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Stephen King's hits and misses"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킹이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나왔는데, 아내는 그 영화가 맘에 안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토록 착한 영화를 싫어할수가 있다니 킹은 이해가 안갔습니다.

아내는 "포레스트 검프" 영화가 그릇된 가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답했습니다.
"검프는 인생이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어떤 게 손에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하잖아.
하지만 초콜릿 상자에 든 것은 모두 단맛나는 것들 뿐이지.
내 경험상 인생은 그렇게 늘 달콤할 수 없어."

킹의 인생경험도 아내와 같았고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첫 인상처럼 흐뭇하게만 바라보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의 포레스트 검프가 이렇게 말했다면 킹의 아내가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깜짝선물이 든 상자와 같고, 그 깜짝선물 중에는 초콜릿이 많아."

킹은 그런 식의 느낌을 대중문화한테서도 받습니다.

상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면 이따금씩 손가락이 쥐덫에 걸리는 수모를 당합니다.
하지만 달콤한 것이 손에 걸리는 경우가 자주 있지요.

스티븐 킹이 2010년의 깜짝선물 상자에서 꺼내본 주목할만한 것들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에미넴의 음반 "Recovery": 초콜릿
나는 처음부터 에미넴이 반짝스타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했었다니.
에미넴의 음반 "Recovery"는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전율을 일으키고, 항상 고통스러울만치 솔직하다. 에미넴과 리한나가 함께 한 "Love the Way You Lie"란 노래가 완전 천재적이다. "Not Afraid" 역시 무척 훌륭하다.

영화 "인셉션(Inception)": 초콜릿
나는 이 영화의 전부를 이해한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못하다.
나는 놀라운 특수효과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긴장감 넘치는 격렬한 연기를 맘에 들어했는가? 그래, 맞다.
나는 또한 엘렌 페이지한테 홀딱 반해버렸다.(스티븐 킹 아저씨의 사랑은 물론 플라토닉 사랑이지.)

아이맥스 영화: 쥐덫
내가 처음 본 아이맥스용 영화가 "인셉션"인데, "어... 아이맥스 영화란게 겨우 이 정도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스크린이 커졌을 뿐이란 거다.
반면에 사운드는 놀라웠다.
그렇게 끝내주는 사운드 시스템을 가진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메탈리카나 AC/DC의 공연실황을 보고 싶다.

드라마 "Persons Unknown": 초콜릿
출연진과 제작진의 친인척만 빼고는 정말 아무도 시청하지 않은 NBC TV의 여름 연속극.
그런데 나는 시청했다.
이 드라마는 내 소설 "Under the Dome"의 단순화 버전 같은 분위기로 시작하는데,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사막마을에 갇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크리스토퍼 맥쿼리("유주얼 서스펙트")의 제작방향이 적절해서, 이 드라마는 편집증에 몸부림치는 기똥찬 운동으로 발전해나간다.

하드코어 홍키통크 밴드 "Red Meat": 초콜릿
(이 밴드의 2007년 음반 "We Never Close"에 수록된) "Thriftstore Cowgirl"을 라디오에서 들었다가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당신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 것이다.

영화 "A-특공대": 쥐덫
뛰어난 영화가 되었어야 했으나, 그 대신 구린 영화가 되었다.
나는 극장에서 웬만하면 영화를 관대하게 보아 넘기자만, 그래도 불편한 기분에 억지로 휘발유를 뿌려 불태워버리는 과잉친절까지 베풀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
내 입술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보라. '비행기에서 추락한 탱크가 포탑을 역추진 로켓처럼 사용해서 추락속도를 늦추는 게 가당키나한가!'
내가 무슨 말하는 건지 다들 알겠지? 다들 고맙수다.

영화 "Winter's Bone": 초콜릿
보석기간 중에 튀어버린 마약기술자 아빠를 찾아나서는 산골소녀를 다룬 이 수수하고 굳센 이야기는 "A-특공대"와 정반대되는 지점에 위치하며, 특수효과라는 스테로이드 강화제보다는 정직함으로 서스펜스를 발생시키는 작은 영화다.

소설 "The Liar's Lullaby": 초콜릿
법의학자 조 베케트가 등장하는 메그 가디너의 신작소설.
이 멋진 소설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 짜릿한 서스펜스 장면을 선보이는데, 컨트리 가수가 4만 명의 팬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 장면: 샌프란시스코의 야구경기장에 헬리콥터가 충돌한다.)

소설 "Never Look Away": 초콜릿
내 인생에서 작가 린우드 바클리는 어떤 의미였던가? 지난 5년간 내가 읽은 최고의 스릴러소설이 바로 그의 소설이다.
일단 30쪽까지 읽고 났더니, 말 그대로 나는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문장이 힘차다. 반전이 충격적이고 완벽하게 예측불가능이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정도로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케이블채널 AMC의 드라마 "Rubicon": 초콜릿
NBC TV의 드라마 "Persons Unknown"만큼 고급스럽게 미친듯한 분위기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뱃지 데일은 매력넘치는 배우고, 으음... 저기 어딘가에 나쁜 놈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잖은가? 우리를 감시하는 나쁜 놈들 말이다.
뇌를 도청당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알루미늄 호일로 모자를 만들어 쓰자구요.

케이티 페리의 음반 "California Gurls": 쥐덫
케이티 페리는 빼어난(그리고 화려한) 가수지만, 이번 싱글은 실망스럽다.
단지 흥얼거리고 싶은 마음이 좀 덜 든다는 점만 빼면 매년 여름마다 나오는 다른 싱글곡과 똑같잖아?
그래도 스눕 독의 피처링이 끝내준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쥐덫보다는 초콜릿이 더 많다는 것을 당신도 눈치챘겠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자꾸 대중문화를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좋은 점이 있다. "대중문화라는 깜짝상자는 결코 비어있는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