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울랜드 도련님과 버드 엘런

읽을꺼리 2007. 5. 9. 01:20 posted by 조재형

로울랜드 도련님과 버드 엘런

(Childe Rowland and Burd Ellen)


  다크 타워의 뿌리을 찾아서!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와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알쏭달쏭한 작자미상의 중세시대 전래동화 <로울랜드 도련님과 버드 엘런>을 소개합니다. 이 전래동화에는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와 흡사하게 다크 타워라든가 마법사 멀린같은 요소들이 등장하고, 킹이 창조한 주인공 총잡이 롤랜드(Roland)와 주인공 이름도 비슷합니다.

   이 전래동화는 상당히 유서깊은 이야기라서 세익스피어가 쓴 희곡 <리어왕>에서도 인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리어왕> 3막 4장에서 에드가라는 인물이 로울랜드와 다크 타워에 관해서 수다를 떠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울랜드 도련님과 그의 두 형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막내 여동생 버드 엘런도

오빠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로울랜드 도련님은 공을 발로 차기도 하고

무릎으로 공을 막기도 하면서 뛰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형들한테 힘껏 찬 공이

교회 지붕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버드 엘런이 교회 건물 주위를 빙 돌아서

공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오빠들이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버드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들은 동생을 찾아 동쪽도 살펴보고 서쪽도 살펴보고

위아래 모두 살펴 보았지만,

오빠들의 가슴 속이 괴로움으로 가득찰 뿐이었다.

동생을 어느 곳에서도 찾지 못했으니.


그래서 마침내 제일 큰 오빠가 마법사 멀린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 버드 엘런이 어디 있는지 물어 보았다. "아름다운 버드 엘런은," 마법사 멀린이 말했다. "요정들이 납치해서 데리고 간 것이 틀림없다. 그 아이가 교회 주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방향이니까. 그 아이는 지금 요정왕국의 왕이 사는 다크 타워(The Dark Tower)에 갇혀 있다. 기독교 국가에서 가장 용감한 기사만이 그 아이를 되찾아 올 수 있다."


"그렇다면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군요." 큰 오빠가 말했다. "제가 구출하겠습니다. 죽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죠."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법사 멀린이 말했다. "하지만 길을 떠나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을 잘 명심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을 것이야."


버드 엘런의 큰 오빠는 닥쳐올 위험이 두려워 동생을 구하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법사 멀린을 졸라 여동생을 구하러 갈 때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애걸했다. 그리고 마법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후, 그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기며 그는 요정왕국을 향해 떠났다.


하지만 남아있는 오빠들이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혹시나하는 기대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오빠들의 가슴 속이 괴로움으로 가득 찰 뿐이었다.

큰 오빠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니.


그러자 끝없는 기다림에 지치고 지쳐버린 둘째 오빠가 마법사 멀린을 찾아가 큰 오빠가 한 것과 똑같은 질문을 물어 보았다. 대답을 들은 둘째 오빠는 요정왕국을 향해 떠났다.


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혹시나하는 기대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막내 오빠의 가슴 속이 괴로움으로 가득 찰 뿐이었다.

둘째 오빠마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니.


남아있는 사람들이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게 되자, 버드 엘런의 막내 오빠 로울랜드 도련님이 훌륭한 왕비인 어머니를 찾아가 이번에는 자신이 길을 떠날 것이니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선뜻 허락하지 않았다. 로울랜드는 마지막 남은 귀한 자식이기 때문에, 만약 그마저 잃게 되면 모든 자식을 잃게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간청하고 또 간청했고, 마침내 왕비는 허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쓰던 명검을 주었다. 아들의 허리에 검을 매주며, 그녀는 승리의 주문을 불어 넣었다.


자 이제 로울랜드 도련님은 훌륭한 왕비인 어머니에게 이별을 고하고, 마법사 멀린이 살고 있는 동굴로 찾아갔다. "한 번만 더, 이번 한 번만 더," 그는 마법사에게 말했다. "여동생 버드 엘런과 두 형들을 어떻게하면 구할 수 있을지 말해 주세요."


"오호, 용감한 아이로군." 마법사 멀린이 말했다. "두 가지 사항을 명심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실천하기에는 좀 까다롭지. 해야 될 것 하나와 하지 말아야 될 것 하나다. 해야 될 것이란 건 바로 이런 것이다: 네가 요정의 땅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버드 엘런을 무사히 구할 때까지 누구든 너에게 말을 하는 자는 네 아버지의 검으로 목을 베어버려라. 그리고 하지 말아야 될 것이란 건 바로 이런 것이다: 아무리 배고프고 목이 마르더라도 한 입도 먹지 말고 한 모금도 마시지 마라. 요정왕국에 있는 동안 한 입이라도 먹거나 한 모금이라도 마시게 되면, 너는 두 번 다시 중간계(Middle Earth)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야."


