태디캠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 등이 합쳐져 멋진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그러나 미국 개봉 당시에는 야심만만한 신예 샘 레이미감독의 '이블 데드'와 맞붙어 관객동원면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물론 이블 데드도 공포영화의 명작이었다) '작품'과 '재미' 사이에서 관객들은 재미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런 결과에 스티븐 킹도 언론의 짖궃은 공세를 받았나보다. 결국엔 '샤이닝보다 이블 데드가 더 무서운 영화다'라고 실토하기까지 했다. 킹은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샤이닝이 맘에 안 들었다.(카메오출연을 안 시켜줘서일지도...)

원작자인 킹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The Shining은 공포영화 매니아뿐만 아니라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는 국내에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무삭제 DVD가 출시되었다.

The Shining은 스티븐 킹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97년 TV 미니시리즈로 다시 만들어진다.(킹은 카메오출연을 하게 된다) 킹은 97년도 버전에 무척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이 미니시리즈는 국내에 <스티븐 킹의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었다.

그린 마일 / The Green Mile

작품 감상문 2007. 5. 11. 23:16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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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en Mile

(1996년 소설)

1996년에 스티븐 킹은 The Green Mile이란 소설을 낸다. 그냥 발표한 것이 아니라 소설 하나를 여러개로 쪼개서 시간을 두고 차례차례 하나씩 출간했다. 그래서 The Green Mile은 96년 3월에서 8월까지 한달에 한권씩 총6권짜리 얇은 책자로 출간되었다. 굉장한 자신감이거나 계산착오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옛날 같으면야 마땅한 오락꺼리가 없으니 재밌는 소설 기다리는 재미로 팔릴지 모르겠으나, 지금같이 TV, 영화, 비디오, 게임, 인터넷, 단란주점 등등 재밌는 것들이 지천에 널린 세상에서 6개월 내내 소설 나오길 기다려 꾸준히 구입한다는 것은 킹같은 거물작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킹은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원에서 '그린 마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판을 내면서 미국에서처럼 징검다리출판을 시도했다. 내 기억으로는 미국에서의 한달에 한권보다는 출간주기가 빨랐던 것 같다. 번역판은 전반부는 한글번역으로, 후반부는 영문원본으로 나뉘어 있어서 영어학습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린 마일 1권 출간 당시에는 고려원에서 신문에 광고도 많이하고, 2권타기 이벤트도 열었었다. 그 이벤트는 1권을 읽고서 번역이 잘못된 곳을 찾아내어 엽서에 적어보내면 2권을 공짜로 주는 행사였다. 위의 표지는 한국판 그린마일 2권의 표지인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은 것이다.(그때 얼마나 기뻤던지~) 6권짜리 낱권이 다 출간된 뒤에 고려원에서는 영문원본만 빼고 6권을 하나로 묶어서 펴냈다. 스티븐 킹의 작품으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광기에 휩싸여 있거나, 집이 좀 잘산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후에 나온 6권 통합본을 구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폴 에지콤은 미국 대공황시절에 사형수감옥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한다. 사형수들을 다루므로 사형집행까지도 맡는다. 사형집행이 이루어지면 죄수가 감방에서 나와 전기의자까지 걷게 되는 복도가 초록빛이어서 그 복도를 그린 마일이라고 불렀다. 소설 The Green Mile은 폴 에지콤이 죄수들과 그린 마일을 함께 걸으며 겪은 일들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날 사형수감옥에 존 커피라는 덩치가 대단히 큰 흑인이 들어온다. 그는 쌍둥이 소녀 둘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들어온 것이다. 존 커피는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덩치와는 달리 폴의 말에 순종한다. 저런 인간이 어떻게 잔인한 살인을 저질렀을까 할 정도로 순박한 면모를 보인다. 그 즈음에 사형수 감옥에 새로운 신입생이 나타난다. 한마리의 쥐. 그 쥐는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더니 사형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인 죄수와 붙어 지낸다. 그러나 프랑스인을 미워하는 낙하산타고 내려온 심술궃은 교도관이 잔인하게 쥐를 살해한다. 프랑스인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존 커피가 특유의 순박한 목소리로 쥐의 시체를 자기에게 갖다 달라고 말한다. 그가 쥐를 배고파서 잡아먹는다거나, 쥐포로 만들어 감옥 구내식당에서 판매를 시작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엄숙하고, 좀 더 신비스런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액션과 스릴을 동반하며 줄기차게 치고 올라온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느긋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등장인물도 좀 많아서 처음에는 헷갈릴 수도 있다. 난 그린 마일을 읽고서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다가 뭐가뭔지 너무 복잡해서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도로 돌려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느리고 복잡한 스토리를 가졌다면 미국에서 6개월동안의 징검다리 출판이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처음의 혼란스러움을 극복한다면 이 작품의 미덕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초반 스토리는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페이지가 늘어갈수록 생생한 캐릭터들간의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가 주는 아기자기함과 기존 죄수의 사형집행과정, 새로운 싸이코죄수의 등장, 커피의 범행사실에 관한 진실 등이 밝혀지면서 스피드에 가속이 붙으며 때론 액션영화처럼 때론 추리영화처럼 때론 서스펜스영화처럼 읽는이를 자극시킨다. 다 읽고 난 뒤에는 놀라움과 함께 생명이란 무엇인지, 영원히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의 철학적인 생각들이 아주 잠깐 1000분의 1초 동안만이라도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다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스티븐 킹의 <The Green Mile>은 고려원 출판사에 이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도 <그린 마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The Green Mile은 킹의 또다른 감옥소설 쇼쌩크탈출을 영화화했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에 충실하게 우직하게 만들어진 이 영화는 소설안보고 그냥봐도 참 감동적이다. 난 극장에서 봤었는데, 소설을 봐서인지 영화가 더 절절히 다가왔다. 흑인죄수 존 커피 역을  맡았던 보디가드출신의 배우("아마겟돈"이라는 영화에도 출연)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조연남우상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다. 폴 에지콤 역은 톰 행크스가 맡아서 열연을 했는데, 그 중에서 화장실에서의 표정연기가 압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미묘하게 떨리는 얼굴근육들의 몸부림. 그린 마일은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있을테니 못봤다면 빌려보기를 추천한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없다면 그 가게는 200살 먹은 쥐들의 저주를 받아 곧 망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린 마일>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어 있다.

