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mares & Dreamscapes

작품 감상문 2007.05.11 23:59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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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mares & Dreamscapes

(1993년 단편집)

Nightmares & Dreamscapes는 Night Shift와 Skeleton Crew에 이은 스티븐 킹의 세번째 단편집이다. 이 단편집은 나의 스티븐 킹 독서인생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첫번째로 중요한 작품은 It 이다. It은 내가 맨처음 읽은 킹의 작품이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이고, Nightmares & Dreamscapes는 It을 읽고 나서 그 다음에 두번째로 읽은 킹의 작품이라서 두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이다. (너무 당연한 얘긴가?)

It을 읽고나서 킹이라는 작가에게 너무 반한 나머지 나는 한달동안을 벼르고 별려서 책방으로 달려가 Nightmares & Dreamscapes (제목이 너무 길어서 N&D로 줄여 부르고 싶다)를 샀다. 킹이라는 남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이거 완전히 연애감정 비슷해지는군.) 그리고는 단편집을 읽으며 너무 행복했다. 왜냐! 너무나도 푸짐한 킹의 단편들을 맘껏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N&D는 예전에 나왔던 단편집 Night Shift의 두배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N&D에 소개되는 단편은 총 24편이나 된다.

N&D는 스티븐 킹이 팬들을 위해 마련한 뷔페다. 맘껏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 나는 그 뷔페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즐기는 동안, 킹이라는 작가가 감탄할만한 독특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면서 그 상상력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특한 상상력의 소유자는 이 세상에 많고많지만 그 상상력을 글로써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N&D 이후로도 그의 작품을 계속 구해서 읽어나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N&D를 못 읽었다면 킹이라는 작가는 한번 읽고서 그냥 지나치는 작가가 됐을 것이고, 그 결과 오늘날 여러분이 지금 방문하고 있는 이 홈페이지도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표현하니까 마음이 뿌듯하다.)

N&D에 소개된 단편들은 모두다 하나같이 독특하고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멋진 작품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앞에는 킹이 쓴 서문이 나와 있고, 책 뒤에는 작가후기도 나와 있어서 그 둘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작가후기에는 책 속에 소개된 주요단편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서 유익했다. 자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격적으로 N&D의 세계를 탐사해 봅시다!


1. Dolan's Cadilac

매우 평범한 남자의 아내가 조폭두목 돌란에게 살해당한다. 가슴 속에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한을 품은 매우 평범한 남자는 캐딜락을 타고 다니는 돌란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린다. 그는 드디어 매우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복수방법을 생각해내게 되는데, 그 실행과정이 너무나 처절하다.

정날 너무나 멋진 소설이다. 소설 내내 흐르는 그 처절한 분위기는 읽는이를 압도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평범한 남자와 돌란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옆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 짜릿한 감동의 순간!

어느날 스티븐 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공사 중인 곳에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그 때 킹의 차 바로 앞차가 캐딜락이었고, 그 근처에 하필 캐딜락만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걸 보고 문득 킹의 머리 속에 Dolan's Cadilac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막상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킹은 팬들과 비평가들에게 수시로 과학적/기술적 세부묘사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특히 그를 자주 괴롭힌 비평가 이름이 N&D 작가후기에 실명으로 지목된다.) 더우기 Dolan's Cadilac은 주인공의 복수과정에 매우 수학적이고 물리학적인 설명이 필요한 소설이어서, 킹은 많이 고심했다. 그러다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말을 듣고 자란 그의 형 데이브 킹에게 도움을 청했다.

킹의 설명에 의하면, 형 데이브는 아이큐가 150이 넘고, 18살에 대학을 졸업해 곧장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했으며, 25살에 메인주 행정관리가 되었다. 정말 부러운 인생이 아닐수 없다. 형은 동생의 SOS 요청을 받고서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왔다. 그 테이프에는 움직이는 자동차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어서, 킹은 무사히 Dolan's Cadilac을 끝마칠 수 있었다. (킹에게 찍힌 그 비평가가 Dolan's Cadilac을 읽고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형제는 용감했다...인가?

나는 길을 가다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이처럼 멋진 소설을 써내는 스티븐 킹의 꼼꼼하고 냉철한 관찰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나도 길을 걸으면서 지나치는 여성들의 얼굴과 몸매를 꼼꼼하고 냉철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나도 킹처럼 뭔가 대단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Dolan's Cadilac은 영화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조폭두목 돌란역에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예정되어 있다는데, 부디 소설만큼이나 분위기있고 처절한 영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2. The End of the Whole Mess

천재 동생을 둔 형이 동생의 착한 행동을 고백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천재동생의 실제 모델은 킹의 형 데이브였다.) 평화로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되어 전쟁도 사소한 다툼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생이 일을 저지른다. 그리고 동생의 바램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변모하게 된다. 그러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일인만큼 세상사람들은 그만큼의 부작용에 노출되게 된다.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은 동생을 바라보며 연민을 느끼는 형의 시선이 잘 드러나있다. 동생의 행동으로 세상이 이상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 흥미롭게 묘사되었다. 특히 맨마지막 부분을 마무리짓는 스타일에서 킹의 솜씨가 돋보인다. 그 기괴하고 씁쓸한 분위기의 마무리가 나처럼 섬세한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이 소설대로 인간들이 쓸모없게 되면 세상은 누가 지배하게 될까? 나는 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 Suffer the Little Children

초등학교 여교사 미스 시들리는 아주 무서운 선생님이다. 수업중에 딴짓하는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주는 일에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반 아이 중 한명이 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 끔찍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괴물로 변하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더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과연 미스 시들리의 눈높이 교육은 무사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Suffer the Little Children은 원래 78년도 킹의 첫 단편집 Night Shift에 수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책의 분량이 너무 두꺼워질것을 우려한 편집자와의 투표 끝에 탈락하고만 비운의 단편이다. (그때 킹이 탈락후보로 생각한 작품은 Gray Matter였다. 맥주을 잘못 마신 아버지가 괴물로 변한다는 단편.) 이런 멋진 소설이 탈락이었다니! 난 이 소설이 매우 맘에 들었다. 주인공이 처한 위기상황이 점점더 그녀를 압박하는 전개가 흥미진진했다. 킹도 Suffer the Little Children이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의 소설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서 맘에 쏙 든다고 말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작가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지만,-대표적으로 시공사에서 출간된 "화씨 451도"- 실제로는 SF보다는 다른 형식의 소설이 더 많다고 한다. 그의 소설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는 공포소설 베스트 10에 선정된 불후의 명작이다. 도대체 어떤 책인지 구경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4. The Night Flier

3류잡지 기자가 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엽기적 살인행각을 벌이는 흡혈귀를 추적한다. 흡혈귀를 쫓는 사람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잠자다 깜짝 놀라 모기를 쫓는 혼란스런 아저씨의 심정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을까?

The Night Flier에서 기자로 등장하는 Richard Dees는 79년작 Dead Zone에서도 등장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나는 데드존을 아직 못읽어봤음.) 자칫하면 1회용으로 끝날수도 있었을 지나가는 캐릭터를 다시 불러내 재활용하는 킹을 통해 우리는 그의 섬세한 캐릭터사랑을 엿볼수 있다. (뭔 소리냐?)

비행기를 조종하는 흡혈귀가 등장하므로 비행기와 공항이 자주 등장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기자도 비행기를 몰게 되는데 그 격렬한 착륙순간의 묘사가 일품이다. 후반부에 기자가 흡혈귀와 직접 마주치게 되는 장면은 긴장감의 극을 달린다. 연약한 인간과 상대적으로 강자인 흡혈귀의 만남은 읽는이에게 인간은 약자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마늘을 다져서 온몸에 마구마구 발랐더라면 흡혈귀도 조금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마늘인간 대 흡혈귀의 대결이라...)

The Night Flier는 영화화되었으며, 국내에 "나이트 플라이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출시되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보면 있을 것이다. 만약 없다면 비디오가게에서 난동을 부려서 (자기 손을 깨물어 피를 쪽쪽 빨아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주인아저씨가 테이프를 구해오게 만들자. 난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국내 극장개봉 당시 영화잡지들의 평은 별로 호의적이지 못했다.


5. Popsy

한 남자가 쇼핑센터에서 서성거리던 꼬마를 유괴한다. 꼬마를 차에 집어넣고 쏜살같이 운전해서 도주하는데, 꼬마가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고장낼 정도로 무척 힘이 세다. 주사바늘로 겨우 꼬마를 진정시키지만, 꼬마가 자꾸만 "팝시가 와서 유괴범을 혼내줄것이다"라고 겁을 준다. 그럼에도 유괴범은 흔들리지 않고 운전을 계속 하는데,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참으로 오묘하고 재미있는 소설. 군더더기없이 스피드있는 전개에 공포소설 특유의 분위기가 원없이 묻어나는 정통호러. 유괴범의 시점에서 사건이 벌어지니 흥미만점의 스릴이 만발한다.


