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박사의 연구 [2] by 김동인

읽을꺼리 2007. 5. 9. 00:47 posted by 조재형

오후 한 시쯤 손님들이 왔네, 원래 착하고 교제성이 없는 박사는 정신을 못 차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일변 웃으며 연거퍼 복동아 수남아를 찾으며, 조수들을 꾸짖으며 어리등등한 모양이야.

신사 숙녀 한 오십 명쯤 초대한 사람이 거진 모인 뒤에 두 시에 식당은 열렸네, 박사의 취지 설명이 있었은 뒤에 I신문사 주필 W씨의 답례로써 시식회가 시작되었어, 그런데 시작되자마자 어떤 신문기자 한 사람이 박사를 찾데그려.

"K박사."

"네?"

"이 ○○병에서 향기롭지 못한 내음새가 좀 납니다그려."

"?"

이때에 박사의 얼굴의 변화는 내 일생에 잊지 못하겠데, 문득 하얘지더니 웃음 비슷한 울음 비슷한 변한 얼굴을 하더니 별한 신음을 하면서 벌떡 일어서서 연구실로 가, 그래서 나도 따라가려니까 박사는 가던 발을 다시 돌이키며 나를 붙잡더니 내 귀에다 대고 작은 소리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리 작은 소리도 아니야, 그런 소리로써

"야단났네그려, 스캇톨이나 인돌의 반응은 없었지?"

내야 인돌이 뭐인지 스캇톨이 뭐인지 아나, 박사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 더구나 반응인지야 알 리도 없잖아.

그래도 박사의 그 표정을 보니깐 모른다고 그러지도 못하겠데그려, 그래서

"확실히 없었습니다."

고 그랬네, 그러하니깐 그래도 아직 미안한지

"야단났네, 큰일났어."

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데그려.

"아 선생님 걱정하실 게 뭡니까 지금 모두들 맛있게 잡숫는데- "

사실 말이지, 한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기는 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맛있게 먹고 있어. 내 말을 듣고 그 양을 보더니야 박사는 마음이 놓이는지 숨을 내어쉬며-

"좌우간 반응은 없었겠다. 확실히 없었어. 여보게 C군, 그 성명서 돌리게."

하데그려.

문제는 이게 문제일세. 한창 맛있게들 먹는 판에 당신네들이 먹고 있는 것이 똥이외다고 알게 하여 놓으면 무사할는지 이게 의문이야. 그러니 안 돌릴 수도 없고 그래서 그 인쇄물을 갖다가 복동이와 수남이를 시켜서 돌렸네그려. 그러니깐 어떤 사람은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어떤 사람은 식탁 위에 놓고, 어떤 사람은 읽어 보는데 나는 슬며시 빠져서 다른 방으로 가버렸지, 달아는 났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깐 무엇이 왹왹하며 콰당콰당해 뛰어가 보았지. 하니깐 부인 손님 두 사람과 신시 한 사람이 입에 손수건을 대고 게워내는데, 그리고 몇 사람은 저편으로 변소변소 하면서 달아나고, 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 중독되었다고 의사를 청하라고 야단인 가운데 박사는 방 한편 모퉁이에 눈만 멀진멀진하면서 서 있데그려. 이게 무슨 꼬락서닌가 망신이데그려. 그래서 박사에게가서 웬 셈입니까고 물었더니 박사는 우들우들 떨면서

"야단났네, 망신이야, 큰일났어, 야 수남아."

하더니, 우물쭈물 저편 방으로 달아나 버리고 말데그려. 그래서 하는 수 있나. 그래도 이런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해서 내가 몰래 진토제를 준비해 두었던 것이 있기에 내다가 임시 조수며 복동이 수남이를 시켜서 (초대 받았던 의사 몇 사람까지 협력해서) 간호들을 한 뒤에 박사는 몸이 편치 않아서 못 나온다고하고 사과를 한 뒤에 손님들을 보내버렸지.

시식회는 이렇게 흐지부지 끝이 났네그려.

그런 뒤에 박사의 침실에를 가 보았더니 박사는 몸에 신열까지 나고 헛소리를 탕탕하고 있지 않겠나. 나도 미안스럽기도 하거니와 딱하데, 그래서 얼음을 갖다가 박사의 머리를 식히면서 한참 간호하니깐야 정신을 좀 차려. 그리고 연하여 야단이다, 망신이다, 어쩌나를 연발하는데 거북상스럽데, 한참 정신없이 눈을 한군데만 향하고 있다가는

"여보게 C군 이 일을 어쩌나, 야단났네그려, 이런 괴변이 어디 있겠나?"

