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신작소설 "Under the Dome" 본문 공개

뉴스 2009. 9. 18. 04:38 posted by 조재형

☞ 스티븐 킹 신작소설 "Under the Dome"이 미국에서 11월 10일 출간예정인 가운데 미국 출판사의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Under the Dome" 공식사이트가 열렸습니다.

소설과 관련된 마케팅용 가짜 사이트도 두 개 생겼습니다.
"Under the Dome" 소설의 배경인 체스터스 밀 마을을 진짜처럼 홍보하는 사이트도 생겼고, 소설에 등장하는 13살 소년 스케어크로우 조가 진짜 운영하는 것처럼 행세하는 블로그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Under the Dome" 소설의 본문 일부가 공개되었습니다.

비행기와 우드척다람쥐


( 우드척[woodchuck]은 뚱뚱한 몸집을 지닌 북미산 다람쥐다. - 조재형)


클로뎃 샌더스가 비행 강습을 받고 있는 500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체스터스 밀 마을은 금방 만들어 내놓은 것 마냥 아침 햇살 속에서 반짝거렸다. 자동차들이 마을 중심가를 따라 달리며 햇빛 담긴 윙크를 번뜩였다. 티끌 한 점 없는 하늘을 꿰찌를 만큼 콩고 교회의 뾰족탑이 날카로워 보였다. 태양이 프레스틸 개울 표면을 따라 질주하는 모양새만큼이나 세네카 V 경비행기도 그 개울 위를 날았으며, 비행기도 개울물도 똑같은 대각선 코스로 마을을 가로질렀다.


“피스 다리 옆에 남자애 둘이 있는 게 보였어요! 낚시를 하던데요!” 너무 기쁜 나머지 클로뎃한테서 웃음이 터졌다. 비행 강습은 마을 행정위원회 의장인 남편이 선심을 쓴 탓이었다. 하나님께서 인간이 날기를 원하셨다면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주셨을 거라고 남편 앤디가 탐탁찮은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그는 감언이설에 극도로 약한 사람이었고 결국 클로뎃은 원하던 바를 얻어냈다. 그녀는 처음부터 비행 강습을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히 즐겁기만한 것이 아니었다. 기분이 잔뜩 들뜨기까지 했다. 오늘은 그녀가 처음으로 비행의 위대함을, 비행의 근사함을 진정으로 이해한 날이었다.


그녀를 가르치는 비행 교관 척 톰슨이 조종간에 부드럽게 손을 대고 나서 계기판을 가리켰다. “당신 말이 맞아요.” 그가 말했다. “그런데 한 눈 팔다 비행기 뒤집어지는 일만 없도록 합시다, 클로뎃, 알겠죠?”


“미안, 미안해요.”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는 수년간 사람들한테 비행 강습을 해왔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열심인 클로뎃 같은 학생들을 좋아했다. 그녀가 머지않아 앤디 샌더스한테 돈 좀 쓰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세네카 비행기를 사랑하고, 이 비행기를 갖고 싶다는, 새 것으로 한 대 갖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한 적이 있으니까. 구입비용이 백만 달러 정도 들 것이다. 개념 없다고까지 할 순 없어도 클로뎃 샌더스한테는 명백히 사치스러운 성향이 있었으며, 복 많은 사나이 앤디는 그런 성향을 만족시키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은 듯 보였다.


척은 또한 이런 날을 좋아했다. 무제한적으로 시야가 확보되고 바람도 없는, 완벽한 교육 환경. 그렇기는 해도 그녀가 조종간을 바로잡으려고 과도하게 움직이자 세네카가 살짝 흔들거렸다.


“허둥거리고 있군요. 그러지 말아요. 속도는 시속 200킬로미터로. 119번 도로로 갑시다. 그리고 고도는 250미터로 낮추고.”


그녀가 그대로 따라 해서, 세네카의 균형 상태가 한 번 더 완벽해졌다. 척이 긴장을 풀었다.