로울랜드 도련님은 두 가지 사항을 계속 되뇌이며 마음 속에 단단히 새긴 후, 마법사 멀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길을 따라 끝없이 강행군을 계속한 끝에 그는 요정왕국의 왕을 위해 말들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 목동과 만났다. 말들의 매서운 눈매를 통해 로울랜드는 마침내 요정왕국에 도착하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말해줘." 로울랜드 도련님이 말 치는 목동에게 말했다. "요정왕국의 왕이 있는 다크 타워는 어디지?"


"너에게 말해줄 수 없어." 말 치는 목동이 말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소 치는 목동을 만나게 되는데, 아마 걔가 말해줄 거야."


그러자 한 마디 말도 없이 로울랜드 도련님이 명검을 뽑아들고 말 치는 목동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길을 더 가다가 소 치는 목동을 만나게 되자,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너에게 말해줄 수 없어." 목동이 말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닭 기르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여자라면 분명히 말해줄 거야."


그러자 로울랜드 도련님이 명검을 뽑아들고 소 치는 목동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회색 망토를 뒤집어 쓴 나이 든 여자를 만나게 되자, 요정왕국의 왕이 있는 다크 타워가 어딨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닭 기르는 여자가 말했다. "가다보면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온통 녹색으로 덮여있고 첨탑들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둥그스름한 언덕을 발견하게 될 거야. 언던 주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3번 돌면서, 1번씩 돌 때마다 이렇게 외쳐.


문 열어라! 문 열어라!

나를 들여 보내줘.


그렇게 3번 외치고 나면 문이 열리게 되고, 너는 그 때 들어가면 돼." 이 말을 듣고 로울랜드 도련님이 서둘러 길을 떠나려다,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로울랜드 도련님은 명검을 뽑아들고 닭 기르는 여자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 후로 길을 따라 계속 계속 한없이 가다보니 둥그스름한 녹색 언덕과 만나게 되었고, 그 주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3번 돌면서, 1번씩 돌 때마다 그는 소리쳤다.


문 열어라! 문 열어라!

나를 들여 보내줘.


3번째 외침에 언덕의 문이 열렸다. 그가 들어가자 문이 쿵소리를 내며 닫혔다. 로울랜드 도련님은 어둠 속에 혼자 있게 되었다.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고, 어슴푸레 빛이 남아 있었다. 주위에는 창문이나 촛불이 있는 게 아니어서, 벽과 천장이 아니라면 어디로부터 빛이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과연 좀 더 걸어보니 벽과 천장이 표면이 울퉁불퉁한 바위로 반원형 아치를 이루고 있었는데, 속이 비치는 투명한 바위 위를 빛이 나는 돌들이 뒤덮고 있었다. 주위가 바위로 막혀 있었지만, 요정왕국의 다른 곳들처럼 공기는 아주 따뜻했다. 그래서 그는 이 통로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넓고 높다란 문 두 개가 살짝 열려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문을 열어보니, 너무나 놀랍고도 멋진 광경이 보였다. 커다랗게 확 트인 홀이 보였는데, 어찌나 커다랗던지 녹색 언덕만큼 길고 넓은 것 같았다. 천장을 멋진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었는데, 어찌나 커다랗게 높이 솟아있던지 그에 비하면 대성당에 있는 기둥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여기에 있는 기둥들은 모두 금과 은이었고 겉에는 정교한 격자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기둥 사이사이와 그 부근에는 꽃밭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꽃밭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 꽃밭들에는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그 밖에 모든 귀한 보석들이 피어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위 둥글게 구부러지 아치들 중앙에 박혀 있는 머릿돌을 다아아몬드, 루비, 진주, 그리고 수없이 많은 귀한 보석들이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아치들이 천장 한가운데서 만나는데, 그 곳에는 매우 투명하고 거대한 진주알을 파서 만든 큰 램프가 금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이 램프 가운데에 박힌 크고 거대한 홍수정이 끊임없이 빛을 발산했다. 그래서 홀 전체를 환하게 만들어 주었고, 지는 해가 빛을 내는 것처럼 밝았다.


홀 안을 장식하고 있는 가구들도 모두 으리으리한 것이었고, 한쪽 끝에는 벨벳천과 비단과 금으로 된 화려한 소파가 있었다. 그 소파에 버드 엘런이 앉아서 은빗으로 그녀의 금발머리를 빗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로울랜드 도련님을 보고는 얼어나서 말했다.


