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더스 키퍼스 / Finders Keepers

작품 감상문 2015. 6. 28. 01:01 posted by 조재형

 

Finders Keepers

(2015년 장편소설)

 

스티븐 킹은 2014년에 장편소설 "Mr. Mercedes"를 발표한다.

 

강력계 형사를 은퇴한 뒤 집에 틀어박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빌 호지스 할아버지가 과거 해결하지 못했던 무차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부터 안부인사를 받고는 열 받아서 집 밖으로 뛰쳐나가게 되는 이 소설은 빌 호지스와 범인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에 이어 강렬한 클라이막스 장면을 선보이며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빌 호지스가 등장하는 3부작 시리즈가 기획된 것이었고, "Mr. Mercedes"에 이어 시리즈 2부인 "Finders Keepers"가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발표되자 독자들은 더더욱 열광했다.

 

게다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스티븐 킹은 빌 호지스 시리즈 1부보다 2부가 더 좋은 것 같다는 평을 했고, "미저리"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빌 호지스 시리즈 2 "Finders Keepers"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 "미저리"라고? ... "미저리" 소설 진짜진짜루 좋아하는데... 나로서는 "Finders Keepers" 소설에 대한 기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샀다.

 

"Finders Keepers"는 내가 전자책으로 구매한 최초의 스티븐 킹 소설이다.

 

아마존 킨들 어플에서 미리 예약구매했다가, 미국 출간일에 태블릿을 켰을 때 책이 바로 자동 다운로드되던 그 순간, 기분이 정말 찌릿찌릿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원하는 해외서적을 손에 얻는 것은 일반인들한테 여러모로 어렵고 비용이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미국 출간일에 실시간으로 구할 수가 있당~~ 세상 참 좋아졌네 ㅜ_)

 

    

 

(그런데 태블릿에 사용할 블루투스 키보드를 건전지 교체식이 아닌 배터리 충전식으로 샀다가 실망함.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밖에서 사용하다가 갑자기 배터리 바닥나면 아 짜증. 그냥 건전지 교체식으로 살걸 ㅜ_)

 

아무튼 태블릿으로 소설 "Finders Keepers"를 야금야금 읽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역시 스티븐 킹 아저씨 최고~ 스티븐 킹 아저씨 날 가져요~ 나 눈물 나;;;; _

 

시리즈 소설로 명성을 얻은 유명소설가가 시골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작품발표를 중단한다. 아주 오랫동안.

 

이 소설가는 은둔생활 중에도 몰스킨 공책에다 계속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중 앞에 공개를 절대 안함 ㅜ_

 

시리즈 소설의 완결편에서 주인공을 막장으로 몰아넣은 것이 맘에 안 들었던 넘버원 팬이 은둔생활 중인 작가를 찾아간다.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쓰고. 복면가왕이 아니라 복면넘버원팬이다;;;;;

 

시리즈 소설의 막장스러운 마무리에 한이 맺힌 이 넘버원팬은 작가를 살인하고, 시리즈 소설 후속편 외에도 여러 미출간 작품들이 적힌 엄청난 양의 몰스킨 공책과.... 돈을 훔쳐서 달아난다.

 

스티븐 킹 소설 "미저리"의 넘버원팬은 가만히 있던 중 작가가 저절로 굴러 떨어져서 얼떨결에 득템하지만, "Finders Keepers"의 넘버원팬은 적극적으로 작가의 집으로 찾아간다는 점에서 이 쪽이 더 작가들의 악몽일 것이다. 게다가 작가를 죽여 ㅜ_;;;;;;;

 

이 넘버원팬은 시리즈 소설의 미출간 원고를 읽는다는 생각에, 출간본에서는 막장으로 전락했던 주인공이 어떻게 화려한 비상을 펼칠지 이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이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행복하지만... 갑자기 인생이 꼬여 감옥에 갇혀버린다.

 

하지만 그는 끈기있는 사람이어서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를 죽이고 얻은 그 보물은 감옥에 오기 직전에 잘 숨겨뒀으니까! 하하하! 감옥에서 나가면 행복한 독서타임 고고씽~~

 

... 그가 숨겨놓은 보물을 우연히 13살 소년이 발견하여 당연히(!) 집에 갖고 간다.

 

수십 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넘버원팬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기대감에 부풀어 보물을 숨겨두었던 장소로 향하게 되는데...