6. It Grows on You

스티븐 킹 초기 작품들의 무대가 되었던 캐슬록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언덕위의 집을 이야기한다. 캐슬록마을 언덕 위에는 집 한채가 서있다. 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남자의 집인데 공장이 다른 마을에 있어서 캐슬록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굉장히 비대한 몸집의 부인이 있으며, 그 부인이 기형아를 출산했고, 언덕 위의 집을 지을때 캐슬록마을 사람들을 인부로 쓰지 않고 다른 마을사람들을 데려다 쓰는 등의 일로 캐슬록 마을사람들은 그 언덕 위의 집을 두고 별의별 안좋은 소문을 다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언덕 위의 집이 점점더 커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방이 늘어나고 새로 지붕이 올라가고 해서 집이 커지는 것이다. 과연 그 속에 숨어있는 기괴한 사연은?

It Grows on You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캐슬록마을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지만, N&D에 수록하면서 킹이 캐슬록을 배경으로 다시 고쳐썼다고 한다. 노인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므로 소설은 참으로 여유롭게 느리게 진행된다. 소설내용이란게 언덕 위 집에 이런저런 소문이 도는데 집이 또 커졌더라는 식으로 느릿느릿 반복되다보니 참을성없는 사람이라면 책을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결말부분에 나오는 음산한 여인의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참고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7. Chattery Teeth

세일즈맨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들에게 줄 선물로 태엽을 감으면 덜그럭거리며 걸어가는 이빨모양 장난감을 산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음모에 의해 히치하이킹하는 껄렁껄렁한 소년을 차에 태워주게 된다. 자 이제 세일즈맨과 껄렁소년과 덜그럭이빨 사이에 진퇴양란-쓰리쿠션-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그들의 앞날에 처절한 폭력이 난무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빨장난감이다. 그래서 기뻤다. (뭔 소리냐?)

이 소설은 두편의 에피소드가 합쳐진 믹 개리스 감독의 TV영화 "Quicksilver Highway"의 첫번째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다.


8. Dedication

사고로 죽은 폭력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소설가로 키워낸 흑인여성이 주인공이다. 아들의 첫 소설책이 그녀에게 도착하자 감격한 그녀는 친구에게 자신이 아들을 재능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려고 얼마나 "헌신"적인 행동을 했었는지 고백한다. 오래전에 막 아들을 임신했었을때 호텔청소원으로 일하던 그녀가 맡은 방에 유명한 소설가가 투숙한다. 아주아주 인간성이 나쁜 작자였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엽기적인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라서...

킹이 Dedication을 쓰게 된 동기는 수년전에 아주아주 너무나 위대한 대소설가를 만났을 때였다.(지금은 고인이 된 그 양반의 이름을 킹은 밝히지 않았다.) 존경하던 그 사람을 만나고 보니 실망스럽게도 인간성이 개떡같은 사람이었다. 킹의 고민은 그때부터 계속된다. 그토록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 재능있는 소설가가 왜 인간성은 수준이하인 것일까? 고민끝에 킹은 Dedication을 쓰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재능있는 소설가의 인격적 결함의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임신한 흑인여성이 겪게 되는 신비스런 체험이 스산하게 펼쳐지고 있다. 거기에다 의문에 싸인 할머니의 등장이 읽는이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할머니의 과격한 활약상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이 소설 너무 멋진 심리소설이다. 과격한 액션은 안나오지만 인물들의 심리가 빚어내는 음산한 분위기는 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스티븐 킹 당신은 천재야!

Dedication은 그후 Dolores Claiborne이라는 작품을 쓰는데 밑거름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9. The Moving Finger

한 남자가 자기집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조심조심 화장실에 가보니 세면대 물빠지는 구멍으로부터 손가락 하나가 삐죽 나와서 움직이고 있다. 그 손가락모양의 생명체는 세면대 밑의 구불구불한 파이프관을 타고서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 손가락의 정체는 대체 뭘까? 보통사람같으면 경찰에 신고했겠지만, 소심한 주인공은 그만 자기 혼자서 손가락을 상대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불행이 시작된다.

너무너무 신기한 소설이다. 자신의 집 화장실 세면대에 손가락이 불쑥 나와 있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발가락이었다면 코미디였겠지만, 손가락이었으니 공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킹은 개인적으로 이 소설처럼 아무 이유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한다. 괴물이 나타났는데 이유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이 괴물과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하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단순과격한 면도 너무나 좋아한다. 그리고 이 소설 The Moving Finger는 아무이유없이 공포스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너무나 명확하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역시 Simple is Beautiful이다.

이 소설의 끝부분은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고 독자의 상상력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화장실에서 기진맥진해 버린 우리의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을지 참 궁금하다.


10. Sneakers

계약직으로 음악스튜디오에서 믹싱일을 하는 남자가 겪는 오싹오싹 공포체험. 그가 스튜디오건물 화장실에 갔을때, 좌변기 첫째칸의 닫혀진 문 밑으로 운동화를 보게 된다. 변기에 앉아있는 사람(?)이 신고 있는 운동화. 여기까진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런데 그 후로 화장실에 갈때마다 항상 첫째칸의 닫힌 문 밑으로 그 운동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화 곁에는 죽은 파리들이 쌓이고. 과연 그 첫째칸에는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일까? 아르바이트생은 그 생각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친다. 부르르르~

개인적으로 N&D에서 가장 오싹한 상황을 설정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갔는데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앉아 있다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변비에 걸리지 않겠는가? 더우기 그 사람(?)의 신발 주위에 죽은 파리들이 널려 있다면 너무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때의 변비는 유산균 요구르트 한상자로도 치유될 수 없는 불치병이 될 것이 틀림없다.

Sneakers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속 첫째칸 속의 인물이 주는 긴장감이 이어지다가 결말이 너무 싱겁게 끝나는 감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어두운 비밀이 폭로되고나서 뭔가 또다른 사건이 이어질것 같은데 이제 그만~이라면서 끝을 내니까, 마치 나이트갔다가 댄스타임에 신나게 막춤만 추고 정작 부루스타임에서는 밖으로 쫓겨난 듯한 기분이다. 나이트에서 부루스를 추지 못했다면 나이트에 아니간 것만 못하지 아니한가!


11. You Know They Got a Hell of a Band

두 남녀가 자동차로 여행하다 그만 길을 잃고 Rock and Roll Heaven이라는 동네에 들어오게 된다. 그 동네는 유명한 락음악인들이 사는 동네였다. 죽은 음악인들이. 이 동네의 시장님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책 속에.

이 소설은 왜 락스타들은 어린 나이에 죽거나 약물과다 복용과 같은 끔찍한 상황에서 죽을까하는 의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킹은 화려한 면에 가려진 그들의 어두운 면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매우 심각하지는 않다. 이 소설은 킹을 비롯한 수많은 공포작가들이 즐겨쓰는 전형적인 낯선 마을이야기이다. 길을 잃고 낯선 마을에 들어섰는데 정말로 이상한 마을이더라는 형식. 그 낯선 마을의 공포를 이 소설은 락스타들을 이용해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12, Home Delivery

섬마을 처녀 매디는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매사에 수동적이고 나약한 성격이다. 그러다 섬마을 청년을 만나 결혼하면서 사랑의 힘으로 비로소 자신과 남편의 삶에 긍정적인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첫아이를 임신하고 얼마 안되서 남편은 새우잡으러 바다에 나갔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익사한다. 무너지는 매디의 마음.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온세상이 왠일인지 좀비세상이 된 것이다. 무덤에서 기어나온 좀비가 세상사람들을 공격하더니 급기야는 백악관을 공격해 대통령까지도 먹어치운다. 매디가 사는 섬도 비상사태다. 하나뿐인 마을무덤에서 좀비들이 뛰쳐나온 것이다. 그리고 불쌍한 주인공 매디에게도 두려운 선택의 순간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녀의 비극에 누구나 마음이 아플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좀비라는 캐릭터를 매우 좋아한다. 외모같은 겉치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그 소탈한 모습.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뛰어다니지 않은 그 여유로움. 먹을 것이 생기면 모두 모여 함께 뜯어먹는 정다운 공동체의식. 세상사람들이 좀비와 같은 자세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백배정도 나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Home Delivery에는 내가 좋아하는 좀비가 우글우글 등장한다. 그래서 신났다. 게다가 보너스로 우주전쟁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또 신났다. B급 호러소설다운 활기찬 소재와 사건전개가 기분 좋았다. 그런데 안그래도 불쌍하게 성장한 여주인공이 너무도 가혹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왜 착한 사람들은 행복을 얻기가 이다지도 힘든 것인가? 재기발랄한 B급 호러소설 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슬픔의 정서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슬픔을 승화시켜 희망을 잉태시키는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에 나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뭔 소리냐?)

킹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영화 3부작을 모티브로 해서 동료작가들과 단편집을 펴내기로 하고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단편집의 이름은 "Book of the Dead".


