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진행하는 셀프 인터뷰

뉴스 2008. 9. 10. 00:33 posted by 조재형

☞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에 스티븐 킹이 스티븐 킹을 인터뷰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스티븐: 이런 인터뷰를 시작할 때 어울리는 가장 자연스런 질문을 던질께. 자기자신을 인터뷰하니까 이상해?

: 전혀!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원래 정신분열증을 타고 난다고. 그것이 우리 작가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아. 하지만 그것은 유익한 정신병이지.

스티븐: 자연스런 질문 두 번째.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 새롭게 리뉴얼한 거 어때?

: 너무 좋아. 안 좋으면 이상한 거지. 사이트 업그레이드하느라 꽤 많은 돈이 들어갔거든.

스티븐: 소득공제 가능한 거야?

: (웃음) 이봐,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걸 질문해줘. 세법은 내 전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 소득공제가 가능할 거 같아.

스티븐: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에 자주 들러?

: 맨날 들어가보지. 자유게시판에서 죽치고 있어. 몰래 다른 사람들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 때로는 욕을 먹기도 하는데, 가끔은 내가 욕을 자초하는 경우도 생기지.

스티븐: 글을 읽고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엔 군대로 끌려갈 거라고 네가 그 바보 같은 말을 했던 때처럼?

: 어이쿠! 그런데 그 말이 서툰 표현이었다는 건 인정해야겠어. 나는 군인을 많이 만나봤어. 내가 사는 메인 주 뱅고어는 주 방위군이 있는 마을이니까. 내가 만난 군인 대부분은 글을 잘 쓰고 잘 읽어. 하지만 글쓰기와 글읽기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수능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니까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입학하는데 곤란을 겪게 되어 좌절하게 되고, 당연히 그로 인해서 군 입대를 좋은 탈출구로 받아들이게 되지. 군 입대를 결심하는 게 절대 잘못은 아니야(총 맞기 딱 좋은 직업을 선택한다는 걸 똑바로 명심하고 있다면). 하지만 아이들은 더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자격이 있어. 글쓰기와 글읽기을 잘 배워두면 그런 다양한 기회가 생겨나는 거라고. 그게 바로 내가 말하고자 했던 바야.

스티븐: 그렇다면 그 군대 발언을 다시 제대로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 그런 기회라면 잡아야겠지. 그런데 어떤 상황을 말로 하느라 어설픈 표현을 쓰는 작가들이 그리 신기한 존재는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가 글쓰는 작가지! 그리고 기본적인 입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야. 나는 우리나라 군인들이 한결같이 무조건적인 존경심을 필요로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들은 강인한 사람들이야. 자신의 일은 자기 스스로 잘 처리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들 대부분한테는 워싱턴의 문학 행사에서 스티븐 킹이 군인을 업신여겼느냐 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걱정거리들이 많겠지.

스티븐: 일부러 업신여기려고 한 건 아니었다?

: 그래.

스티븐: 11월에 새 책이 나온다며?

: 맞아, 단편집이 나와. 제목은 "일몰 직후(Just After Sunset)". 나는 제목을 "인간의 성교가 일으키는 부자연스런 행위들"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가 길길이 날뛰더군.

스티븐: 나는 그 제목이 맘에 드는데.

: (미친듯이 웃음) 당연하지, 너는 나잖아!

스티븐: 그 단편집에서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 "아주 비좁은 곳(A Very Tight Place)"이라는 단편이 있는데, 적나라하게 막 나가는 분위기가 맘에 들어. 게다가 그 작품은 맥스위니 단편선집에 수록되고 나서 처음으로 개인 단편집에 선보이는 거니까, 대부분의 독자들한테 새롭게 느껴질거고. 예전에 잡지 같은 데 발표했던 단편들도 이번 개인 단편집에 수록했어. 그 중 하나가 "아야나(Ayana)"야. 나는 그 단편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이 너무 좋아.

스티븐: "N."은 어때? 그 단편소설이야말로 사람들한테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것 같던데.

: 어 그래, 출판사가 마블 코믹스와 팀을 짜서 그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인터넷에 들어가면 볼 수 있어. 어떤 데서는 공짜로 볼 수 있지만, 나는 아이튠즈에서 유료 다운로드 받아서 보는 걸 좋아해. 그 쪽 영상이 무척 또렷하고 선명하니까. 그 단편소설도 사람들한테 새롭게 느껴질거야. 다른 곳에다 발표한 적 없이 "일몰 직후" 단편집에 최초로 수록하는 거니까.

스티븐: 분량이 많아?

: 꽤 많지. 21,100 단어짜리 작품이야.

스티븐: 그 작품은 네가 공포소설의 거장 러브크래프트 같은 스타일의 이야기를 쓰려고 시도했던 거지?

