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추천하는 오디오북

뉴스 2010. 7. 12. 01:32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Stephen King on the 'Blood's a Rover' audiobook"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오디오북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현재 생존 중인 미국 소설가 중에서 최고의 인물을 꼽으라면, 스티븐 킹은 아마도 50명의 이름을 말하게 될 것입니다.
10명 정도로 범위를 좁힐 수는 있겠지만, 그러고나면 킹은 신경쇠약에 걸려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생존 중인 미국 소설가 중에서 근성있고, 용감하고, 재미있고, 외설적이고, 아름답고, 복잡하고, 과대망상적인 (그리고 진정으로 미국적인 현상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헬리콥터를 타고 불명예 퇴진을 하던 시점에 자취를 감추었다고 믿는듯한) 인물을 꼽으라면, 스티븐 킹은 간단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킹의 대답은 "제임스 엘로이".
고도로 위험한 문학적 번개에 노출되어 광기에 눈뜨고 나면, 제임스 엘로이라는 작가를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엘로이의 2009년 소설 "Blood's a Rover"는 그의 최고작품입니다.
킹은 이 소설의 줄거리를 말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하는건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해한다쳐도 완벽하게 설명하려면 적어도 4쪽이나 되는 분량으로 설명해야만할 것입니다.

게다가 줄거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소설 "Blood's a Rover"는 여러 가지 사건과 기묘하고 서글픈 아름다움이 뒤섞인 파도에 독자를 실어나릅니다.

이 소설이 무장강도 사건(1964년)에서 시작해 정치인들이 벌이는 미친듯한 정당대회(1968년)를 관통하고, 특별코스로 아이티 섬을 찾아가더니, 위싱턴에서 FBI 국장 J. 에드가 후버의 죽음(1972년)으로 결말을 맺는다는 정도로 줄거리를 요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줄거리 속에서 독자들은 흑인 전투원, 왜소한 독재자, 자기가 죽인 강도의 숫자가 새겨진 나비넥타이를 자랑하고 다니는 형사, 아버지를 골프채로 때려죽이는 순경, 방공호에서 생활하며 섹스에 환장한 인종차별주의자, 사람 머릿가죽 벗기고 다니는 변태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스티븐 킹이 말하고 싶은 것은 "Blood's a Rover"의 종이책이 아니라 오디오북입니다.
"Blood's a Rover"의 오디오북은 완전한, 완벽한 마법과도 같습니다.

흔한 일은 아니니만, 때로는 하나의 힘찬 재능이 또 하나의 힘찬 재능과 만나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Blood's a Rover"의 경우에 나중에 합류하는 또 하나의 힘찬 재능은 크레이그 왓슨입니다.

그는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지만("고스트 스토리", "말콤 X" 등), 대단히 좋은 오디오북 낭독자이기도 합니다.

"Blood's a Rover"의 오디오북은 간단히 말해 스티븐 킹이 이제껏 들어본 오디오북 중 최고입니다.
킹은 이제껏 수백 가지 오디오북을 들어봤는데, "Blood's a Rover"가 최고입니다.

좋은 낭독자는 소설을 해석해서 소설에 생기를 불어넣어줍니다.
훌륭한 낭독자는 자신이 낭독하는 소설 안에서 살아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크레이그 왓슨이 바로 그런 낭독자입니다.

"Blood's a Rover" 오디오북은 26시간짜리고, 그 26시간 동안 크레이그 왓슨의 목소리는 스티븐 킹을 매혹시켰습니다.
오로지 목소리로만 말이죠.

"Blood's a Rover"에는 주연급 등장인물이 10여명이고, 조연급 등장인물이 40여명 정도 됩니다.
등장인물들이 온갖 연령과 피부색깔을 망라하고, 남성, 여성, 애매한 성까지 해서 성별도 각양각색입니다.
작가 제임스 엘로이는 그런 수많은 등장인물을 쫓아다니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유혈낭자하고 위험했던 8년의 세월을 관통합니다.
오디오북에서 크레이크 왓슨도 작가와 보조를 맞추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을 발휘해 인상적인 낭독을 펼칩니다.

"Blood's a Rover" 오디오북을 한창 듣고 있던 스티븐 킹은 한 사람이 모든 배역을 도맡아 연기하며 걸출한 역량을 선보이는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Blood's a Rover" 오디오북은 모든 사람이 좋아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폭력을 감당할 수 있다면, 제임스 엘로이와 크레이그 왓슨의 에너지가 빚어내는 무자비한 파도를 감당할 수 있다면, "Blood's a Rover" 오디오북을 통해 이야기 낭독의 경이로운 힘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크레이그 왓슨의 낭독으로, "Blood's a Rover"가 살아숨쉬게 되는 것입니다.

"Blood's a Rover" 오디오북을 듣는 26시간동안, 스티븐 킹은 자동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는 경험이 그토록 특별한 것인지 처음으로 실감하고 말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Commented by BlogIcon 이야기꾼 at 2010.07.12 08:56

    제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작가입니다.

    <블랙 달리아> 쵝오였습죠.
    엘로이의 자전적 고백인 <내 어둠의 근원>은 구입해 놓고 아직 못 읽고 있어요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