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열광하는 드라마 "Breaking Bad"

뉴스 2009. 3. 14. 00:21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I Love 'Breaking Bad'!"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드라마 "Breaking Bad"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Breaking Bad" 두 번째 시즌 에피소드의 도입부에서 눈알 빠진 곰인형과 헥헥거리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고 킹은 새삼 감탄합니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 "블루 벨벳"에서 딘 스톡웰이 "인 드림스" 노래를 립씽크하는 장면과 맞먹을 정도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가장 뛰어난 장면들이라고 여깁니다.

급기야 스티븐 킹은 "Breaking Bad"의 제작자가 방송국 간부들한테 드라마 홍보회를 했을 때 자신이 그 회의장 벽에 붙은 파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그랬다면 킹은 제작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직접 들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자 여러분, 우리 드라마는 이런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교사 월트 화이트입니다. 담배 피는 사람도 아닌데 그는 드라마 첫 회에서 폐암 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졸업생이자 마약 장사꾼이자 게으름뱅이인 제시를 한패로 끌어들입니다.

그 두 사람은 히로뽕 제조에 나서게 돼요... 그리고 화학교사라는 장점을 살려서 월트는 끝내주게 좋은 히로뽕을 만들어내지요. 제시는 그저 큰돈을 벌기만 바라지만, 월트한테는 더욱 커다란 계획이 있습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아내(늦둥이를 임신한 상태)와 십대 청소년인 아들(뇌성마비)이 돈 걱정없이 안정적으로 살게끔 만들어놓고 싶어하죠. 그런데 그는 폐암 말기니까 계획을 실행할 시간이 얼마 없겠죠. 우리 드라마가 이해되십니까?"

그리하여 가장 뛰어난 각본으로 중무장한 드라마 "Breaking Bad"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킹은 "Breaking Bad" 같이 멋진 드라마를 TV에서 처음 봤다고 말합니다. 그 수준에 근접한 유일한 드라마는 데이빗 린치가 연출한 드라마 "트윈 픽스"뿐이라는군요.
"트윈 픽스"가 로라 팔머의 죽음 뒤로 집중력이 약해진데 반해서, "Breaking Bad"는 2시즌의 초반 에피소드들로 판단해보건대 1시즌보다 줄거리의 짜임새가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월트와 제시는 숲 속에서 방황하는 위기의 아이들과도 같습니다.
월트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히로뽕을 만들어냈고 제시는 황량한 뉴멕시코 주 마을에서 암약하는 마약 공급조직에 연줄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크레이지 에이트, 노-도즈, 터코 같은 마약조직원들이 등장하자 이 순진한 2인조 월트와 제시는 자신들이 놀던 좁은 바닥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신세가 됩니다.

제시 역을 맡은 아론 폴의 징징거리는 연기가 빼어납니다. "아 우린 망했어요, 선생님! 우린 망했다구요!"

그래도 진정한 볼거리는 월트 화이트 역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톤입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대머리가 된 모습으로 등장해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피로, 병약, 서서히 불거지는 광기를 표출합니다.
그는 끊임없이 위험 경보에 시달리며 사는 미국의 보통사람 같습니다.

2시즌에 들어서면서 "Breaking Bad"의 서스펜스는 더욱 강화됩니다.
월트와 제시가 흉악한 마약조직 두목 터코와 엮이게 되면서 터코의 사막 은신처에서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 곳에서는 터코의 뇌졸중 걸린 아저씨가 휠체어에 앉아 TV로 멕시코 방송을 시청하는데, 아저씨의 한쪽 팔에 작은 종이 달려있습니다.
종이 한 번 울리면 "예스"를 뜻하고, 종이 울리지 않으면 "노"를 뜻합니다. 아니 그 반대였던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유일하게 완전히 확실한 사실은 터코가 정신 나간 또라이고 누군가는 죽을 운명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Breaking Bad"를 보다 보면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악랄한 정서에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짬뽕시킨 것만 같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월트 화이트는 암에 걸리기 전에는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원소 주기율표를 가르치던 평범한 소시민이었습니다.
그러한 설정이 드라마를 무척 재미있게 만들고, 무척 공포스럽게 만들고, 무척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스티븐 킹은 "Breaking Bad"가 풍부한 맛이 나는 작품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