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선정한 2009년 최고 영화 순위

뉴스 2010. 1. 7. 21:49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2009년 최고 영화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2009년 순위를 발표하며 스티븐 킹은 2009년에 본 영화들의 종합점수를 B라고 매겼습니다.
이 정도면 나쁜 점수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점수라고 이야기합니다(2008년도의 종합점수는 B-).

킹이 영화에 대한 점수를 기록해둔 수첩을 보니 2009년에는 A를 받은 영화가 딱 아홉 편 밖에 없지만(10위를 차지한 영화의 점수는 A-), F를 받은 영화가 한 편도 없었습니다.
스티븐 킹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칼럼 연재를 시작한 이래로 영화수첩에 F짜리 영화가 하나도 없었던 해는 이번이 처음인 것입니다.

2009년에 영화를 예전보다 신중하게 골라서 봤던 탓이거나 2008년보다 영화들의 질이 높아진 탓일 것입니다.

킹은 2009년에 본 영화들의 질이 높아졌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게 좋지만, 그 중에 실망스런 영화가 몇 편 있기는 합니다.
그러면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최악의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스티븐 킹이 꼽은 2009년 최고 영화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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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12

극장 나들이를 할 때는 치즈처럼 간편하고 부담없는 영화를 끼워넣는 것이 마땅하고, 1970년대의 훌륭한 재난영화들("대지진", "타워링")을 답습하는 이 영화는 관람객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탄탄한 실력의 배우들이 흥겹게 뛰어놀고, 눈이 튀어나올만큼 놀라운 특수효과의 향연이 펼쳐지는 영화다.

이런 영화 본다고 뭐 문제될 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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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판타스틱 Mr. 폭스 (FANTASTIC MR. FOX)

떠들썩한 대사가 난무하는 스크루볼 코미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 같은 작품이다.

사실상 어린이보다는 성인을 위한 작품이지만, 미스터 폭스(조지 클루니)와 그가 떠받드는 아내(메릴 스트립)가 정신없는 빈정거림을 관두고 (약 4초 동안) 저녁식사를 마구 씹어먹는 장면이 나오자 내가 있던 극장 안의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기쁨의 웃음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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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펠햄 123 (THE TAKING OF PELHAM 1 2 3)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가장 명쾌하고 서스펜스 넘치는 영화.

(1974년 오리지널 영화에서) 월터 매튜가 맡았던 역할을 덴젤 워싱턴이 훌륭히 소화해내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즐거움은 존 트라볼타가 악당 라이더가 되어 펼치는 극한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다(1974년 버전에서는 로버트 쇼가 미스터 블루라는 이름으로 연기했다).

바로 이런 장점 때문에 영화 "퍼블릭 에너미"가 참 따분해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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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

나약한 사법제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자, 분노한 남편/아버지가 직접 악당들을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그래 맞다, 우리는 전에도 이런 류의 영화를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이번 버전의 각본은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에 걸맞게 구성이 탄탄하고 재기가 넘친다.

이런 각본을 헛되게 하지 않은 것은 제라드 버틀러와 제이미 폭스의 빼어난 연기였다.
제이미 폭스는 검사 닉 라이스 역할을 맡아 도덕적으로 모호한 면이 있는 영악한 주인공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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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다큐멘터리 분위기를 차용한(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묘사도 왕왕 나오는) 이 SF 영화는 인종편견의 폐해를 보여주는 훌륭한 우화지만, 사실 이 영화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특수효과가 이야기의 주인 행세를 하지 않고 특수효과가 이야기의 믿음직한 하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이었다.

만약 "2012"가 맛있는 치즈 같은 영화라면, "디스트릭트 9"은 고급 와인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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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8년에 개봉한 영화라는 건 잘 알지만, 내 영화 순위는 12월에서 12월까지 나온 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죄와 속죄에 관하여 격렬하게 탐구한 이 영화를 뺀다는 것은 크나큰 죄가 아닐 수 없다.

한나 쉬미츠 역할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내가 지난 1년동안 본 여러 배우의 연기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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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ISGRACE

학생과의 부적절한 성관계에 대해 사죄하는 대신 남아프리카에 있는 딸의 농장으로 훌쩍 떠난 거만한 교수 역할을 맡아 존 말코비치의 연기가 빛난다.
자신의 딸이 강간 당하자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풍경이 눈부실 정도이고, 슬픔을 나타내면서도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져들지 않는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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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 로드 (THE ROAD)

인간사회의 종말을 묘사한 코맥 매카시의 원작소설에 담긴, 단출하면서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태연한 맘으로 지켜보는 것이 종종 힘들게 느껴지는 영화지만(내가 있던 극장에서는 영화가 결말에 가까워졌을 때 영사기사가 흐느껴우는 소리가 났다), 헌신적인 아버지로 나온 비고 모텐슨의 연기는 아카데미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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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왼편 마지막 집 (THE LAST HOUSE ON THE LEFT)

쉽게 말해 지난 10년간 나온 리메이크 영화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고, 단순히 1972년의 오리지널 영화가 완전 쓰레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답게 촬영된(하지만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는 모든 공포/서스펜스 영화들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야하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드라마 "Breaking Bad"에도 나오는 아론 폴의 연기가 특히 훌륭하다),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고, 가장 중요하게도 "왼편 마지막 집"에는 투철한 도덕관이 있다.
우리는 이 영화의 불쾌한 악당들이 여섯 편이나 여덟 편까지 이어지는 속편들에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녀석들은 괴물들이고, 우리는 그들이 죽기를 바란다.

이 영화는 "양들의 침묵"과 같은 반열에 올라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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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폭탄 해체는 전쟁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지만, "허트 로커"에서만큼 집요하게 자세히 묘사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서스펜스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낸다.

"폭풍 속으로"를 연출한 바 있는 케스린 비글로 감독은 예전에 줄곧 젊은이들의 파괴적 충동을 탐구해왔는데, 위험과 폭력의 중독적인 매력을 거론하는 이 완벽하게 갈고 닦인 진지한 영화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초월해버린다.

계속 전쟁을 부채질하는 것이 정치가 녀석들한테 식은 죽 먹기인 이유를 알고 싶은가?
답을 알고 싶거든 이 영화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