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 미국 대중예술 중 공포장르만 모아서 일반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한 책이다. 영화, TV, 라디오, 소설 중에서 스티븐 킹이 직접 고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1957년 킹이 열살때 극장에서 '지구 대 비행접시'라는 외계인 침략영화를 보다가 미국보다 먼저 소련인들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공포로부터 시작해 그가 성장하면서 공포스럽게 체험한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국 공포장르에서 우리가 모르는 고전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고전들에서 스티븐 킹 작품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킹도 결국 혼자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먼 옛날부터 활동한 선배들의 영향 속에서 창조적 모방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것이다.
부록에는 킹이 추천하는 영화와 소설의 목록이 쫙 깔려있다. 강추천작에는 친절하게도 *표시를 해 주었다. 킹의 추천작들을 접해 본다면 킹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공포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추천목록에서 한국의 독자들도 알만한 작품을 보자면, 영화에는 에일리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엑소시스트,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할로윈,죠스 등이 있다. 소설로는 사이코, 파리대왕, 로즈마리의 아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이 있다.
책의 결말부분에 가면 대중예술에서 표현되는 폭력이 실제 범죄를 유발시킨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서 스티븐 킹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부분이 있다. 킹이 의견을 말하면서 간간이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했는데 몇가지를 살펴 보기로 하자.
1) 옆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문제의 옆집에서 경찰이 발견한 것은 온통 피로 가득한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찍한 사실도. 그 집에 사는 젊은 남자가 아주 담담하게 범행사실을 인정했다. 파이프몽둥이로 자기 할머니를 살해한 후 목을 절단했다는 것이다.
"할머니 피가 필요했어요." 그 젊은이가 경찰에게 조용히 얘기했다. "나는 뱀파이어에요. 할머니 피가 없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거에요."
경찰은 그의 방에서 뱀파이어와 관련된 잡지기사, 만화책, 소설책들을 찾아냈다.
2) 1960년 오하이오. 외롭게 생활하고 있던 한 청년이 '사이코'라는 영화를 다섯번이나 보고서 극장문을 나섰다. 이 청년이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할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나중에 의사는 시체에서 칼자국을 40군데나 발견했다.
왜 그랬지? 경찰이 물었다.
목소리들. 청년이 대답했다. 목소리들이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말해 주었어요.
3) 1980년 1월. 한 여자와 그녀의 어머니가 여자의 생후 3개월된 아기문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아기는 항상 울기만 했다. 두사람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엑소시스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어린 소녀처럼 여자의 아기도 악마에게 홀린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아기에게 가솔린을 뿌리고서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불을 붙였다. 화상치료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3일동안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4) 1977년 보스턴. 한 청년이 갖가지 주방도구를 사용해 여자를 살해했다. 경찰은 그 청년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영화 '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영화에서 캐리라는 여자 주인공은 코르크마개를 따는 송곳과 감자껍질 벗기는 칼을 포함한 수많은 주방도구로 자기 엄마를 살인한다. 캐리가 미사일처럼 날려보낸 주방도구들에 의해 엄마는 말그대로 벽에 박혀 죽는다.
5) 1969년 로스 앤젤레스. 나중에 심장마비로 욕조 안에서 사망하게 되는 가수 짐 모리슨은 The End라는 노래 끝부분에서 '죽여, 죽여, 죽여'라고 읊조리며 노래했다. 10년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지옥의 묵시록이란 영화의 처음부분에 그 노래를 삽입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칼로 도려낸 사람의 귀를 손에 들고 수줍게 웃고 있는 미군 병사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리고 로스 앤젤레스 근교에서 꼬마아이가 손가락으로 동생의 눈을 뽑아냈다. 꼬마가 얘기하기를 자기는 단지 바보 삼총사(Three Stooges)라는 코미디시리즈에서 보았던 두손가락으로 눈찌르기를 흉내내려 했었다고 한다. TV에서는 바보 삼총사가 그런 행동을 해도 아무도 다치는 사람이 없었다고 꼬마는 울면서 말했다.
6) "당신의 영화 '사이코'의 샤워장면에서 보여지는 폭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평론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물었다.
"'내사랑 히로시마' 영화에서 나오는 오프닝 장면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히치콕이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1959년 당시 미국인들의 기준으로는 대단히 혐오스럽게 받아들여지던 그 오프닝장면에서는 엠마뉴엘 리버와 엘리지 오까다가 벌거벗은 채 서로를 껴안고 있다.
"그 오프닝장면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죠." 평론가가 대답했다.
"'사이코'의 샤워장면도 마찬가집니다." 히치콕이 대답했다.
