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 Different Seasons

작품 감상문 2007.05.11 02:12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Different Seasons

(1982년 소설)

위 표지는 영언문화사에서 출간한 Different Seasons의 한국어판 표지이다. 제목은 단순히 스탠 바이 미라고 되어 있다. 제목만 보고 소설 하나만 들어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4편의 중편소설이 들어있다.

Different Seasons는 <스탠 바이 미> 외에도 <사계(신우)>, <쇼생크 탈출(영언문화사)>, <미드나잇 시즌(대산출판사)>, <스티븐 킹의 사계(황금가지출판사)>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어 있다.

Different Seasons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주제로 총 4편의 중편소설이 들어있다. 스티븐 킹이 에필로그에서 밝혔다시피 단편으로 발표하기에는 너무 길고, 장편소설로 출판하기에는 너무 짧은 소설 4편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이다.

봄: '쇼생크탈출 Rita Hayworth & Shawshank Redemption'.

이 소설은 쇼쌩크 주립 교도소에서 복무중인 레드라는 죄수가 자신이 보았던 한 죄수의 일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앤디라는 죄수가 들어온다. 그는 부유한 은행가였지만, 불륜을 저리른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죄로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유죄를 선고받는다. 젊고 잘생긴 앤디는 교도소에서 '자매들'이라는 게이죄수들한테 수시로 강간의 위협을 받는다. 그는 맞서 싸운다. (그러나 항상 승리하지는 못한다.) 앤디는 죄수들한테 몰래 물건을 구해다주던 레드에게 다가와 지질학에 취미가 있었다면서 감방에서 남는 시간동안 암석조각을 하려고 하니 돌을 다듬는 작은 망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물건을 전해주는 것을 계기로 그들은 친구가 된다.

아주 오랜 수감기간동안 앤디는 은행가였던 경력을 살려 간수들의 세금상담을 해주게 되고 교도소장의 눈에 들어 그의 불법적인 재산축적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앤디는 교도소 안에 방치돼 있던 도서관을 끈기와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새롭게 단장해서 죄수들에게 휴식처를 준다. 또 앤디는 레드에게 얻은 미녀배우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를 감방 안에 붙여둔다. 앤디는 언제나 위험에 맞서 싸운다. 항상 이기지는 못하고 때로는 타협할 줄도 안다. 교도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러나 마음 속의 희망은 결코 지워버리지 않는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희망.

자, 단서는 제공되었다. 앤디에게는 돌 다듬는 작은 망치와 리타 헤이워드 포스터, 끈기, 열정, 그리고 희망이 있다. 그 준비물들을 가지고 그는 일을 추진한다.

소설내내 앤디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그의 성격을 반만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쇼쌩크탈출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웬만하면 구해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라본트 감독은 후에 또다른 킹의 소설 '그린마일'도 감독하였다.

영화 <쇼생크 탈출>은 국내에 비디오뿐만 아니라 DVD로도 출시되어 있다.

여름: '영리한 학생 Apt Pupil'.

토드라는 아이가 친구집에서 본 전쟁잡지에 실린 기사에서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유태인수용소에서 저지른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알게 되고 흥미를 가진다. 공교롭게도 토드는 마을에 사는 아서라는 노인이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유명한 나치장교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나치를 부인하는 아서를 꼬마 토드는 협박해서 그로부터 유태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토드는 재미를 붙여 아서를 자주 방문하게 되고 횟수를 거듭할 수록 토드는 아서에 동화되어 마음속에 광기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오랜세월 숨어살던 아서도 토드 앞에서 과거를 얘기하면서 억눌렸던 나치 특유의 광기가 되살아난다. 세월은 흘렀고 두사람도 나이를 먹었지만 둘 사이의 유대는 변함없고 광기는 주체할 수 없게 폭발한다. 토드는 성적이 마구 추락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남들 몰래 살인을 저지른다. 아서도 동물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다 한단계 강도를 높여 사람사냥에 나선다. 결국 둘의 운명은.....

좀비가 나오는 공포소설은 아니지만, 은근히 사람을 긴장시키는 심리소설이다. 특히 토드가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압권이다. 그 마지막의 광기란... 이 소설의 주제는 '아이에게는 교육환경이 중요하다'가 아닐까? 토드가 아서가 살고 있는 동네에 거주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의 탈을 쓴 두마리 괴물이 생겨나지는 않았을텐데. 2차대전 당시에도 나치가 독일이 아니라 말레이시아같은데 살았더라면 홀로코스트 같은 참극은 없었을텐데.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

이 소설은 유주얼 서스펙트, X맨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보면 주인의 안목에 따라서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출시제목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이다.

