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오브 비홀더 [3] by 로드 설링

읽을꺼리 2007. 5. 9. 00:39 posted by 조재형

39. 어둠 속에 서있는 병실 안의 사람들.

무거운 침묵이 계속 되다가, 간호사 한 명이 기겁을 하며 어쩔줄을 모른다. 다른 간호사는 자기도 모르게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서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외면하려 애쓴다.


40. 의사의 손 근접촬영.

의사가 가위를 떨어뜨린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어둠 속 다른 사람들 곁으로 피한다.


의사의 목소리: 안 변했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41. 자넷 클로즈업.

그녀가 얼굴을 들어올린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아름답다. 그녀를 보면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큼 매력적이다.


42. 자넷의 뒤에서 바라보는 시점.

그녀가 천천히 일어선다. 손을 들어올리더니, 고개를 숙여 양손에 얼굴을 묻는다. 주위는 조용한 가운데, 그녀가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흐느낀다. 그러다 얼굴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죽 훑어보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틀어 문을 향해 도망친다. 그러나 의사가 서둘러 앞을 막고 그녀를 붙잡는다.


의사: (병실 안에 있던 마취사에게) 빨리 주사를 놔요. 이렇게 돼서 정말 유감이군.

(간호사에게) 불 좀 켜요!


어둠 속에 있던 간호사가 전기 스위치쪽으로 간다.


43. 간호사의 손 근접촬영.

스위치를 켠다.


44-47. 두 명의 간호사, 마취사 그리고 의사의 모습이 차례대로 클로즈업된다.

각자의 얼굴이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코, 눈, 입, 귀, 모든 것이 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괴물같다. 그림이 생명을 얻어 살아난 듯한 모습들이다.


48. 마취사 근접촬영.

주사기를 들고 있는 마취사가 천천히 자넷에게 걸어간다. 그녀는 의사에게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치고 있다. 마취사가 주사바늘을 치켜드는 순간, 반항하던 자넷이 의사를 뿌리치더니 황급히 문을 열고 복도로 뛰쳐나간다.


49. 복도를 뛰어가는 자넷을 멀리서 촬영.

복도를 걸어가던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놀래키며, 자넷이 달리고 있다. 그들 모두 방금 전 병실 안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상하고 흉칙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50. 자넷의 병실 문 급접촬영.

의사가 뛰쳐나온다.


의사: (고함친다) 저 환자 잡아! 저 여자를 잡으라구!

 

51-53. 여러 각도에서 잡은 자넷의 모습.

그녀가 텅 빈 복도를 달린다.


54. 엘리베이터 운전원 근접촬영.

운전원이 엘리베이터 문을 여는 순간, 자넷이 그 앞을 지나간다. 다른 사람들처럼 운전원도 만화 괴물캐릭터같은 모습이다.


55. 수술실 의사 근접촬영.

수술실에서 나오던 한 의사가 수술마스크를 벗고 있을 때, 자넷이 그 앞을 뛰어간다. 그 의사 얼굴도 엘리베이터 운전원과 똑같다.

(자넷이 복도를 뛰어다니는 모습에 지도자 연설이 배경음으로 깔린다.


지도자의 목소리: 이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그 따위 사회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신나간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소릴지르고 고함치고 헛소리를 해대면서 이제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퇴폐적인 과거시대의 모습들을 불러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평등이란 것은 기회의 평등, 신분의 평등, 거창한 평등일 뿐입니다! 그들은 평등이라는 것이 형식과 신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불합리한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언어를 쓰고, 제멋대로 자라나서, 혼혈로 얽히고 설킨 수없이 다양한 인종들이 우리 지구를 뒤덮고 침투해서 타락시키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흥분해서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직 단 하나의 표준! 오직 단 하나의 방식! 오직 단 한 종류의 인간! 오직 단 하나의 가치! 오직 단 하나의 도덕! 오직 단 하나의 규범! 오직 단 하나의 통치이념!

(또다시 언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과거시대의 감상주의가 침투해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무력화시키려는 상황을 결코 인정해서는 안됩니다. 다양성을 원하는 욕구가 암세포처럼 퍼지는 것을 우리는 과감히 제거해야만 합니다!


56. 뛰어가는 자넷.

복도를 따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