13. Rainy Season

한 부부가 7년에 한번씩 이상한 비가 쏟아지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그런데 하필 그 부부가 마을에 묵게 된 날이 7년에 한번 있는 바로 그 날일 줄이야! 역시 N&D의 13번째 소설 속 주인공다운 억세게 재수나쁜 부부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마을사람들 말대로 이상한 비가 쏟아지게 된다. 이름은 들어봤나? 두꺼비-비. 콩쥐의 밑빠진 항아리를 막아주던 그 착한 두꺼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두꺼비들이 7년만에 공중낙하를 시작했다.

거친 매력을 발산하는 이 소설에 관해 별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있다. 낯선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을때는 반드시 "오늘이 그 날인가요?"하고 물어보아야 한다. 그래서 "네,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그 즉시 그 마을에서 도망나와야한다. 재수없게 걸리면 죽음이니까.


14. My Pretty Pony

하얀 사과꽃이 아름답게 휘날리는 과수원에서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시작한다. 인간의 일생을 통해 3종류의 시간을 경험하게 되며, 시간이란 성질 고약한 조랑말과 같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지켜보지 않으면 금방 달아나버리고 만다는 내용의 강의였다. 꼬마가 할아버지의 오묘한 사상을 전부다 깨달은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두사람은 서로의 입장에 만족하고 밥먹으러 집으로 돌아간다.

80년대 초반 리처드 바크먼(스티븐 킹의 필명)은 My Pretty Pony라는 소설을 완성하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그 소설은 살인 청부업자가 의뢰를 받고서 동료들과 함께 결혼식장에 난입해 범죄조직의 거물들을 살해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의뢰가 성공적으로 끝난뒤 의뢰인이 배신을 해서 청부업자의 동료들을 하나씩 죽이고 청부업자마저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청부업자의 필사적인 질주가 장엄하게 펼쳐지는 내용이었는데, 그만 리처드 바크먼이 집필 도중 죽고 말았다. 죽은 리처드가 남긴 원고는 6번째 챕터까지 완성한 My Pretty Pony와 조지 스타크라는 필명으로 완성시킨 Machine's Way 뿐이었다. (Machine's Way는 후에 스티븐 킹의 이름을 달고 The Dark Half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스티븐 킹은 My Pretty Pony가 너무도 형편없는 소설이어서 폐기처분했는데, 그 속에서 아주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다. 소설중 청부업자가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킹은 그 회상장면만을 뽑아내 My Pretty Pony라는 같은 제목의 단편소설을 만들어 발표하게 되었다.

N&D에 소개된 My Pretty Pony는 줄거리에서 금방 느낄 수 있듯이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건조한 단편소설이다. 공포소설도 아닐뿐더러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지 않으면 수면제로 작용하기 쉬운 위험한 소설이다. 철학개론과 같은 두꺼운 인문학 서적을 만화책 보듯이 즐기며 읽을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이 소설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15. Sorry, Right Number

유명한 공포소설가의 아내 캐이티는 어느날 저녁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상대방은 막 흐느끼며 "제발- 빨리..."라는 어리둥절한 말만 남긴채 전화를 끊어버린다. 캐이티는 전화했던 사람이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주인공을 찾기위해 돌아다닌다. 그리고 결국 전화했었던 주인공을 알게 된다.

Sorry, Right Number는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다. 그 목적에 걸맞게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던 TV시리즈 Amazing Stories (SBS에서 방영했었고, 국내에 비디오로도 출시됨.) 중 한편으로 제작되기 위해 이 시나리오는 보내졌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좀 더 밝은 분위기의 시나리오를 원한다면서 슬프게도 킹의 시나리오를 퇴짜놓았다. (스필버그, 좀 먹고 살만하다고 이래도 되는거냐!) 결국 이 시나리오는 Monsters라는 또다른 TV시리즈 중 한편으로 제작되어 방송을 탔다.

스필버그는 싫어했지만, 나는 Sorry, Right Number를 읽고서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의 흐름을 따라 아무 생각없이 읽어나가던 나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묵직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해피엔딩도 좋지만 슬픈 엔딩을 겪고나면 나의 감정도 한층 성숙해지는 느낌이 든다.


16. The Ten O'clock People

골초 애연가인 피어슨은 문득 사람행세를 하며 돌아다니는 괴물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골초 흡연자들도 괴물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조직을 결성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피어슨은 그 조직의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모임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스티븐 킹은 1992년 여름 어느날 정확히 10시에 길을 걷다가 으리으리한 빌딩 앞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담배피는 장면을 목격한다. 대부분의 빌딩들이 실내금연인 관계로 담배피는 사람들은 할 수 없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밖에 나와 담배를 피는 것이다. 당연히 그 신기한 광경은 킹의 머릿 속에서 The Ten O'clock People이라는 멋진 소설로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보기에 따라선 위험한 소설이다. 마치 흡연을 조장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골초가 되어서야 이 세상의 위험한 진실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 참으로 오묘하다.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떨쳐버리기만 한다면, 이 소설은 신나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특히 결말부분에서 주인공이 골초로서의 자아를 인식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역할을 찾아 맹렬하게 활동하는 모습은 흐뭇하다 못해 담배라도 한대 권해주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해준다. (도대체 뭔 소리냐?)


17. Crouch End

영국의 Crouch End 경찰서에 행색이 엉망인 미국여성이 뛰어 들어와 울부짖는다. "제 남편을 찾아주세요. 괴물들이 제 남편을 잡아갔어요!" 그녀는 영국경찰들에게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영국여행왔다가 Crouch End라는 마을에서 괴물들에게 쫓긴 얘기를 들려준다.

낯선 마을의 공포가 숨가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낯선 상황에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격렬함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마을 입구에서 놀고 있는 두명의 무서운 어린이들이 보여주는 소름끼치는 상황들은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고나니 낯선 여인에게서 그녀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소설과 전혀 상관없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18. The House on Maple Street

엄마가 재혼을 했는데, 새아빠는 매우 독선적인 사람이어서 제멋대로인데다가 엄마를 슬프게 만든다. 이런 새아빠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아이들. 그러나 어느날 아이들은 집안 내부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 속에서 무엇인가가 막 자라나고 있었다. 과연 이 집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지...

스티븐 킹은 삽화집을 선물받았다. The Mysteries of Harris Burdick. 킹뿐만 아니라 아내 태비사도 독특한 삽화가 즐비한 그 삽화집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킹, 태비사, 아들 오웬은 삽화집에서 맘에 드는 그림을 하나씩 골라서 그 그림을 소재로 이야기를 한편씩 써보기로 했다. 그 결과 킹이 만들어낸 얘기가 The House on Maple Street이다. (N&D에는 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삽화가 책 3분의 2 지점쯤에 끼워져 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과격한 플레이가 인상적인 소설이다. 결말에 가면 가정이 평화를 되찾은 듯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셈이 되어서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책 속에 들어있는 예쁜 삽화를 보고 있으면 동화틱한 기분이 들어 이 소설이 더할나위없이 유쾌하게 느껴지는 등 읽는이의 컨디션에 따라 무궁무궁진한 감정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신비한 소설이다.


19. The Fifth Quarter

현금수송차량이 괴한들에게 털리고, 강탈당한 돈은 섬에 묻혀진다. 돈이 묻힌 지점을 표시한 지도는 4조각으로 나뉘어져 괴한들끼리 나누어 갖고서 나중에 함께 모여 돈을 찾기로 하는데, 고새를 못참아 괴한들간에 남의 지도조각을 뺏기 위한 음모가 벌어져 살인에까지 이른다. 이에 용감히 행동에 나선 우리의 주인공은 돈을 위해 지도조각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지도를 가진 괴한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다.

한편의 멋진 범죄소설이다. 지도를 찾기위한 죽음의 액션이 심각하게 펼쳐진다. 후반부에 컴컴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육탄전은 읽는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 것이다.

이 소설을 두고 킹은 이렇게 말했다. "바크먼의 소설. 아니면 혹시 조지 스타크의 소설." 그러나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바크먼 외에 킹이 비밀리에 간직했던 또다른 필명 John Swithen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리처드 바크먼에, 조지 스타크에, John Swithen까지. 킹은 필명창조에 중독되어 있는 것일까? 다음번에 새로운 필명을 만들때는 "조재형"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20. The Doctor's Case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 그의 곁에는 항상 홈즈의 명석한 추리력에 가려 별로 빛을 못보는 동료 왓슨(직업은 의사)이 있었다. 홈즈를 바라보는 왓슨의 눈빛은 어느샌가 싸늘한 장동건 눈빛이 되어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는 말을... 차마 내뱉지는 못하고, 그냥 홈즈를 부러운 눈길로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그런 왓슨이 100살을 바라보는 연로한 노인이 되어(홈즈는 오래전 사망), 예전에 홈즈와 함께 맡았던 한 사건을 회상한다. "그때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홈즈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했었지. 흐흐흐..."