: 러브크래프트를 시도한 거 아냐. 아서 매컨의 "위대한 신 판(The Great God Pan)" 같은 분위기를 내보려고 한 건데, 그 소설은 이제껏 나온 최고의 공포 단편소설 중 하나라구. 어쩌면 영어로 기록된 최고의 공포 단편소설일 지도 몰라. 내 단편은 그 정도로 훌륭한 수준엔 눈꼽만큼도 미치지 못하지만, 신경과민 증상(망상/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정서불안)에다 괴물로 가득찬 광활한 세계라는 아이디어를 결합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좋았어. 그건 멋진 결합이었어. 아서 매컨과 러브크래프트 중에 누가 더 세냐고 한다면, 러브크래프트가 더 나은 작가였다는 건 분명해. 그는 그런 방면의 이야기 설정을 가지고 더 많은 업적을 남겼으니까. 하지만 "위대한 신 판"이 독자가 읽기엔 더 편하지. 그리고 매컨이 그쪽 장르를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이었어. 그는 "위대한 신 판"을 1895년에 썼는데, 그 때는 러브크래프트가 다섯살이었다구.

스티븐: 장편소설도 집필 중이야?

: 그래. 초고가 거의 완성 직전이야.

스티븐: 제목이 뭔데?

: "언더 더 돔(Under the Dome)". 내가 25살 때쯤에 처음 시도했던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엔 이야기 설정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서 그만 포기하고 말았지.

스티븐: 그것도 분량이 많겠군, 그렇지?

: 아 죽겠어. (웃음) 그것은 "듀마 키" 분량의 두 배야. 원고용지로 1,500쪽을 넘어섰어. 초고의 무게가 9킬로그램 나가더구만. 원고 파일을 저장한 USB 메모리와 종이 원고 모두를 보관해둔 서재에 불이 나는 악몽을 꾸곤해.

스티븐: 그것은 언제쯤 출판될까?

: 아직은 기약할 수 없어. 그 원고 정리를 끝내는 게 우선이지. 그러고 나면 "다크랜드 카운티의 유령 형제(Ghost Brothers of Darkland County)"를 작업하는 일에 다시 전념하고 싶어. 그것은 가수 존 멜렌캠프와 공동작업 중인 뮤지컬이야.

스티븐: 그 뮤지컬 완성까진 얼마나 걸려?

: 작업이 꽤 많이 진척됐어. (두 개의 막이 있는데) 제1막에 처리할 일이 좀 더 남았는데, 존이 만든 음악은 진짜 끝내줘.

스티븐: 노래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 존이 아마 14곡 정도를 만든 거 같아. 그것들이 뮤지컬에 다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나는 존이 대중음악계의 천재라고 믿게 되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정말 열심히 작업에 임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똑같이 열심히 일해주기를 원해. 그는 멋진 가족과 뛰어난 유머감각도 가지고 있더군.

스티븐: 정치에 관해 말하고 싶은 거 있어?

: 아니, 사람들은 내가 그런 소리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공포를 이용해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 말은 해도 될 것 같아. 만약 맥케인이 대통령 되고 나서 죽으면 알래스카의 2년차 주지사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니 하나도 달갑지가 않아. 그런 만약의 사태를 상상할 정도로 맥케인의 대통령 당선이 걱정되는 건 우익들의 수구적인 성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된 이유는... 흠, 툭 까놓고 말할께. 맥케인은 굉장히 늙었어. 보험 통계표의 최대 한계 연령에 닿을만큼.

스티븐: 그래서 정치에 관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시나?

: 전혀 아니야. 나는 내 차에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스티커를 붙여놓았고, 그것이 내가 하고픈 말을 대변한다고 생각해. 나를 따분한 진보주의자라고 부르고 싶으면 맘대로 해. 하지만 나는 명석한 인물이 국정을 운영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할 뿐이야. 우리는 줄곧 멍청한 짓만 했고, 그 방법은 별로 좋지가 않았으니까.

스티븐: 앞으로 나올 스티븐 킹 관련 영화가 뭐가 있어?

: 크리스챤 슬레이터가 나오는 "돌란의 캐딜락(Dolan’s Cadillac)". 그 영화는 제작이 완료되었고, 내가 본 영상은 훌륭했어. TV 시리즈 "스티븐 킹의 킹덤(Kingdom Hospital)"에서 나랑 같이 일했던 리처드 둘링이 그 영화의 각본을 썼고,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의 표현을 빌자면, 영화 대사가 칼날처럼 예리하지만 느낌이 너무 좋아.

스티븐: TV쪽에도 뭐 있어?

: 내가 스튜어트 오넌과 함께 쓴 레드삭스 야구팀 논픽션 "열혈팬(Faithful)"이 HBO 채널의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야. 각본이 진짜 우라지게 끝내줘서, 나는 정말 HBO에서 잘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책을 좋아한 사람들한테 스튜어트의 장편소설 "Last Night at the Lobster"를 추천하고 싶어. 분량이 적은 책이고, 굉장한 작품이야. 정말 잊을 수 없는 좋은 작품이더라고. 그레이트풀 데드의 앨범 "Workingman's Dead"를 들으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야.

스티븐: 레드삭스팀이 올해 지역 리그 결선에 나갈 수 있을려나?

: 당연하지.