7) 1980년 볼티모어. 한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베트남에 참전했었고 약물중독 경력도 있는 전직군인이 여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도 지난 시절의 전투현장에 와있는듯이 착각하는 정신질환을 앓아왔다. 그녀는 예전에도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그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때로는 이리저리 건들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비틀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큰소리로 거칠게 주위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부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대장!" 그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를 그가 공격해 왔다. 나중에 경찰은 그가 마약 살 돈을 구하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 이유 따위는 별 상관없게 됐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건 그는 죽어버렸으니까. 불행히도 그가 고른 상대는 터프한 여자였다. 그녀는 호신용으로 칼을 지니고 있었다. 반항하는 과정에서, 여자는 칼을 사용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전직군인이었던 흑인이 하수구 도랑에 죽은채로 누워 있었다.
그때 무슨 책을 읽고 있었던 거지요? 나중에 기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기자에게 스티븐 킹의 소설 The Stand를 보여 주었다.
자 그럼 대중예술이 폭력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공포소설의 왕 스티븐 킹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사실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잊어먹었다. -_-) 그리고 당신의 의견은?
p.s. 원서에 관해 이 감상문을 쓰고 나서 몇 년 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이 책의 한국어판 "죽음의 무도"를 번역출간하였다. 번역자는 바로 나다.
Night Shift는 킹의 첫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그래서 킹의 현재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뭐랄까 인간과 인생의 불안정성같은 심오한 스토리대신 젊은 나이답게 심플하고 직접적인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각 단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마을주민들에게 평판이 안좋은 집을 물려받아 살게된 남자의 오싹오싹 공포체험.
2) 평소에 사람손길이 닿지 않는 공장지하를 청소하게 된 사람들의 체험! 삶의 현장.
3) 치료불가능한 전염병 앞에서 한가로이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
4) 손바닥에 눈들이 생겨난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그러나 우습지 않은 스토리전개.
5) 과거의 약초와 현대의 제약회사가 만나면 괴물이 탄생한다. 세탁공장에서.
6) 술을 너무 좋아하다간 고양이를 잡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그냥 몸이 둘로 나누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을 '인간이 아니다'라고 부른다.
7) 장난감병정을 가지고 놀던 때가 있었지.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장난감과 다투기도 한다.
8) 자동차는 참 답답할 것이다. 사람들이 핸들 꺽는대로만 움직여야 하니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트럭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빵빵~
9) 어른이 되어서 어릴때 자기를 괴롭히던 애들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그 애들이 하나도 변치 않았다면? 얼굴도, 키도, 하는 짓도.
10) 봄에 안개가 자욱하게 서리면 일이 벌어진다. 물론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11) 베란다에서 시작해 벽에 박힌 벽돌을 발판삼아 아파트 건물둘레를 한바퀴 죽 돌아보려거든 비둘기를 조심하십시오. 아파트 안은 사람사는 데지만, 아파트 밖은 비둘기파 구역이거든요.
12)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앗, 당신은 누구시죠? 네? 담배는 내 와이프한테 나쁘다구요? 그렇긴하죠, 담배연기때문에. 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담배피면 당신이 내 아내를 나쁘게 한다구요? 뭐야 당신!
13) 전 여자들이 원하는 걸 미리 알 수 있답니다. 척척 알아서 해주죠. 그런데도 여자들은 절 싫다네요. 역시 사랑은 쉬운 게 아냐.
14) 옥수수밭에는 옥수수의 신이 살고 있다. 강냉이를 만드는 신일까?
15)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는 아픔으로 남는 때가 있다. 죽고 싶을때.
16) 누군가 그랬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스티븐 킹은 그 말을 안 믿는 것 같다.
17) 살렘즈랏은 흡혈귀 마을이다. 어느 눈오는 날, 하필 그 곳에 고립돼 버린 사람들을 구하러 용감한 사람들이 나선다. 차라리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18) 사랑하는 사람이 짐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련없이 짐을 내려놓아야 하나? 언제까지나 대책없이 짐을 지고 있어야 하나? 그 짐이 자기 어머니라면?
위의 18편이 Night Shift에 수록된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위의 내용이 아마 뭐가 뭔지 몰라서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단편인데 조금만 얘기해도 스토리가 너무 뻔하게 드러나지 않겠는가? 나중에 작품을 대할 사람들을 위해서 여지를 남겨둔 것이니 이해바랍니다.
이 단편들 중 15번 소설은 공포소설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좋다. 당신도 언젠가 한번 꼭 읽을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제목은 'The Last Rung on the Ladder'이다. Night Shift에는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거장 존 D 맥도널드(트래비스 맥기 시리즈, 케이프 피어 등으로 유명)가 쓴 서문이 실려 있다. 그는 15번 소설을 Night Shift에 실린 단편들 중 보석같은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단편집 Night Shift는 국내에 <스티븐 킹 단편집>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위의 단편들 중에는 영화화 된 것도 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있을 것 같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옥수수밭의 아이들(14번)'과 '스티븐 킹의 컴백(9번)'이다. 그 나머지 단편에 대해서는 심증은 가는데 확증이 없다.
