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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rawing of the Three

The Dark Tower 2

(1987년 소설)

 다크 타워 시리즈 1편 "최후의 총잡이 The Gunslinger"에 이어 2편 "The Drawing of the Three"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잎새 출판사를 통해 "태로우 카드",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세 개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되었다. (이 감상문은 내가 잎새 출판사의 책을 읽고 나서 쓴 것이므로, 감상문 속에서 책 제목을 "태로우 카드"로 통일할 것이다.)

1편 "최후의 총잡이"에서 검은 남자가 너무나 속을 썩인 나머지 폭삭 늙어버린 우리의 주인공 최후의 총잡이 롤랜드. 롤랜드는 바닷가 모래해변에서 넋을 놓고 있다 얼떨결에 괴물의 습격을 받고 치명적인 신체손상을 입게 된다. 상처의 감염으로 점점 죽어가는 롤랜드는 검은 남자의 예언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며 정처없이 바닷가를 걸어가게 된다.

1편 마지막에서 검은 남자는 롤랜드에게 7장의 태로우 카드(tarot card)를 차례로 보여주며 롤랜드의 미래를 점쳐 주었었다. 2편 "태로우 카드"에서는 7장의 카드 중 3번째 "포로 The Prisoner", 4번째 "그림자 여인 The Lady of Shadows", 5번째 "죽음 Death"을 롤랜드가 끈질기게 헤쳐나가는 여정을 보여주게 된다.

죽을 힘을 다해 바닷가를 걷던 롤랜드는 잇달아 3개의 문과 만나게 된다.

첫번째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1980년대 후반의 뉴욕. 그 곳에서 롤랜드는 헤로인의 포로가 된 마약쟁이 에디를 만나게 된다. 에디는 조폭두목의 심부름으로 마약을 운반 중인데 마약 수사관들에게 의심을 사게 되고, 게다가 조폭들도 그가 배신한 것으로 오해하고 총을 들고 달려들 기세다.

두번째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1960년대 초 뉴욕. 그 곳에서는 오데타 홈즈라는 휠체어를 탄 흑인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몸 속에는 데타 워커라는 또하나의 인격이 어두운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다. 하나의 몸을 두고 오데타와 데타는 번갈아 나타나게 되는데, 오데타와 데타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데타는 마음씨 좋고 이성적인데 반해, 데타는 굉장히 감정적이고 폭력적이다. 이 둘을 다독거리느라 롤랜드는 죽을 지경이 된다.

세번째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1970년대 중반의 뉴욕. 그 곳에서는 타인을 죽음에 빠뜨리는 것이 조용하게 흘러가던 우주에 파문을 일으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있는 변태 회계사 잭 모트를 만나게 된다. 알고보니 잭은 롤랜드가 1편 "총잡이"에서 만났었던 제이크를 살해하려고 한다. 롤랜드는 고민에 빠진다. 만약 여기서 제이크를 구해주게 된다면 제이크는 다크타워 세계에 안가게 되고 그 결과 1편에서 겪었던 제이크와의 모험들이 전부 무효가 되어 버리는 시간의 모순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롤랜드는 바닷가 괴물에 당한 상처로 인해 완전히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기 때문에 어서 빨리 치료약을 구해야만 한다. 가뜩이나 몸이 아파 죽겠는데, 롤랜드의 머리 속은 상당히 복잡해진다.

이 모든 세 개의 관문을 무사히 헤쳐나가야만 하는 의무와 책임이 롤랜드의 어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롤랜드의 말로 카(Ka), "운명"이니까.

다크 타워 시리즈 2편 "태로우 카드"는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는 작품이다. 만약 "재미있는 소설 찾기 세미나"가 열린다면 "최우수 모범사례"로 선정될 만하다. 그만큼 총잡이 롤랜드가 마법의 문을 통해 다크 타워 세계와 현대 뉴욕 세계를 번갈아 오가면서 펼치는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태로우 카드"에서는 전편과 달리 롤랜드가 다크 타워 세계를 많이 여행하지 못한다. 다른 차원의 뉴욕으로 통하는 3개의 문을 들락날락거리느라 바빠서 그렇기도 하고, 몸이 아파서 기어다는 것조차 힘에 겨울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데타 홈즈와 데타 워커 사이의 변덕스런 취향에 장단을 맞추느라 반죽음 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이렇게 다크 타워 세계에서 치료약이 없어 무기력하게 시름시름 죽어가는 롤랜드의 처절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정말 나도 모르게 분통이 치밀었다. 내가 자비를 들여 약을 사다 기증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작품 속에서는 다크 타워 세계보다는 뉴욕에서 롤랜드가 벌이는 활약상이 비중있게 처리되고 있는데, 총에서 뿜어 나오는 화약냄새가 진동한다. 뉴욕 거리를 누비며 조폭들과 경찰들의 총알세례에 맞서 싸우는 롤랜드의 냉철하고 빈틈없는 총격전을 접하다 보면, 소설 속에서도 언급되지만 정말 롤랜드가 "터미네이터"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거친 총싸움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태로우 카드"가 무식하게 총으로만 밀어 붙이는 소설만은 아니다. 소설 속에서는 각각의 인물들과 사건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롤랜드를 둘러싼 "카"의 세계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소설 후반부에서 이렇게 산적한 고민거리들을 한번에 화끈하게 날려버리는 롤랜드의 처절한 활약상을 읽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이 전해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가 퍼덕퍼덕 살아 숨쉰다!

"태로우 카드"에서는 처음으로 20세기 문명 -황폐한 다크 타워 세계와는 달리 물자가 풍부하다- 을 접하게 된 어리둥절한 롤랜드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에디가 전해준 콜라를 난생 처음으로 먹어본 롤랜드가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이며 허겁지겁 콜라를 들이키는 장면에서는 코믹한 기분까지 들게 된다. 이렇게 맛있는 물이 있다니! 뉴욕의 총기상점에서 총알을 구경하고 놀라는 장면은 또 어찌나 웃기던지. 총알이 이렇게 많아!?

한편으론 소설 속에서 시종일관 냉정하고 괴팍하게 행동하는 롤랜드에게서 언뜻언뜻 비쳐지는 여린 모습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대한 운명의 무게를 등에 짊어지고 다녀야하는 힘겨운 고통의 몸부림 같은 것이 보인다. 그는 힘들다고 운명을 떨쳐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자신이 다크 타워의 세계로 끌고 온 사람들에게서 문득 애정을 느끼면서도, 다크 타워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냉정해져야 하는 롤랜드는 참으로 불쌍한 인물인 것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선명해서 굉장히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말 밖에는 더이상 할 말도 없고, 그래도 억지로 더 말하는 것은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의 스토리를 미래의 독자들에게 홀라당 노출시키는 바보같은 짓이 될 것이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태로우 카드"를 꼭 읽어야 한다. 킹의 팬이 아니더라도 "태로우 카드"를 읽어두는 것이 몸에 좋다. 이렇게 끝내주게 재미있는 소설을 모른채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한가지를 잃어버리는 것이 될테니까. 그리고 "태로우 카드"를 읽게 되면 다크 타워 3편을 꼭 읽고 싶어질 것이다. 아주 많이. 다크 타워 3편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반드시 읽어주마! 이토록 불같은 의욕에 불타오르게 된 나 자신이 무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