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 Cell

작품 감상문 2007.05.12 22:57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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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

(2006년 소설)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모든 사람들이 좀비 같이, 이성을 상실한 괴물로 변한다. 그 휴대폰 좀비들은 이런 갑작스런 사태를 가까스로 모면한 정상적인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살인한다. 세상이 완전히 휴대폰 좀비들의 손에 떨어진 가운데 휴대폰이 없어 좀비가 되지 않은 만화가 클레이는 집에 있는 아내와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난다. 과연 그의 아내와 아들은 무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휴대폰 좀비들로 변했을 것인가?

스티븐 킹 소설 <Cell>은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출간되었다.

<셀>은 홍보과정에서 좀비소설로 알려졌고 이 소설의 앞에는 킹이 좀비 장르의 거장들, <나는 전설이다>의 리처드 매드슨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죠지 로메로에게 감사를 표하는 헌사를 적어놓기도 했지만, 엄밀히 따져 <셀>에 나오는 인간 괴물들은 전통적으로 공포 장르에서 다루어왔던 좀비와는 좀 다르다. 좀비라고 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난 괴물을 일컬었지만, 공포장르가 발전하면서 좀비의 의미가 점차 변형되더니(드라큐라를 봐! 이젠 마늘 정도는 우습게 씹어먹을 수 있게 됐다고!) 스티븐 킹의 <셀>에 이르러서는 휴대폰 통화하다 돌아버리는 인간 괴물이 등장했다. 뭐랄까 최첨단 통신기기를 매개로 한 신세대 좀비의 출현이라고나 할까?

<셀> 출간 직후 인터뷰에서 킹은 이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만, 킹 본인은 아직도 휴대폰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셀>에서 휴대폰이 없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활약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런 말 때문에 나는 <셀>의 주인공이 삐삐를 이용해 좀비를 물리칠 거라고 예상했었다 -_-).

아마도 <셀>을 전형적인 좀비소설로 예상했던 사람이라면 주인공이 전기톱을 가지고 좀비떼 속으로 뛰어들어가 좀비들을 대량학살하는 이야기를 기대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셀>은 좀비의 학살로 독자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소설이 아니다. 좀비떼를 전멸시키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주인공이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겪게 되는 여러 일들 중 하나이고 그런 좀비 학살을 위해 주인공이 혼자서 주먹질로 수천의 좀비를 패죽이는 천하무적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맨처음에 휴대폰 통화로 인해 출현한 인간 좀비들의 폭력성이 갑작스레 온세상을 휩쓰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로 인해 좀비들과 주인공인 클레이의 맞대결이 펼쳐질 것 같지만, 이 소설은 좀비 학살보다는 클레이가 아내와 아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집을 찾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소소한 일들과 그 속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에 많은 장면을 할애한다. 소설 내내 좀비를 학살하는 장면이 쉴새없는 액션으로 펼쳐지는 소설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는 좀비를 학살하는 장면보다는 좀비로 인해 클레이가 받는 엄청난 압박감과 긴장감이 더욱 강조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좀비들의 힘이 너무나 압도적이라서 과연 클레이가 그들을 이겨낼 수 있을 지, 과연 클레이가 제대로 힘이나 써볼 수 있을 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좀비들한테 완전히 우롱당하고 끌려다니는 클레이가 너무 불쌍했다. 그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급기야 작은 틈을 발견해내고 그 틈을 이용해 반격하고야 마는 클레이의 활약이 정말 짜릿했다.

