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해리 포터 슬픔

뉴스 2007. 7. 10. 23:30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이 쓴 칼럼 "Goodbye, Harry"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마법, 미스터리, 괴물로 가득찬 소설 원고를 읽고 있는 중이라 행복하지만, 내일이면 원고를 다 읽게 되어 소설의 모든 비밀들이 낱낱이 다 드러날테니 슬프다고 하네요. 킹이 말한 이 소설은 내년 초 미국에서 출간될 로렌 그로프의 소설 "템플턴의 괴물들(The Monsters of Templeton)"입니다.

스티븐 킹은 칼럼 제목만 보고 자기가 방금 언급한 소설이 해리 포터 완결편일 거라 착각한 사람들한테 말합니다. (남들은 킹 정도면 당연히 입수했겠거니하고 여기겠지만) 자신 조차도 해리 포터 완결편을 미리 입수할 수는 없었노라고.

그런데 킹은 자신이 해리 포터 완결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을 거의 다 읽어갈 때 쯤이면 "템플턴의 괴물들"에서 느꼈던 그 복잡한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되리라, 오히려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되리라 예상합니다.

킹은 "템플턴의 괴물들"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느끼는 슬픔의 감정이 이야기가 다 끝나가고 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읽게 되면, 아마도 한참 동안은 그토록 대단한 즐거움을 주는 다른 대상을 못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슬픔의 감정이 깊어진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각별한 우울증은 이야기가 여러 권에 걸쳐 시리즈로 전개될 때 훨씬 더 깊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킹은 자신이 작가로서 7권짜리 다크 타워 시리즈를 집필하며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렀을 때 그런 감정을 고통스럽게 체험했다고 밝힙니다.

킹은 해리 포터 완결편에 대한 생각만 하면 해리 포터 이야기에 작별을 고한다는 것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합니다. 킹은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도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라 짐작합니다. 비록 그런 우울한 감정은 잘 됐든 못 됐든 간에 작품이 마침내 완성된다는 안도감과 뒤섞이긴 하겠지만.

킹은 다 큰 어른인 자신도 이렇게 우울한데, 해리 포터 제1권이 출간됐던 당시에 8살이었던 아이들은 지금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킹은 또 묻습니다. 해리 포터 완결편이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그리고 매우 열성적인) 독자들을 만족시킬까?

스티븐 킹은 만약 해리가 살아남고 볼더모트가 패배할 지라도 독자들 중 상당수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 짐작합니다(킹은 해리가 살아남고 볼더모트가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런 짐작을 하게 된 이유 중 일부는 다크 타워 시리즈에 얽힌 킹의 경험 때문입니다(킹은 다크 타워의 결말에 만족한 독자가 적었지만, 그 결말은 킹이 가진 유일한 결말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밝힙니다). 짐작의 이유 중 일부는 긴 작품 치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경사스럽게 끝나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킹의 믿음 때문입니다. 긴 작품들 대개는 앞서 언급한 슬픔의 감정이 생겨나고 많은 이들한테 깊이 사랑받아왔던 캐릭터들과 필연적으로 작별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킹은 말합니다.

"결말이 없다면 어떠한 이야기도 훌륭해질 수 없다. '반드시' 결말이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해리 포터 완결편이 출간되는 7월 21일에 돈을 갖고 서점 앞에서 줄을 설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인정해야만 한다, 내 마음 속의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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