가을: '스탠 바이 미 The Body'

고든이라는 사람이 세친구가 전부 죽은뒤 1960년대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어린시절의 고든, 크리스, 테디, 번 이렇게 4명은 실종된 어린 소년의 시체를 찾아내 영웅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1년전에 의지하던 형이 죽은뒤라 고든에게는 이번 여행이 특별하다.

철길을 따라 가다 기차에 치일뻔하기도 하고, 거머리떼의 공격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그들은 시체를 찾아낸다. 그순간 동네 양아치들이 나타나 칼을 휘두르며 시체를 넘길 것을 요구하는데...

인생의 희미한 목표 앞에 닥친 좌절의 그림자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아픔과 성숙에 관한 우화였던 것 같다. 마치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처럼. 소설의 주인공 고든은 어린 시절의 여행을 통해 상실의 슬픔을 이겨낸 것 같았지만, 세월이 지나 또다시 친구를 상실하는 슬픔을 겪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한없이 넓은 슬픔의 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한조각 미소일 뿐인 것 같은 어설픈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로브 라이너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스티븐 킹도 무척 맘에 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요절한 청춘배우 리버 피닉스의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보면 웬만하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국내에 <스탠 바이 미>라는 제목의 DVD로도 출시되어 있다.

겨울: '호흡법 The Breathing Method'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무척 좋지 않았던 옛날(물론, 지금도 좋게 보지는 않지만), 산부인과에 미혼모가 찾아온다. 그녀는 사회적 냉대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낳기를 원한다. 의사는 그녀의 모성애에 동감하며 그녀에게 그 당시에는 낯선 방식이었던 라마즈호흡법을 가르친다. 아기를 좀 더 수월하게 낳기 위해 호흡을 깊고 천천히 규칙적으로 쉬는 분만법을 말한다.(지금은 유치원꼬마들도 애기낳기 놀이할 때 라마즈호흡법을 흉내낸다.) 어느 눈내리는 겨울날, 미혼모는 아기를 낳으려고 병원으로 오다 바로 병원문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사가 부서진 차 안으로 가보니 여자는 목이 날아간채 좌석에 앉아있다. 그 다음은...

앞의 봄, 여름, 가을 이야기와 달리 호흡법은 가장 스티븐 킹다운 공포를 선사한다. 봄,가을 이야기는 순수소설에 가깝고, 여름이야기는 심리소설에 가깝다. 그에 비해 겨울 이야기의 결말은 기괴하다. 나도 호흡법을 읽다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숨도 안쉬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영언문화사에서 출간된 한국어판 뒤에는 작가후기가 나와있다.후기에서 킹은 자신이 문학계의 맥도날드 햄버거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상한 산문을 알아보고 그에 대해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나 자신이 그런 것들을 쓴다는 것은 힘들며 때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시절 내 우상들은 괴기나 미스테리물을 쓰는 소설가들이었다. 소설가의 작품에서 고상함을 빼버리면 땅을 딛고 설  튼튼한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게 되는 거고  그 다리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 결과 나는 항상 될 수 있는 한 더 많은 노력을 하려고 애써왔다.

쿠조 / Cujo

작품 감상문 2007.05.11 02:06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Cujo

(1981년 소설)

예전에는 서울역 옆에 헌책방이 많았는데, 거기서 난 책들을 자주 구입했었다. 그 중 가장 아끼는 책은 영웅출조라는 제목의 해적판 만화 '근육맨'이다. 근데 지금은 헌책방들이 다 없어져 버렸다.(너무 노친네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나?) 위 표지는 도서출판 홍원에서 펴낸 Cujo의 한국판 '공중그네'이다. 서울역 헌책방에서 500원 정도를 주고 샀다.

도나라는 여자가 있다. 남편은 광고회사 일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통에 그녀는 바람을 피워왔다. 이제는 그만 둬야할 때라 생각하고 애인과 결별을 선언하지만, 애인은 그녀에게 화가 나서 남편에게 아내의 불륜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남편은 열받아서 집에 오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은 집에 없다.