총알차 타기 / Riding the Bullet

작품 감상문 2007. 5. 11. 23:09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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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ing the Bullet

(2000년 인터넷 단편소설)

앨런 파커라는 대학생이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다. 어머니이이~~! 앨런은 슬픔에 잠긴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온갖 허드렛일을 전전하면서 늘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앨런을 대학까지 보내준 분이다. (스티븐킹의 어머니도 그랬다.) 어머니는 앨런이 어렸을때 아들이 타고 싶어하는 롤러코스터 '총알차'를 태워주려고 태양이 작렬하는 땡볕속에서도 한참을 줄 서주었던 분이다. 앨런은 철학수업을 땡땡이치고 당장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앨런은 돈이 없어서 고장난 자신의 차를 수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로에서 히치하이킹해서 남의 차를 얻어타고 병원까지 가기로 한다.

그러다 노인의 차를 얻어탄다. 그러나 앨런은 차를 운전하는 노인이 불편해진다. 죽은 마누라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음산하게 보이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라고도 하고, 장이 꼬일 것 같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게다가 차 안에서는 악취가 난다. 앨런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노인의 호의를 마다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공동묘지 앞에서 다른 차를 얻어 탔는데... 그 운전사가 말한다. '너랑 네 엄마 둘 중 한명의 목숨을 데려가겠다. 네가 선택해라. 누구의 목숨을 데려가야 하는지.' 왜 내가 그런 선택을 해야하지? '왜냐하면 차를 탔으니까.' 그리고 앨런이 탄 자동차는 '총알'처럼 빠르게 질주한다. 그의 선택은? 그 결과는?

이 소설은 부모의 자식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하는지, 부모의 희생은 당연한 것인지,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은 옳은지, 부모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는지를 아주 쉬운 스토리로 묻고 있다.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유령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소설을 선택하시라! 찐한 감동에 온몸이 마비될 것이다.

스티븐 킹은 그린마일이라는 소설을 연쇄살인이 아니라 연쇄출판(한편의 소설을 한번에 내놓지 않고, 여러개로 나누어 차례대로 몇달간격으로 출간하는 것)을 통해 발표하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6편으로 나뉘어진 그린마일은 뒤로 갈수록 관심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성공을 거둔다. 그 후에도 같은 날 두 권의 소설을 동시에 출간하기도 하고(Desperation 과 The Regulators), 책으로 내지 않고 단편소설들을 녹음테이프에만 담아서 발표하기도 한다(Blood & Smoke). 그는 자신의 작품을 독특한 방식으로 내놓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런 전통에 따라서 2000년 3월 14일 스티븐 킹은 사이먼&슈스터 출판사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 소설이 바로 Riding the Bullet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Riding the Bullet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가서 신용카드로 2달러50센트를 지불하고 소설을 하드디스크에 다운로드 받아서 무료로 제공되는 읽기프로그램을 통해 PC모니터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킹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소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PC를 가지고 있고, 인터넷을 다룰줄 알아야 하고,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외의 사람은 소외되는 것이다. 그래서 킹의 작품들을 서점에서만 구입하던 팬들은 섭섭한 감정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킹의 위력은 대단해서 인터넷판매가 시작되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근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서점계의 거인 반즈앤노블즈가 자기 인터넷사이트에서 판매 첫날에 한해 공짜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돈내고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술 더떠 인터넷서점의 선두주자 아마존은 상당한 기간동안 완전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했다. 두 거인들이 설쳐대니 2달러 50센트에 판매하던 작은 웹사이트는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다. 백화점 셔틀버스에 동네구멍가게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나도 아마존www.amazon.com에서 공짜로 구했다.(공짜로 돌아선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판매개시후 얼마안 가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걸어놓은 암호를 해커가 해킹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인터넷출판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마존은 물론이고 모든 사이트에서 유료로 돌아섰다.