해운업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앨버트 헐. 그는 집안에선 아내와 세 아들에게 폭군이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이 병에 걸려 죽을 것임을 예감하고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한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 식구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유언장 내용을 읽어준다. 아내와 세 아들에게 땡전 한푼 줄 수 없다는 내용. 망연자실한 가족들을 뒤로 하고 헐은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리고 얼마뒤 서재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사람들이 가보니 헐이 등에 칼이 꽂힌채 숨져있었다. 꼭꼭 잠겨진 서재에서의 살인. 이건 홈즈가 그토록 좋아하는 완벽한 밀실살인 아니던가! 그래서 홈즈와 오늘의 주인공 왓슨이 출동한다. 그리고 왓슨은 홈즈보다 앞서서 사건의 미스테리를 해결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참고로 헐의 가족들 중에서 막내아들 이름이 스티븐이다.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The Doctor's Case는 킹이 쓴 추리소설이다. 일생일대의 활약을 보인 왓슨을 주인공으로 해서 밀실살인의 비밀을 하나하나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소설 분위기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홈즈와 경시청 경찰 레스트레이드 사이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 덕분에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거기다 난생처음 사건을 해결하는 왓슨의 감개무량이 더해져 분위기는 완전 UP! (그전까지 레스트레이드는 맨날 헛다리만 짚는다며 왓슨을 무시했었다.) 하지만 결말에 가서 사건의 어두운 진실 앞에서 홈즈, 왓슨, 레스트레이드 세사람이 내리는 용기있는(?) 결단은 읽는이의 가슴 속을 촉촉히 적셔준다. 수긍이 가는 멋진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21. Umney's Last Case

대공황 시절 갱들이 판치고 온갖 추악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을때, 여기 거친 매력을 발산하며 의뢰받은 사건해결을 위해 거칠게 생활하는 하드보일드 사립탐정 엄니가 있다.(나는 이상하게도 주인공 이름을 말할때마다 왠지 전원일기 생각이 난다. 일용엄니.) 사립탐정 엄니는 어느날 문득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불길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진다. 참담한 심정으로 탐정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왠 노인이 한명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작은 플라스틱 가방같은게 들려있다. 그게 뭐지?

"이건 워드프로세서라는 물건이지. 지금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니 네가 모르는게 당연해. 내 운동화가 리복이라는 걸 모르는 것처럼."

당신 누구야?

"나는 너를 창조한 사람이다."

그리고 엄니는 신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의 인생은 송두리채 꺽인채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된다.

Umney's Last Case는 내 생각에 단편집 N&D에서 가장 멋진 분위기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탐정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상황이 건조한 문체 속에 진지하고 애처롭게 묘사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 속에서 대학시절부터 존경했던 하드보일드 소설가 레이몬드 챈들러의 문체를 시험해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Umney's Last Case에는 암울하고 무겁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분위기를 가진 인물들, 배경들이 잘 묘사되고 있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이 N&D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소설 전반부에 엄니가 주변건물들, 주변인물들이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 갈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루아침에 바보가 돼버린 느낌이었겠지. 만약 내가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사람들이 나를 톰 크루즈라고 부르고, 내 방이 단란주점으로 개조되어 있고, TV에서는 나를 파렴치범으로 공개수배하고 그러면 나도 미쳐버릴 것 같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결말부분이다. 엄니의 앞으로의 행동을 암시하는 마무리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정말 강추!


22. Head Down

Head Down은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다. 킹의 아들 오웬이 속해있는 야구팀이 리틀야구대회에 출전해서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수필이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으며 야구에 관련된 영어단어가 수시로 튀어나와서 너무 골치아팠다. 게다가 왜 그리도 분량이 많은지... 야구를 주제로 쓴 글이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수필이다.

정작 이 수필에서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야구가 아니라 수필 첫페이지에 있는 한줄의 문장이었다.

Owen is broad-shouldered and heavily built, like his old man.

(오웬은 자기 아버지를 닮아 떡 벌어진 어깨에 다부진 체격을 갖추고 있다.)

농담인가, 진담인가? 이 짧은 문장을 통해 나는 스티븐 킹이 평소에 자기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역시 스티븐 킹도 인간이었다.


23. Brooklyn August

이번엔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시다. 야구를 주제로 한 시. 야구를 주제로 쓴 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시다.


24. The Beggar and the Diamond

너무나도 불쌍한 행색의 거지가 비참한 인생을 사는 것을 본 천사가 너무 슬퍼서 하늘나라에 있는 신에게 찾아온다. 신은 천사의 말을 듣고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거지가 있는 바로 옆에 떨어뜨려준다. 그러나 거지는 바로 옆의 다이아몬드를 보지 못하고 답답하게 딴소리를 해댄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고 당황한 천사에게 신은 알쏭달쏭한 화두를 던져준다.

N&D에 나오는 모든 단편을 다 읽었다. 그러면 바로 뒤에 스티븐 킹이 쓴 작가후기가 나온다. 작가후기도 다 읽었다. 휴~ 이 책 다 읽었네하고 방심하고 있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작가후기 바로 뒤에 The Beggar and the Diamond라는 아주 짧은 단편이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단편은 킹이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깜짝선물같은 것이다. 아니면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후에 나오는 상큼한 아이스크림 디저트같은 것이라고 표현해도 킹은 화내지 않을 것이다.

The Beggar and the Diamond는 힌두교 설화를 킹이 각색한 것이다. 아주 짧은 글이지만 읽고 나면 이게 무슨 뜻을 담고 있는 글일까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지게 만든다. 아마도 읽는이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읽고나면 매우 재밌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드는 단편이다.


끝났다. 드디어 Nightmares & Dreamscapes의 모든 단편들을 모조리 소개해버린 것이다. 정말 길고긴 투쟁이었다. 이젠 더 쓸 말도 더 쓸 힘도 없다. 이젠 쉬고 싶다.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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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um Overdrive

(1986년 스티븐 킹 감독-각본-출연 영화)

예전에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슬립워커스"라는 영화를 빌려다 본 적이 있다. 스티븐 킹이 최초로 오리지널 영화시나리오에 도전한 작품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봤다가 슬픔을 맛보았다. 이상하게 지루했던 그 영화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엄마 슬립워커스로 열연한 여배우의 도발적 매력과 슬립워커스의 유혹을 받는 여학생으로 열연한 여배우의 건강한 에로틱이었다. 그 뿐. 그 영화는 두여성을 빼면 아무런 흥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영화 중간쯤에 난 두번 놀라고 말았다.

첫번째 놀란건 스티븐 킹이 어벙한 묘지관리인으로 출연한 것이다. 그때는 킹이 영화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을 취미로 즐긴다는 사실을 몰랐던 때여서 너무 놀랐다. 킹은 영화속에서 묘지에서 일어난 사건에 놀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에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때 경찰로 출연한 사람들은 영화감독들이다. 존 랜디스(런던의 늑대인간), 클라이브 바커(헬레이져), 토브 후퍼(텍사스 전기톱살인사건), 조 단테(그렘린). 하여간에 킹의 모습을 책표지의 고정된 사진이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으로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기뻤다.

두번째로 놀란 건 킹의 연기력이 굉장히 뛰어났다는 것이다. 어리둥절해서 횡설수설하는 묘지관리인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는 배우소질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슬립워커스가 비록 지루한 영화였지만 킹의 열연을 본 것만으로도 돈내고 비디오테이프 빌려온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있었다. (그후로 내가 본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작품으로는 Langoliers를 꼽고 싶다) 혹시나 조바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영화속 킹의 분위기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브래드 피트로 상상하는 우를 범하지 말도록 당부하고 싶다.

그후 시간이 흘러 나는 바로 지금 소개할 Maximum Overdrive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이 영화는 킹의 단편집 Night Shift 중 Trucks라는 단편을 각색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Maximum Overdrive는 스티븐 킹이 시나리오를 썼을 뿐 아니라 직접 감독도 하고 출연도 했다는 사실이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춤까지 췄다. 킹의 팬이라면 정말 기대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난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주저했다. 슬립워커스의 지루한 악몽이 되살아났을 뿐 아니라 이 영화가 미국개봉 당시 감독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못해서 "한눈팔지 말고 소설이나 써라!"라는 고마운 충고까지 울려 퍼졌던 문제작이라는 것이 맘에 걸렸다. 이 영화가 졸작이라는데 반대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랜시간을 방황했는데, 결국 이 영화를 빌려보기로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영화가 아무리 재미없더라도 슬립워커스처럼 흐뭇한 누나들이 출연할 것만 같았고, 아무리 엉망일지라도 킹의 감독실력을 확인하고 싶었으며, 감동적인 킹의 연기를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비디오가게로 달려 갔는데, 그런 영화는 없다는 주인아저씨의 말씀! 왜 이렇게 우리 동네는 문화의 불모지인지 가슴아팠다. 어쩔수 없이 그 후로도 오랜 시간을 방황하다 2001년에 들어서야 겨우 테이프를 구해서 볼 수 있었다.