도나는 차가 말썽을 피웠다. 그래서 아들을 옆에 태우고 차를 몰아 정비소에 간 것이다. 말썽을 부리던 차는 아주아주 다행스럽게도 정비소 바로 앞에서 주저앉아 버린다. 하지만 정비소 사람들은 마중을 나오지 않고 대신 덩치가 산만한 세인트버나드종 개 한마리가 떡 버티고 있다. 그  개의 이름은 '쿠조'이다. 쿠조는 얼마전 토끼를 쫓다가 토끼굴에서 박쥐에 물린 뒤로 광견병에 걸렸다. 쿠조는 정비소 사람들을 물어 죽이고 또다른 사냥감 도나를 발견한 것이다.

도나는 쿠조때문에 꿈쩍도 않는 차 안에 갇혀서 정비소 문을 바라본다. 문은 닫혀있다. 닫혀만 있을뿐 잠겨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친개가 방심한 틈을 타 차 문을 열고 얼른 뛰어 정비소 문을 열고 들어가 도로 문을 잠그면 된다. 개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오진 못할테니까. 그런다음 정비소 안에 있는 전화로 경찰을 부르면 되겠지. 도나는 옆좌석의 아들을 쳐다본다. 그날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날이다. 한낮의 땡볕 속에서 차 안의 온도는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아들은 누워서 점점 죽어가고 있다. 그래 빨리 정비소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경찰을 부르자. 그러나 혹시 문이 잠겨 있으면 어떡해? 문 손잡이를 돌렸을 때 철컥 소리와 함께 손잡이가 꿈쩍도 하지 않으면? 그럼 저 미친개가 쫓아와 등뒤에서 덮치겠지? 정비소 문은 잠겨 있을까, 열려 있을까? 도나는 이휘재의 인생극장처럼 두 개의 상황에서 고민한다. 그러다 정비소 문을 한번 바라본다. 그리고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본다. 또 그리고 차 앞에서 방심한 듯이 엎어져 있는 쿠조를 바라본다. 잠긴 문이냐 열린 문이냐. 아들의 목숨이냐 내 목숨이냐. 도나의 마음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도나씨. 아들을 구해야지요. 빨리 뛰쳐나가요.' '뭔소리여. 내가 죽은 다음에 아들이 살아나면 그게 뭔 소용이여. 도나씨. 쫌만 기다리면 사람들이 와서 구해주겠지요 뭐.' 그때 도나에게 무책임한 제3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티븐 킹에게 물어봐.'

이 소설의 마지막 결말부분에 가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묘사가 펼쳐진다. 여러분도 그 장면을 접해보시길. 때로 이 소설은 너무 작위적이다, 우연의 연속이다, 구성이 단순하다는 등의 말을 듣기도 하는 모양이다. 음... 그런 면도 있지만 일단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손에 땀을 쥐면서 읽게 될 것이다. 나는 너무 열중해서 읽은탓에 책을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워 했던 경험이 있다. 그 정도로 쿠조가 뿜어내는 위압감이 소설 전체의 매력을 꽉 채우는 멋진 소설이다.

Cujo는 영화화되었다. ET에서 주인공 소년의 어머니로 등장했던 디 월레스라는 여배우가 미친개와 사투를 벌이는 가정주부역을 훌륭히 해냈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광견병으로 몸부림치는 쿠조역을 맡은 개도 기대이상의 열연을 해냈었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쿠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수준높은 동네 비디오가게라면 꼭 챙겨두고 있을 것이다.(우리 동네엔 없어서 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의 영화평은 꼭 "해냈었다라고 한다"로 끝난다.)

p.s. 2016년 미스터리 맨션 출판사에서 "쿠조"라는 제목으로 전자책을 출간했다.

죽음의 무도 / Danse Macabre

작품 감상문 2007.05.11 01:58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Danse Macabre

(1981년 공포예술비평서)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 미국 대중예술 중 공포장르만 모아서 일반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한 책이다. 영화, TV, 라디오, 소설 중에서 스티븐 킹이 직접 고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1957년 킹이 열살때 극장에서 '지구 대 비행접시'라는 외계인 침략영화를 보다가 미국보다 먼저 소련인들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공포로부터 시작해 그가 성장하면서 공포스럽게 체험한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국 공포장르에서 우리가 모르는 고전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고전들에서 스티븐 킹 작품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킹도 결국 혼자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먼 옛날부터 활동한 선배들의 영향 속에서 창조적 모방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것이다.

