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 / Danse Macabre

작품 감상문 2007. 5. 11. 01:58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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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se Macabre

(1981년 공포예술비평서)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 미국 대중예술 중 공포장르만 모아서 일반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한 책이다. 영화, TV, 라디오, 소설 중에서 스티븐 킹이 직접 고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1957년 킹이 열살때 극장에서 '지구 대 비행접시'라는 외계인 침략영화를 보다가 미국보다 먼저 소련인들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공포로부터 시작해 그가 성장하면서 공포스럽게 체험한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국 공포장르에서 우리가 모르는 고전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고전들에서 스티븐 킹 작품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킹도 결국 혼자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먼 옛날부터 활동한 선배들의 영향 속에서 창조적 모방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것이다.

부록에는 킹이 추천하는 영화와 소설의 목록이 쫙 깔려있다. 강추천작에는 친절하게도 *표시를 해 주었다. 킹의 추천작들을 접해 본다면 킹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공포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추천목록에서 한국의 독자들도 알만한 작품을 보자면, 영화에는 에일리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엑소시스트,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할로윈,죠스 등이 있다. 소설로는 사이코, 파리대왕, 로즈마리의 아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이 있다.

책의 결말부분에 가면 대중예술에서 표현되는 폭력이 실제 범죄를 유발시킨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서 스티븐 킹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부분이 있다. 킹이 의견을 말하면서 간간이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했는데 몇가지를 살펴 보기로 하자.

1) 옆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문제의 옆집에서 경찰이 발견한 것은 온통 피로 가득한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찍한 사실도. 그 집에 사는 젊은 남자가 아주 담담하게 범행사실을 인정했다. 파이프몽둥이로 자기 할머니를 살해한 후 목을 절단했다는 것이다.

"할머니 피가 필요했어요." 그 젊은이가 경찰에게 조용히 얘기했다. "나는 뱀파이어에요. 할머니 피가 없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거에요."

경찰은 그의 방에서 뱀파이어와 관련된 잡지기사, 만화책, 소설책들을 찾아냈다.

2) 1960년 오하이오. 외롭게 생활하고 있던 한 청년이 '사이코'라는 영화를 다섯번이나 보고서 극장문을 나섰다. 이 청년이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할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나중에 의사는 시체에서 칼자국을 40군데나 발견했다.

왜 그랬지? 경찰이 물었다.

목소리들. 청년이 대답했다. 목소리들이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말해 주었어요.

3) 1980년 1월. 한 여자와 그녀의 어머니가 여자의 생후 3개월된 아기문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아기는 항상 울기만 했다. 두사람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엑소시스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어린 소녀처럼 여자의 아기도 악마에게 홀린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아기에게 가솔린을 뿌리고서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불을 붙였다. 화상치료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3일동안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4) 1977년 보스턴. 한 청년이 갖가지 주방도구를 사용해 여자를 살해했다. 경찰은 그 청년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영화 '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영화에서 캐리라는 여자 주인공은 코르크마개를 따는 송곳과 감자껍질 벗기는 칼을 포함한 수많은 주방도구로 자기 엄마를 살인한다. 캐리가 미사일처럼 날려보낸 주방도구들에 의해 엄마는 말그대로 벽에 박혀 죽는다.

5) 1969년 로스 앤젤레스. 나중에 심장마비로 욕조 안에서 사망하게 되는 가수 짐 모리슨은 The End라는 노래 끝부분에서 '죽여, 죽여, 죽여'라고 읊조리며 노래했다. 10년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지옥의 묵시록이란 영화의 처음부분에 그 노래를 삽입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칼로 도려낸 사람의 귀를 손에 들고 수줍게 웃고 있는 미군 병사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리고 로스 앤젤레스 근교에서 꼬마아이가 손가락으로 동생의 눈을 뽑아냈다. 꼬마가 얘기하기를 자기는 단지 바보 삼총사(Three Stooges)라는 코미디시리즈에서 보았던 두손가락으로 눈찌르기를 흉내내려 했었다고 한다. TV에서는 바보 삼총사가 그런 행동을 해도 아무도 다치는 사람이 없었다고 꼬마는 울면서 말했다.