위의 단편 중 <금연 주식회사>와 <벼랑>에다 에피소드 하나를 더 붙여 스티븐 킹은 <캣츠 아이(Cat's Eye)>라는 영화의 각본을 썼다. 이 영화는 국내에 비디오와 DVD로 출시되었다. 여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깜직한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영화이니 꼭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Salem's Lot은 스티븐 킹의 두 번째 소설이면서 확실하게 킹으로 하여금 공포의 달인이라는 칭호을 받게 만든 작품이다. 드라큘라를 소재로 만든 피에 굶주린 소설이다.
메인주 살렘즈랏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마스턴이라는 사이코살인마가 살다 죽은 텅 빈 집이 있다. 그 집에 발러라는 작자가 이사를 오고, 마을에 골동품가게를 열어 장사를 한다. 그러나 발러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가 대외적인 일을 도맡아한다.
그러다 살렘즈랏 마을의 소년이 집을 나갔다 사망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버지는 관 속의 아들을 보고 오열하지만 밤이 되자 죽은 아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아버지를 찾아온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서. 그 후로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그 죽은이들이 밤마다 송곳니를 세우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
마을이 소리없이 황폐해지는 원인을 알아챈 소설가, 공포매니아 소년, 마을의사, 성당신부 네사람은 마스턴하우스로 쳐들어간다. 그러다 결국엔 한명은 폐인이 되어 마을을 떠나고 또 한명은 수십개의 식칼에 찔려 죽는다. 주위의 부모, 연인들도 하나둘 흡혈귀로 변하고... 남은 두명이 드라큘라의 은신처를 찾아낸다. 그렇지만 이런! 벌써 해가 저물고 있지 않은가. 이봐, 두친구. 서두르라구. 해가 지면 드라큘라가 관을 뚫고 나와서 자네들 목을 딸꺼야. 어두워지고 나면 아무리 자네들이 성수와 십자가와 마늘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그를 못당할껄. 게다가 전부 흡혈귀로 변한 마을 사람들이 떼로 공격해 올 것 아닌가. 서둘러 이친구들아! 그 두사람은 알았다고 하면서 망치와 말뚝을 들고 어두침침한 지하실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백발노인이었다가 사람들의 피를 빨수록 점점 젊어지는 드라큘라의 분위기가 소설을 압도한다. 게다가 그는 소설에서 3분의 1이 지나도록 모습은 안보이고,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만 설쳐대서 독자를 안달나게 만든다. 팽팽한 긴장이 독자의 눈을 책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나도 눈을 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감동.
킹은 그의 문화비평서 Danse Macabre에서 'Salem's Lot이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소설가 딘 R 쿤츠가 말했듯이 누구나 관, 십자가, 마늘, 음침한 지하실이 나오는 드라큘라 소설을 쓰지만 그저 삼류취급 받고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킹은 성공을 거두었다. 생생하게 흡혈귀의 공포를 그려냈던 것이다. 드라큘라에게 망가져가는 살렘즈랏 마을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마치 자기 마을 일인것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이 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살렘스 롯>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Salem's Lot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토비 후퍼 감독에 의해 1979년에 TV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국내 방영 당시의 제목은 <공포의 별장>. 해외에서는 이미 DVD로도 나와있던데, 국내에도 출시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Salem's Lot은 2004년 로브 로우, 키퍼 서덜랜드, 루트거 하우어 등의 유명배우가 참여해서 리메이크되기도 했으며, 국내에 <스티븐 킹의 세일럼즈 롯>이라는 제목으로 DVD 출시되었다.
Carrie는 스티븐 킹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전까지는 간간이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는 수준이었고, 그저 무명작가에 지나지 않았다. 킹 자신도 자신의 첫 작품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 들어서 Carrie를 사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성공이었다. 무명의 세월동안 가족부양의 책임때문에 고교교사를 하고 있던 킹은 첫 성공을 거둔 이후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행진을 놓치지 않았고, 미국대중문화를 리드하는 국가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캐리 화이트라는 여고생이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속칭 '왕따' 줄여서 '따')당하는 학생이다. 캐리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저 놀림의 대상일 뿐이다. 그녀에게는 성경말씀에 광적인 엄마가 있다. 성경에 벗어나는 행동은 죄악이라면서, 날라리되지 말라고 캐리에게 초라한 옷차림을 강요하고 주님의 벌이라면서 툭하면 옷장 속에 가두어 놓는다. 부부관계를 죄악으로 여기고, 그런 행위로 태어난 캐리를 미워하고 있다. 학교에선 애들한테 시달려, 집에 와선 엄마한테 시달려. 이러니 애가 제대로 클 수 있겠는가. 캐리는 언제나 우울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학교체육관 여학생 샤워실에서 캐리는 첫 생리를 하게 된다. 섹스를 죄악시여기는 엄마가 생리에 관해 제대로 알려 주었을리 없다. 캐리는 과다출혈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겁에 질린다. 늦게 찾아온 생리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캐리에게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야유를 퍼붓는다. 캐리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조퇴를 한다. 그런데 첫 생리와 함께 그녀에게 초능력이 생긴다. 마음먹은 대로 주위의 사물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졸업기념 댄스파티는 모든 학생의 꿈이고, 캐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남학생이 선뜻 캐리같은 왕따에게 파트너가 되어주겠는가. 그런데 샤워실에서 야유를 퍼붓던 여학생들 중에 그래도 비교적 착한 여학생이 있었다. 비교적 착한 여학생은 미안한 마음에 교내에서 제일 인기있는 자기 남자친구를 캐리와 댄스파티 파트너가 되게 해준다. 캐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된다. 하지만 샤워실사건 주동자로서 정학을 먹은 비교적 나쁜 여학생이 캐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드디어 댄스파티의 밤은 오고, 캐리는 집에서 재봉틀로 정성껏 만든 드레스를 입고 멋진 파트너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끼야아아아아악~~~ 피의 파티가 벌어진다.