부록에는 킹이 추천하는 영화와 소설의 목록이 쫙 깔려있다. 강추천작에는 친절하게도 *표시를 해 주었다. 킹의 추천작들을 접해 본다면 킹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공포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추천목록에서 한국의 독자들도 알만한 작품을 보자면, 영화에는 에일리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엑소시스트,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할로윈,죠스 등이 있다. 소설로는 사이코, 파리대왕, 로즈마리의 아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이 있다.

책의 결말부분에 가면 대중예술에서 표현되는 폭력이 실제 범죄를 유발시킨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서 스티븐 킹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부분이 있다. 킹이 의견을 말하면서 간간이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했는데 몇가지를 살펴 보기로 하자.

1) 옆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문제의 옆집에서 경찰이 발견한 것은 온통 피로 가득한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더욱 끔찍한 사실도. 그 집에 사는 젊은 남자가 아주 담담하게 범행사실을 인정했다. 파이프몽둥이로 자기 할머니를 살해한 후 목을 절단했다는 것이다.

"할머니 피가 필요했어요." 그 젊은이가 경찰에게 조용히 얘기했다. "나는 뱀파이어에요. 할머니 피가 없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거에요."

경찰은 그의 방에서 뱀파이어와 관련된 잡지기사, 만화책, 소설책들을 찾아냈다.

2) 1960년 오하이오. 외롭게 생활하고 있던 한 청년이 '사이코'라는 영화를 다섯번이나 보고서 극장문을 나섰다. 이 청년이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할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나중에 의사는 시체에서 칼자국을 40군데나 발견했다.

왜 그랬지? 경찰이 물었다.

목소리들. 청년이 대답했다. 목소리들이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말해 주었어요.

3) 1980년 1월. 한 여자와 그녀의 어머니가 여자의 생후 3개월된 아기문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다. 아기는 항상 울기만 했다. 두사람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엑소시스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어린 소녀처럼 여자의 아기도 악마에게 홀린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아기에게 가솔린을 뿌리고서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불을 붙였다. 화상치료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3일동안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4) 1977년 보스턴. 한 청년이 갖가지 주방도구를 사용해 여자를 살해했다. 경찰은 그 청년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영화 '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영화에서 캐리라는 여자 주인공은 코르크마개를 따는 송곳과 감자껍질 벗기는 칼을 포함한 수많은 주방도구로 자기 엄마를 살인한다. 캐리가 미사일처럼 날려보낸 주방도구들에 의해 엄마는 말그대로 벽에 박혀 죽는다.

5) 1969년 로스 앤젤레스. 나중에 심장마비로 욕조 안에서 사망하게 되는 가수 짐 모리슨은 The End라는 노래 끝부분에서 '죽여, 죽여, 죽여'라고 읊조리며 노래했다. 10년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지옥의 묵시록이란 영화의 처음부분에 그 노래를 삽입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칼로 도려낸 사람의 귀를 손에 들고 수줍게 웃고 있는 미군 병사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리고 로스 앤젤레스 근교에서 꼬마아이가 손가락으로 동생의 눈을 뽑아냈다. 꼬마가 얘기하기를 자기는 단지 바보 삼총사(Three Stooges)라는 코미디시리즈에서 보았던 두손가락으로 눈찌르기를 흉내내려 했었다고 한다. TV에서는 바보 삼총사가 그런 행동을 해도 아무도 다치는 사람이 없었다고 꼬마는 울면서 말했다.

6) "당신의 영화 '사이코'의 샤워장면에서 보여지는 폭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평론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물었다.

"'내사랑 히로시마' 영화에서 나오는 오프닝 장면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히치콕이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1959년 당시 미국인들의 기준으로는 대단히 혐오스럽게 받아들여지던 그 오프닝장면에서는 엠마뉴엘 리버와 엘리지 오까다가 벌거벗은 채 서로를 껴안고 있다.

"그 오프닝장면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죠." 평론가가 대답했다.

"'사이코'의 샤워장면도 마찬가집니다." 히치콕이 대답했다.