6) "당신의 영화 '사이코'의 샤워장면에서 보여지는 폭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평론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물었다.

"'내사랑 히로시마' 영화에서 나오는 오프닝 장면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히치콕이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1959년 당시 미국인들의 기준으로는 대단히 혐오스럽게 받아들여지던 그 오프닝장면에서는 엠마뉴엘 리버와 엘리지 오까다가 벌거벗은 채 서로를 껴안고 있다.

"그 오프닝장면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죠." 평론가가 대답했다.

"'사이코'의 샤워장면도 마찬가집니다." 히치콕이 대답했다.

7) 1980년 볼티모어. 한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베트남에 참전했었고 약물중독 경력도 있는 전직군인이 여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도 지난 시절의 전투현장에 와있는듯이 착각하는 정신질환을 앓아왔다. 그녀는 예전에도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그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때로는 이리저리 건들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비틀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큰소리로 거칠게 주위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부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대장!" 그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를 그가 공격해 왔다. 나중에 경찰은 그가 마약 살 돈을 구하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 이유 따위는 별 상관없게 됐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건 그는 죽어버렸으니까. 불행히도 그가 고른 상대는 터프한 여자였다. 그녀는 호신용으로 칼을 지니고 있었다. 반항하는 과정에서, 여자는 칼을 사용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전직군인이었던 흑인이 하수구 도랑에 죽은채로 누워 있었다.

그때 무슨 책을 읽고 있었던 거지요? 나중에 기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기자에게 스티븐 킹의 소설 The Stand를 보여 주었다.

자 그럼 대중예술이 폭력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공포소설의 왕 스티븐 킹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사실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잊어먹었다. -_-) 그리고 당신의 의견은?

p.s. 원서에 관해 이 감상문을 쓰고 나서 몇 년 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이 책의 한국어판 "죽음의 무도"를 번역출간하였다.
         번역자는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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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Shift

(1978년 단편소설집)

Night Shift는 킹의 첫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그래서 킹의 현재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뭐랄까 인간과 인생의 불안정성같은 심오한 스토리대신 젊은 나이답게 심플하고 직접적인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각 단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마을주민들에게 평판이 안좋은 집을 물려받아 살게된 남자의 오싹오싹 공포체험.

2) 평소에 사람손길이 닿지 않는 공장지하를 청소하게 된 사람들의 체험! 삶의 현장.

3) 치료불가능한 전염병 앞에서 한가로이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

4) 손바닥에 눈들이 생겨난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그러나 우습지 않은 스토리전개.

5) 과거의 약초와 현대의 제약회사가 만나면 괴물이 탄생한다. 세탁공장에서.

6) 술을 너무 좋아하다간 고양이를 잡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그냥 몸이 둘로 나누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을 '인간이 아니다'라고 부른다.

7) 장난감병정을 가지고 놀던 때가 있었지.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장난감과 다투기도 한다.

8) 자동차는 참 답답할 것이다. 사람들이 핸들 꺽는대로만 움직여야 하니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트럭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빵빵~

9) 어른이 되어서 어릴때 자기를 괴롭히던 애들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그 애들이 하나도 변치 않았다면? 얼굴도, 키도, 하는 짓도.

10) 봄에 안개가 자욱하게 서리면 일이 벌어진다. 물론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11) 베란다에서 시작해 벽에 박힌 벽돌을 발판삼아 아파트 건물둘레를 한바퀴 죽 돌아보려거든 비둘기를 조심하십시오. 아파트 안은 사람사는 데지만, 아파트 밖은 비둘기파 구역이거든요.

12)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앗, 당신은 누구시죠? 네? 담배는 내 와이프한테 나쁘다구요? 그렇긴하죠, 담배연기때문에. 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담배피면 당신이 내 아내를 나쁘게 한다구요? 뭐야 당신!

13) 전 여자들이 원하는 걸 미리 알 수 있답니다. 척척 알아서 해주죠. 그런데도 여자들은 절 싫다네요. 역시 사랑은 쉬운 게 아냐.

14) 옥수수밭에는 옥수수의 신이 살고 있다. 강냉이를 만드는 신일까?