그들은 짐 레니의 중고차 판매장 위를 지났고, 그러고 나니 마을이 등 뒤로 멀어져갔다. 119번 도로의 양쪽으로 들판이 있었고 나무들이 선명한 빛깔로 빛났다. 세네카의 십자형 그림자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날았으며, 까만 한쪽 날개 그림자가 개미만하게 보이는 사람 위를 잠시 스쳐갔다. 개미만한 사람이 고개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척도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아래에 있는 남자가 자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라지게 아름다운 날이여!” 클로뎃이 고함을 질렀다. 척이 웃어댔다.


그들의 목숨이 40초 남았다.



우드척다람쥐가 체스터스 밀 마을을 목표로 119번 도로의 갓길을 따라 열심히 비틀비틀거리며 왔건만, 마을까지는 아직도 2킬로미터나 남았고 짐 레니의 중고차 판매장조차 고속도로가 왼쪽으로 구부러지는 지점에 가지런히 늘어선 반짝반짝 빛송이들로만 보일 따름이었다. 우드척은 그렇게 멀리까지 가기 전에 오랫동안 숲 속에 다시 들어가 있기로 계획했다(우드척이 무언가를 계획할만한 능력의 한도 내에서 그랬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갓길이 좋았다. 마음먹었던 것보다 굴에서 더 멀리 나오긴 했지만, 햇볕이 등을 따뜻하게 감싸고 코끝에 걸리는 냄새들이 상쾌해서 뇌 속에 (구체적인 그림들은 아니지만) 어렴풋한 이미지들을 형성했다.


다람쥐가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뒷발로 일어섰다. 시력이 예전만큼 좋진 않았지만, 저 앞의 반대편 갓길에서 사람이 자기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


우드척은 어쨌든 조금 더 걸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인간은 가끔씩 맛있는 것을 흘리고 다니니까.


이 다람쥐는 늙고 뚱뚱한 녀석이었다. 젊었을 때는 수많은 쓰레기통을 습격했고, 자신의 굴에 난 터널 세 군데를 소상히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체스터스 밀 마을 쓰레기 매립지로 가는 방법도 소상히 알았다. 그 매립지에는 늘 맛있는 것이 많았다. 다람쥐는 느긋한 노인네의 걸음걸이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니며, 도로 반대편에서 걷는 사람을 주시했다.


사람이 걸음을 멈추었다. 다람쥐는 사람한테 발각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른쪽과 바로 앞쪽에 쓰러진 자작나무가 있었다. 그 밑에 숨어서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될 터였다. 그런 다음 맛있는 거 떨어진 게 없나 조사하면-


다람쥐는 그렇게까지 복잡한 생각을 했지만(그리고 세 걸음이나 더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갔지만), 이미 몸이 두 동강 난 뒤였다. 그러고 나자 절단난 몸뚱이가 길가에 뻗었다. 피가 뿜어나와 춤을 추었다. 내장이 흙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뒷다리가 순식간에 발길질을 두 번 하다 멈추었다.


우드척다람쥐나 인간이나 모두 똑같이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암흑이 내려오기 전 절단난 다람쥐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비행기 제어판의 모든 바늘이 초기 상태로 완전히 떨어졌다.


“뭐야 이거?” 클로뎃 샌더스가 말했다. 그녀가 척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됐지만 그 속에 공포는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어리둥절할 뿐. 공포를 느낄만한 틈이 없었다.


척은 제어판 따위에 눈길이 갈 수가 없었다. 그는 세네카 비행기의 주둥이가 자신을 향해 찌그러져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 다음엔 양쪽 프로펠러가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다.


더 많은 것을 볼 틈이 없었다. 아무 것도 할 겨를이 없었다. 119번 도로 위에서 세네카가 폭발했고 마을 변두리로 불덩이 파편을 비처럼 퍼부었다. 게다가 시체 덩어리도 비처럼 퍼부었다. 연기 나는 팔뚝 하나가(클로뎃의 팔뚝이) 깔끔하게 두 동강 난 우드척다람쥐 옆에 털썩 떨어졌다.


그 때가 10월 2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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