7) 1980년 볼티모어. 한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베트남에 참전했었고 약물중독 경력도 있는 전직군인이 여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도 지난 시절의 전투현장에 와있는듯이 착각하는 정신질환을 앓아왔다. 그녀는 예전에도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그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때로는 이리저리 건들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비틀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큰소리로 거칠게 주위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부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대장!" 그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를 그가 공격해 왔다. 나중에 경찰은 그가 마약 살 돈을 구하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 이유 따위는 별 상관없게 됐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건 그는 죽어버렸으니까. 불행히도 그가 고른 상대는 터프한 여자였다. 그녀는 호신용으로 칼을 지니고 있었다. 반항하는 과정에서, 여자는 칼을 사용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전직군인이었던 흑인이 하수구 도랑에 죽은채로 누워 있었다.

그때 무슨 책을 읽고 있었던 거지요? 나중에 기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기자에게 스티븐 킹의 소설 The Stand를 보여 주었다.

자 그럼 대중예술이 폭력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공포소설의 왕 스티븐 킹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사실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잊어먹었다. -_-) 그리고 당신의 의견은?

p.s. 원서에 관해 이 감상문을 쓰고 나서 몇 년 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이 책의 한국어판 "죽음의 무도"를 번역출간하였다.
         번역자는 바로 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Night Shift

(1978년 단편소설집)

Night Shift는 킹의 첫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그래서 킹의 현재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뭐랄까 인간과 인생의 불안정성같은 심오한 스토리대신 젊은 나이답게 심플하고 직접적인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각 단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마을주민들에게 평판이 안좋은 집을 물려받아 살게된 남자의 오싹오싹 공포체험.

2) 평소에 사람손길이 닿지 않는 공장지하를 청소하게 된 사람들의 체험! 삶의 현장.

3) 치료불가능한 전염병 앞에서 한가로이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

4) 손바닥에 눈들이 생겨난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그러나 우습지 않은 스토리전개.

5) 과거의 약초와 현대의 제약회사가 만나면 괴물이 탄생한다. 세탁공장에서.

6) 술을 너무 좋아하다간 고양이를 잡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그냥 몸이 둘로 나누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을 '인간이 아니다'라고 부른다.

7) 장난감병정을 가지고 놀던 때가 있었지.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장난감과 다투기도 한다.

8) 자동차는 참 답답할 것이다. 사람들이 핸들 꺽는대로만 움직여야 하니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트럭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빵빵~

9) 어른이 되어서 어릴때 자기를 괴롭히던 애들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그 애들이 하나도 변치 않았다면? 얼굴도, 키도, 하는 짓도.

10) 봄에 안개가 자욱하게 서리면 일이 벌어진다. 물론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11) 베란다에서 시작해 벽에 박힌 벽돌을 발판삼아 아파트 건물둘레를 한바퀴 죽 돌아보려거든 비둘기를 조심하십시오. 아파트 안은 사람사는 데지만, 아파트 밖은 비둘기파 구역이거든요.

12)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앗, 당신은 누구시죠? 네? 담배는 내 와이프한테 나쁘다구요? 그렇긴하죠, 담배연기때문에. 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담배피면 당신이 내 아내를 나쁘게 한다구요? 뭐야 당신!

13) 전 여자들이 원하는 걸 미리 알 수 있답니다. 척척 알아서 해주죠. 그런데도 여자들은 절 싫다네요. 역시 사랑은 쉬운 게 아냐.

14) 옥수수밭에는 옥수수의 신이 살고 있다. 강냉이를 만드는 신일까?

15)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는 아픔으로 남는 때가 있다. 죽고 싶을때.

16) 누군가 그랬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스티븐 킹은 그 말을 안 믿는 것 같다.

17) 살렘즈랏은 흡혈귀 마을이다. 어느 눈오는 날, 하필 그 곳에 고립돼 버린 사람들을 구하러 용감한 사람들이 나선다. 차라리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18) 사랑하는 사람이 짐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련없이 짐을 내려놓아야 하나? 언제까지나 대책없이 짐을 지고 있어야 하나? 그 짐이 자기 어머니라면?

위의 18편이 Night Shift에 수록된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위의 내용이 아마 뭐가 뭔지 몰라서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단편인데 조금만 얘기해도 스토리가 너무 뻔하게 드러나지 않겠는가? 나중에 작품을 대할 사람들을 위해서 여지를 남겨둔 것이니 이해바랍니다.

