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박사의 연구 [1] by 김동인

읽을꺼리 2007. 5. 9. 00:45 posted by 조재형

   김동인(1900~1951)님은 한국 소설계의 거장입니다. 학교 다닐 때 김동인님의 단편 "광염 소나타"를 읽고 뜨겁게 감동했었습니다. 그 작품 속에는 스티븐 킹이나 클라이브 바커 전혀 부럽지 않은 엄청난 광기의 세계가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다니!

   지금 소개하는 "K박사의 연구"는 김동인님의 무서운(?) 이데올로기가 유감없이 표출된 굉장한 소설입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K박사의 연구에 동참합시다. 두려워 말고~.

K박사의 연구 [1] by 김동인

(1929년 12월. 잡지 "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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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선생은 이즈음 뭘하나?"

나는 어떤 날 K박사의 조수로 있는 C를 만나서 말 끝에 이런 말을 물어 보았다.

"노신다네."

"왜?"

"왜란?"

"그새 뭘 연구하고 있었지?"

"벌써 그만뒀지."

"왜 그만둬?"

"말하자면 장난이라네. 하기야 성공했지. 그렇지만 먹어 주질 않으니 어쩌나."

"먹다니?"

"글쎄. 이 사람아, 똥을 누가 먹어."

"똥?"

"자네 시식회에 안 왔었나?"

"시식회?"

C의 말은 전부 <?>였었다.

"시식회까지 모를 적에는 자네는 모르는 모양일세 그려. 그럼 내 이야기 해줄께 웃지 말구 듣게."

이러한 말끝에 C는 K박사의 연구며 그 성공에서 실패까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     *     *     *     *     *     *     *     *     *     *

         맬더스라나.

        [사람은 기하학급으로 늘어 가고 먹을 것은 수학급으로밖에는 늘지 못한다]고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지 않나. 박사의 연구도 이 말을 근본삼아 가지고 시작되었다네.

어떤 날(여름일세) 박사는 책을 보고 있고 나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같이 앉았었노라는데 박사가 머리를 번듯 들더니

"자네 똥 좀 퍼오게."

하데그려.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겠나. 그래서 똥이란 대변이느냐고 물었더니 대변 아닌 똥도 있느냐고 그래. 그래서 무슨 검사라도 할 일이 있는가 하고

"뉘 변을 말씀이외까."

했더니 벌꺽 성을 내면서 뉘 똥이던 퍼오라데그려, 너무 어망처망하여 가만 있었지. 글쎄(의사는 아니지만) 검사라도 할 양이면 뉘변이던 지적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박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노라니깐 채근도 없어. 흥 잊었구나 하고 다시 앉으려 하니까,

"퍼왔나?"

하면서 일어서데그려. 자 이렇게 채근까지 하는 것을 보면 농담도 아니야, 할 수 없이 변소에 가서 내음새나는 것을 조금 퍼다가 박사께 드렸네그려. 그것을 힐끗 보더니 조금만 퍼왔다고 또 성을 내거든, 나도 슬그머니 결이 나데그려. 그래서 다시 가서 한 바가지 드북히 퍼왔지. 그러니깐야 만족하다는 듯이 웃더니 실험옷의 팔을 걷으면서 나도 연구실로 가자고 그래,

자네나 아다시피 내야 이학상 지식이야 어디 조금이라도 있나. 단지 박사의 서기로 들어가 있는 사람이니깐 좌우간 알던 모르던 따라 들어갔지. 박사는 똥을 떠 가지고 현미경으로 시험관에 넣어서 끓이며 세척하며 전기로 분해하며 별별짓을 다 해보더니 그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저녁까지 굶어 가면서 밤새도록 가지고 그러데그려. 아무리 전기 환기 장치를 했다해도 그 내음새는 참 죽겠데. 코가 저리고 눈이 쓰리고 나는 참다 못해서 슬그머니 나와 버렸네그려. 그랬더니 새벽 두 시쯤 찾아. 그래서 가보니깐,

"이게 새 똥이냐, 낡은 똥이냐?"

또 묻데그려, 내니 어찌 알겠나, 변소에서 퍼온 뿐이지. 변의 신구야 알 리가 있겠나. 그래서 모르겠다고 그러니깐

"낡은 겐 모양이군. 다 썩었어. 낡은 게야."

혼자서 중얼중얼하더니 나더러 새 똥을 좀 누라데그려. 나도 성미가 그다지 곱지 못한 사람이라 마렵지 않노라고 해버리니깐 박사는 근심스러이 머리를 기웃기웃하더니,

"나두 그리 매렵지 않은걸.'