하고 하는데 내니 무어라고 대답하겠나,

"뭘하리까?"

이런 대답은 하지만 참 거북상스럽기가 짝이 없데. 소위 사회의 일류라는 사람들을 초대하여다가 똥을 멕여 놓았으니 이런 괴변이 어디 있겠나, 세상사에 어두운 박사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뜻도 안하였겠지만 나 역시 뜻밖일세그려. 아니 나는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예감은 했었지만 박사의 그 걱정하는 태도를 보니깐 예상 이외로 나도 겁이 나데그려. 내 생각으로는 대상인 피해자(?)를 개인 개인으로 여겼지 그것이 합한 <사회>라는 것을 생각 안했네그려. 그러니 이제 사회의 명사 숙녀들을 똥을 멕여 놓았으니 말썽이 안 생기겠나.

그러는 동안에도 연하여 신문기자가 찾아오며 전화가 오는 것을 복동이를 시켜서 모두 거절하여 버린 뒤에 그날 오후 종일과 밤을 새워 가지고 협의한 결과 말썽이 좀 삭아지기까지 박사와 나와 어떤 시골에 한두달 숨어 있기로 작정을 하였네, 그리고 목적지는 박사의 토지가 몇백 정보 있는 T군의 박사의 사음의 집으로 작정하였네그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첫차로 그리로 뺑소닐 쳤지.

그런데 우리의 생각으로는 신문에서 꽤 왁자지그르할 줄 알았더니 비교적 말이 없데그려. I신문 잡보란에 조그맣게 ○○떡 시식회라 하는 제목 아래 간단히 기사가 날 뿐 그 굉장한 사건이며 ○○병의 원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어, 아마 신문사에서도 창피스럽던 모양이야. K역에서 내려서 T군을 가는 자동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어떤 여관에서 묵은 뒤에 이튿날 아침에야 우리는 그 신문기사를 보았는데 이 기사를 보더니 박사는 적이 안심이 되는지 처음으로 조금 웃데그려. 그러더니 갑자기 T군은 그만두고 그 역에서 머지 않은 Y온천장으로 가자데그려, 내야 이의가 있을 리가 있나. 온정으로 갔지.

온정에서도 박사는 생각만 나면 그 이야기만 하자네그려.

"C군 스캇톨의 반응은 확실히 없었지? 혹은 좀 있었던가. 왜들 토해. C군 반응은 확실히 없었나? 아무래도 있은 모양이야."

"반응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혹은 없었다해두 게우는 게 당연하지요. 누가- "

"C군!"

박사는 이런 때는 꼭 역증을 내데그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내 성미도 그리 곱지는 못하니까 막 쏘아주지.

"똥 먹구 구역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똥?"

한 뒤에는 일어서서 뒷짐을 지고 한참 그치데그려, 그러다가

"자네 오핼세. 과학의 힘으로 부정한 놈은 죄 없애버린 게 왜 똥이야. 오핼세."

한 뒤에는 또 이유도 없이 하하하하 웃지.

"선생님, 그렇지 않어요. 분석해 보면 아무리 정한게라 해두 똥으로 만들은 것을 먹고야 왜 구역을 안해요? 세상사는 그렇게 공식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깐요."

"공식? 아무리 생각해두 자네 오해야 그렇진 않으리."

"그럼 왜들 게웠어요."

"글쎄 반응은 없었는데, 혹은 있었든가...... "

단순한 박사는 아직껏 손님들의 게운 이유를 스캇톨이나 인돌이 좀 남아서 대변 특유의 내음새가 난 데 있는 줄만 알데그려.

한인은 연정을 <오매불망>이라고 형용했지만 박사와 ○○병의 새야말로 오매불망인 모양이야. 우두커니 앉았다가도 문득 스캇톨이 있었나 한숨을 하고는 쉬고 하네, 자다가도 세척이 부족한 모양이야하면서 벌떡 일어나네그려, 곁에서 보는 내가 참 미안하고 딱하데, 너무 민망스러워서,

"선생님 인전 그 생각은 잊어버리시구려."

하며는

"잊지 않자니 헐 수 있나?"

