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Your Movie and Concert Hall Hell"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대학생이던 스티븐 킹은 어느 날 밤 마약에 흠뻑 취했습니다. (킹은 말합니다. 1960년대에 있었던 일이니 고소할테면 고소해보슈~~) 그 상태로 알프레드 히치콕 회고전이 열리던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상영 중인 영화는 "사이코". 킹이 전에도 본 적 있는 영화였지만, 마약에 쩔어 "사이코"를 관람하는 기분은 색달랐습니다. 눈에 보이는 온세상의 주변부가 녹아내리고 바로 정면의 색깔들이 변신을 거듭하는 듯한 기분. 그래도 잘 참고 버티다가 영화의 마지막 20분 지점에서 오싹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끔찍한 모습을 한 노먼 베이츠의 어머니가 스티븐 킹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녀가 곧 손을 뻗쳐 킹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입니다.

스티븐 킹은 몇 주 전에 케이블 채널에서 "사이코"를 방영하는 걸 우연히 보고는 대학시절의 그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도 대중문화와 관련된 최악의 경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에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모집했습니다.

수많은 경험담이 공식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알콜과 록앤롤이라는 전통적인 인기 소재가 많았고, 그 중 몇몇은 오바이트로 끝나는 얘기였습니다.

스티븐 킹은 게시판에 올라온 경험담 중 일부를 칼럼에 소개했습니다.

테레사: (프레디 머큐리가 아직 살아있던) 1978년에 록그룹 "퀸"의 콘서트장에 갔음. 당시 한창 대유행이었던 광택나는 새틴 바지를 입고 갔음. 프레디 머큐리한테 자신의 멋지구리한 바지를 자랑하려고 무대 앞으로 나아가던 도중 어떤 술주정뱅이가 빈 병을 던져서 그녀의 머리에 쾅!하고 맞았음. 그녀는 머리를 꼬맨 게 안타깝고, 바지의 죽음을 슬퍼함. 그녀의 슬픈 결론: 새틴 바지를 아무리 빨아도 피는 지워지지 않는다.

에일라: 호주에서 열린 밴드 "홀"의 콘서트에 갔음. 코트니 러브가 나와서 노래를 몇 곡 부르더니만 커다란 호주 벌레한테 찔렸다면서 마구 고함치기 시작했음. 죽을 것 같다고 비명을 지르며 코트니는 무대에서 날뛰었음. 정말 흉한 모습이었음.

수잔: 어떤 쇼에서 펑크 록커인 빌리 아이돌이 드러머의 스틱을 잡더니만 가죽 바지 입은 다리 가랑이를 두들기기 시작했음. 풍류를 아는 건가!

베브: "핑크 플로이드"가 야간에 공연하던 중 공연장인 라이스 스타디움이 물바다가 되었음. 핑크 플로이드가 1시간 동안 용맹스럽게 애썼으나 공연장비들이 누전을 일으킴. 그러자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데이빗 길모어가 관중들한테 선언했음. "제대로 작동하는 악기가 하나도 없는데 어떡해. 그러니 여러분 안녕~"

에리얼: 펑크 밴드 "디 토텐 호센"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 결론적으로 역사상 가장 짧은 콘서트였을 것임. 드러머가 겨우 한 소절 치자 무대가 무너져내렸고, 밴드 전체는 악기를 움켜쥔 채 아래로 추락했음.

브라이언: 영화 "딥 임팩트"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애팔래치아 등산로에서 방금 내려온 남자가 바로 옆좌석에 앉았음. 그 사람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그의 츄리닝 반바지에서는 죽음의 구름이 푹푹 피어올랐음.

데이빗: 영화 "슈렉"을 보러갔는데, 치와와를 몰래 데리고 들어온 여자 근처에 앉게 되었음. 개가 짖기만하면 개 좀 조용히 시키라고 여자한테 잔소리할 준비를 했음. 하지만 개는 한 번도 짖지 않았음. 대신에 그 개는 거침없이 똥을 싸댔음.