Riding the Bullet에 대한 또다른 불만 중 하나는 모니터로만 볼 수 있고, 프린터로 인쇄가 안된다는 것이다. '모니터는 싫다. 종이에 인쇄된 것을 들고 거실이든, 욕조든, 화장실이든, 지하철이든, 공원이든 아무데서나 내 편한데서 읽고 싶다'는 것이 팬들의 의견이었다. 컴퓨터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더했다. 하루종일 PC앞에 앉아서 일하고 집에 왔는데, 집에서까지 전자파 쫙쫙 맞으며 PC로 소설을 보란 말인가? (나도 그런게 싫었다. 그래서 소설화면을 그림캡처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림화일로 저장해서 인쇄했다. 즉 글씨를 그림형식으로 만들어 인쇄한 것이다.)

하여간 이 소설의 인터넷판매는 세계적으로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e-book은 존재했었지만, 스티븐 킹같은 거물작가가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별로 언급되지 않던 국내 신문들에서도 한번씩은 언급했을 정도니 그 위력은 참 대단한 것이었다. 무료로 퍼지게 되었지만 킹은 인터넷출판의 미래를 밝게 본 것같다. 그의 공식 웹싸이트www.stephenking.com에서는 '식물 The Plant'이라는 소설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식인식물이 출판사를 습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프린터인쇄도 가능하다.(하지만 지금 현재는 소설 연재와 판매가 중단되었다.) 킹의 뒤를 이어 쥬라기공원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도 소설 Time Line을 무료로 다운받게 해 놓았다. (단, 일반PC가 아니라 휴대용PC에서만 읽을 수 있다.)

Riding the Bullet은 문학세계사에서 "총알차타기"라는 제목으로 한국판이 출간되어 있다.

메모

메모 2007. 5. 11. 23:00 posted by 조재형

3월 23일 업데이트

 

공포소설을 쓰는 남자 (완료)

마술 같은 하룻밤

애완용

사진첩 (완료)

고백 (완료)

자연보호

인형

장난전화

땀 흘리는 아내 (완료)

해피 엔딩

에필로그 (완료)

불효자의 길 (완료)
보고 싶은 친구 (완료)

 

로즈 매더 / Rose Madder

작품 감상문 2007. 5. 11. 22:57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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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Madder

(1995년 소설)

로즈 다니엘스는 13년동안 가정주부로 살아온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마약범죄를 소탕해서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경찰남편이 있다.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는 유능한 경찰. 하지만 로즈의 남편은 변태경찰이었다. 집에서는 로즈를 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했다. 그 행위란 것은... (여린 감성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차마 그 행위를 쓸 수가 없다.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이 파르르 떨려온다.) 로즈는 13년동안 차마 말 못할 차마 글로 표현 못할 차마 홈페이지에도 못올릴 성폭력에 시달려왔다. 그러는 와중에 변태경찰의 폭력으로 아기까지 유산하게 된다. 어느날 남편이 출근하고 없는 텅빈 방안에서 로즈는 침대시트에 묻어 있는 자신의 핏자국을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남편의 신용카드를 훔쳐서 가출한다.

로즈는 카드로 돈을 인출해서 고속버스를 타고 멀리 떠나간다. 낯선 곳에 내린 그녀는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피난처에서 잠시 생활하다 직업을 갖게 되고 아파트에 살게 된다. 결혼반지를 팔러 갔던 전당포에서 로즈는 '로즈 매더'라는 이름이 붙은 그림을 반지와 바꿔서 집에 가져와서는 벽에 걸어둔다. 그림에는 고대의 부서진 신전 같은 데서 한 여인이 등을 돌린채 서있다. (왜? 앞모습에 자신 없어서?) 그러다 로즈는 어느날 밤 잠에서 깼다가 그만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부서진 신전 지하미로에서 소머리를 한 미노타우루스 괴물과 만나게 된다. 가까스로 그림에서 빠져 나온 로즈는 그 위험한 그림을 벽장 속에  집어 넣는다.

한편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까지 한 변태경찰은 13년간 노예처럼 부려먹던 여자가 배신을 하자 참을 수가 없다. 경찰 특유의 수완을 발휘해서 로즈가 도망간 곳을 알아내고,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피난처가 유원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그녀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행사날, 로즈는 멋도 모르고 유원지로 향하고, 변태경찰은 머리를 빡빡 밀고 휠체어에 앉아서 변장한 채로 그녀를 기다린다. 그리고...

변태경찰이 로즈에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가까이 추적하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이다. 스티븐 킹은 학대받는 여성의 심리를 묘사하는 작품들을 몇 작품 써왔는데, 로즈 매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결혼 배우자를 선택할 때 무척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결혼생활이 불행해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도망이라도 가면 머리를 빡빡 밀고 쫓아올 수도 있으니까.

이 소설은 고려원 출판사에서 <로즈 매더>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 하였다. 현재는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려운데 다시 복간되었으면 좋겠다.

p.s. 2016년 미스터리 맨션 출판사에서 "로즈 매더"라는 제목으로 전자책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