스티븐: 월드 시리즈에 나갈 수도 있을까?

: 내 생각엔 가능할 거 같아.

스티븐: 플로리다 탬파베이팀은?

: 지역 리그 결선은 간신히 가능해. 탬파베이 레이스한테는 힘든 9월이 될 거야... 팬으로서 하는 말이야. 왜냐하면 아내와 나는 겨울과 초여름엔 플로리다의 탬파 지역에서 생활하니까. (웃음) 우리 부부는 플로리다 같은 남부 휴양지까지 가고 싶진 않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까 플로리다에 가서 따뜻하게 지낼 수 밖에 없더구만. 그런데 말야 탬파베이 레이스팀이 2008년부터 야구단 이름에서 데블(악마)을 빼니까 최악의 팀에서 최고의 팀으로 거듭 났다는 거 눈치챘어? 우연의 일치일까? 나는 아닌 거 같아!!

스티븐: "언더 더 돔" 다음에 장편소설을 더 쓸 생각이야? 은퇴 소문이 또 다시 돌고 있던데.

: 소설가는 원래 매번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은퇴하는 법이야. 다음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만 은퇴라고.

스티븐: 다음 작품의 아이디어가 벌써 떠올랐어?

: 아니. 하지만 그런 건 하나도 걱정이 안돼.

스티븐: 네가 걱정하는 건 뭔데?

: 흐음... 그 질문이 나올 때마다 늘 냇 헨토프의 장편소설 제목이 떠올라. 20세기를 다룬 최고의 책 제목이었지. "나는 정말 지쳤지만, 아무 것도 나를 쓰러뜨릴 수는 없어." 내가 61세가 된다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지만, 다들 하는 말이 있잖아. "61세가 된다는 것은 60세를 기준으로 다시 59세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61세가 나를 열심히 쓰러뜨리려는 기색은 없어. 만약 그런 고약한 때가 온다치면, 나는 록앤롤 음악을 틀고 기운 낼 거야.

스티븐: 읽고 있는 책은?

: 로버트 고다드라는 영국 미스터리/서스펜스 소설가의 책들. (행복하게도) 그가 쓴 작품이 아주 많아. 17편 또는 18편 정도. 그 작가는 놀랄만큼 훌륭하고, 그의 작품은 밤 새서 다 읽고 싶을만한 것이야. "밤 새서 다 읽고 싶을만한 책"이라는 표현이 너무 흔해빠졌다는 건 알지만, 고다드가 쓴 책은 정말 그 표현이 하나도 과장이 아니야. 깔끔한 문장, 공감 가는 등장인물, 큰 반전. 15달러로 그 만큼 얻었으면 됐지 더 뭘 바래? 조지 펠레카노스의 책 "The Turnaround"도 읽고 있어. 그의 최고작이라서, 가장 집중조명 받는 책이 될 거야. 깨달음의 충격을 전하는 소설이야. 정말로 소설 속 현장에 동참하는 기분이 든다고.

스티븐: 영화 본 건 어때?

: "Tell No One"이라는 굉장한 영화를 봤지. 프랑스 영화를 영어 자막으로 봤어. 그런데 미국 서스펜스 소설가 할란 코벤의 "밀약"이 원작이야. 아마 내가 20년 동안 보았던 것 중 가장 뛰어난 추격 장면을 가진 영화일 거야. 결말이 내 취향에는 좀 억지스러웠지만, 꾸며낸 이야기를 집필하느라 인생을 보내고 나니까, 내 취향이 무척 유연해졌어.

스티븐: 취향에 이중 관절이라도 붙었나?

: (웃음) 삼중 관절이야!

스티븐: 음악은?

: 나는 제임스 맥머트리의 새 앨범 "Just Us Kids"가 너무 좋아. 그리고 앨 그린의 새 소울 앨범 "Lay It Down"도 나왔는데, 미칠듯이 좋더구만. 캐티 페리의 싱글 "I Kissed a Girl"도 맘에 들어. 우스꽝스런 노래지만, 여자의 체리 챕스틱 맛을 표현한 게 굉장히 적절하고 그 디테일을 완벽하게 잘 살렸어. 나는 마돈나의 싱글도 좋아. 그리고- 그 밴드 이름이 "메트로 스테이션"이던가? 남자 아이돌 밴드 같지만, 무척 리듬감이 좋아. 특히 "Shake It"이란 노래에서. 올여름 최고의 음반은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였어.

스티븐: 뭐 더 하고 싶은 말 있어?

: 응. 햄버거 먹으러 가자.

스티븐: 어쩜 좋아. 너무 좋아.

  1. Commented by BlogIcon 강유리 at 2008.09.10 10:37

    이..이 아저씨..격하게 사랑합니다! 인터뷰 내용 보면 연세가 믿겨지지 않으셔서 참 다행이에요.^^
    사실 단편에는 그닥 점수를 높게 주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일몰직후는 제목도 그렇고 여러모로 관심이 가네요..

  2. Commented by 형일 at 2008.09.10 12:54

    번역도 어쩜 좋아. 너무 좋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