국내출시명은 "맥시멈 오버드라이브"다. 위에 보이는 그림이 바로 국내출시 테이프표지다. 주인공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스가 우리를 향해 강력한 눈초리로 말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영화를 꼭 보세요. 한마디로 죽음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면서 찍은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입니다." 특이한 것은 테이프케이스에는 감독이 존 카펜터라고 나와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카펜터의 명성을 판매량과 연결시키기 위한 업체측의 잔머리인것 같은데, 킹의 팬으로서 정말 화나는 일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친절하게도 한글자막으로 "스테핀 킹 감독"이라고 유머러스하게 진실을 말해준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Maximum Overdrive를 보기 시작했다. 오프닝에 "스티븐 킹 영화 a film by Stephen King"이라는 자막이 떠오를때 얼마나 흥분되던지. 오냐 얼마나 졸작인지 내가 당당하게 평가해주마! 이 영화의 줄거리는 테이프케이스 뒷면에 자세히 나와있다.

[1987년. 지구는 거대한 혜성 RHEA-M의 궤도를 스쳐 지나간다. 바로 그때, 지구의 모든 기계가 반란을 시작한다. 인간의 의지로 움직이던 기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동작하면서 옛주인들을 습격한다. RHEA-M 혜성의 영향권 내에 속한 8일간 지구는 일대 살육의 현장으로 변한다. 인간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기계의 굉음만이 요란한 한 마을에 일단의 젊은이들이 RHEA-M의 무시무시한 파워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었다.]

바로 이것이다. 저절로 움직이는 기계들에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처절한 투쟁! 기계라고 표현되었지만, 영화 속에서 주로 등장하는 것은 거대한 트럭들이다. 저절로 움직이며 사람죽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트럭들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포위하게 되는데, 휴게소 안에 갇히게 된 사람들이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에밀리오지만, 트럭쪽에서도 주인공격인 트럭이 나온다. 장난감회사 운송트럭인데, 트럭 앞에는 커다란 악마얼굴이 붙어있고 뒷쪽에는 기분나쁜 삐에로(It의 페니와이즈?)가 그려져 있다. 이 놈이 화날때는 악마의 눈에 불이 켜진다. 이 매력적인 트럭을 앞세운 폭주트럭들이 사람들을 차례로 깔아뭉개는 장면들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사나운 트럭들의 공격(나중에는 건설장비들까지 달려온다) 앞에서 과연 에밀리오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떻게 몸부림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졸작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킹이 조롱받을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슬립워커스보다는 10배정도 좋았다. 영화사이트 IMDB에 가보면 방문객들이 Maximum Overdrive에 점수를 준 결과가 나와있다. 1006명이 점수를 주었는데 평균을 내보니 10점 만점에 3.9점이다.(여러분도 지금 투표에 참가할 수가 있다. 나는 10점을 주려다 차마 그러지 못하고 울면서 뛰쳐나왔다.) 이 영화가 졸작이라고 인정받고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킹의 소설 속에서 보이는 실감나는 압도적인 공포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엑소시트스나 오멘같은 영화에 비하면 코미디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전혀 무섭지 않다. 그리고 원작소설을 읽은 팬이 아니라면 영화가 축축 처지면서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킹은 최선을 다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만든 죄밖에 없다. 그는 B급영화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집필한 호러비평서 Danse Macabre를 보면 킹이 얼마나 B급공포영화들에 애착을 가지고 성장했는지 잘 나와있다. 그는 극장에서 원숭이 털옷을 입고 어항을 머리에 뒤집어 쓴 괴물과 고무옷을 입고 기어가는 왕거머리 같은 괴물들이 나오는 B급 공포영화들을 관심있게 보며 소설가로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 그가 생전 처음으로 만든 영화가 익숙한 B급 공포영화의 뒤를 따랐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듯 싶다. (Maximum Overdrive가 B급이라는 증거는 결정적으로 영화 맨뒤에 나오는 자막에 있다. 그 자막은 기계들의 반란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설명해주는데, 읽어보면 황당해서 웃음이 터진다. B급이 아니고서는 시도할 수 없는 대담한 내용이니, 여러분도 직접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느꼈던 기분을 함께 하시길.)

나도 B급 영화의 열렬한 팬이다. B급 액션영화(LA용팔이), B급 공포영화(월하의 공동묘지), B급 에로영화(애마부인), B급 멜로영화(내가 버린 여자)를 너무도 사랑한다. B급 영화는 지루하면서도 허술한 내용전개가 역설적이게도 매력적으로 작용하여 인간의 굳어버린 가녀린 감정선에 불을 땡긴다. 그런 점을 나는 좋아한다. 그런 나 자신은 당연히 스티븐 킹의 B급영화 Maximum Overdrive를 미워할 수가 없다. 당당히 만점 10점을 주고 싶다. 너무 재밌어서 오랜만에 막 웃을 수 있었던 공포영화였다.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Lee를 보고 박수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Maximum Overdrive를 보고도 감탄사가 튀어나올 것이다. "숨어있는 걸작"이라는 말과 함께.

Maximum Overdrive에는 여러 배우들이 나와 B급영화다운 연기를 펼치는데,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스티븐 킹이다. 영화 맨앞에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확실하게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명연기를 보여준다. 킹이 다가선 현금지급기가 asshole이란 단어를 화면가득 쏟아내자 그는 화들짝 놀라는 연기를 펼치며 아내를 부른다. "여보, 얘가 나보고 asshole이라고 놀려!" 이 장면에서 킹의 아내 태비사가 출연했으면하고 바랬지만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서 영화 속에서는 에밀리오의 파트너로 거친 매력을 발산하는 누님 한분이 출연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전문용어로 이런 여성을 "야생녀"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 누님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막 결혼식을 올린 신부로 나온 여성이다. 성숙한 외모와는 달리 어쩌면 그렇게 예쁘고 앙증맞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하고  흥미진진했다. 내 생각에는 이 영화를 밝은 분위기로 만드는데 단단히 한몫 한 것 같다. 여러분도 영화를 직접 보고 이 분의 목소리를 들을때 어떤 기분이 느껴지는지 체험해 보셨으면 좋겠다. 이 분의 명랑한 목소리만으로도 이 영화를 강력추천!

Maximum Overdrive 영화음악은 유명한 락그룹 AC/DC가 맡아서 신나는 음악을 들려준다. 기계들이 휩쓸고 지나간 마을에 시체들이 즐비한 상황을 보여주는 끔찍한 장면에서 신나는 락음악이 울려퍼지는 것은 좀 이해가 안가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느닷없는 부조화가 B급영화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어쨌든 음악은 신났다.

킹의 팬이라면 Maximum Overdrive를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오래전에 출시된 영화라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찾으면 없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DVD로도 나와있으니 능력되시는 분들은 구해 보시길.(하지만 보고 나서 나를 비난하지는 말기 바란다. B급영화의 감수성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란다.) 당장 구해다 볼 수 없다면 인터넷에서 예고편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짧은 예고편이므로 과도한 기대는 하지 말기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티븐 킹은 Maximum Overdrive의 흥행실패를 거울삼아 다시한번 영화감독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 그 말이 현실로 이루어져 영화를 만든다면 이번에는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다. B급도 좋지만, 이번엔 좀 무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B급으로 만들면 나는 좋지만, B급의 환상적인 심오한 세계를 낯설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올 것이다.

통제자들 / The Regulators

작품 감상문 2007.05.11 23:49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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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ulators

(1996년 리처드 바크먼 소설)

언젠가 서울대 영문과에서 심각한 회의가 열렸었다고 한다. 회의주제는 "이번 학기 영문과 교재로 스티븐 킹 소설을 채택할 것인가 말것인가?" 거듭되는 국내석학들의 심사숙고 마라톤 회의 끝에 없었던 일로 하자는 걸로 회의는 끝나버렸다고 한다.

이 사례는 현대 영어권 문학에서 스티븐 킹이 차지하는 위치를 상징하는 듯하다. 킹은 미국에서도 통속소설로 취급하는 공포소설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세련된 인문학적 지식을 토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상류층 지식인들이 좋아할 만한 고상한 문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작품들은 5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호러장르에 충실한 소재를 가지고 속어, 비어, 욕설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삼류공포소설의 요소를 두루 갖춘 그의 소설은 미국 출판계는 물론 세계 출판계를 호령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우리나라에는 아직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현대 미국 문학계의 빼놓을 수 없는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예술적인 소설작품을 발표하는 미국 소설가들은 많지만, 그들이 대중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스티븐 킹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작가인들 대중들이 읽어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비평가들에게만 읽히고 비평가들에게만 칭찬받는 작품을 발표하는 일이 작가에겐 즐거울까? 그에 비하면 킹의 작품들은 "읽는" 재미를 위해 부담없이 누구나 선뜻 집어들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건 노벨문학상 작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벨문학상 작가는 읽는 의욕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까 스티븐 킹이 제일이다.(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밀어 부치자.) 스티븐 킹은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소설가다!(역시 난 킹의 열렬한 팬이야.) 스티븐 킹만이 진정한 소설가다!(나도 이렇게까지 뻔뻔스러워질 수가 있구나.)