하고는 또 한숨을 쉬네, 여간 민망스럽지 않데, 사실 말이지 귀한 발견이야. 귀한 발견이 아닌가,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헛되이 땅속에서 썩어 버리는 폐물 가운데서 평균 오할 약의 귀중한 자양품을 얻어낸다하는 것은 인류 경제 문제의 얼마나 큰 발견인가. 우리의 인습 때문에 비위가 받지를 않으니 말이지 그것을 만약 어떤 사람이 원료를 비밀히 해가지고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다할지면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큰 공헌인가. 그래서 어떤 날 저녁을 먹다가 박사에게 그 떡을 학분광의 나라 독일 학계에 발표해 보면 어떻느냐고 물어 보았지. 하니깐 대답도 없어. 그리고 나도 그 말만 한 뿐 잊어버리고 말았었는데 박사는 잊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날 밤 한잠 들었다가 목이 너무 말라서 깨어서 물을 먹으려는데 박사가 그냥 안 잤댔는지

"독일도 틀렸어."

하데그려. 나야 자다 주먹이라 무슨 뜻인지를 알겠나. 그래서 그저 네네 하면서 물을 먹고 다시 누우니까

"○○떡은 독일도 자미가 없어."

하고 다시 주를 놓데그려. 그 소릴 들으니까 펄덕 졸음이 천 리 밖으로 달아나는데 그렇지 않아도 이즈음 늘 민망스럽던 판에 박사가 밤에 잠도 안 자고 그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니깐 막 눈물이 나오려데그려. 그래서 왜 그렇느냐고 물으니까

"독일서는 공기에서 식품을 잡는 것을 연구해서 거진 성공했다니까 이것은 그다지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 못될 것 같어."

하면서 또 한숨을 쉬데그려. 나도 할말이 없어서 그것도 그렇겠읍니다 하고 다시 먹먹히 있노라니깐 또 찾지 않겠나-

"C군 자나?"

"네?"

"안 자나"?

"네?"

"일본은 어떨까 나라는 좁고 백성은 많은...... "

"말씀 마십쇼. 일인에게는 소위 결백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そ うへ入(똥 먹어)라는 것은 욕이 아닙니까. 어림도 없읍니다."

"그래도 일인들은 더러운 목간물을 벌걱 벌걱 들어마시지 않나?"

"그게야- 그래두 ○○떡은 안 먹습니다."

"안 먹을까...... "

"안 먹지 않고요."

박사는 또 한숨을 쉬네.

"선생님 그것을 미국에다 발표해 보면 어떻습니까."

"미국놈은 먹어 줄까?"

"먹을 건 모르지만 그놈들은 아무것이든 신기한 것과 과학이라는 데는 머리를 싸매고 덤벼드는 놈이니깐 혹은 좋다 할지도 모르지요."

"글쎄- "

이러한 말을 주고받고 하다가 아무런 해결도 얻지 못하고 자고 말았지.

온정에는 한 달 남짓이 묵어 있었는데 박사의 ○○떡에 대한 집착은 조금도 줄지 않데그려. 그 지독한 집착심이야...... 이러구러 한 달 남아나 지난 뒤에 인제는 돌아가자고 온정을 출발해서 K역까지 왔다가 여기까지 온 이상에는 박사의 토지도 돌아볼 겸 T군까지 다녀 가자는 의논이 생겨서 우리는 T군으로 갔었네그려.

양력 이월 초승인데 혹혹 쏘는 바람을 안고 자동차로 두 시간이나 흔들리면서 T군까지 가니깐 정신이 다 없어지데, 눈이 보이지를 않고 다리가 뻗뻗하며 코가 굳어진 것 같고 몸의 혈액 순환까지 멎은 것 같어. 그것을 겨우 자동차에서 내려서 (면장 노릇 하는) 박사의 사음의 집을 찾아갔지. 머리가 휑한 정신이 없는 것을 그 집을 찾아 들어가니깐 반갑게 맞으면서 자기네들은 모두 건넌방으로 건너가며 큰방을 우리에게 내어주어. 그래서 우리는 들어가서 다짜고짜로 자리를 펴고 누웠지.

방을 절절 끓여 놓고 두어 시간 자고 나니깐 정신이 좀 들데, 박사도 그때야 정신이 드는지 부시시 일어나더니 토지를 돌아보러 나가자데그려. 세수들을 하고 옷을 든든히 차린 뒤에 사음의 아들을 불러서 앞세우고 그 집을 나서려는데 개가 한 마리 변소에서 뛰쳐나오면서 컹컹 짖겠지. 보니깐 변소에서 똥을 먹고 있던 모양이라 입에 잔뜩 발라가지고 그 더러운 입을 쩍쩍 벌리며 따라오데그려, 사음의 아들은 개를 쫓아 버리노라고 야단인데 가는 박사에게 개도 ○○떡을 먹다가 온다고 그러니깐 박사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더니

"에 더러워 C군 실험실과는 다르네. 이놈의 개 오지 마라 가!"

