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동안 스티븐 킹을 울리고 웃긴 것들

뉴스 2008. 11. 27. 00:40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2008: The Good and the Bad"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2008년 동안 자신이 고마움을 느꼈거나 고마움을 전혀 안 느낀 대상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웃기는 만화 "Get Fuzzy"가 고맙다. 사랑스러운 개 새철 푸치와 정신 나간 고양이 버키 B. 캐트의 관계가 너무너무 재밌다.
린 존스턴의 만화 "For Better or For Worse"가 하나도 안 고맙다. 유머와 연민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적이 있긴 했지만, 이제 패터슨 가족은 괴상망측한 시간의 구멍 속으로 내버려졌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

요 몇 년 동안 최고의 뉴스 사이트 "The Daily Beast"가 고맙다.
또 다른 뉴스 사이트 "The Drudge Report"가 하나도 안 고맙다. 선정적인 기사로 위장한 우익 꼴통이나 다름없다.

인터넷에서 과격하고 재밌는 어조로 영화를 평가하는 "The Filthy Critic"이 고맙다.
인터넷 속어의 무분별한 확산이 하나도 안 고맙다. 절친아, 네가 나한테 현피 때리면, 나는 널 떡실신시켜줄께.

올해 최고의 싱글 "Viva La Vida", 두 번째로 좋은 싱글 "Disturbia", (아직까진) 올해 최고의 정규앨범 "Break Up the Concrete"가 고맙다. 정규앨범 부문의 2등은 "Feed the Animals"와 "Black Ice"다.
그런데 AC/DC의 "Black Ice"를 월마트에서만 독점판매하기로 한 건? 하나도 안 고맙다.

"24"를 애들 장난처럼 보이게 할만큼 뛰어난 테크노 스릴러 드라마 "The Last Enemy"가 고맙다. (이 드라마의 가장 좋은 부분은 인간적인 요소다. 형이 죽고 나자 촌스런 수학자가 형수와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잠자리를 같이 하고 났더니, 형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드라마 "Life on Mars"가 조금 고맙다. 훌륭한 이야기, 형편없는 대사. 수천 번이나 반복돼서 우리한테 너무 친숙한 구식경찰 역할로 하비 케이텔이 출연한다... 그리고 1970년대의 풍경이 왜 저리도 인공적일까?
드라마 "The Shield"가 하나도 안 고맙다. 마지막 시즌의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서 메모해놓지 않으면 등장인물들이 헷갈릴 정도다.
드라마 "Sons of Anarchy"도 하나도 안 고맙다. 조폭 드라마 "소프라노스"에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결합시킨 꼬라지다. "이지 라이더"의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가 그립다.

드라마 "Breaking Bad"가 드라마 중에서 제일 고맙다. 이 최고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이 2009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자신의 암 치료 때문에 가족의 생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마약 제조에 뛰어드는 고교 교사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쉽게 들지 않겠지만, 이 드라마가 재밌다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서스펜스가 넘친다. 그리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만약 첫 번째 시즌 시청을 놓쳤다면, 어서 서둘러 시청해보라. 그 정도로 빼어난 드라마니까.

추억의 영화 "풋루스"에서 케니 로긴스가 부른 노래를 가지고 케빈 베이컨과 영화 "High School Musical 3"의 주인공 잭 에프론을 연결시킨 유튜브 동영상이 고맙다.
"High School Musical 3"를 보고 나서 게이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어떤 남자의 동영상? 그건 별로 안 고맙다.

한 번도 발을 헛디딘 적 없는 서스펜스 소설가 그렉 아일즈가 고맙다.
지난 5년여간 제대로 된 발걸음을 해보지 못한 퍼트리샤 콘웰은 하나도 안 고맙다.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의 뛰어난 공포영화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에 나온 돌페이스와 핀업걸이 고맙다.
"쏘우 5"에 나온 직쏘는 완전 짜증난다. 레이 그린이 박스오피스 매거진 리뷰에 달아놓은 소제목은 이렇다. "쏘우 시리즈 최신작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정답을 제시한다. 과격한 고문 장면이 나오는데도 관객이 잠드는 것은 가능한가?" 나는 잠까지 들지는 않았지만, 이따위 영화를 보려고 돈을 지불한 내 자신을 저주했다.

계피로 감싼 끝내주는 사과파이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 "체커즈"가 고맙다.
"맥도날드"는? 글쎄. 음. 조금만 고맙다. 맥도날드가 늘 욕을 얻어먹기는 하는데, 맥도날드의 사과파이에서 금속 이물질이 나왔다니 예전처럼 고운 눈길로 바라볼 수는 없다.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독자들이 고맙다. 내가 대중문화 칼럼들에서 말한 것 때문에 당신이 화를 낼 지라도, 정신없이 돌아가는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당신의 열정과 불 같은 성질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