The Regulators는 또다른 킹의 작품 Desperation과 한날 한시에 동시발표된 소설이다. 그만큼 두 소설간에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Desperation이 스티븐 킹의 소설로 발표된데 비해서, The Regulators는 킹의 필명 리처드 바크먼 작품으로 발표되었다.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무명소설가는 1985년에 죽었지만, 아내가 뒤늦게 The Regulators 원고를 찾아낸 덕분에 96년에서야 출간되었다는 오묘한 설명과 함께. Desperation에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The Regulators에도 고스란히 등장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그때 그 설정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인물설정을 색다르게 고쳐서 등장시켰기 때문에 Desperation을 막 읽고나서 The Regulators를 펴 든 독자라면 무척 산뜻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변치않는 인물(?)이 있다. Desperation에 이어서 Tak이라는 악령이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출연하고 있다.

1996년 7월 15일 오후 3시 45분. 화창한 여름 날씨에 젖어 있는 평화로운 중산층 주거지  poplar street. 두대의 밴 승합차량이 소리없이 들어와서는 주민들을 향해 총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총알세례 속에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하나둘 목숨을 잃게 된다. 밴에서 총을 쏜 범인들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서부영화와 SF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다. 더 놀라운 건 그때부터 마을이 점점더 이상하게 지형이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다. 사막이 생기고, 선인장이 자라나고, 둥그런 덩굴뭉치들이 굴러다니고, 늑대 비스무리한 동물들이 어슬렁대고... 서부영화에 나오는 마을처럼 변모해 간다. 주민들은 고립된 상황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줄거리만으로 보면 참 만화적이다. 서부영화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현실에 나타나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삼류만화같은 줄거리지만,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을 절대로 삼류로 전락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소름끼치는 살육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끌어 고립된 공간 속에서의 공포와 고통을 날것으로 맛보게 해준다. 밴에서 내린 괴물들이 벌이는 총격전 현장을 액션영화의 한장면처럼 역동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The Regulators의 서문에 언급한 범죄소설가 짐 톰슨과 서부영화 감독 샘 페킨파의 모습들을 스티븐 킹 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

The Regulators는 소설 속에서 꼬마아이가 즐겨보는 서부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그 영화에서 한 총잡이가 이런 대사를 남긴다. "우린 이 마을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만들거야!"

킹은 이 소설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선사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료들을  소설 중간중간 틈틈이 보여준다. 맨처음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는 엽서로부터 시작해 일기, 신문기사, 영화평론서, 완구잡지 기사,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편지, 꼬마가 그린 그림(자동차에 탄 사람들이 집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 그림), 영화시나리오 등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 효과는 정말 대단해서 수많은 허구의 자료들을 접하는 동안 나는 이 소설이 진짜 일어났던 사건을 쓴 것처럼 실감나게 느껴졌다. 킹은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작가라는 것이 실감났다. 킹의 작품들을 보면 어느 순간 글씨체가 바뀐다거나 기호와 그림이 나오는 등 시각적인 면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점이 킹의 소설을 더 매력적으로 읽게 만든다.

Desperation의 Tak이 동물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을 주특기로 삼았던 데 반해, The Regulators의 Tak은 침투한 인간의 마음 속 생각을 현실에 구체화시켜 환상이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그런 점은 It의 삐에로나 Four Past Midnight의 도서관경찰에 나오는 여자 도서관장과 통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 친척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행패를 부리면 스티븐 킹 조차도 말리지 못할 것이다.

The Regulators는 습격받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 속에서는 서로를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나 먼저 살겠다고 남을 못살게 구는 이기적인 사람의 모습도 묘사된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아웅다웅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읽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한 주민이 어깨부상을 당해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다.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하지만 환자는 고통때문에 마구 몸부림치며 정신을 못차린다. 사람들은 허리띠로 두 팔과 몸통을 한데 묶어 환자의 몸을 고정시키려 하는데 환자가 너무 발작하는 바람에 환자의 몸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참 복잡한 감정을 느꼈던 부분이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안쓰럽고 섬칫한 장면이지만, 옆에서 환자를 잡고 있다가 놀라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생각하면 황당한 웃음이 삐질삐질 새어나왔다. 마치 상가집에 가서 문상하다가 살아생전 고인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상주 앞에서 왈칵 웃음이 터져나와 버리는 격이랄까. 여러분도 한번 그 부분을 읽어보시고 나처럼 황당한 기분을 느끼고 상큼해지시길 기원합니다.

이 소설은 그림으로 시작해서 그림으로 끝난다. 소설 앞머리에 나오는 그림은 총격전이 벌어지는 마을의 약도이다. 손으로 그려진 약도에는 집들이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소설을 읽는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소설을 읽다가 약도를 참고해서 '아 지금 얘네들이 있는 위치가 여기구나', '밴이 여기서 나와서 이리로 지나갔군'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그림을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국내번역판에는 이 약도가 빠져있어 아쉬웠다.)

소설 맨끝에 나오는 그림은 꼬마아이가 그린 그림 한장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뜨거워진다. 잔잔한 에필로그에 딱 어울리는 푸근한 그림이며, 현실에서 고통받던 사람이라도 부디 저세상(?)에서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게 만드는 그림이다. 저세상이란게 어떤 세상인지 스티븐 킹만이 자세히 알겠지만. 부디 행복하길...

첩혈쌍웅이나 영웅본색같은 홍콩영화 속 장면처럼 처절한 총격전이 일품인 The Regulators를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형제격인 Desperation이 넓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느라 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The Regulators는 고립된 일정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는 액션영화같아서 재밌게 읽을수 있다. 이 소설은 황금가지에서 "통제자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판이 출간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왜 마을이 서부시대로 변했는가이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밴 승합차량은 SF애니메이션 MotoKops의 주인공들 것인데. 마을이 우주공간으로 변하고 우주기지같은 게 등장하고 그랬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그러면 너무 소설이 삼류만화처럼 유치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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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Past Midnight

(1990년 중편소설 모음집)

Four Past Midnight은 아주 멋진 4편의 중편소설이 모여있는 작품집이다. 스티븐 킹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다 읽고난 뒤에는 분명히 반드시 필연적으로 또는 운명적으로 킹의 팬이 돼버릴 것이다. 스티븐 킹의 또다른 중편모음집 Different Seasons가 다분히 감성적이고 정적이었다면, Four Past Midnight은 그와 반대로 정통호러에 딱 맞아떨어지는 기괴하고 역동적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이런 대단한 이야기꾼이 미국에 있다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배아프다. 대한민국 소설가들 정말 분발해야 합니다.

이 소설집은 고려원출판사에서 "스티븐 킹, 미스터리 환상특급"이란 2권짜리 책으로 출간되었다. 표지디자인은 정말 맘에 안들지만, 어쨌든 책내용은 정말 끝내준다. 책 속에 담긴 4편의 소설 중 베스트를 하나 꼽으라면 난 도저히 못하겠다. 왜냐면 전부 다 좋으니까.

자, 그럼 이제 Four Past Midnight에 등장하는 4편의 소설을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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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을 훔친 남자 Secret Window, Secret Garden>

유명한 소설가 모튼 레이니. 부인이 바람피워서 사이가 틀어지는 바람에 본가에서 나와 여름별장에 와있다. 사랑하는 부인의 외도에 마음이 심란해서 글은 잘 안써지고 자꾸만 무기력해지는데, 어느날 누군가 별장 문을 두드린다. 밖을 나가보니 챙넓은 모자를 쓴 큰 덩치의 시골농부가 서있다. 자신을 존 슈터라고 밝힌 이 남자는 밤마다 소설을 쓰는 작가지망생이다. 그는 레이니의 오래전 단편소설 하나가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며 화를 낸다. 레이니는 슈터의 터무니없는 우격다짐에 자신의 단편이 최초로 실렸던 잡지 원본이 본가에 보관돼 있다며 며칠후에 오면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친다. 존 슈터는 거짓말이면 각오하라며 돌아가지만, 그는 레이니의 마음 속에 커다란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레이니는 본가에 있는 부인에게 잡지를 보내달라 부탁하려고 전화를 거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 후 한참만에 부인이 레이니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부인이 울먹이면서 하는 말, "여보, 전 후회하고 있어요. 어쩌다가 우리가 스티븐 킹 소설의 주인공이 됐을까요? 덕분에 우린 파멸로 치닫고 있다구요!" 레이니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묻는다.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우리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그렇습니다. 생겼습니다. 이후 레이니에게는 믿겨지지 않는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운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잇달아 터진다. 레이니의 기억 속에는 정말 슈터의 소설을 표절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점점 상황은 자신의 결백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쪽으로 변해가는데,,, 그러는 와중에 레이니는 되돌릴 수 없는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그러면서 후회한다. "어쩌다가 내가 스티븐 킹의 소설 주인공이 됐을까? 이렇게 미치고 환장할 줄은 정말 몰랐어!"