제임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개봉일 첫 회에 보려고 사흘동안 극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음. 좋은 소식: TV 카메라에 찍혔고, 동네 식당들이 음식을 가져다주었음. 나쁜 소식: 영화가 시작되고 20분 뒤 영사기가 고장나버렸음. 아뿔싸!

익명: 남편과 함께 영화 "러브 스토리"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영화 중간에 어깨 위로 무게감이 느껴졌음. 확인해보니 다른 남자의 머리였음. "그 잠든 남자"의 아내가 그의 몸을 부드럽게 똑바로 세우자 남자가 불쑥 깨어날 때까진 그저 깜빡 잠이 들었던 것으로만 알았음.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간질 증세로 가벼운 발작을 일으켰던 것임.

메리: 13살 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영화 "대부"를 보러 갔음. 부모는 극장에 가는 일이 드문 사람들이었지만, "대부"에 "아주 멋진 이탈리아식 결혼 장면"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관람을 결심한 것임. 물론 그런 장면이 정말로 영화에 있었음. 하지만 13살 메리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제임스 칸이 연기한 소니가 신부 들러리를 벽에 세워놓고 섹스하는 장면"임.

켈리: 12살 때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밤에 영화 "얼라이브"를 보러 극장에 갔음. 이 영화는 비행기 추락사고 후 살아남기 위해 럭비 선수들이 인육을 먹는다는 내용임. 영화 속에서 한 남자가 칼을 꺼내 여자의 궁둥이를 한 조각 썰어내더니 먹었음. 할아버지가 극장 안이 떠나갈 정도로 우렁차게 말했음. "우라질! 나도 엉덩이 한 번 먹어봤으면 좋겠네!" 12살 켈리는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음.

  1. Commented by BlogIcon 마르스 at 2008.02.27 09:32

    하하. 마지막에 할아버지의 말이 압권인데요.

  2. Commented by 태권브이 at 2008.02.27 11:52

    윗글들을 읽고 있자니 저도 무언가 기억 속에서 내 의지로 숨겨 두었던 아찔한 경험이 생각이 나는군요. 얘기하자면(다른 분들은 원하지 않겠지만 그냥 주절대겠습니다.)
    고1인가 고2땝니다. 80년대 중반지나서 86년인가 85년에는 동시상영하는 영화관이 많았습니다. 애로영화도 너무나 붐이었고요. 어느날 방과후(그때 잘은 모르지만 일찍 끝났었습니다.) 학교 근처의 영화관을 혼자 갔더랬습니다. 매번 친구들과 갔었으므로 혼자가더라도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역시 애로물과 액션영화가 이어지는 순서였습니다. 앞좌석의 맨 끝에 맨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낮이라 사람도 없었고 2층까지 전부 10명 될까 말까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한참 앉아서 보는데 제 오른쪽 겨들랑이를 벌레처럼 꼼지락거리면서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뭐지?' 하면서 돌아봤는데 놀랍게도 40대는 훨씬 넘어 보이는 사내가 뒤에서 자기 손가락으로 내 겨드랑이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난 너무나 놀래서 곧바로 줄행랑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너무나 놀랬었죠. 그때 도망치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났는데 그중에 하나는 그 놈은 남자만, 그것도 어린 사내 아이만 노리는 섹스중독자가 틀림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찔하군요.

    • Commented by BlogIcon 조재형 at 2008.02.28 00:11

      너무 무서운 경험이네요.
      저도 어렸을 때 에로영화 보러 혼자서 삼류극장에 자주 갔었는데, 그런 경험이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_-;;;

  3. Commented by BrokenJ at 2008.02.27 13:20

    나도 엉덩이를!!

  4. Commented by 박노협 at 2008.02.28 09:45

    할아버지 너무 솔직하신 거 아닌지..

  5. Commented by BlogIcon 어둠의왼손 at 2008.02.28 10:35

    대부의 그 장면은 저도 기억이 생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