하면서 그릇을 가지고 저편 방에 가더니 마렵지 않다던 사람이 웬걸 그다지 누었는지 한 그릇 무더기 담긴 것을 가지고 들어오데그려, 아, 우습기도 하고 잠 못 자는 것이 일변 성도 나고 그래서 "밤참으로는 넉넉하겠읍니다."고 쏘아 주려다가 그래도 박사가 <마지메>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니깐 그러지도 못하겠어. 그래서

"전 먼저 자겠읍니다."

하고 나와서 내 방으로 가서 자버렸지.

그 이튿날부터는 박사는 꼭 연구실에 틀어박히었는데 음식까지 그 내음새나는 방에서 먹고 하는데 오히려 불쌍하데, 땀을 빽빽 흘리면서 더러운 물건을 이리 주물고 저리 주무는 양은 우습기도 하거니와 한쪽으로 생각하면 그 사치하게 길러나고, 아무 고생이며 더러움을 체험해 보지 못한 박사가 연구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고 내음새나는 방에서 음식까지 먹으며 밤잠까지 못 자며 돌아가는 것은 어떻게 엄숙해 보이기도 하고 존경할 생각도 나데.

이러구러 몇 달이 지났네. 무얼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변을 분석해 가지고 무슨 유효성분을 얻어 보려는 것은 알겠데. 좌우간 낡은 똥은 쓸 수가 없다 해서 그 뒤부터는 집안 하인의 변까지 죄 그릇에 누어서 박사의 연구실로 들어가게 되었네그려. 그러니깐 변소는 늘 소변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집안 사람이래다 박사와 나와 행랑 식구 세 사람과 식모 하나 침모 하나와 사환애 둘이었는데, 때때로는 그 아홉 사람의 것으로도 부족될 때가 있어 그런 때는 박사는 가족이 이십 인이며 삼십 인이며 하는 사람들을 슬며시 부러워하는 기색까지 보이는데 연구 재료가 부족해서 박사가 안타까와 하며 발을 동동 구를 때는 너무 미안스러워서 될 수만 있으면 서너 동이씩 만들어 보고 싶데.

그러는 동안에 시골 계신 할머님이 세상을 떠나서 나는 시골 내려가서 한 달쯤 있다가 가을에야 다시 올라왔네그려. 그래서 곧 박사네 집으로 가서 짐을 풀은 뒤에 복동이(사환애)에게 물으니깐 박사는 역시 연구실에 있다 하기에 들어가서 인사를 드렸네, 박사는 무엇을 먹고 있었는데 몹시 반겨하면서 와서 같이 먹자고 그래, 오래간만에 맡으니깐 내음새는 꽤 지독하데,

연구실 한편 모퉁이에 조그만 책상을 놓고 거기서 박사는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나도 오라기에 교자를 하나 끄을고 그리로 갔지. 점심조차 떡 비슷한 것인데 맛은 <고깃국물을 조금 넣고 만들은 밥>이랄까 좌우간 그 비슷한 맛이 나는 아직껏 먹어 보지 못한 물건이야. 그래서 혹은 양식인가 하고 두어덩이 소금을 찍어서 먹으니깐

"맛 좋지?"

하고 묻데그려, 그래서 괜찮다고 하니깐

"똥내도 모르겠지?"

하고 또 묻데그려.

"?"

아닌게 아니라 내음새가 좀 나기는 하는 것을 이 방안의 공기 탓이라고 하고 그냥 먹었네그려.

그렇지만 박사의 그 말을 듣고 나니깐 혀 아래서 맑은 침이 핑그르르 돌더니 걷잡을 새 없이 구역이 나겠지. 그래서 변소로 가려고 일어서려다 그만 그자리에 욱하니 토하여버렸네.

"왜 그러나? 왜 그래 야 복동아, 수남아."

하면서 박사는 일어서서 나를 붙들어다가 소파에 뉘이려데그려. 아, 결도 나고 성도 나고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박사를 밀쳐 버리고 대체 그 먹은 것이 무엇인가고 물었네. 둔감한 박사는 내가 토한 원인을 그 때야 처음으로 알은 모양이데그려.

"먹은 것? 응 그것 말인가? 그것 때문에 토했나? 난 또 차멀미로 알았군. 그건 순전한 자양분일세. 하하하하하(박사는 웃을 경우에는 웃을 줄을 모르고, 웃지 않을 경우에는 잘 웃는 사람이라네) 건락(乾酪), 전분 지방 등 순전한 양소화물(良消化物)로 만들은 최신최량원식품(最新最良原食品)."

"원료는- 그- "

"그렇지 자네도 아다시피 그- "

나는 그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다시 일어서면서 토했지. 좀 메스껍기도 하고 성도 나는 김에 박사의 얼굴을 향하여 토했네그려. 박사도 놀란 모양이야.