Secret Window, Secret Garden은 스티븐 킹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쩌다 광인(속된 말로, 미친X)이 되어버렸을까라는 이야기를 심리적으로 집요하게 추적한 소설이다. 킹이 묘사한 레이니의 심리변화는 너무나 정교하고 섬세해서 마치 독자 자신이 레이니의 마음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소설을 다 읽은 뒤에 나는 레이니가 존 슈터의 정체를 충분히 알아차릴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레이니는 급격한 상황변화에 당황해서 점점 미쳐가고 있는 중이었으니 미처 그런데까진 생각못했던 것 같다. 하긴 나도 제정신이 아닐땐 정말 바보같은 짓을 하곤 하니까. (언젠가 글쎄 아무생각없이 보행자신호등이 빨간불인데 횡단보도를 건넜다. 파란불인 줄 알고서. 차들이 막 빵빵거리면서 쌩쌩 지나가는데도 난 도리어 그 차들을 욕했다. 뭐야 파란불인데 왜 차들이 안서는거야!)

이 소설은 조니 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 졌다. <시크릿 윈도우(Seret Window)>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DVD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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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멈춰버린 시간 The Langoliers>

보스턴으로 비행하던 비행기에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다. 잠자고 있던 승객들이 일어나보니 비행기 안에 다른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좌석은 텅텅 비었고, 스튜어디스누나도 안보이고, 심지어 조종사도 없이 비행기는 날아가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이 심상치 않은 사태에 관해 온갖 추측을 해댄다. 그때 미스테리 소설가인 승객이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정답을 말한다.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틀림없이 우리가 그만 스티븐 킹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스티븐 킹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니까요. 그 인간이 재밌는 소설을 쓰기 위해 일부러 우리를 이런 위기상황에 빠뜨린 것입니다."

다행히도 승객 중에는 비행기조종사가 끼어 있어서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 연료 등등의 문제로 차마 원래의 보스턴으로 가지 못하고, 스티븐 킹이 살고 있는 동네인 메인주 뱅고어공항에 불시착할 수 밖에 없었다. (미스테리 소설가의 외침. "거봐 이게 다 스티븐 킹의 각본대로라니까!) 공항에 착륙해서 또 놀랄 일이 있었다. 공항도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는 버려진 공간이었던 것이다. 외부와 전혀 연락이 안되는 상황 속에서 승객들은 멀리서 뭔가가 갉아먹는 듯한 작은 소리들을 듣게 된다.

그런데 승객 중에 크레이그 투미라는 사내가 있는데, 그는 반드시 보스턴으로 가야만 했다. 평생 참을 수 없는 압력에 시달려 왔던 그는 반드시 보스턴으로 가서 압력을 터뜨려야만 했다. 그런데 승객들이 멋대로 킹의 각본대로 뱅고어에 착륙시키자 화가 난 그는 사이코로 돌변해 버린다. 그는 갉아먹는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아빠가 들려주던 얘기 속의 주인공. 얘야 게으른 사람들을 혼내주러 랭골리어들이 쫓아온단다. 크레이그는 랭골리어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승객들을 위협해 비행기를 이륙시키려 한다. 하지만...

정말 멋진 소설이다. 낯선 상황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박력있게 전개된다. 특히나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많은 데도 불구하고,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소설을 전개하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가 돋보였다. 그리고 비행기와 공항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글 속에 녹아있어서 비현실적인 소설을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난 읽는동안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말았다. 이런 굉장한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노벨문학상감이다!

The Langoliers는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다. AFKN에서도 방였했었고, KBS1에서도 했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방송에서 미처 못본 사람들을 위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출시제목은 "스티븐 킹의 랭골리얼". (좀 유머러스한 제목이죠?) 데이빗 모스가 비행기 조종사로 출연해서 중후한 연기를 펼친다.(그는 "그린마일"에서 간수역으로 출연했고, 현재 또다른 스티븐킹 원작영화 "Hearts in Atlantis"에도 출연중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영화 속에서 돋보이는  사람은 크레이그 투미역을 연기한 배우같다. 특유의 종이찢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표정연기는 "뽕을 맞지 않고서야 맨정신으로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지하고 오묘하다.

일부 의견들을 들어보면 영화후반부의 랭골리어들 모습이 패크맨같이 생긴 것이 너무 조잡해서 영화를 삼류로 전락시켰다는 얘기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난 그런 모습이 좋았다. 마치 천안 호도과자에 이빨을 달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 한국적으로 보여서 더욱 정감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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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라진 도서관 The Library Policeman>

샘 피블스는 급한 사정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책 두권을 빌리게 된다. 도서관장인 아델리아라는 여자는 기분나쁜 태도로 만약 반납일을 어기면 도서관경찰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일이 꼬이기 시작해서 샘은 책을 잃어버리게 되고 반납일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그러자 농담인 줄로만 알았던 무서운 도서관 경찰이 샘의 집에 들이닥친다. 도서관 경찰은 오늘밤 12시까지 반납하지 않으면 벌을 내리겠다고 협박한다. 이제 샘은 정신없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책을 반납할 방법을 짜내기 시작한다. 그러는 중에 도서관장 아델리아라는 인물은 정상대로라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 무서워진 샘은 미친듯이 반납을 위해 광분하기 시작한다.

The Library Policeman은 줄곧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소설이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태연히 일어나는 현실에 주인공도 당황하게 되고, 읽고 있는 독자도 당황하게 된다(전문용어로 더블당황). 초자연적인 존재로부터 느낄 수 있는 공포가 스멀스멀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인터넷에 올라온 감상문 중엔 아델리아라는 여자가 남의 악몽을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킹의 소설 "It"에 나오는 삐에로 페니와이즈와 부부사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The Library Policeman에서는 킹 소설 특유의 마음 속에 상처를 안고 사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오싹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킹의 상처가 얼핏 들여다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순전히 내 개인의 느낌. 킹이 아기였을때 아버지는 가출해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데이브라는 간판업자가 아델리아의 요청에 의해 도서관포스터를 그리게 된다. 포스터의 그림은 증기롤러차에 깔려 죽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데이브가 그때를 회상한다.

"난 주정뱅이가 가장 잘하는 짓을 했지. 그 술을 쭉 들이켠 뒤 시키는 대로 하는 거. 난 일종의... 열병 같은 것에 사로잡혔어. 난 싸구려 물감으로 두시간 가까이 그림을 그렸어. 그 여자의 책상 여기저기에 물과 물감을 흘리면서. 그런 것에는 털끝만치도 신경을 쓰지 않았지. 그렇게 해서 그려낸 그 그림은 나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였어... 하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나. 그건 신발을 신은 채 랠폴 가에서 쭉 뻗은, 그리고 머리가 햇빛에 녹은 버터조각처럼 납작하게 눌려진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어. 증기 롤러차를 몰고 있는 사내는 실루엣만 보이도록 처리했는데 그는 뒤를 돌아보고 있었어. 이빨을 드러낸채 히쭉 웃으며. 그 녀석의 모습은 그 뒤로도 내가 그 여자를 위해 그려준 포스터들에 번번이 나타나곤 했지. 그놈은 샘 당신이 말한 그 포스터, 그러니까 낯선 사람의 차는 타지 말라는 그 포스터에도 나와요. 운전을 하는 녀석.

우리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지 일년쯤 되었을 때 우리 어머니 곁을 떠났어. 땡전 한푼 안 남겨 준 채. 지금에서야 생각이 나는데 내가 그 포스터들 속에서 그리려 했던 사람은 바로 우리 아버지였어. 난 그를 음흉한 사내라고 부르곤 했지. 난 아델리아가 알 수 없는 어떤 방법을 통해 나를 자극해서 그 사람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게 하지 않았나 싶어. 내가 두번째로 그린 포스터를 가져 갔을 때 그 여자는 여간 좋아하지 않았어. 그 여자는 흡족하게 웃으며 말하더군..."

그러고보니 간판업자의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스티븐 킹의 형 이름이 데이브니까. 음... 꼬투리를 잡으려니까 끝이 없구나. 이제 그만. 아무튼 도서관경찰이란 아이디어를 한국의 수많은 비디오가게에서도 이용하면 어떨까? 연체손님때문에 동네 비디오가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 "손님 대여기일을 어기시면 비디오경찰을 보낼겁니다 그러니 제때제때 반납하세요 빌려가놓고 이사를 가버린다던가 따위의 허튼 수작을 부리시면 비디오경찰이 찾아가서 벌금을 받아낼 겁니다 비디오경찰이 받는 벌금은 돈이 아니에요 당신의 가장 무서웠던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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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환상카메라660 The Sun Dog>

케빈은 15살 생일선물로 폴라로이드카메라를 선물받는다. 그런데 카메라는 찍을때마다 계속 이상한 사진만 토해낸다. 벌판에 개 한마리가 서있는 사진. 고장이라고 생각한 캐빈은 팝 메릴이라는 음흉한 노인이 운영하는 수리점에 카메라를 가져간다. 그리고 팝은 계속 똑같은 사진들 속에서 무서운 진실을 밝혀낸다. 사진 속의 개가 카메라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계속 사진을 찍는다면 결국엔? 팝은 마음 속으로 캐빈 몰래 음흉한 속임수를 계획한다.

