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The Trouble With Earworms"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중독성이 너무 강한 나머지 두렵기까지 한 노래들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두 달쯤 전에 너무 목이 말라 새벽 3시에 잠에서 깬(아마도 전날 헌혈한 탓인듯) 스티븐 킹은 물을 마시려고 욕실로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잠에서 20퍼센트 정도 깨어난 상태였습니다. 욕실에서 수도꼭지를 튼 킹은 문득 자신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지/사람은 늘 자기가 원하는 직업에 걸맞는 옷차림을 해야한다고/자 나는 왜 해적처럼 차려입었나/이 레스토랑 안에서?"

맙소사, 새벽 3시에 신용정보회사의 TV 광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니! 킹은 자신이 이 노래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킹은 자신의 공식사이트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짜증나도록 중독성이 강한 노래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영예의 1위를 로스 델 리오의 노래 "마카레나(Macarena)"가 차지했습니다. 한 응답자는 "술에 취했을 때조차 이 노래가 자꾸 떠올라 열불났다"고 말했습니다.

라틴음악 분위기의 노래 중 킹이 실시한 "지겹도록 중독성 강한 노래 순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리 닐슨의 "Coconut", 바하 멘의 "Who Let the Dogs Out", 루 베가의 "Mambo No. 5".

특히 "맘보 넘버 파이브"라는 곡은 스티븐 킹과 인연이 깊습니다. 스티븐 킹이 "맘보 넘버 파이브"를 한 번만 더 틀면 식칼로 배때기를 쑤셔주겠다고 아내가 협박했을 정도입니다.
그 당시 킹은 쥐죽은 듯 가만히 있다가 아내가 바쁜 틈을 타서 그 노래를 틀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어쩔 수 없이 그 노래에 중독된 상태였으니까요.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다른 노래들에는 엘튼 존의 "Daniel", 캐티 페리의 "I Kissed a Girl",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제가 등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중독성이 짜증나게 강력한 노래들한테 한 번 걸려들면 여간해서는 벗어나기 불가능하다고 킹은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킹은 프랭키 고스 투 헐리우드의 "Relax", 루퍼트 홈즈의 "Escape (The Piña Colada Song)", 핸슨의 "MMMBop"을 절대로 또 다시 듣고 싶지 않습니다. 실수로라도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예전처럼 중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 싫으니까요.

스티븐 킹의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상당수는 스웨덴의 음악그룹 아바가 미칠듯한 중독성의 노래를 이 세상에서 제일 많이 만들어냈을 거라고 말합니다.
가장 끔찍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아바의 노래로 "Take a Chance on Me"를 꼽습니다.

스티븐 킹에게 가장 끔찍한 중독성을 선사한 노래는 소프트 셀의 "Tainted Love"입니다.
이런 사실을 잡지 칼럼에 고백해도 킹의 중독된 마음은 풀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Tainted Love" 노래 가사를 아무데서나 이렇게 흥얼거릴 테지요. "제에발- 날 건드리지 마/너의 괴롭히이이이이임~ 참을 수 없어!"
이러는 스티븐 킹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볼 테지만, 킹이 흥얼거림을 멈출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죠!

그래도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개선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신용정보회사의 TV 광고 노래. 킹은 이 노래를 기타로 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기타로 D코드를 잡고 치면 딱이라는군요.
짜증나는 중독성 노래를 이렇게 기타로 칠 수 있게 되니, 비록 그 노래를 킹의 머릿속에서 쫓아낼 수는 없을 지라도 다른 사람들한테 전염시킬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힘든 때일수록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죠.

아래는 스티븐 킹이 새벽 3시에 일어나 불렀다는 신용정보회사의 TV 광고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