이 소설의 주제는 '밟으면 꿈틀한다'인 것 같다.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반성했으면 좋겠다. 왕따시키다 잘못하면 니가 죽을 수도 있딴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소설과 같은 일이 한 10번정도 실제로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챙겨주고 도와 주어야 할 약자를 거리낌없이 짓밟아 버리는 왕따가 좀 줄어들지는 않을까?
Carrie는 스티븐 킹의 첫 장편이지만, 무명시절 닦아온 실력을 발휘해서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파티장에서 시작되는 그 엄청난 광란의 묘사가 압권이다.
사실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질 운명이었다. 스티븐 킹은 Carrie를 집필하면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캐리라는 왕따 캐릭터에게 별로 정이 안가더란다. 점점 글쓰는 것이 지겨워져서 마침내는 원고를 박박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휴지통을 비우던 킹의 아내가 원고를 발견하고 종이를 일일이 다 펴고 담뱃재를 다 털어 내고서 꼼꼼이 읽어본다. 아내는 멋진 소설이 될 것을 예감하고 남편에게 달려가서 원고를 완성시킬 것을 강요한다. (미저리냐?) 킹은 아내에게서 여학생의 심리 등을 조언받아서 휴지통 속에 들어갔던 원고를 완성시키게 되고, 그것이 세상에 출판되어 빛을 보게된 것이 그의 출세작 Carrie가 된 것이다. Carrie의 성공을 지켜 보면서 킹의 아내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소설 Carrie는 국내에 <캐리>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와 한진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소설의 성공에 힘입어 Carrie는 드레스 투 킬, 언터처블,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역시 성공을 거둔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공포영화코너에 있을 것이니 빌려보는 것을 강추천! (근데 우리 동네가게엔 없네. 그래서 난 못봤다.)
덧붙여 <캐리>는 2002년에 TV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방송국에서는 이 리메이크 영화가 성공하면 TV시리즈로 만들려는 계획(캐리가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며 모험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이 TV영화 <캐리>는 혹평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에 출간준비 중인 리처드 바크먼 소설 <Blaze>의 처음 두 챕터가 공개되었습니다.
공식사이트에 올라온 킹의 인사말:
[친애하는 열성 독자 여러분,
잃어 버린 줄로만 알았던 고(故) 리처드 바크먼의 1972/73년도 장편소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발견했는데(또는 이 사이트 관리자가 발견했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것을 2007년도에 출간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인세 수익은 곤경에 처한 예술인들을 돕는 헤이븐 재단에 기증할 것입니다. 이 소설의 맛 좀 보시라고, 처음 두 챕터를 여기에 공개합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뛰어난 TV 드라마들이 마구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영화계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2006년도에 보았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10편의 순위를 발표합니다.
10. The World's Fastest Indian - 안소니 홉킨스가 오토바이 경주선수로 나온다. 그 밖에 설명이 더 필요한가? 아, 영화는 훌륭하다.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9. The Three Burials of Melquiades Estrada - 뒤지게 공포스런 제목. 훌륭한 영화. 토미 리 존스가 코맥 맥카시의 서부소설에 손을 뻗친 것 같은 영화... 그리고 제대로 성공한다.
8. Waist Deep - 이봐, 이것은 케케묵은 도시 액션 영화라고,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거의 만들지 않는 형식이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맘에 쏙 드는 타이리즈 깁슨이 출연한다네.
7. Snakes on a Plane - 기본적으로 비행기에 뱀들이 나오고, 사무엘 잭슨이 훌륭히 역할을 담당하고, 그리고 유머 넘치고 긴장감 넘치는 각본이 떠받쳐주는 것이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1편과 2편을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이보라고, 어떻게 이 영화를 안 좋아할 수 있겠어?
