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Horror Movies: Why Big Studio Releases Are Rare to Scare"가 실렸습니다.

스티븐 킹은 보스턴에서 공포 스릴러 영화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을 보고 나서 호텔로 걸어가던 도중 공포영화의 무서움이란 무엇인가에 관하여 생각에 잠겼습니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은 무서움을 충분히 발휘해서 썩 괜찮은 흥행 성적을 올렸습니다.
스타라고는 리브 타일러 딱 한 명만 나오는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 같은 저예산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러자 킹의 생각은 대형 영화사 20세기 폭스에서 올여름 선보이는 고예산 영화 두 편으로 이어졌습니다.
"해프닝"과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

"해프닝"은 킹의 예상보다는 좋았지만,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만큼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개봉 예정인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가 무서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킹의 예상입니다.

진정으로 킹을 무섭게 했던 10여편의 영화들을 생각해보니, 정말로 좋았던 공포영화는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특수효과가 들어간 저예산 영화였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영혼의 카니발", "할로윈",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블레어 윗치".
모두들 제작비를 별로 안 들이고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입니다.

공포는 대개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사적인 경험이고, 그런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라면 흥행 대박은 따논 당상입니다.

그런 면에서 "블레어 윗치" 같은 영화들은 여름철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먹여살리는 "이벤트 영화"라기 보다는 시(詩)에 더욱 가깝습니다.

이벤트 영화는 이상하게 맛없는 고기와 치즈를 잔뜩 넣은 샌드위치와도 같고, 배는 부르게 하지만 영혼은 채우지 못하는 식사와도 같습니다.
대부분의 영화 관객이 대형 예산을 퍼부은 공포영화의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을 다 알아보고 그런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걸 영화사 간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영화들은 우리의 감정과 상상력을 칼날로 예리하게 어루만지는 대신 감정과 상상력을 그냥 산산조각내버리는 데도 말이죠.

20세기 폭스의 두 영화 중에서 "해프닝"은 그나마 저예산이라 꽤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대형 예산이 투입된 영화라 별로 안 좋은 모습을 보일 것만 같다고 킹은 예상합니다.

공포는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대형 공포영화의 문제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거창한 설명을 곁들이려고 하고, 그것은 대개 지루하다는 것이죠.

연쇄살인범이 나온다? 그 사람의 엄마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쇄살인범이 된 것이랍니다. (회상 장면 추가)

외계에서 온 괴물이 지구에 나타난다? 그야 당연히 괴물이 살던 행성이 폭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녀석은 육감적인 지구 여자와 섹스할 필요성을 느낄테지)

그러나 악몽은 논리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며, 구구한 설명을 갖다붙이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 것은 공포라는 시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에서 리브 타일러는 집에 침입한 가면 쓴 악당들 중 한 명과 말다툼을 벌입니다.

"당신들 도대체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에요?" 그녀가 힘없이 말합니다.

그러자 인형 가면을 쓴 여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이 집에 들어와봤더니 너희들이 있었으니까."

결국 그런 것이야말로 좋은 공포영화에 필요한 설명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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