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차 타기 / Riding the Bullet

작품 감상문 2007. 5. 11. 23:09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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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ing the Bullet

(2000년 인터넷 단편소설)

앨런 파커라는 대학생이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다. 어머니이이~~! 앨런은 슬픔에 잠긴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온갖 허드렛일을 전전하면서 늘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앨런을 대학까지 보내준 분이다. (스티븐킹의 어머니도 그랬다.) 어머니는 앨런이 어렸을때 아들이 타고 싶어하는 롤러코스터 '총알차'를 태워주려고 태양이 작렬하는 땡볕속에서도 한참을 줄 서주었던 분이다. 앨런은 철학수업을 땡땡이치고 당장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앨런은 돈이 없어서 고장난 자신의 차를 수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로에서 히치하이킹해서 남의 차를 얻어타고 병원까지 가기로 한다.

그러다 노인의 차를 얻어탄다. 그러나 앨런은 차를 운전하는 노인이 불편해진다. 죽은 마누라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음산하게 보이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라고도 하고, 장이 꼬일 것 같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게다가 차 안에서는 악취가 난다. 앨런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노인의 호의를 마다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공동묘지 앞에서 다른 차를 얻어 탔는데... 그 운전사가 말한다. '너랑 네 엄마 둘 중 한명의 목숨을 데려가겠다. 네가 선택해라. 누구의 목숨을 데려가야 하는지.' 왜 내가 그런 선택을 해야하지? '왜냐하면 차를 탔으니까.' 그리고 앨런이 탄 자동차는 '총알'처럼 빠르게 질주한다. 그의 선택은? 그 결과는?

이 소설은 부모의 자식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하는지, 부모의 희생은 당연한 것인지,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은 옳은지, 부모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는지를 아주 쉬운 스토리로 묻고 있다.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유령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소설을 선택하시라! 찐한 감동에 온몸이 마비될 것이다.

스티븐 킹은 그린마일이라는 소설을 연쇄살인이 아니라 연쇄출판(한편의 소설을 한번에 내놓지 않고, 여러개로 나누어 차례대로 몇달간격으로 출간하는 것)을 통해 발표하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6편으로 나뉘어진 그린마일은 뒤로 갈수록 관심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성공을 거둔다. 그 후에도 같은 날 두 권의 소설을 동시에 출간하기도 하고(Desperation 과 The Regulators), 책으로 내지 않고 단편소설들을 녹음테이프에만 담아서 발표하기도 한다(Blood & Smoke). 그는 자신의 작품을 독특한 방식으로 내놓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런 전통에 따라서 2000년 3월 14일 스티븐 킹은 사이먼&슈스터 출판사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 소설이 바로 Riding the Bullet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Riding the Bullet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가서 신용카드로 2달러50센트를 지불하고 소설을 하드디스크에 다운로드 받아서 무료로 제공되는 읽기프로그램을 통해 PC모니터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킹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소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PC를 가지고 있고, 인터넷을 다룰줄 알아야 하고,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외의 사람은 소외되는 것이다. 그래서 킹의 작품들을 서점에서만 구입하던 팬들은 섭섭한 감정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킹의 위력은 대단해서 인터넷판매가 시작되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근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서점계의 거인 반즈앤노블즈가 자기 인터넷사이트에서 판매 첫날에 한해 공짜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돈내고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술 더떠 인터넷서점의 선두주자 아마존은 상당한 기간동안 완전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했다. 두 거인들이 설쳐대니 2달러 50센트에 판매하던 작은 웹사이트는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다. 백화점 셔틀버스에 동네구멍가게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나도 아마존www.amazon.com에서 공짜로 구했다.(공짜로 돌아선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판매개시후 얼마안 가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걸어놓은 암호를 해커가 해킹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인터넷출판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마존은 물론이고 모든 사이트에서 유료로 돌아섰다.

Riding the Bullet에 대한 또다른 불만 중 하나는 모니터로만 볼 수 있고, 프린터로 인쇄가 안된다는 것이다. '모니터는 싫다. 종이에 인쇄된 것을 들고 거실이든, 욕조든, 화장실이든, 지하철이든, 공원이든 아무데서나 내 편한데서 읽고 싶다'는 것이 팬들의 의견이었다. 컴퓨터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더했다. 하루종일 PC앞에 앉아서 일하고 집에 왔는데, 집에서까지 전자파 쫙쫙 맞으며 PC로 소설을 보란 말인가? (나도 그런게 싫었다. 그래서 소설화면을 그림캡처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림화일로 저장해서 인쇄했다. 즉 글씨를 그림형식으로 만들어 인쇄한 것이다.)

하여간 이 소설의 인터넷판매는 세계적으로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e-book은 존재했었지만, 스티븐 킹같은 거물작가가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별로 언급되지 않던 국내 신문들에서도 한번씩은 언급했을 정도니 그 위력은 참 대단한 것이었다. 무료로 퍼지게 되었지만 킹은 인터넷출판의 미래를 밝게 본 것같다. 그의 공식 웹싸이트www.stephenking.com에서는 '식물 The Plant'이라는 소설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식인식물이 출판사를 습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프린터인쇄도 가능하다.(하지만 지금 현재는 소설 연재와 판매가 중단되었다.) 킹의 뒤를 이어 쥬라기공원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도 소설 Time Line을 무료로 다운받게 해 놓았다. (단, 일반PC가 아니라 휴대용PC에서만 읽을 수 있다.)

Riding the Bullet은 문학세계사에서 "총알차타기"라는 제목으로 한국판이 출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