6. The Illusionist - 올해에는 1900년대 초를 배경으로 마술사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2편 나왔다. 나는 둘 다 보았고, 둘 다 좋았다. 내게 있어 이 영화가 특별했던 것은 에드워드 노튼이 폴 지아마티와 맞대결한다는 것이었고, 이 영화의 결말은 내가 어떻게 깜빡 속아넘어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를 즉시 영화관 속으로 다시 입장하도록 만들었다.
5. The Descent - 의심할 것도 없이 올해 최고의 공포영화. 아마도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성인이라는 점이 신선했기 때문 아닐까? 이 영화가 분출하는 막강한 파멸의 느낌은 강렬하고 탁월하다.
4.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 나는 극장을 나오며 이 영화가 골드핑거 이래로 가장 좋은 제임스 본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이 칼럼을 위해 골드핑거를 다시 보고 났더니 카지노 로얄이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확신이 들었다.
3. 디파티드(The Departed) - 많은 스타들을 앞세운 영화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힘을 발휘하게 되면 멋진 모습을 선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디파티드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맷 데이먼은 다재다능한 연기로 나를 연신 놀라게 한다.
2. 플라이트 93(United 93) - 만약 이 감정적으로 비틀린 다큐드라마가 아카데미의 최우수 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다면, 아카데미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1. 판의 미로(Pan's Labyrinth) - 나는 우연히 7월에 이 영화를 보았고 그 아름다움과 감정적인 흉악성에 완전히 유혹당했다. 길레르모 델 토로(헬보이, 미믹, 블레이드 2탄)가 감독했는데, 이 영화를 그의 최고 작품이라 부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 생각으로는 이 비범한 R 등급 성인동화가 오즈의 마법사 이래로 가장 훌륭한 환타지 영화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즈의 마법사보다 분위기가 훨씬 더 어두운 반면에, 여전히 인간의 정신을 찬미한다. 당신의 스티븐 킹 아저씨는 당신이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한다.
2006. 12. 13.
☞ 미국에서 킹의 단편소설들을 이용해 만든 만화책 <The Secretary of Dreams>가 출간되었습니다.
☞ 스티븐 킹이 자신의 공식사이트에 작가 Meg Gardiner를 극찬하는 글을 공개했습니다.
킹은 지난 20년 간의 독서생활 중에서 Meg Gardiner가 쓴 다섯 편의 장편소설이 가장 훌륭한 범죄-서스펜스 시리즈 소설이었다고 극찬을 합니다. 만약 수 그래프튼, 리 차일드, 자넷 에바노비치, 마이클 코넬리, 넬슨 드밀의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Meg Gardiner의 작품은 스릴러/미스터리 독자들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Meg Gardiner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 안타까운데, 미국 작가이면서도 그녀의 작품들이 여태껏 미국에 출간되지 못하고 영국에서 출간되었다는 것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고 통탄합니다. 그래서 킹은 독자들한테 돈을 투자해서 Meg Gardiner의 작품들을 구입해 읽어보라고 강력추천합니다.
2006. 12. 8.
☞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의 소설 <부적(The Talisman)>이 미국에서 6시간짜리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총지휘로 참여하는 드림웍스 영화사가 제작해서 TNT 채널에서 방영하게 되는데, 방영 시기는 2008년 여름입니다.
2006. 12. 7.
☞ 일본 文藝春秋 출판사에서 스티븐 킹 단편집 <Nightmares & Dreamscapes>를 4권 분량으로 번역출간하고 있습니다.
1) 킹이 최근에 작업한 소설 <Duma Key>의 초고는 원고용지로 835쪽 분량이고, 집필 기간은 2006년 2월부터 10월까지다.
2) 킹이 최근에 지하실에서 찾아내어 출간을 고려하고 있는 리처드 바크먼 소설 <Blaze>는 1973년에 쓰여졌으며, 원고용지 173쪽 분량의 소설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현대적인 설정에 부적절한 면이 있어서 킹은 처음 100쪽 분량을 다시 고쳐쓰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는 그 수정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이 칼럼에서 킹은 비평가들이 진정한 독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오디오북을 옹호합니다. 종이책 순수주의자들은 종이를 신성하게 여기고 독자와 작가 사이에 아무런 간섭이 없는 완벽한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오디오북의 효용성을 무시하는 것은 어린 시절 야영장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할 법한 주장이라고 킹은 말합니다.
킹은 오디오북에서 나타나곤 하는 미흡한 점들을 열거합니다. 부담스럽게 많은 분량(최신 넬슨 드밀 소설의 오디오북은 씨디가 12장), 솜씨 나쁜 낭독자, 오디오북 종류의 부실, 원문 축약. 킹은 오디오북이 원문 축약하는 것을 가장 증오합니다. 원문 축약하는 놈들은 가로등 기둥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는 군요.