이 단편들 중 15번 소설은 공포소설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좋다. 당신도 언젠가 한번 꼭 읽을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제목은 'The Last Rung on the Ladder'이다. Night Shift에는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거장 존 D 맥도널드(트래비스 맥기 시리즈, 케이프 피어 등으로 유명)가 쓴 서문이 실려 있다. 그는 15번 소설을 Night Shift에 실린 단편들 중 보석같은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단편집 Night Shift는 국내에 <스티븐 킹 단편집>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위의 단편들 중에는 영화화 된 것도 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있을 것 같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옥수수밭의 아이들(14번)'과 '스티븐 킹의 컴백(9번)'이다. 그 나머지 단편에 대해서는 심증은 가는데 확증이 없다.

위의 단편 중 <금연 주식회사>와 <벼랑>에다 에피소드 하나를 더 붙여 스티븐 킹은 <캣츠 아이(Cat's Eye)>라는 영화의 각본을 썼다. 이 영화는 국내에 비디오와 DVD로 출시되었다. 여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깜직한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영화이니 꼭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살렘스 롯 / 'Salem's Lot

작품 감상문 2007.05.11 00:56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Salem's Lot

(1975년 소설)

'Salem's Lot은 스티븐 킹의 두 번째 소설이면서 확실하게 킹으로 하여금 공포의 달인이라는 칭호을 받게 만든 작품이다. 드라큘라를 소재로 만든 피에 굶주린 소설이다.

메인주 살렘즈랏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마스턴이라는 사이코살인마가 살다 죽은 텅 빈 집이 있다. 그 집에 발러라는 작자가 이사를 오고, 마을에 골동품가게를 열어 장사를 한다. 그러나 발러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가 대외적인 일을 도맡아한다.

그러다 살렘즈랏 마을의 소년이 집을 나갔다 사망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버지는 관 속의 아들을 보고 오열하지만 밤이 되자 죽은 아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아버지를 찾아온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서. 그 후로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그 죽은이들이 밤마다 송곳니를 세우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

마을이 소리없이 황폐해지는 원인을 알아챈 소설가, 공포매니아 소년, 마을의사, 성당신부 네사람은 마스턴하우스로 쳐들어간다. 그러다 결국엔 한명은 폐인이 되어 마을을 떠나고 또 한명은 수십개의 식칼에 찔려 죽는다. 주위의 부모, 연인들도 하나둘 흡혈귀로 변하고... 남은 두명이 드라큘라의 은신처를 찾아낸다. 그렇지만 이런! 벌써 해가 저물고 있지 않은가. 이봐, 두친구. 서두르라구. 해가 지면 드라큘라가 관을 뚫고 나와서 자네들 목을 딸꺼야. 어두워지고 나면 아무리 자네들이 성수와 십자가와 마늘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그를 못당할껄. 게다가 전부 흡혈귀로 변한 마을 사람들이 떼로 공격해 올 것 아닌가. 서둘러 이친구들아! 그 두사람은 알았다고 하면서 망치와 말뚝을 들고 어두침침한 지하실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백발노인이었다가 사람들의 피를 빨수록 점점 젊어지는 드라큘라의 분위기가 소설을 압도한다. 게다가 그는 소설에서 3분의 1이 지나도록 모습은 안보이고,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만 설쳐대서 독자를 안달나게 만든다. 팽팽한 긴장이 독자의 눈을 책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나도 눈을 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감동.

킹은 그의 문화비평서 Danse Macabre에서 'Salem's Lot이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소설가 딘 R 쿤츠가 말했듯이 누구나 관, 십자가, 마늘, 음침한 지하실이 나오는 드라큘라 소설을 쓰지만 그저 삼류취급 받고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킹은 성공을 거두었다. 생생하게 흡혈귀의 공포를 그려냈던 것이다. 드라큘라에게 망가져가는 살렘즈랏 마을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마치 자기 마을 일인것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이 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살렘스 롯>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Salem's Lot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토비 후퍼 감독에 의해 1979년에 TV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국내 방영 당시의 제목은 <공포의 별장>. 해외에서는 이미 DVD로도 나와있던데, 국내에도 출시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Salem's Lot은 2004년 로브 로우, 키퍼 서덜랜드, 루트거 하우어 등의 유명배우가 참여해서 리메이크되기도 했으며, 국내에 <스티븐 킹의 세일럼즈 롯>이라는 제목으로 DVD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