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한 [6] by 조재형

읽을꺼리 2007. 5. 8. 23:57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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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악몽에서 깨어난 시간은 오전 10시쯤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방을 둘러보니 가관이었다. 술병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고, 말라붙은 피가 방바닥에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식칼 한자루와 차갑게 식은 채 죽어있는 작은 강아지가 있었다. 나는 내 이름으로 불리던 불쌍한 강아지가 내가  부엌에서 가져온 식칼에 배가 갈라져 죽었던 것을 기억했다. 아니, 죽은 다음에 배가 갈렸던 건가? 뭐, 순서는 상관없다. 결과적으로 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안주랍시고 잘라먹은 강아지 내장 일부분이 쩌억 벌어진 강아지 뱃속에서 뽑혀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기억은 안나는데 강아지 목이 절단되어 머리가 빈 소주병 주둥이에 꽂혀 있었다. 술김에 그랬나보다. 소주병의 강아지 얼굴에서는 한쪽 눈알이 길게 힘줄을 늘어뜨린 채 눈구멍에서 쑥 빠져 나와 있었는데, 나머지 한쪽 눈알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내 뱃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강아지가 불쌍했다. 자기는 원치도 않았는데, 내 이름으로 불리며 온갖 학대를 다 받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결국 이렇게 살해되다니.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나의 불행을 강아지에게 분풀이한 못난 내 자신이.

잔인하게 살해된 강아지를 보니 간밤의 악몽이 떠올랐다. 시골의 외딴 집 안방에서 벌어지던 살육의 현장이. 악몽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떠올랐다. 너무나 괴로웠다. 그 악몽을 잊고 싶었지만, 내 바램과는 달리 자꾸만 자꾸만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다. 거리의 행인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다. 한때는 TV에 나와서 "화가 난 고양이가 나에게 원한을 품었나 봅니다. 짐승이 인간한테 그런 감정을 품어서 보복을 했다는 생각이 허황되게 들리겠지만, 하여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어찌됐건 잡히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같이 웃기는 소리를 해대던 나를 행인들이 아직도 알아보고 쳐다보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폐인이기 때문에 혐오의 눈길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재수없으면 다가와서 한푼 달라고 구걸당하기 딱 좋은 그런 종류의 거지같은 인간으로 전락한 덕분이었다. 나는 그동안 술에 찌들어 살면서 한번도 씻지도 머리를 자르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지냈다. 그동안 거울을 보지는 않았지만, 내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나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어떨지는 뻔했다. 나를 보고 슬슬 피해가는 사람들이 전혀 원망스럽지 않았다. 난 그런 꼴을 당할만 했다.

그보다 지금 견딜 수 없는 것은 지난 밤의 악몸이 도무지 눈 앞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치도록 고통스러웠다.

이게 다 그 요물 고양이가 하는 짓이야. 그 암컷 년이 내 가족을 몰살시키고 욕보이고서도 만족못하고 나를 미치게 만들어서 자살이라도 하게 만들려고 내 꿈에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거야.

나는 무작정 거리를 달렸다. 바람이 내 얼굴을, 내 몸을, 내 썩어버린 마음을 후려치면서 달아났다. 언제까지고 나를 괴롭힐 것 같은 어미 고양이의 저주가 제발 사라지기를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전지전능한 존재에게 기도했다. 아마도 슬럼프의 신한테였을 것이다. 슬럼프의 신이시여! 제발 저를 인생의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게 하소서! 겨우 이런 지랄같은 꼴을 당할려고 제가 이제까지 살아온 겁니까! 겨우 이런 꼴을 당할려고!

가슴이 폭발할 것 같이 고동치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기를 멈췄다. 사람들이 지나는 길 한복판에 큰 대자로 누워 버렸다. 예쁜 하늘이 보였다. 나처럼 구질구질하지 않은 순수하고 멋진 하늘이었다. 그림책에 넣어도 될 만큼 근사한 하늘이었다.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악몽 속에서 동우를 안은 채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아내의 안타까운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의 단호한 말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너희들이 원망스러워. 죽어서도 너희들을 못 잊을거야. 네가 얘네들 전부 다 끌고 온거지? 우리 남편이 너한테 꼭 복수해 줄꺼야.

우리 남편이 너한테 꼭 복수해 줄꺼야... 꼭 복수해 줄꺼야.

아내의 그 말이 생각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 속이 터져버릴 것 같이 찌릿찌릿했다. 견딜 수 없이 극심한 에너지같은 것이 온 몸을 휘감았다. 나도 모르게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나는 이제까지 간밤의 악몽은 그저 악몽이라고만 생각했다. 더 심하게 생각해서 어미 고양이의 저주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간밤의 악몽이 전해주는 의미를 깨달았다.

우리 남편이 꼭 복수해 줄꺼야.

아내가 나에게 메시지를 전해준 것이다. 저승에 있는 아내가, 원한에 사무쳐 죽은 아내가 이승에 남아 바보같이 허무한 짓꺼리나 하고 있는 남편에게 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주려 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원통하게 죽었다고, 허탈하게 인생을 끝내야 했다고, 그러니 남편인 당신이 가만있으면 안된다고, 원한을 풀어달라고, 꼭 복수해 달라고.