"아- 이 사람두. 야 수남아- 복동아- "

그때 결나는 것을 보아서는 박사를 한 대 쥐어박고 싶기는 하지만 꿀꺽 참고 내 방으로 돌아와서 이불을 쓰고 눕고 말았지. 그뒤 사흘 동안을 음식 하나 못 먹고 앓았네. 글쎄 구역에 음식을 어찌 먹겠나. 아무것이라도 뱃속에 들어만 가면 잠시를 머물러 있지 않고 도로 입으로 나오데그려. 아무것을 먹어도 그 내음새가 나는 것 같아.

박사는 미안한지 진토제를 주면서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몸소 간호하겠지. 그러면서 연거퍼 자양분만 뽑아서 정제한 것이니깐 아무 불쾌할 리가 없다고 설명해 주네그려. 아닌게아니라 그러고 보니깐 나도 미안하데. 무슨 악의로써 내게다가 그것을 멕인 바도 아니오. 박사 자기도 먹으면서 내게도 좀 준 것이니 말하자면 원망할 것도 없어 박사의 말마따나 무슨 부정한 것이 섞인 배도 아니오, 과학의 힘으로써 가장 정밀히 만들은 것이겠으매 웬만한 음식점의 음식들보다는 훨씬 깨끗할 것일세. 그저 내 비위에 맞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그것을 책임 관념상 박사가 그렇게 미안해 하는 것을 보니깐 오히려 내가 미안해 오데그려. 그래서 사흘째 되는 날 일어났지.

"그 음식이 더럽다는 것이 아니라 내 비위에 맞지 않는 것뿐이니깐 그 마음상만 고치면 되겠지요."

그리고 일어나서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서 연구실에 드나들기 시작하였네그려. 처음에는 참 역하데, 박사는 점심은 역시 손수 만들은 음식을 먹는데 그것을 보기만해도 구역이 탁탁 가슴에 치받치는데 참 못견디겠어. 박사는 먹기는 먹으면서도 미안한지,

"이게 어떻담, 하하하하하."

하면서 먹고 해.

그러는 가운데도 박사는 실험을 거듭하여 몇 가지 조미료를 가해서 맛에 대한 연구를 쌓데그려, 그리고 한 가지의 조미료를 더 넣을 때마다 자기가 몸소 맛 본 뒤에는 연대감정인으로 차마 내게는 먹어 보래지 못하고 복동아, 수남아 하여 가지고는 애들에게 먹어 보래지, 그애들이야말로 ありがためりわく(지나친 친절)야, 얼굴이 벌개지면서 주인의 명령이라 거역지는 못하고 입에 조금 넣는처럼 한 뒤에는 삼키지도 않고

"먼저번 것보담도 더 좋은걸요."

하고는 달아나고 하는 양은 가련해. 그럴 때마다 정직한 박사는 <득의만면>해 가지고 그러려니 그러려니 하면서 상금으로써 그애들에게 오십 전씩 준다네, <감정료>지.

박사의 말을 의지하건대 똥에는 음식의 <불능소화물> 즉 섬유며 <결체조직>이며 각물질이며 <장관내분비물의 불요분(不要分)> 즉 코라-고산(酸), 띄스린 <담즙점액소>들 밖에 부패산물인 스캇톨이며 인들이며 지방산들과 함께 아직 많은 건락과 전분과 지방이 남아 있는데 그것은 사람 사람에게 따라서 혹은 시간을 따라 각각 다르지만 그 양소화물이 삼 할에서 내지 칠 할까지는 그냥 남아서 홍문으로 나온다네그려. 그리고 그 대변 가운데 그냥 남아 있는 자양분은 아무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이 헛되이 썩어 버리는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추출할 수만 있다 하며는 그야말로 식료품 문제에 위협 받는 인류의 큰 복음이 아닌가. 그래서 연지구지하여 그 방식을 발견하였다나. 말하자면 석탄의 완전연소와 마찬가지로 자양분의 완전소화를 계획하여 성공한 셈이지, 즉 대변을 분석해서 그 가운데 아직 삼 할 혹은 칠 할이나 남아있는 자양분을 자아내어 그것을 다시 먹자는 말일세그려.

그러니까 사람이 하루에 세 끼씩 먹는 가운데 두 끼는 보통 음식을 먹고 한 끼분은 그 새로운 주식품을 먹으면은 이 지구상의 식료원품이 삼 할 이상 늘어가는 셈 아닌가. 이 지구에 지금보다 인구가 삼 할쯤 한 오천만 명쯤은 더 많아져도 박사의 연구가 실현만되면 걱정이 없는 셈일세그려. 맬더스도 이후에 이런 천재가 나타날 줄은 몰랐기에 그런 걱정을 했지.

