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해리 포터 칼럼

뉴스 2007. 8. 13. 00:25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J.K. Rowling's Ministry of Magic"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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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서 스티븐 킹은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각 권이 출간될 때마다 순식간에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평론가들의 리뷰가 영양가가 없다고 말합니다.

750쪽 분량의 책을 겨우 나흘 만에 다 읽고 1,100단어 분량의 리뷰를 순식간에 써대니, 평론가들이 진정으로 그 책을 즐길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죠.
누구보다 빨리 리뷰를 선보이려고 속도 경쟁을 벌이는 그들이 책에 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이 있었겠느냐구요.
마지 못해 줄거리와 문장에 관해 형식적으로 언급하기만 할 뿐, 졸속 리뷰의 폐해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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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 요인을 밝힙니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어갔다는 것입니다.
해리 포터와 친구들은 점점 성장했고, 그와 아울러 독자들도 등장인물들과 함께 점점 성장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 시리즈를 집필한 조앤 롤링은 재능있는 작가였던 것입니다.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그녀의 재능은 더더욱 불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이 시리즈가 마법을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마법은 어린이 독자들이 열광하는 대상입니다. 그림 형제 동화, 안데르센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에서부터 비롯된 전례가 있는 것입니다.

최초에 어린이 독자들을 사로잡은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 이후 성인 독자들까지도 사로잡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워터십 다운" 같은 소설들처럼.
(킹은 이런 어마어마한 독자 확대 현상이 주로 영국 작가들에게 일어난 것으로 보건대, 아마도 영국식 문체의 덕이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스티븐 킹은 효율적인 이야기 전개에 집중하는 솔직한 글을 조앤 롤링의 미덕으로 꼽습니다.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이 강렬하고 매력적이고, 롤링의 집필 속도도 나무랄 데가 없고, 그녀는 4,000쪽이 넘는 시리즈의 줄거리를 거의 완벽하게 일관성있게 구축해 놓았습니다.

좋은 글, 솔직한 감정 묘사, 인간 본성과 냉혹한 현실에 대한 매력적이면서도 단호한 시각.
스티븐 킹은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어린이는 물론 어른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은 것이 하나도 놀랍지가 않고 당연한 거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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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는 완벽한가?
킹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몇몇 장면들은 너무 길고 장황하다구요.
그리고 위험의 고비에서 쉽게 쉽게 넘어가는 부분도 엿보입니다. 위기에 몰리자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새로운 마법 주문을 뚝딱 만들어내는 식으로.

그래도 킹이 그런 점들 마저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마음껏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동심이 킹의 마음 속에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고, 마법이란 것이 독자적인 생명성을 갖고 있어 무한대의 가능성을 지녔을 것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잘난 척하는 지식인들은 소설의 시대가 죽었다고 외치면서 현재의 젊은 세대들을 독서로 끌어들이기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별로 힘이 없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그런 사람들은 애초부터 해리 포터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하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로 책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그 뒤를 이어 레모니 스니켓 시리즈, 아르테미스 파울, 황금 나침반 시리즈 같은 책들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해 훌륭한 환상소설의 기준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것은 고품질의 기준입니다.
스티븐 킹은 그런 일을 해낸 것에 대해 하나님이 그녀를 축복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