 

소설 "Finders Keepers"는 넘버원팬이 등장하는 1970년대 장면들과 13살 소년이 등장하는 2000년대의 장면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점차 시간격차를 줄이다가 두 시간대가 급기야 2014년으로 합체하면서 넘버원팬과 소년이 공존하는 아슬아슬한 현장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내가 소설 "Finders Keepers"를 손에 땀을 쥐며 마치 내 일인 양 잔뜩 흥분하면서 읽었던 것은 넘버원팬이 숨겨둔 보물을 발견한 소년 때문이다.

 

애가 너무 착해 ㅜ_

 

소설 초반에 소년의 가족이 소개될 때 이 가족은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데 빌 호지스 시리즈 1부를 읽었던 독자라면 소년의 가족한테 더 큰 불행이 찾아온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히 알 수가 있다.

 

그렇게 더욱 불행해진 가족 때문에 걱정이 많은 소년은 우연히 누군가의 보물을 발견하게 되고그 보물을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보물을 사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귀엽고 낭만적이다. *_*

 

그 후로도 소년은 보물의 발견을 혼자만의 비밀로 삼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소설 중후반부에서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은 계속해서 가족을 돕고 싶은 갸륵한 마음 때문이다. _

 

너무 기특한 아이여서 소설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정을 많이 주게 되었다. 탐욕스런 세상의 위협에 시달리느라 소년이 점점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가는 스티븐 킹의 묘사를 읽어가면서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러다 짜잔~! 빌 호지스 할아버지 등장~!!

 

소년의 안타까운 현실에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빌 호지스의 등장에 쾌재를 불렀다. “빌 호지스씨, 어서 이 착한 소년을 구해줘요. 만약 소년한테 결국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빌 호지스 시리즈 3부는 절대 안 볼 것임! _

 

과연 소년의 위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운명의 날이 밝았을 때, 위기 속으로 어쩔 수 없이 빨려들어가는 불쌍한 소년, 소년의 보물을 강탈하려는 어른, 소년을 어떻게든 구해주려는 어른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혼란의 현장을 읽고 있으니 너무 흥분해서 저절로 혈압이 올랐다.

 

만약 내가 시간이 여유로운 상태였으면 단숨에 결말까지 읽어내려 갔을 것이다. 하지만 먹고 사느라 바빠서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느라 괴로웠음 ㅜ_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소설 조이랜드가 자주 생각났는데, 한정된 등장인물을 요리조리 능수능란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여서 굉장히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진짜 스티븐 킹 아저씨 대단하다~!

 

"Finders Keepers"에서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것은 유명작가의 미출간소설이 적힌 몰스킨 공책이 과연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이 트위터에서 언급했던 미저리소설 속에서 넘버원팬이 미출간소설을 읽고 싶다는 일념 하에 별의별 짓을 다하듯이, "Finders Keepers"의 넘버원팬도 동일한 욕망의 노예가 되어 맹목적으로 행동한다.

 

소설 후반부에 몰스킨 공책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 넘버원팬이 느끼는 심정을, 소년도 이해하게 되고, 나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소설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몰스킨 공책의 운명이 확정되는 장면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넘버원팬의 심정에 빙의하고 말았다. @_@

 

"Finders Keepers"는 작가와 작품과 독자 사이의 가깝고도 먼 관계를 펼쳐내 보이는 작품이어서, 소설과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무척 재미있게, 실감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흥미롭게 펼쳐질 뿐만 아니라, 피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역시 우리의 스티븐 킹 아저씨가 과감하게 피를 마구 뿌려주신다.

 

소설 후반부에 선보이는 빌 호지스 할아버지의 싸움실력이 은근히 코믹하기도 하고, 보물의 위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Finders Keepers"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나오는 에필로그의 짜릿함도 빼놓으면 안 된다.

 

이 에필로그에서 스티븐 킹은 빌 호지스 시리즈 완결편이 어떤 내용일지 예고해주는데, 시리즈 1, 2부와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 같고 과연 그 분위기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서 시리즈의 대단원을 마무리 지을 지 너무나 기대가 되어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빌 호지스 시리즈 3부가 출간되는 2016. 3부의 첫 문장을 읽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넘버원팬이라면 다 같은 심정이겠지;;;;;;

p.s. 이 작품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파인더스 키퍼스"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