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느끼는 문화적 행복

뉴스 2007. 8. 10. 00:42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The Joy of Looking"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얼마 전 묵었던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합니다.
호텔에 있는 런닝머신에 올랐는데, 그 기계엔 작은 TV가 달려 있었습니다.
킹은 그 소형 TV에서 나오는 동영상이 너무도 웃겨서 운동하는 건 잊어버리고 멍하니 구경했고, 나중에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그 동영상을 일부러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그 동영상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쇼핑 매장의 천장에 달린 보안 카메라가 찍은 동영상인데, 선글라스를 낀 40대 남자가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듭니다.
흥겨운 음악에 잔뜩 필 받은 그 남자가 매장 계산대 앞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 것입니다. 남의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마구 몸을 흔들어댑니다.

춤 추느라 무아지경에 빠진 그 남자한테 매장 보안요원인 듯한 사람이 다가가는 것으로 동영상은 끝이 납니다.
스티븐 킹은 보안요원이 춤추는 남자를 제지하지 말고, 그 둘이 함께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자기도 그 매장에 함께 있었다면, 기꺼이 춤에 동참했을 거라고요.

그 동영상이 연출된 것일 수도 있지만, 킹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 동영상이 우리가 누리는 여러 문화 작품의 진정한 목적을 증명해주었으니까.

즉 행복한 감정이 갑작스럽게 분출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화 작품의 마력이 머리로, 두 발로, 그리고 기쁨의 진정한 안식처라고 할만한 곳으로 갑작스럽게 돌진해서 그 안식처에 정통으로 도달하면 행복의 본능이 들썩거리고야 마는 것입니다.

스티븐 킹은 그런 행복의 분출을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우주 전쟁"을 관람했을 때 느꼈습니다. 킹은 놀란 기분으로 그리고 행복에 가득찬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맞아. 이것이 오늘 내가 원했던 바로 그거야."

스티븐 킹은 난도질 공포영화 "살인마 가족 2(The Devil's Rejects)"에 관해서도 언급합니다.
다른 평론가들이 외면해도 킹은 이 영화를 주목할만한 10편의 영화 목록 속에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킹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앞줄에 앉아있던 원기왕성한(그리고 아마도 술에 취한 듯한) 관객이 소리쳤습니다.
"이 영화 정말 죽여주는 구만!"
킹도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정말 죽여주게 좋았으니까.
쇼핑 매장의 평범한 40대 남자가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 때의 기분과 똑같았으니까.

킹은 여러 가지 문화 작품들(책, 음악, 영화, 기타 등등)을 두고서 역겨운 지성인들이 예술성이니 작품성이니 하는 기준으로 고상한 가치 평가를 내리는 현학적인 행위에 관심 없어 합니다.

스티븐 킹은 문화 작품들로부터 느끼는, 벼락이 내리친듯한 순수한 행복감을 소중히 여깁니다.
킹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문화 작품들이 진정한 예술인지 알지도 못하고 상관하지도 않습니다(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남한테 부끄러워 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것들이 스티븐 킹을 쇼핑 매장의 계산대 앞에 있던 그 남자처럼 마음껏 웃고 춤추고 싶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