하지만 이런 약점들이 개선된 오디오북은 "정말" 좋은 매체가 된다고 합니다. 킹은 한밤 중에 운전하면서 (스티븐 킹 원작영화 "미저리"의 주인공을 맡았던) 캐시 베이츠가 낭독하는 <양들의 침묵>을 듣다가 너무 으스스해져서 씨디 플레이어를 꺼버려야만 했던 경험까지 있습니다. 킹은 자신의 단편소설 <1408>을 바로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했었지만, 그 오디오북을 들을 때마다 끝부분에 가서는 전율을 느낀다고 합니다.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작품의 나쁜 문장들이 고대로 노출됩니다. 킹은 그 예로 톰 클랜시의 작품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면 경약을 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킹은 소설을 읽으며 그것이 영화 화면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항상 그것을 직접 말로 낭독하면 어떻게 들릴지 궁금해합니다. 스토리"텔링"(telling)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군요.
"그 작품을 쓰는 동안 그것이 아주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껏 어떤 작품들은 확실한 느낌이 오더군요. 때때로 어떤 작품들에서는 1루타를 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에서는 2루타를 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따금씩은 <로즈 매더(Rose Madder)>처럼 내야 플라이 아웃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어떤 책을 집필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지요. 와우, 내가 큰 거 한 방 날렸어, 그러면 정말로 야구장을 넘기는 큰 홈런을 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독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킹은 새로 집필하게 될 작품들에 관해 밝혔습니다.
(1) 피터 스트라우브와 공저한, 잭 소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부적>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 집필될 예정입니다. 잭 소여가 현실세계에서 인기 TV시리즈 <24>와 같은 종류의 모험을 펼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2) 킹은 새로운 소설을 구상 중입니다.
[한 부부가 밤 늦게 고속도로를 운전 중이다. 그들이 휴게소에 도착하고, 아내는 남편한테 휴게소 안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달라고 부탁한다. 남편이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휴게소에 주차된 유일한 나머지 차량에서 한 남자가 나와 지도를 가지고 남편한테 접근한다. 그가 남편한테 방향을 묻고, 남편이 지도를 보려고 몸을 숙이자, 사내는 남편의 머리를 총으로 쏴버린다. 그러는 동안 또 다른 남자가 차로 접근해오고 이제는 아내한테 총을 들이댄다. 지도를 가진 사내가 다가오고 차 뒷좌석에서 그 부부의 아기를 꺼낸다. 사내들이 아내한테 말한다. "우리가 명령하는 대로만 정확히 행동해라, 안 그러면 24시간 안에 우리는 네 아기를 전자렌지 속에 집어넣고 구워버리겠다." 아내는 "완벽한 유도탄" 신세가 돼버린다.]
킹이 ABC방송국의 "굿 모닝 아메리카" 방송에 나와 신작소설 <Lisey's Story>에 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 킹의 단편소설 <Willa>가 플레이보이 잡지 1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이 단편소설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라고 합니다.
♣ 킹이 신작소설 <Duma Key>의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원고가 편집자한테서 돌아오는 대로 퇴고 작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2006. 10. 11.
☞ 스티븐 킹이 미국 미스터리 작가협회(MWA)가 수여하는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 상은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중요한 공헌을 하고 꾸준히 훌륭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한테 수여하는 상입니다. 킹을 수상자로 선정한 데 대해 작가협회 관계자는 "킹은 에드가 앨런 포의 후계자다. 킹은 시도하는 것마다 걸출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드문 작가다. 그는 두려움을 모르는 작가다."라고 말합니다.
킹이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말합니다.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게 됨으로써 저의 위대한 우상들과 선생님들, 존 D. 맥도널드, 에드 맥베인,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같은 분들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되어 기쁩니다. 이 상은 개인적으로 제게 무척이나 의미가 깊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은 두 가지 요소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주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쓰기의 중요성과 이야기 말하기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 말입니다."
킹은 2007년 4월에 MWA가 주최하는 에드가 상 시상식장에서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게 될 예정입니다.
2006. 10. 4.
☞ 일본 文藝春秋 출판사에서 스티븐 킹 단편집 <Nightmares & Dreamscapes>를 4권 분량으로 번역출간하고 있습니다.
3권째 책이 나왔습니다. 일본판 제목은 <메이플 스트리트의 집(メイプル·ストリ-トの家)>입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CNN 헤드라인 뉴스의 앵커 낸시 그레이스를 공개적으로 비난합니다(도저히 그녀를 두 눈 뜨고 지켜봐줄 수가 없다는 절친한 동료 작가 존 그리샴의 말도 소개합니다). 유아 실종사건을 다루는 와중에 용의자로 떠오른 유아 엄마를 대상으로 낸시 그레이스가 강압적인 인터뷰를 감행하고 나서 그 엄마는 총으로 자살을 해버립니다. 앵커로서의 성공을 위해 그런 비인간적인 취재를 감행하고, 방송사는 시청률을 위해 그런 비인간적인 취재 영상을 방영해 버리는 현실을 킹은 어이없어 합니다.
