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말하는 스크린 중독

뉴스 2009. 8. 3. 23:55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My Screen Addiction"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온갖 스크린에 중독된 현대인들의 생활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TV 스크린, 컴퓨터 스크린, 휴대폰 스크린, MP3 플레이어 스크린 등등)

어느 날 스티븐 킹은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인터넷에 뜬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은 여러 가지 스크린을 쳐다보느라 하루 평균 8.5시간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 킹의 반응: "나는 절대 그렇지 않아. 나는 멍하니 스크린을 쳐다보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처음에는 킹의 자기합리화가 꽤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킹은 미니 블로그를 하지 않고, 미니 홈피도 하지 않고, 온라인 벼룩시장을 이용해본 적도 없습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딱 한 번 이용해본 적은 있는데, 이용절차가 이해가 안돼서 다른 사람이 대신 클릭해주었습니다.

휴대폰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운전하다가 차가 고장나 견인차를 부를 때 필요할까 싶어서 차 안에 고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는 것 같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릅니다.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인터넷 기사에 나온 평균 8.5시간의 스크린 중독증을 보고 자신의 스크린 이용시간을 헤아려보면서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금새 수그러들었습니다. 킹의 스크린 사용 내역이 다음과 같았으니까요.

♣ 맥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느라 하루에 3.5시간
♣ 이메일을 쓰고 답장을 받느라 하루에 1시간
♣ 좋아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구경하느라 하루에 1시간(Drudge, Huffington Post, Daily Beast, Kos, EW, The Filthy Critic, The Smoking Gun 기타 등등)
♣ TV를 시청하느라 하루에 2시간(주로 아이튠즈에서 내려받은 프로그램을 보거나 프로그램 무료 서비스 Hulu를 시청)

미국 성인 평균인 8.5시간보다는 적지만 7.5시간도 만만치 않은 시간입니다.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의 거의 절반을 전자 스크린의 불빛 속에 파묻혀지내는 꼴입니다.

National Institute on Media and the Family라는 단체에서는 스크린 중독의 증세를 다음과 같이 나열합니다.
※ 컴퓨터 게임을 하면 즐거움과 죄책감이 거의 반반씩 느껴진다.
※ 컴퓨터를 하느라 이따금씩 끼니를 거른다.
※ 온라인 서비스 이용으로 인해 요금이 엄청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킹의 경우엔 포르노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 이용 때문이 아니라 아이튠즈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 이용 때문에 요금이 많이 나옴.)

PurpleSlinky.com에서도 스크린 중독의 증세를 나열합니다. 괄호 안은 스티븐 킹의 반응.
※ 즐거움을 느끼는 대상이 컴퓨터에 집중되어 있는가? (음... 그렇다.)
※ 유튜브의 동영상을 구경하는게 재밌어서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포기한 적 있는가? (글쎄...)
※ 컴퓨터를 하다가 두통을 느낀 적이 있는가? (흐음...)
※ 컴퓨터에 오류가 나면 미쳐버릴 것 같은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컴퓨터 사용을 못하게 된다면 불안한가? (너 같으면 괜찮겠냐?)
※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메일을 체크해야 직성이 풀리는가? (다들 그러지 않나?)
※ 하루에 여섯 번 이상 이메일을 체크하는가? (묵비권을 행사하겠어.)

킹은 62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일 것입니다.
운이 따라주고 승합차량에 또 부딪치는 일만 없다면 20년이 될 수도 있겠지요.

킹은 자신에게 묻습니다.
가족과 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애완견과 놀고,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대신에 온라인 카드게임을 하거나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을 보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싶은가?
대답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입니다.

킹은 말합니다.
"임종할 때 인터넷 채팅이나 온라인 포커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세상엔 별의별 사람이 있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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