지금 당장.

나는 누워있던 길바닥에서 일어났다. 길을 걷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설렁탕 한그릇을 시켜 먹었다. 요 몇 달새 처음으로 먹어보는 제대로 된 식사였다. 열 숫갈쯤 떠먹고 있을 때, 속이 울렁거렸다. 식당 화장실로 가서 정신없이 토했다. 뱃 속에 들은 것을 다 토해내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 헛구역질을 해댔다.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닦고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었다.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 남은 설렁탕을 국물 한방울 남김없이 다 비웠다. 그러고 나서도 한그릇을 더 시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서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서울을 떠났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시골집에 도착한 것은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후 6시였다.

시골집은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누군가 대문 옆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재수없는 집'이라고 낙서를 해놨다. 대문은 한쪽이 떨어져 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마루를 비롯해서 집안 곳곳이 부서지고 깨져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니 기와지붕에 난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 고양이들이 뚫어 놓은 구멍. 그 구멍 주위로 잡초들과 넝쿨식물들이 어지럽게 피어 있었다. 구멍을 보는 순간 가슴 속에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나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나던 장독대를 바라보았다. 전주인이 남기고 갔던 커다란 항아리들이 다 깨져 있었다.

장독대 밑 창고 건물로 들어가봤다. 새기 고양이를 때려 죽인 쇠파이프를 발견했던 곳이면서, 망할 놈의 고양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기도 했다. 창고 입구에는 아직도 녹 슨 쇠파이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저번 것보다 약간 길고 굵은 것이었다. 이런 것에 한번 정통으로 맞는다면 코끼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서 무심코 창고 안을 둘러보았는데, 예전에 보았던 종이박스가 아직도 있었다. 고양이들이 들어가 잠자리로 삼던 박스였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부러 가서 박스 안을 들여다 보았다.

당첨!

박스 안에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다. 박스 안을 가득 채울만큼 많았다. 바로 이것이다. 아내는 이런 것을 알리려고 나에게 악몽을 꾸게 한 것이다. 그 고양이 년이 수많은 놈팽이들과 씹질을 했으니 지금쯤은 틀림없이 새끼들을 낳았을 것이고 그런 꼴을 가만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처참하게 죽어간 동우를 생각한다면, TV에 머리가 터져 죽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그 암컷의 새끼들을 방치해 둬선 안된다고.

나는 종이박스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박스가 움직이자 조용히 있던 새끼 고양이들이 갸냘픈 울음소리를 냈다. 악몽 속에서와는 달리 그 녀석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대충 이런 것이 아닐까? 얘들아 우리 지금 이사가는 거니? 그래. 너희들 모두 이사보내 줄게. 저 세상으로. 거기가면 엄마 고양이를 대신해 동우라는 착한 애가 너희들을 돌봐줄꺼다. 아주아주 아아주 잔인하게 말이다.

종이박스를 거꾸로 뒤집어 흔들었다. 새끼들이 마당 바닥으로 쏟아졌다. 전부 15마리였다. 죄다 각양각색이었다. 까만 놈, 하얀 놈, 노란 놈, 파란 놈, 빨간 놈, 점박이 놈, 줄무늬 놈, 심지어는 기형인 놈도 두 마리 있었다. 다리가 전혀 없이 몸통만 있는 놈과 눈이 다섯 개 달린 놈. 별로 놀랄 것도 없다. 난잡한 집단 성행위의 결과물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태어난지 얼마 안된 듯 전부 다 주먹만한 크기였다.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했다. 마당에 엎어져서 울어대기만 하고 있다.

나는 새끼들을 죄다 밟아 죽였다. 머리통을 밟아 죽였다. 아마 나한테 TV가 있었다면 그걸로 이 새끼들 머리를 쳐죽였을 것이다. 그 와중에 제법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듯 몇몇은 꾸물꾸물 기어서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런 놈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밟아 죽였다. 전부다 머리가 터지면서 피를 예쁘게 쏟아냈다.

모두다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하고 나니 오줌이 마려웠다. 집필실로 쓰던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오줌을 쌌다. 한때는 신성한 문학작품의 탄생을 염원하던 곳. 오늘 보니 딱 화장실로 그만이었다. 김건모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오줌을 뿌리고 다녔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나서 안방으로 갔다. 고양이들이 몸통 박치기를 해대서 떨어져 나간 문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피로 가득했던 바닥의 장판도 없어져 버렸다. 그냥 맨 시멘트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도 그 날의 비릿한 피냄새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때처럼 숨을 못 쉴 정도로 지독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천장에 난 구멍으로 오후의 마지막 햇빛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구멍 주위로부터 넝쿨식물들이 들어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온 방 안을 가득 채우게 될 것 같았다.

방 한가운데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미 고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창고에서 가져 온 쇠파이프를 옆에 놓고 가끔씩 담배를 피워대며 시간을 죽였다.