킹은 자신의 소설 <런닝맨(The Running Man)>에서 시청자들이 TV로 잔혹한 현실을 오락거리 삼아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소설 속의 이야기가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면서, 낸시 그레이스 같은 파렴치한 인물의 낯짝이 화려하게 등장하는 오락화된 언론의 행태를 비난합니다.
이 글에서 킹은 별로 화려할 것 없는 글쓰기의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이른 바 "작가 생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는 것일 뿐이라는 군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한데, 어떤 장소든 상관 없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한데, 어떤 시간이든 상관 없답니다. 올여름 초에 킹의 아내와 아들이 도서관 행사에 참석하러 가있는 동안, 킹은 개를 돌보았습니다. 포동포동하고 활기찬 웰시 코기 종의 개 "프로도"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그늘 진 벤치를 찾아서는, 노트북으로 신작소설 4페이지를 썼습니다.
킹은 엉덩이를 깔고 앉아 고심하는 와중에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가 글이 폭발하는 순간의 희열을 이야기합니다.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는 게 글쓰기를 배우는데 도움이 될까? 킹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글쓰기는 누가 가르쳐준다고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글쓰기를 익히는 방법은 독서를 통해서, 그리고 직접 글을 써보는 것을 통해서입니다. 모두 다 혼자서 해야만하는 일인 것이죠.
2006. 10. 1.
☞ 미국에서 10월 24일 출간예정인 신작소설 <Lisey's Story> 홍보를 위해 킹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인터뷰에서 킹은 진정으로 좋은 책을 쓴다는 것은 파도타기 하는 사람이 점점 더 커다란 파도와 만나 균형을 유지하는 대단한 경험이라고 말하며, <Lisey's Story>가 바로 그러한 경험을 겪게 해준 책이라고 평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초판 110만부를 찍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킹은 3년 전에 폐렴으로 거의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나서 회복하는 동안 <Lisey's Story>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했더니 아내가 킹의 집필실을 새로 인테리어한다고 공사를 벌여놨더랍니다. 황량하게 변한 집필실 안에 들어간 순간 킹은 사람이 죽고 난 후의 광경을 보는 것만 같았고 유령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소설 <Lisey's Story>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할 때 킹은 "스토리가 언어보다 우선시된다. 단어에 대한 사랑이 우선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킹은 "언어가 예전보다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변화의 일부 요인으로는 그가 더욱 많은 시들을 읽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D. H. 로렌스, 리처드 윌버, 제임스 디키를 꼽았습니다.
몇 년전 은퇴 선언을 해서 팬들을 놀래켰던 일에 대해 킹이 말합니다. "그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교통사고 부상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거든." 어찌됐든 그는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하니까 집필하고 싶은 기분이 들고 말았다. 내가 그 밖에 달리 뭐 할 일이 있었겠나? 낙하산 탈 줄도 모르는데."
☞ 미국에서 10월 출간예정인 스티븐 킹 신작소설 <Lisey's Story>의 폴란드판 표지와 영국판 표지를 구경해 보세요.
이 작품의 홍보를 위해 킹은 11월 초에 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2006. 9. 6.
☞ 한 주간에 있었던 킹의 문화활동을 보여주는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 메뉴 Stephen's Picks에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 2006년 9월 4일 주간
Kelly Braffet의 소설 <Last Seen Leaving> 읽는 중 - 딸을 찾는 엄마에 관한 훌륭한 서스펜스 소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편들이 속출한다.
Mark Childress의 소설 <One Mississippi> 읽는 중 - 10년간의 독서생활에서 맛 본 가장 웃기는 소설! 만약 당신이 양장본 소설을 구입한다면, 이 작품을 사라. 만약 당신이 <The Lovely Bones>나 <Water for Elephants> 같은 것을 좋아했다면, 이 작품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 <Crank>를 보는 것에 관해 경고하다 - 만약 그 영화 보려고 당신이 낼 돈이 직접 말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차라리 공수병 걸린 족제비들한테 산 채로 잡아먹히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이 경고를 가볍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반<Last Man Standing> 듣는 중 - 제리 리 루이스가 존 포거티, 브루스 스프링스틴 같은 음악가들과 듀엣을 한다... 훌륭한 록앤롤 음반이야!
이 칼럼에서 킹은 TV 드라마 "와이어(The Wire)"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경찰과 마약 조직이 벌이는 처절한 전쟁은 형사 드라마의 고전 "마이애미 바이스"를 뺨칠 정도라는 군요. 킹은 "와이어"가 나날이 수준이 높아져가고 있으며, 걸작 TV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911 사태를 다룬 영화 <United 93>을 무척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이 쓴 리뷰 기사에 대해서는 불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거의 모든 리뷰들이 "이 영화는 훌륭하지만, 911 사태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현 시점에서 관객들에게 불편한 기분을 줄 수도 있으니 관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시라"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다고요. 킹은 그것이 평론가들이 쓸데 없이 배려한답시고 대중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United 93>과 같은 해에 개봉한 엘리 로스 감독의 잔혹한 영화 <호스텔>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그 무슨 쓸데 없는 충고냐고요.