신께서 오빠를 불쌍히 여기시겠구나, 불쌍하고 불쌍한 바보 같으니.

여긴 뭐하러 왔어?


내 말 잘 들어, 막내 오빠야.

그냥 집에 편히 있지 그랬어?

오빠 목숨이 십만개 붙어있다해도

여기서는 단 하나도 건질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우선 여기 앉아봐. 하지만 불쌍해, 오 불쌍해라.

불쌍한 오빠의 운명.

이제 요정왕국의 왕이 들이닥칠 테니까

오빠의 운도 이젠 끝장이야.


로울랜드는 슬픔에 젖어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에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명검을 뽑아들고 그녀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는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보니 동생이 그의 앞에서 온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왔던 두 오빠들은 자기가 말을 했을 때 자기 목을 베어버릴 만한 용기를 내지 못해서 일을 그르쳤던 것이라고 말했다.


로울랜드 도련님과 동생은 소파에 함께 앉았다. 로울랜드 도련님은 동생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자신이 겪은 일들을 말했다. 그리고 동생은 로울랜드 도련님에게 이전에 다크 타워에 왔던 두 오빠들이 요정왕국의 왕에 의해 마법에 걸려 죽은 뒤 무덤에 묻혔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동생과 서로 이야기를 길게 나누다보니, 로울랜드 도련님은 오랜 여행으로 인해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마법사 멀린의 경고는 잊어버린 채 동생 버드 엘런에게 배가 너무 고프니 먹을 것을 좀 달라고 부탁했다.


버드 엘런은 로울랜드 도련님을 슬프게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지만, 마법에 걸려있는 몸이라서 오빠에게 경고를 해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니 황금접시에 빵과 우유를 한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로울랜드 도련님이 빵과 우유를 들어 입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동생과 눈이 마주쳤고, 자신이 이 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기억해냈다. 그래서 그는 접시를 땅에 내던져 버리고 말했다. "나는 한 입도 먹지 않을 것이며,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을 것이다. 버드 엘런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는."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고,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잡아, 잡아, 잡아 먹자.

기독교를 믿는 사내의 피냄새가 나는구나.

그 녀석의 목숨이 나의 검에 달려있다.

그 녀석 머리통을 쪼개 뇌를 박살내 주마.


그리고 홀 출입문이 활짝 열리고, 요정왕국의 왕이 뛰어들어 왔다.


"그렇다면 한 번 붙어보자, 이 괴물아. 덤벼 봐라." 로울랜드 도련님이 소리높여 외쳤다. 그리고 명검을 들고 요정왕국의 왕에게 돌진했다. 그들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다. 마침내 로울랜드 도련님이 승리하고 요정왕국의 왕이 무릎을 꿇고 한 번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너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하마." 로울랜드 도련님이 말했다. "내 여동생을 마법에서 풀어주고 내 형들을 다시 살려내고 우리가 집에 돌아가는 길을 방해하지 마라. 그러면 네 죄를 용서해 주겠다." "알겠습니다." 요정왕국의 왕이 일어나서 커다란 상자 있는 곳으로 가더니 그 상자에서 피같이 빨간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꺼냈다. 왕이 죽은 두 형들의 귀, 눈꺼풀, 콧구멍, 입술, 손가락 끝에다 빨간 액체를 바르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두 형들이 즉시 살아나서 벌떡 일어났고, 한 때는 그들의 영혼이 밖으로 나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왔다고 기쁘게 이야기했다. 요정왕국의 왕이 버드 엘런에게 몇마디 말을 하니 그녀는 마법에서 풀려났다. 그렇게해서 로울랜드 일행 네 명은 홀을 나와 긴 통로를 지나 다크 타워를 빠져나왔고,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훌륭한 왕비이신 그들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후 버드 엘런은 두 번 다시 교회 건물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다.


< THE END >

  1. Commented by tai0 at 2009.05.25 18:24

    오래 전부터 찾던 자료였는데, 여기서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이 동화를 보고 리처드 브라우닝은 [롤랜드 공자 다크 타워에 오르다(Childe Roland to the Dark Tower Came)]를 썼고, 또 그 브라우닝의 시에서 모티브를 받아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 고든 R. 딕슨의 [Childe Cycle]이 쓰여졌으며, 스티븐 킹은 <다크 타워> 시리즈를 쓰기에 이르렀죠. 원판을 보고 나니 젤라즈니가 묘사한 그 앰버의 탑과 킹이 그려낸 다크 타워, 그리고 톨킨의 운명의 산이 모두 한 뿌리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