15)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는 아픔으로 남는 때가 있다. 죽고 싶을때.

16) 누군가 그랬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스티븐 킹은 그 말을 안 믿는 것 같다.

17) 살렘즈랏은 흡혈귀 마을이다. 어느 눈오는 날, 하필 그 곳에 고립돼 버린 사람들을 구하러 용감한 사람들이 나선다. 차라리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18) 사랑하는 사람이 짐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련없이 짐을 내려놓아야 하나? 언제까지나 대책없이 짐을 지고 있어야 하나? 그 짐이 자기 어머니라면?

위의 18편이 Night Shift에 수록된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위의 내용이 아마 뭐가 뭔지 몰라서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단편인데 조금만 얘기해도 스토리가 너무 뻔하게 드러나지 않겠는가? 나중에 작품을 대할 사람들을 위해서 여지를 남겨둔 것이니 이해바랍니다.

이 단편들 중 15번 소설은 공포소설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좋다. 당신도 언젠가 한번 꼭 읽을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제목은 'The Last Rung on the Ladder'이다. Night Shift에는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거장 존 D 맥도널드(트래비스 맥기 시리즈, 케이프 피어 등으로 유명)가 쓴 서문이 실려 있다. 그는 15번 소설을 Night Shift에 실린 단편들 중 보석같은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단편집 Night Shift는 국내에 <스티븐 킹 단편집>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위의 단편들 중에는 영화화 된 것도 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있을 것 같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옥수수밭의 아이들(14번)'과 '스티븐 킹의 컴백(9번)'이다. 그 나머지 단편에 대해서는 심증은 가는데 확증이 없다.

위의 단편 중 <금연 주식회사>와 <벼랑>에다 에피소드 하나를 더 붙여 스티븐 킹은 <캣츠 아이(Cat's Eye)>라는 영화의 각본을 썼다. 이 영화는 국내에 비디오와 DVD로 출시되었다. 여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깜직한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영화이니 꼭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살렘스 롯 / 'Salem's Lot

작품 감상문 2007. 5. 11. 00:56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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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m's Lot

(1975년 소설)

'Salem's Lot은 스티븐 킹의 두 번째 소설이면서 확실하게 킹으로 하여금 공포의 달인이라는 칭호을 받게 만든 작품이다. 드라큘라를 소재로 만든 피에 굶주린 소설이다.

메인주 살렘즈랏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마스턴이라는 사이코살인마가 살다 죽은 텅 빈 집이 있다. 그 집에 발러라는 작자가 이사를 오고, 마을에 골동품가게를 열어 장사를 한다. 그러나 발러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가 대외적인 일을 도맡아한다.

그러다 살렘즈랏 마을의 소년이 집을 나갔다 사망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버지는 관 속의 아들을 보고 오열하지만 밤이 되자 죽은 아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아버지를 찾아온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서. 그 후로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그 죽은이들이 밤마다 송곳니를 세우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

마을이 소리없이 황폐해지는 원인을 알아챈 소설가, 공포매니아 소년, 마을의사, 성당신부 네사람은 마스턴하우스로 쳐들어간다. 그러다 결국엔 한명은 폐인이 되어 마을을 떠나고 또 한명은 수십개의 식칼에 찔려 죽는다. 주위의 부모, 연인들도 하나둘 흡혈귀로 변하고... 남은 두명이 드라큘라의 은신처를 찾아낸다. 그렇지만 이런! 벌써 해가 저물고 있지 않은가. 이봐, 두친구. 서두르라구. 해가 지면 드라큘라가 관을 뚫고 나와서 자네들 목을 딸꺼야. 어두워지고 나면 아무리 자네들이 성수와 십자가와 마늘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그를 못당할껄. 게다가 전부 흡혈귀로 변한 마을 사람들이 떼로 공격해 올 것 아닌가. 서둘러 이친구들아! 그 두사람은 알았다고 하면서 망치와 말뚝을 들고 어두침침한 지하실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백발노인이었다가 사람들의 피를 빨수록 점점 젊어지는 드라큘라의 분위기가 소설을 압도한다. 게다가 그는 소설에서 3분의 1이 지나도록 모습은 안보이고,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만 설쳐대서 독자를 안달나게 만든다. 팽팽한 긴장이 독자의 눈을 책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나도 눈을 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감동.

