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말하는 영화 과대선전

뉴스 2010. 1. 31. 22:29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Stephen King Decodes Movie Blurbs"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영화 리뷰를 빙자해 동원되는 과장된 선전문구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일요일자 신문의 영화 소개 지면을 훑어보면 영화계에서 늘 좋은 영화를 줄기차게 뽑아내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정말 영화의 황금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건가?"

순진한 사람이라면 정말 그렇게 믿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영화팬은 진실을 알고 있지요.

걸작영화가 자주색 암소만큼이나 희귀한 것은 아니겠지만, 매주마다 튀어나올만큼 흔한 것도 아닙니다.
영화를 포장하려는 과장된 선전문구들이 걸작영화의 홍수가 난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귀가 얇은 사람들을 위해 스티븐 킹은 영화 선전문구의 속뜻을 친절하게 해석해줍니다.

"올해 최고의 영화!"
이것은 모든 영화 선전문구의 어머니여서, 영화상 시즌이 되면 TV와 신문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다.
해석: "올해 최고의 영화 아님."

"즐거운 재미가 가득! 주연배우들의 호흡이 척척!" (영화 "프로포즈 데이[Leap Year]")
해석: "한두번 정도는 웃을 수 있겠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마라. 그래도 배우들은 분명히 연기 호흡을 맞출텐데, 때로는 서로의 호흡을 빨아먹기도 한다."

"웃다 죽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시라!"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It's Complicated]")
해석: "존경받는 유명배우들이 병신짓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의문이 생겨난다. 돈내고 영화보러 갔는데 웃다 죽고 싶은가? 식당에서 샌드위치 먹다 고깃덩어리가 목에 걸려 숨막혀죽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영화 선전문구치고는 참 무섭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구축한 경지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명인이다!"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Invictus]")
해석: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진짜 나이도 많고 주름살도 많아, 그렇지?"

"올해 최고의 로맨스 영화!" (영화 "뉴 문[New Moon]")
해석: "섹스 안 나와. 누드 안 나와.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운 눈빛은 많이 나와."

"완벽한 가족 코미디 영화!" (영화 "앨빈과 슈퍼맨드 2[Alvin and the Chipmunks: The Squeakquel]")
해석: "당신의 자녀들은 웃을 것이다. 당신과 당신 아내는 이 지랄맞은 영화가 끝나길 기다리느라 몇 년, 몇 세기,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오 하나님, 제발 영화가 빨리 끝나게 해주세요."

"배우 에밀리 블런트가 젊은 빅토리아 여왕한테 훈녀의 맛을 더한다!" (영화 "The Young Victoria")
해석: 미안, 이게 무슨 뜻인지 쓰벌 전혀 이해가 안돼. 위의 선전문구는 영화평론가 렉스 리드의 리뷰에서 인용한 것인데, 이 양반은 장황하면서도 암시적인 말들을 늘어놓는 성격인지라, 영화 과대선전계의 제임스 조이스라 할만하다.

"피터 잭슨이 또 다시 실력 발휘!" (영화 "러블리 본즈[Lovely Bones]")
해석: "우왕~! 그 반지의 제왕 영화들이 정말 짱이었어, 그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는 이 짝꿍 연기를 위해 태어났다!" (영화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해석: "버디 무비다."

흔히 쓰이는 선전문구 몇 가지를 더 언급하련다.

"아주 장관이다!"
해석: "배경에 나오는 풍경은 멋지지만, 너무 지루해서 엉덩이가 비명을 지를 것이다."

"이제껏 본 적 없는 X와 Y의 모습을 기대하라!"
해석: "유명배우들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안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다!"

"온가족이 즐거운 영화!"
해석: "당신 가족 전체가 지루해질 것이고 당신의 3살난 아이는 바지에 오줌을 쌀 것이다."

"주연배우 일생일대의 최고 연기!"
해석: "우리 영화사는 영화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이 별볼일 없는 영화로 흑자를 올릴 수 있으니까."

영화 리뷰에서 과장된 찬사를 일삼는 것은 그저 광고일 뿐이다. 리뷰가 아니다.
그러니 다들 조심하도록.

  1. Commented by 검은옷의살인마 at 2010.06.24 22:48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군요. 잘 읽었습니다.

  2. Commented by BlogIcon 고리 at 2010.07.07 00:43

    스티븐 킹 최고예요b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