좌우간 그러는 동안에 조미(調味)에 대한 연구까지 끝나지 않았겠나. 나는 첫번 모르고 한 번 먹을 뿐 그 뒤에는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았고 박사도 내게는 권하지도 않았으니깐 모르지만 내음새는 마지막에는 꽤 좋은 내음새가 나데. 스끼야끼 비슷하고도 더 침이 도는 내음새야, 내음새뿐으로는 구미도 들데, 그만큼 되었으니깐 이제 남은 것은 <발표>라 하는 과정일세 그려. 박사는 어림도 없이 발명 경로를 신문에 발표한  뒤에 시식회를 열겠다고 그래. 그것을 내가 우쩍 말렸지. 나는 먹어도 못 보았지만 짐작컨대 맛은 괜찮은 모양인데-

그러니깐 그 맛있는 것을 먼저 먹여 놓은 뒤에 이것의 원료를 발표해야지. 먼저 원료를 발표하면 시식회에는 한 사람도 나오지도 않을 것일세그려. 그렇지 않나. 그래서 말렸더니 박사도 그럴듯한지 내 의견대로 하자고 그러더먼. 그리고 박사와 나와 의논한 결과 그 발명품의 이름은 박사의 이름을 따라 ○○병(餠)이라 하기로 하고 그 ○○병에 대한 성명서를 박사가 초(草)하였네. 지금 똑똑히 기억지는 못하지만 대략 이런 뜻이야.

- 생거(M.Sanger)라 하는 폭녀가 나타나서 산아제한을 주장한 것을 일부 인도주의자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거기도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을 어찌하랴. 위생관념이 많아 가면서 년(年)년이 사람의 죽는 율은 주는데 그에 반하여 이 지구는 더 커지지 않으니까 여기 사람의 나아갈 세 가지의 길이 생겼으니 하나는 <도로 옛날로 돌아가서 이 세상에서 위생이라 하는 것을 없이하고 살인기관으로 전쟁을 많이 하여 사람의 수효를 도태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사람의 출세(出世)를 적게 하는 것>이요, 나머지는 <아직껏 돌아보지 않던 데서 식원료를 발견하는 것>이다. 여인인 생거는 이미 있는 인명을 없이하자 할 용기는 못 가졌었다. 여인인 생거는 신국면 발견이라 하는 천재적 두뇌도 못 가졌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식적 구제책을 발견하였으니 그것이 <산아제한론>이다.

그러나 독창력과 발명력을 가진 오인은 그러한 고식책으로써는 만족지 못할지니 오인의 연구는 여기서 비롯하였다. 오인의 매일 배설하는 대변에는 아직 많은 자양분이 남아 있으니 그 전분량의 삼 할 내지 칠 할-평균 잡아서 오 할 약(弱)이나 되는 자양분은 헛되이 땅 속에서 썩어 버린다.

(그리고 대변에 대한 분석표며 그 밖 숫자가 있지만 그것은 약해 버리세.)

이것을 헛되이 썩여 버릴 필요는 없다. 이것을 자아낼 수만 있다 하면 자아내어 가지고 오인의 식탁에 올리는 것이 오인의 가장 정당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각 가지로 각 방면에서 일어나는 온갖 고식적 문제도 그 근본을 캐자면 인류의 식료품 결핍이라는 무서운 예감 때문에 생겨난 신경과민적 부르짖음이라 할 수 있으니 인류의 생활이 유족하여지면 온갖 문제와 그 문제의 근본까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오인의 연구는 여기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연구의 경로도 약해 버리지.)

이러한 동기 아래서 이러한 경로를 밟아서 생겨난 이 ○○병을 귀하의 식탁에 바치노니 고평(高評)을 바란다. 운운,

이것을 인쇄소에 보내서 썩 맵시나게 인쇄를 해왔겠지,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기회로 박사댁에서 시식회를 열기로 각 방면에 초대장을 보냈네그려. 그 초대장에는 그저 ○○병이라 할 뿐 원료며 그 동기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없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지.

크리스마스 한 사나흘 전부터는 꽤 분주하데. 겨울이라 대변의 자양분이 썩을 염려는 없어, 그래서 소제부에게 부탁해서 열 통을 사들였네그려,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고 처리하고 하노라고 사나흘 동안은 박사, 나, 수남이, 복동이 임시 조수 두 사람, 모두 다 똥속에서 살았네그려, 더럽기가 짝이 있겠나, 에이 구역나, 생각만 해도 구역이 나서 못 견디겠네, 박사도 미안하긴 한 모양이야, 누가 청하지도 않는데 연방 조선호텔 한턱 쓰지하면서 복동아, 수남아, 하면서 돌아가네그려, 크리스마스 전날은 밤까지 새워 가면서 모두 만들어 놓은 뒤에 당일 아침에는 집을 씻느라고 또 야단이지 글쎄 이 방 저 방 할 것 없이 모두 똥내가 배어 들은 것을 어찌하나. 아닌게아니라 독한 놈의 내음샌데 배어들은 다음에는 빠지질 않아, 물로 약품으로 씻다못해서 마지막에는 향수를 막 뿌려서 내음새를 감추도록 해버렸지.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