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2009년 새해 소망

뉴스 2009. 1. 28. 03:17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Wishing and Hoping"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자신의 새해 소망을 순서대로 나열합니다.

첫째 소망이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할 듯한 소망.
올해는 재능있는 배우들과 음악인들이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기도 전에 요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히스 레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빈다. 라디오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뼈아픈 충격을 받았다. 작가 데이빗 포스터 윌리스의 죽음도 애석하기만 하다.
우리한테는 가능한한 많은 찬란한 빛이 필요하다. 세상은 이미 너무나도 캄캄하니까.
이 소망에 덧붙여 2009년에는 약물에 쩔어살던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마침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20세기 폭스와 워너 브라더스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왓치맨" 때문에 벌이던 싸움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스나이더 감독은 굉장히 재능이 있다. (그가 연출한 "시체들의 새벽" 리메이크 영화를 봤는데 멋지더라.)
그리고 원작만화 "왓치맨"은 영화화되는 걸 꼭 보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영화사간의 바보 같은 싸움 때문에 개봉에 이상이 생기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1941" 같은 대형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를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결(Duel)"을 극장용으로 리메이크해줘도 좋고.

마이클 크라이튼의 마지막 소설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소설이 크라이튼의 최고 작품이 되기를 희망한다.
2008년에 야후에 뜬 글에 의하면, 크라이튼의 마지막 소설은 "쥬라기 공원" 분위기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록앤롤 음악의 부흥기가 왔으면 좋겠다.
너무나 많은 가수들이 1985년 마이클 잭슨풍의 소리를 내는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그램이 득세하는 시대에 내가 아마 헛된 소망을 품는 것일 테지만, "매트릭스"처럼 네오가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사치일 뿐인가?
2009년에 새 음반을 내는 왕년의 록밴드 "E 스트리트 밴드"가 카니에 웨스트와 푸시켓 돌스의 음악에 둘러싸여 록을 잃어버린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을까?
쓰리 코드 록음악이 죽었다는 유감스런 사실을 정말로 받아들여야만 하나?
아, 그러고 싶지는 않아.

제각각 다른 성향이면서도 똑같이 훌륭한 미국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 작가의 신작소설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엘모어 레너드, 코맥 매카시, 조이스 캐롤 오츠.
젊지는 않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다들 정정하단다.
그러니 어서 책을 내주세요, 작가님들아~

가을에 나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다.
1,000쪽이 넘는 분량의 작품이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정말 간절한 소망이다.

이제껏 내가 본 가장 훌륭한 미니시리즈 중 하나인 영국의 "Life on Mars"(16부작)를 미국 방송사에서 방영해주었으면 좋겠다.
미국 리메이크판 따위는 개나 줘버려.

내가 좋아하는 케이블 드라마 두 편, "데미지(Damages)"와 "Breaking Bad"의 방영이 재개되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로스트"에서는 의문보다 해답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드라마 "24"가 예전의 명성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기운이 쭉 빠진다.

올해 방영될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마지막 에피소드 여섯 편이 이 드라마의 "진짜"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봐요, 폭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여러분.
당신들이 그 멍청한 "사라 코너 연대기"를 이어나갈 정도로 힘이 남아돌거들랑, 마이클과 링컨과 불멸의(게다가 부도덕한) 티백을 계속 보고픈 나의 마음을 헤아려 어떻게든 방법을 짜내봐요.

마지막 소망.
미국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나도 그 중 하나다)이 책, 음악, 영화, 비디오게임도 중요하지만... 그것들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새로운 버전이나 닌텐도 DS용 게임으로 나오는 "GTA: Chinatown Wars"를 구할 수 있을까보다는 당장 끼니를 때울 수 있을까를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다.
굶주린 이들을 돕고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쓰자는 록스타 보노의 호소가 조금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 나쁜 일들은 그 어느 것도 쉽사리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2009년에 나는 극장 나들이, DVD 구입, 아이튠즈 MP3 음악 다운로드 같은 문화생활에 돈을 쓴만큼 자선단체에도 기부할 생각이다.

여러분도 새해 소망을 빌어보시라. 그럴 생각이 안 든다해도 나는 이해가 간다. 2009년이 참 힘든 한 해가 될 거라는 기미가 보이고 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나는 새해 소망을 빌어보련다.
희망은 좋은 일들의 원동력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