킹은 그러한 쓸데 없는 배려를 하고픈 태도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나오는 뉴스 필름들을 보도 통제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같은 동네 사는 장발족 셰인 레오나드의 올여름 흥행 영화들 예언을 소개합니다. 킹의 말에 따르면 이 장발족은 대단한 영화광으로서 흥행 예측에 관해서라면 최고라고 하네요.
[흥행 성공의 전당]
♣ 다빈치 코드: 유명 원작소설이 흥행배우 톰 행크스를 만났고, 게다가 행크스와 궁합이 잘 맞는 론 하워드 감독까지 가세했다.(킹의 예감: 이제는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줄거리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는 상황이므로, 흥행이 영화 '헐크'처럼 빠르게 곤두박질칠 지도 모르지.)
♣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 이 영화는 엄마들이 자식들을 끌고 가서 볼만한 가족용 영화이니, 장발족과 킹 모두 엄청난 인파의 물결을 예상한다.
♣ 엑스맨3-라스트 스탠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빠졌다한들 무슨 상관이랴? 전작의 모든 배우들이 다시 돌아왔고, 스토리도 멋져보이는 걸.
♣ 포세이돈: 장발족은 말한다. "아 글쎄, 해마다 여름에는 우리가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것을 깨우쳐줄 재난 영화가 필요하다니까요. '포세이돈'이 올여름에 '투모로우' 같은 영화가 될 거에요. 게다가 그 영화들은 개봉일까지 비슷해요. 그러니 결과야 보나마나죠."
♣ 미션 임파서블 3: 장발족은 말한다. "톰 크루즈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소파에서 방방 뛰느라 20년간 쌓아온 경력을 무너뜨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션3가 흥행할 거라 생각해요. 이유? 세 단어가 있잖아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그는 올해의 한니발 렉터가 될 거라고요."(킹의 예감: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미션3가 약해 보인다. 그리고 크루즈가 국가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런 이유 중 하나다.)
[흥행 실패의 전당]
♣ 오멘: 장발족은 바보 같은 리메이크에 바보 같은 개봉 날짜(2006년 6월 6일)라고 말하고, 나도 동의한다.
♣ An American Haunting: 여름에 개봉하지 않았던 "에밀리 로즈의 엑소시즘"이 거둔 깜짝 성공에 편승하려는 시도. 장발족은 이 영화가 10월에 개봉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한다.
♣ The Break-Up: 제니퍼 애니스톤이 재능은 있으나 운이 없어서 작은 영화에서는 빛나지만 이상하게도 큰 영화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공연한다.
♣ Clerks 2: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에서 토트 소령이 인디아나한테 했던 말. "그 시대는 지나간 과거야." 이 속편 영화에도 같은 말을 해줄 수도 있겠지.
♣ 레이디 인 더 워터: 에어컨은 고장났고 TV에서 방송해줄 때까지 참을 수 없을 때, 8월의 화요일 밤에 극장 가서 보면 좋을 영화. 어이쿠.
[깜짝 흥행의 전당]
♣ 나초 리브레: 예고편은 굉장했지만, 같은 감독이 각본/연출했던 전작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도 마찬가지였었다. "나초 리브레"에는 독보적인 배우 잭 블랙이 있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음의 울림이 있을 지도 모른다.
♣ 몬스터 하우스: 이 영화는 "폴라 익스프레스"다... 오싹한 요소들을 첨가한.
Entertainment Weekly 잡지의 필자 중 한 명이 잡지 칼럼에서 스티븐 킹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킹이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제 같은 잡지의 동료가 되었으니 사무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과 기대를 품었는데, 킹은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기만할 뿐 한 번도 사무실에 온 적이 없어서 슬프다고요. 나는 킹을 만나고 싶어!
그러자 그 칼럼을 감명 깊게 읽은 스티븐 킹이 잡지사 사무실을 방문해서 그 칼럼을 쓴 필자와 알콩달콩한 만남을 가졌습니다(링크 사이트의 중간쯤에 두 사람이 찍은 어색한 사진이 있습니다).
악몽을 꾸느냐는 질문을 받자 킹이 답합니다. "일하는 것이 나의 잠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일하지 않을 때는 악몽을 꾸게 됩니다. 그래도 달콤한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
메인 주에 본가가 있긴 하지만 이 인터뷰를 하던 때 킹은 플로리다 주에 있는 집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자식들이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나있었을 때, 메인 주에 심각한 얼음 폭풍이 불어닥쳤죠. 그리고 아내와 나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게 맘에 들 턱이 있나?'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답니다." 그 후로 킹은 메인 주와 플로리다 주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킹은 내년에 60살로 접어듭니다. 불안하십니까? "어안이 벙벙하네요. 80살 정도는 돼야 나이 들었다고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