하며 슬슬 피하며 나가는 모양은 요절하겠데. 박사의 토지라는 것은 꽤 크데. 이백 몇 십 정보라는데 말은 쉽지만 눈으로 덮인 무연한 벌판인데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좀체 모르겠데. 그것을 한 번 다 돌아보고 사음의 집까지 돌아오니깐 벌써 저녁때가 되었어.

몸도 녹일 틈이 없이 저녁상을 들여왔데그려. 시장하던 김이라 상을 움켜안고 먹지.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개고기가 있데그려. 그래서 밥은 제쳐놓고 개고기만 뜯어먹고있지. 박사도 괜찮은 모양이야. 글쎄 한 달 남아를 일본 여관에 묵노라고 고기는 맛까지 거의 잊게 되었네그려. 그런 판이니까 오래간만에 만나는 고기라 박사도 한참 고기만 뜯더니

"C군."

하고 찾데그려.

"왜 그러십니까."

"이런 시굴서도 암소를 잡는 모양이야."

".......?"

"고기 맛이 썩 부드러운데 암소고기야."

"선생님 개고기올시다."

"개?"

"아까 그 짖던 개요. 돌아올 때는 안 보이지 않습디까."

"아까 그? 그 똥 먹던?"

"그럼요."

박사는 덜컥 젓가락을 놓데그려. 그러더니 얼굴이 차차 하얘지더니 히끈 저편으로 돌아 앉겠지.

그러고 힉힉 두어 번 숨을 들여쉬더니 확하니 모두 토해 버리데그려.

왜 그러십니까고 나도 먹던 것을 집어치우고 박사에게로 가서 잔등을 쓸어주니까 가만 있게, 가만 있게 하면서 연하여 힉힉 소리를 내데그려. 그것을 한 십분 동안이나 쓸어주니깐 좀 진정되는지

"안됐네. 이것 주인 몰래 치우세."

하면서 손수 걸레로 모두 훔쳐서 문밖에 내어놓기에 나는 그것을 집어다가 대문 밖에 멀리 내버리고 도로 들어오니깐 박사는

"에 속이 편찮어, 야- 수남- 야- 상치워라."

하더니 베개를 내리고 벌떡 눕고 말데그려. 상을 치운 뒤에 사음이 불을 켜 가지고 들어왔는데 박사는 돌아누운 대로 그냥 모른 체하기에 몸이 곤하신 모양이라고 사음을 내보내고 나도 베개를 내려서 드러누웠더니 한참있다가 박사가 돌아누운 대로 찾아

"C군."

"네?"

"개고기하고 돼지고기하고 어느 편이 더 더러울까?"

"글쎄 돼지가 더 더러울걸요."

"그럴까. 둘 다 마찬가지겠지. 마찬가지야, 소고기두 마찬가지구."

혼잣말같이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또 잠잠해 버려. 나도 곤하던 김이라 어느 틈에 잠이 들었는지 모르지. 좌우간 나는 입은 채로 잠이 들고 말았는데 아마 박사가 그렇게 한 게야. 자리를 모두 펴고 옷을 벗겨서 이불속에 집어넣었데그려. 내야 알 리가 있나. 이튿날 아침에 깨어서야 처음 알았지.

이튿날 아침 눈을 부시시 뜨니깐 박사는 언제 깼는지 벌써 깨어 있다가 내가 눈을 뜨는 것을 보고 C군 하데그려. 그래서 대답을 하니까

"일인도 안 먹을 께야."

또 자다 주먹일세그려.

"네?"

"○○병은 일인도 안 먹을 께야.목간물은 벌걱 벌걱 먹어두."

"네- 아마- "

"돼지고긴 좋아두 개고긴 못 먹겠거든. 자네 개고기 잘 먹나?"

"육중문왕(肉中文王)입니다."

"그럴 께야."

하더니 한숨을 내어쉬어.

그때부터 박사의 입에서는 ○○병의 문제는 없어졌네그려.

그뒤에 집에 돌아와서도 박사는 ○○병의 문제는 집어치우고 전자와 원자의 관계의 연구를 쌓는 중이니깐 이제 언제 거기 대한 무슨 발명이나 발견이 나올 테지. 그리고 이번 것은 그 ○○병과 같이 실패에 안 돌아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네.

이것이 C가 들려준 바 K박사의 연구의 성공에서 실패로 또다시 일전(一轉)하여 회개까지의 경로였었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