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보기관의 고문행위를 조사하는 위원회 설치 여부를 두고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습니다.

국제 사면 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스티븐 킹도 이 캠페인에 동참하여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친애하는 오바마 대통령께.

오바마 대통령께서 제가 쓴 소설을 읽은 적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 소설에 관해 들어보기는 하셨을테고 저를 "공포소설가"로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에게 그런 꼬리표가 달리는 것에 관해 제가 반론을 펼칠 수는 있겠지만, 고문 만큼 공포스러운 것은 거의 없다는 의견에 저뿐만 아니라 대통령께서도 반론을 제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로 수년간 미국 수사관들이 저지른 고문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독자적인 위원회 설치를 대통령께서 마지못해 지지하신 것에 대해 저는 이해합니다.
추잡한 과거사는 그냥 묻어두자는 강력한 압박이 존재하니까요.
그런 것에 매달리느라 세계 여론 속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된 미국의 위신을 더더욱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있지요.
대통령께서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책장을 넘길 때가 되었다"고 직접 말씀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과거사를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이 존재하고,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가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해놓았습니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들은 반드시 과거를 되풀이한다."

분노가 한창이던 시기에 우리는 되풀이하지 말았어야할 일을 여러 가지 저질렀습니다.
겁이 난 지도자들이 나쁜 행위를 저지르도록 우리가 묵인하고 말았고, 그런 과거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후유증이 우리한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밀주의라는 이 거센 장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과거의 상처로 인한 감염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그리고 감염으로 인한 유일한 효과는 상처 부위가 더욱 넓어지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 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이 저질러졌는지,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조사할 수 있도록 위원회에 권한을 줘서 나라를 도와주십시오.
그러고 나서야, 오로지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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