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What's Next For Pop Culture?"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미국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부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부정적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대중문화의 각 분야에서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 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도서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5% 정도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레코드판을 멸망시킨 CD 음반도 처음 등장할 때는 적은 점유율을 차지했지요.

현재 베스트셀러 양장본이 전자책으로는 10달러 정도에 팔리는 경향이 고착화되고 있는데, 인터넷서점 아마존 같은 전자책 판매상이 전자책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전자책을 싼값에 파는 것은 마약상인이 처음에는 손님한테 싼값에 마약을 파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손님을 중독시키기 위해서죠.
해리 포터 시리즈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독자들은 잘 알것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마약처럼 독자를 중독시킵니다.

스티븐 킹은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무척 좋아하지만, 전자책은 종이책을 내는 훌륭한 출판사들과 편집자들 덕분에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약 전자책이 대세가 되어 저들을 퇴출시키게 되면(일감을 뺏어가버리면), 전자책의 품질은 어떻게 될까? 게다가 전자책 가격 인상도 독자를 덮칠텐데?

(※ 조재형의 부가 설명: 댄 브라운의 신작소설 "The Lost Symbol" 출간을 앞두고 아마존은 이 책을 내는 랜덤하우스 출판사한테 양장본만 내지 말고 킨들용 전자책도 동시발매하고 전자책의 가격은 아마존 표준가격 9.99달러에 맞추라고 요구했습니다.

출판계에서는 랜덤하우스가 전자책을 내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으나, 결국 랜덤하우스는 대형서점 아마존의 요구에 굴복해 싼값에 전자책 버전도 양장본과 동시출간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출판계에서는 아마존이 노리는 다음 번 타겟이 스티븐 킹의 신작소설 "Under the Dome"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책을 내는 스크리브너 출판사는 전자책 출간 문제에 관해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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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 소설의 전자책은 9.99달러, 양장본은 16.17달러. 최근 판매순위도 전자책이 더 높습니다.


※ 록앤롤 라디오 방송이 없어지면 무엇이 대신할까?

스티븐 킹 본인이 록음악 라디오 방송국 WKIT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록앤롤 라디오 방송이 식물인간 상태라는 것을 자신있게 밝힐 수 있습니다.
광고 수입이 절망적입니다. 록앤롤 라디오가 어떤 장르를 추구하든(팝이든, 헤비메탈이든, 추억의 음악이든) 궁핍하기는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라디오로 충분히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정치색을 띠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뿐입니다.

록앤롤 라디오 방송이 없어지면, 소녀들을 꺅꺅거리게 만드는 훌륭한 신인 가수를 누가 찾아줄 것인가?
음악 선곡에 신뢰감을 주는 훌륭한 DJ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청취자들과 전화로 장난을 치고 아침 출근시간을 즐겁게 해주던 라디오 진행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킹은 좋아하는 라디오 진행자들을 납치해서 자기만 아는 곳에다 꽁꽁 감춰두고 싶을 정도로 현재 라디오의 상황을 안타까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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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록앤롤 라디오 방송국 WKIT


※ 미국의 진지한 영화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같은 훌륭한 영화들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개봉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반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병신 같은 "트랜스포머 2" 영화가 4,2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되는 현상에 스티븐 킹은 의문을 던집니다.

그토록 수많은 영화관이 특수효과와 메간 폭스의 우람한 가슴으로 채워지다니.

"허트 로커"의 제작비는 1,100만 달러 정도인데, 천재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은 "허트 로커"보다 20배가 넘는 제작비를 들였어도 쓰레기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어쨌든간에 결국 선택은 관객의 몫이라는 사실에 스티븐 킹도 동의하지만, 관람하고 난 뒤에도, 일주일 또는 한 달 뒤에도 계속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를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느냐고 묻습니다.

"허트 로커"와 마찬가지로 "더 레슬러(The Wrestler)"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에도 같은 질문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스티븐 킹이 앞으로 개봉될 영화들의 목록을 살펴보니, 가까운 장래에는 마음에 양식이 되는 영화들이 나올 기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와 "G.I.조"의 속편은 분명히 등장하고야 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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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


※ 공중파 방송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중파 방송국 NBC가 황금시간대 중 거의 4분의 1을 제이 리노 토크쇼로 때우려하는 반면 케이블 TV는 "데미지(Damages)", "번 노티스(Burn Notice)",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같이 진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킹은 공중파 방송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킹은 황금시간대의 공중파 프로그램에 따라붙는 광고들을 잘 살펴보라고 말합니다.
예전의 대형 광고주들이 운동기구, 알뜰 옷걸이, 강력 얼룩 제거제 같은 것을 파는 소기업들로 많이 바뀌어져 있을 거라고요.

이런 잡상인들이 등장할 정도면 황금시간대의 공중파 광고비가 얼마나 많이 폭락한 것인지 상상이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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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의 제이 리노 토크쇼


스티븐 킹은 이렇게 다양한 예를 들면서 걱정스럽다고 말합니다.
질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듯 보이는 미국 대중문화의 현실에서 지금 당장 딱히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작품이 양질의 작품을 몰아내면, 대중의 취향은 더욱 조악해지고 상상력의 세상은 더욱 작아질 것입니다.

양질의 대중문화가 사라져버리면?
없어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진심으로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