킹은 그의 문화비평서 Danse Macabre에서 'Salem's Lot이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소설가 딘 R 쿤츠가 말했듯이 누구나 관, 십자가, 마늘, 음침한 지하실이 나오는 드라큘라 소설을 쓰지만 그저 삼류취급 받고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킹은 성공을 거두었다. 생생하게 흡혈귀의 공포를 그려냈던 것이다. 드라큘라에게 망가져가는 살렘즈랏 마을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마치 자기 마을 일인것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이 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살렘스 롯>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Salem's Lot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토비 후퍼 감독에 의해 1979년에 TV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국내 방영 당시의 제목은 <공포의 별장>. 해외에서는 이미 DVD로도 나와있던데, 국내에도 출시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Salem's Lot은 2004년 로브 로우, 키퍼 서덜랜드, 루트거 하우어 등의 유명배우가 참여해서 리메이크되기도 했으며, 국내에 <스티븐 킹의 세일럼즈 롯>이라는 제목으로 DVD 출시되었다.

캐리 / Carrie

작품 감상문 2007. 5. 11. 00:45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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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ie

(1974년 소설)

Carrie는 스티븐 킹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전까지는 간간이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는 수준이었고, 그저 무명작가에 지나지 않았다. 킹 자신도 자신의 첫 작품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 들어서 Carrie를 사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성공이었다. 무명의 세월동안 가족부양의 책임때문에 고교교사를 하고 있던 킹은 첫 성공을 거둔 이후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행진을 놓치지 않았고, 미국대중문화를 리드하는 국가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캐리 화이트라는 여고생이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속칭 '왕따' 줄여서 '따')당하는 학생이다. 캐리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저 놀림의 대상일 뿐이다. 그녀에게는 성경말씀에 광적인 엄마가 있다. 성경에 벗어나는 행동은 죄악이라면서, 날라리되지 말라고 캐리에게 초라한 옷차림을 강요하고 주님의 벌이라면서 툭하면 옷장 속에 가두어 놓는다. 부부관계를 죄악으로 여기고, 그런 행위로 태어난 캐리를 미워하고 있다. 학교에선 애들한테 시달려, 집에 와선 엄마한테 시달려. 이러니 애가 제대로 클 수 있겠는가. 캐리는 언제나 우울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학교체육관 여학생 샤워실에서 캐리는 첫 생리를 하게 된다. 섹스를 죄악시여기는 엄마가 생리에 관해 제대로 알려 주었을리 없다. 캐리는 과다출혈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겁에 질린다. 늦게 찾아온 생리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캐리에게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야유를 퍼붓는다. 캐리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조퇴를 한다. 그런데 첫 생리와 함께 그녀에게 초능력이 생긴다. 마음먹은 대로 주위의 사물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졸업기념 댄스파티는 모든 학생의 꿈이고, 캐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남학생이 선뜻 캐리같은 왕따에게 파트너가 되어주겠는가. 그런데 샤워실에서 야유를 퍼붓던 여학생들 중에 그래도 비교적 착한 여학생이 있었다. 비교적 착한 여학생은 미안한 마음에 교내에서 제일 인기있는 자기 남자친구를 캐리와 댄스파티 파트너가 되게 해준다. 캐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된다. 하지만 샤워실사건 주동자로서 정학을 먹은 비교적 나쁜 여학생이 캐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드디어 댄스파티의 밤은 오고, 캐리는 집에서 재봉틀로 정성껏 만든 드레스를 입고 멋진 파트너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끼야아아아아악~~~ 피의 파티가 벌어진다.

이 소설의 주제는 '밟으면 꿈틀한다'인 것 같다.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반성했으면 좋겠다. 왕따시키다 잘못하면 니가 죽을 수도 있딴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소설과 같은 일이 한 10번정도 실제로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챙겨주고 도와 주어야 할 약자를 거리낌없이 짓밟아 버리는 왕따가 좀 줄어들지는 않을까?