예전에는 The Sun Dog에 대해 참 단순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뭐야 계속 사진찍는 얘기뿐이잖아!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번 읽어봤더니 너무 놀라운 소설이었다. 계속 사진찍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면서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었다(너무 디테일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각 인물들의 심리가 빚어내는 사건의 전개가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후반부에 팝이 벌이는 무의식적인 행동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것이었다. 무서워서 멀리 하려는 카메라를 뻐꾸기시계라고 생각하고 막 만지작거린다. 그는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카메라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넋이 나간다는 사실은 정말 두려운 것이겠지.(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TV에서 처음으로 고소영을 보았을 때, 핑클 봤을때, 김희선 봤을때, 소유진 봤을때, 박지윤 봤을때... 이런! 따져보니까 그런 경험이 너무 많으네.)

The Sun Dog에서 가장 압권인 부분은 마지막 결말부분이다. 팝의 수선가게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인데, 새삼 스티븐 킹의 묘사력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같으면 그런 장면을 써봐야 한 여섯줄이나 일곱줄 정도면 더이상 쓸 말이 없을 것 같은데, 스티븐 킹은 몇페이지에 걸쳐서 처절하게 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정말 일급 소설가는 아무나되는 것이 아닌것 같다. 그 결말부분은 정말 강추천이다. 글로써 생생한 이미지를 표현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The Sun Dog을 읽으면서 사진 속에 나오는 개가 언급될 때마다 난 킹의 소설 "Cujo"가 생각났다. 광견병에 걸려서 몸부림치다 파멸을 맞이한 불쌍한 개, 쿠조. 아니나다를까 The Sun Dog에서도 쿠조가 여러차례 언급된다. 그렇구나! The Sun Dog의 개는  쿠조가 죽어서 다시 살아난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사진 속의 벌판은 저승세계? 사차원의 세계? 안드로메다성운 시리우스별 옆의 제3위성 따르빠따카쁘루띠야? 어찌됐든 난 쿠조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그래서 난 주인공 캐빈보다 돌아온 쿠조를 더 응원하고 있었다. 물론 결말이야 누구나 짐작이 가겠지만.

The Sun Dog은 결말에서 아직 캐빈이 사진 속의 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쿠조가 "I'll be back!"을 노리고 있다는 뜻인데, 나는 스티븐 킹이 반드시 The Sun Dog의 뒷이야기를 써주었으면 좋겠다. 쿠조를 다시 만나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킹은 너무 오래전 소설이라서 자기가 이 소설의 끝부분에 속편을 암시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을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편지라도 써서 부탁해 볼까?

늑대인간 / Cycle of the Werewolf

작품 감상문 2007.05.11 23:40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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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e of the Werewolf

(1983년 소설)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말이 있다. 거친 늑대와 꾀많은 여우를 남녀에 비유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동물적 특성을 확대해석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여우같은 여자를 구미호로 만들어 버리고, 서양에서는 늑대같은 남자를 늑대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늑대인간! 보름달만 되면 홀연히 나타나 낮게 깔리는 으르렁거림과 함께 억센 발톱과 강한 이빨로 애건 어른이건 할 것 없이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는 막가파 괴물. 은으로 만든 총알로만 처치할 수가 있다는 예민한 체질의 소유자. 늑대도 아닌 것이 인간도 아닌 것이 늑대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온세상을 터프하게 피바다로 만들고 다닌다. 드라큘라가 괴물계의 신사같은 존재라면, 늑대인간은 괴물계의 터프가이라 할만하다.

Cycle of the Werewolf는 스티븐 킹이 늑대인간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짧은 소설이다. 미국판 버전 중에는 128페이지짜리도 있다고 하는데, 한국판도 단지 179페이지 정도이다. 본문 중의 글씨도 큼직큼직하고 중간중간 삽화가 들어 있는데도 길이는 매우 짧다. 길이가 짧기 때문에 그만큼 소설이 압축되어 있어서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인물 심리묘사, 배경묘사, 등장인물들의 대화같은 요소들이 꼭 필요한 정도만 남기고 생략되어 있어서 장면전환이 신속하고, 소설 속 사건들이 "내가 먼저 전개할꺼야 내가 먼저 전개할꺼야"하고 서로 다투는 듯이 사건들의 전개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도 책을 잡고서 여유있게 단 2시간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난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다고 뭔가가 빠진 듯한 허전한 기분은 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이 소설은 1년 열두달을 소제목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목차가 1월로 시작해서 12월로 끝나고 있다. 소설 속 배경은 타커즈 밀스라는 작은 마을. 1월의 눈보라치는 어느날 으슥한 농장 창고에서 한 남자가 늑대인간의 습격을 받아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늑대인간의 희노애락을 그려내고 있다. Cycle of the Werewolf의 주인공은 늑대인간과 더불어 그에 맞서는 마티 코즐로프라는 인물이다. 1월부터 6월까지는 늑대인간에게 희생되어가는 인간 및 동물들(돼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가, 7월이 되어서야 마티 코즐로프가 등장한다. 그는 10살짜리 소년으로서 하반신마비 장애인이어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1월부터 시작된 사람들의 잇따른 죽음에 불안을 느낀 마을이 7월 독립기념일 밤의 불꽃놀이를 취소한데 낙담한 마티는 밤에 혼자나가서 불꽃놀이를 하다가 늑대인간과 마주치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둘 사이에 진한 우정이 꽃피고...는 절대! 아니고, 늑대인간은 휠체어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있던 마티를 덮쳐 버린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마티는 그후 할로윈데이(10월 31일)에 우연히 늑대인간의 정체를 알게되고, 놈에게 대담한 방법으로 시비를 걸어 버린다. 과연 이 겁없는 10살짜리 소년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애건 어른이건 닥치는대로 저세상으로 보내 버리는 늑대인간을 어떻게 저세상으로 보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정답은 이 소설의 12월에 밝혀진다.(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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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e of the Werewolf는 짧지만 만만치 않은 재미를 선사하는 멋진 소설이다. 특히 마티가 7월의 사고를 단서로 늑대인간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단순하지만 짜릿한 장면이다.) 시간적으로 열두달에 걸친 이야기인 만큼 각 달마다 타커즈 밀스 마을의 풍경묘사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짧지만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 소설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각 달마다 나오는 일러스트이다.

Berni Wrightson이라는 사람의 일러스트인데, 흑백으로 그린 마을의 모습들과 컬러로 그린 소설 속 사건모습들이 읽는이의 기분을 한껏 고조시켜준다. 전형적인 미국풍의 그림들인데,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광기에 찬 늑대인간의 분위기를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9월에 나오는 그림이다. 늑대인간이 돼지우리를 습격하고 난 뒤의 아수라장을 간단하지만 효율적으로 엽기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상상이 가시죠? 늑대가 물어뜯고 난 돼지시체들이 널부러진...  (Berni Wrightson은 Creepshow와 The Stand 같은 킹의 작품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Cycle of the Werewolf는 각색작업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제목은 Silver Bullet이었다. 이 영화의 개봉과 함께 미국에서는 Silver Bullet 시나리오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었다. Silver Bullet은 국내에 "악마의 분신"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와 DVD로 출시가 되어 있다.

난 Silver Bullet을 TV에서 봤다. 아주 오래전 아마 내가 초등학생인가 중학생때 KBS2에서 대낮에 방송됐었다. 사실 마티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장면과 그 밖의 몇장면만 부분적으로 기억나고, 그 영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만 하더라도 스티븐 킹이란 작가를 몰랐기 때문에 그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한채 TV에 집중하지 못하고 영화를 보다말다 계속 딴짓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그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영화 초반부에 한 섹시한 누나가 잠옷을 입고 잠자는 부분이다. 그러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늑대인간의 밥이 되고 만다. 놀라서 휘둥그레진 누님의 두눈, 난폭하게 덮치는 검은 늑대인간, 무참히 찢겨나가는 누님의 잠옷, 비명을 지르는 누님의 빨간 입술, 곧이어 클로즈업되는 기분나쁜 늑대인간의 눈동자. 그당시 내 나이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사실 내가 집중해서 본 것은 늑대인간이 아니라 누님이었다. 누니이이이이이임~!) 

영화에 대해 얘기하다 소설얘기를 하나 빼먹은 것 같다. Cycle of the Werewolf는 한국판이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혜민에서 "늑대인간"이라는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제목으로 펴냈다. (작가이름이 "스테판 킹"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