이윽고 어둠이 찾아왔다. 달빛이 강해서 아주 안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희미하게 사물을 구분할 수 있었다. 완전한 암흑이었더라도 상관없다. 지금 있는 안방과 같이 좁은 곳에서 그 년과 엉켜 붙어 싸운다고 내가 크게 불리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내 느낌으로는 그랬다. 일단 내 손에만 잡히면 그 년이 아무리 앙탈을 부리더라도 꽉 움켜쥐고 쇠파이프로 절단을 내 줄 것이다.

안방 가장자리는 많이 어두웠지만 내가 있는 주변은 비교적 밝았다. 위를 올려다 보았다. 지붕에 뚫린 구멍으로부터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내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마치 3류 캬바레 댄스홀 무대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 이건 나를 위한 무대였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악당을 물리쳐야 하는 나만을 위한 무대였다.

어린 시절에 자주 가던 오락실이 생각났다. 그 곳에 가면 항상 구경하던 전투기 게임이 있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거의 맨날 남들이 하는 것을 구경만 했다. 그러다 어쩌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기분이 좋아져서 돈이라도 주게 되면 나는 여지없이 오락실로 달려가 그 오락을 했다.

나는 "착한" 전투기를 조종했다. 그러고 있으면 위에서 "나쁜" 전투기들이 쏟아져 내려와 나한테 해꼬지를 하려고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나는 그 놈들을 전부 쳐부쉈다. 하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 잔챙이들을 물리치면 첫판 두목 전투기가 등장한다. 그 놈은 먼저 전멸한 조그만 전투기들과는 달리 덩치가 엄청나게 커서 내 전투기의 총알 몇방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녀석이 강력한 총알을 비오듯이 쏟아냈다. 그 빗발치는 총알세례 속을 피해 다니는 것은 어린 나로서는 불가능한 임무였다. 그래서 나는 항상 첫판을 못 넘기고 죽고 말았다. 그래도 돈만 생기면 그 오락만 하고, 돈이 없으면 남이 하는 것을 구경이라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동전을 넣고 경쾌한 음악이 울리면서 착한 전투기가 막 비행을 시작할 때 오락기 화면 한가운데에 영어로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Good Luck !

게임이 시작될 때마다 항상 나타났던 글씨였겠지만, 그때서야 비로소 눈여겨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어를 몰랐던 나는 중학교에 다니는 동네 형한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굿 럭이었다.

'행운을 빕니다'라는 뜻이었다. 맘에 들었다. 그 때부터 오락을 할 때면 항상 그 영어문장이 뜰 때마다 마음 속으로 굿 럭을 외쳤다. 첫판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 후로도 그 오락을 하면서 첫판을 깬 적은 없었다.

갑자기 왜 오락실 추억이 생각났는지는 몰랐다. 별로 기분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나는 항상 그 오락 앞에서 항상 패배자였던 것이다. 굿 럭은 헛된 환상이었다.

그 때 마당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미가 나타난 것이다. 마당에 죽어있는 제 새끼들을 목격하고 숨이 끊어질 듯한 거칠은 비명소리를 길게 내지르고 있는 것이다. 자식의 죽음을 맞이한 어미만이 낼 수 있는 비명소리를.

나는 쇠파이프를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나보니 천장에서 내리쬐는 달빛 조명이 지금의 상황을 연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나를 위한 최상의 무대였다.

마당에서 어미가 이리저리 미친 듯이 날뛰는 소리가 들렸다. 온몸에 복받치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나보다.

나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마루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둠 속에서 검은 물체가 마루로 올라섰다. 나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섰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격렬하게 그르렁대고 있는 검은 실루엣의 물체는 두 눈이 악마처럼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잘 있었냐, 고양아. 내가 너 만나기 전에 미리 네 새끼들한테 인사 좀 했다." 손에 들고 있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말했다. 묵직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고요한 시골집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넌 내 새끼 손을 긁어놨었어. 그래서 난 네 새끼를 죽였지. 그랬더니 넌 내 새끼에다가 내 마누라까지 죽여놨더군. 일이 점점 커져 버렸어.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여기서 당사자끼리 끝장을 보자구. 결국 너와 나 둘 중에 누군가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었어. 자, 덤벼봐! 이 썅년아!"

어미 고양이가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고함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달려 들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나 죽는 거 아냐? 저 고양이는 요물이야.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어.

아니야, 넌 오락실에서 첫판도 못 넘기던 그 옛날의 꼬마아이가 아니야. 넌 어른이야. 넌 이 게임에서 이길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어. 넌... 제기랄! 넌 소설가잖아! 뭐든 상상하는대로 이루어낼 수 있잖아! 제발 이번엔 이길 수 있다고 억지로라도 생각을 해보란말야! 바보야! 아내의 목소리가 나의 머리 속에 울려 퍼졌다.

나는 마음 속으로 마법의 주문을 외쳤다.

굿 럭!

붉은 빛을 흘리며 내 얼굴을 향해 뛰어 오른 어미 고양이의 괴물같은 두 눈을 향해 나는 쇠파이프를 힘껏 휘둘렀다.

- The End -

(조재형 2001.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