Carrie는 스티븐 킹의 첫 장편이지만, 무명시절 닦아온 실력을 발휘해서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파티장에서 시작되는 그 엄청난 광란의 묘사가 압권이다.

사실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질 운명이었다. 스티븐 킹은 Carrie를 집필하면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캐리라는 왕따 캐릭터에게 별로 정이 안가더란다. 점점 글쓰는 것이 지겨워져서 마침내는 원고를 박박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휴지통을 비우던 킹의 아내가 원고를 발견하고 종이를 일일이 다 펴고 담뱃재를 다 털어 내고서 꼼꼼이 읽어본다. 아내는 멋진 소설이 될 것을 예감하고 남편에게 달려가서 원고를 완성시킬 것을 강요한다. (미저리냐?) 킹은 아내에게서 여학생의 심리 등을 조언받아서 휴지통 속에 들어갔던 원고를 완성시키게 되고, 그것이 세상에 출판되어 빛을 보게된 것이 그의 출세작 Carrie가 된 것이다. Carrie의 성공을 지켜 보면서 킹의 아내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소설 Carrie는 국내에 <캐리>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와 한진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소설의 성공에 힘입어 Carrie는 드레스 투 킬, 언터처블,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역시 성공을 거둔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공포영화코너에 있을 것이니 빌려보는 것을 강추천! (근데 우리 동네가게엔 없네. 그래서 난 못봤다.)

덧붙여 <캐리>는 2002년에 TV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방송국에서는 이 리메이크 영화가 성공하면 TV시리즈로 만들려는 계획(캐리가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며 모험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이 TV영화 <캐리>는 혹평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2006년 하반기 뉴스

뉴스 2007. 5. 11. 00:26 posted by 조재형
 

2006. 12. 22.

☞ 킹의 단편소설들로 만든 만화책 <Secretary of Dreams>가 미국에서 출간되었는 데요, 이 만화책의 제2권이 제작 중입니다.

만화책 제2권에 수록될 킹의 단편소설 6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숭이(The Monkey)

♣ 회색 물질(Gray Matter)

♣ 노나(Nona)

♣ 딸기봄(Strawberry Spring)

♣ 도로를 위해 한잔(One for the Road)

♣ In the Deathroom

 

2006. 12. 21.

☞ 미국에서 2007년 2월 마블 코믹스를 통해 출간되는 다크 타워 만화책의 공식사이트가 개설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2월에 개최되는 뉴욕 코믹 컨벤션에 킹이 참석할 것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다크 타워 만화책의 동영상 예고편을 감상해 보세요.

 

USA Today에 다크 타워 만화책 출간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서 킹은 아마도 다크 타워 소설이 결코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이번 만화 출간이 소설의 가장 마지막 변신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킹은 만화화 프로젝트에서 마블 코믹스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작업했는데, 만화로 나온 결과물이 마냥 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공동작업임을 감안할 때 결과물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마블 코믹스에서는 7권짜리로 기획된 다크 타워 만화의 제1권(48쪽, 3.99달러)을 수십만 부 인쇄해서, 신년 만화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계획입니다(7권 전부를 합친 양장본 만화책은 2007년 가을에 출간 예정).

킹은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즐겨보았고 만화는 킹의 소설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면서, 특히 <살렘스 롯>과 <스탠드>를 예로 들었습니다.

배트맨이 좋으냐 슈퍼맨이 좋으냐는 질문에 킹이 답합니다. "당연히 배트맨이지. 슈퍼맨은 너무나 우라지게 완벽했어."

 

USA Today에서는 다크 타워 만화책에 관한 질문답변 기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킹은 만화책의 이야기 전개과정을 정하는데 깊숙히 관여했고, 이야기가 총잡이 롤랜드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 외에는 마블 코믹스의 전문가들한테 많은 재량권을 주었습니다.

 

위 기사들에 나온 다크 타워 만화의 이미지 3개를 구경해 보세요.

[이미지 1]  [이미지 2]  [이미지 3]

 

마블 코믹스에서 제작한 다크 타워 만화책 홍보물품들을 구경해 보세요. 설정자료집, 포스터, 출간예정작 소개 책자, 홍보용 우편엽서입니다.

 

다크 타워 만화책 제2권의 표지를 구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