특히 좀비들의 대표자 격인 하버드 좀비와 클레이가 벌이는 팽팽한 기싸움이 볼만한테, 소설 후반부에서 버스에 올라탄 하버드 좀비한테 속마음을 숨기려고 기를 쓰는 클레이의 아슬아슬한 심리전이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그런 위기의 순간을 최후에 압도적인 방법으로 끝장내는 장면은 읽으면서 막혔던 숨통이 뻥 뚫리는 쾌감을 선사했다. 그런 후련한 순간에 '하버드'라는 단어를 가지고 말장난치는 스티븐 킹의 유머 감각에 나는 웃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스티븐 킹, 당신은 정말 장난꾸러기~~♥

클레이는 고향집으로 가는 동안 여러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동고동락하는 동안 클레이는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룬 듯한 정을 느끼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불행한 일들로 인해 클레이와 친구들한테 불행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그런 장면들을 읽으면서 정말 무지 슬펐다. 아, <셀> 감상문을 쓰니까 또 그 슬픈 장면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네. 아, 눈물 난다. ㅜ_ㅜ <셀>이라는 소설이 독자들의 가슴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면, 그것은 좀비를 학살하는 장면 때문이 아니라 클레이 일행들이 겪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선사하는 애절한 슬픔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또 눈물 난다. ㅜ_ㅜ

나는 소설 <셀>이 무척 재미있었다. 좀비들이 마구 활개치는 초반의 폭력적 장면들, 클레이가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들, 좀비들이 클레이 일행을 마구 괴롭히는 장면들, 클레이 일행이 좀비들한테 반격하는 장면들, 클레이 일행이 불행한 일들을 맞이하는 장면들. 어느 장면 하나 버릴 것이 없었고, 나는 도저히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슬픈 장면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책에서 눈을 떼고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아, 또 눈물 난다. ㅜ_ㅜ

그런데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해 일부 해외 독자들 사이에 불만이 있었다. "난 이 소설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결말이 왜 이렇게 불성실하냐? 내게 확실한 결과를 알려줘!" 대충 이런 식의 불만이다. 왜냐하면 스티븐 킹이 <셀>의 결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고 도중에 소설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불만을 제기하는 독자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클레이의 심정에 동조하게 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독자는 클레이가 소설 마지막에 가서 행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소설 내내 엄청난 고생을 감수하며 먼 여행을 치러냈는데 결말에 클레이한테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독자는 얼마나 분통 터질까? 독자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클레이가 행복을 선사받길 원한다. 그런데 킹은 소설 끝 장면을 속 시원히 보여주지 않고 끝냈다. 클레이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불행해졌을까?

<셀> 결말과 관련해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모양이다. 급기야 2006년 3월 24일에 킹은 자신의 공식사이트에 <셀> 결말과 관련해 아주 짧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킹은 말한다. 소설의 마지막 3분의 1 분량 속에 나온 정보로 판단하건대 클레이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었을 것으로 스티븐 킹 본인은 무척 확신한다고.

킹의 의견과는 상관 없이 소설 맨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나는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책 마지막 페이지 이후의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나의 결론은 해피 엔딩. 어떤 이들은 비극적 엔딩이 작품성과 예술성을 확보해 준다고 철썩 같이 믿고는 해피 엔딩을 경멸하고 비극적 엔딩이 표방하는 슬픔의 근원은 어디일까라는 문제로 별의별 궤변을 늘어놓지만, 나는 해피 엔딩이 좋다. 아주 좋다. <셀>처럼 주인공의 슬픔이 그만 끝나기를 바라게 된 경우라면 나의 해피 엔딩 사랑은 더욱 절실해진다. 나는 <셀>의 주인공 클레이가 행복한 결말을 얻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희망한다. 나는 그렇게 바란다. 아까 전에 스티븐 킹의 의견과는 상관 없이 나만의 결말을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와 스티븐 킹의 의견이 해피 엔딩으로 똑같잖아! 오옷! 역시 나랑 스티븐 킹은 잘 통해. 이러니 내가 킹 아저씨의 빠돌이가 될 수 밖에 없지. 아 좋아, 좋아, 좋아! >_<

소설 <셀>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정보, 표현, 청원의 자유를 보호/증진시키는 비영리 단체 First Amendment Project가 펼치는 자선경매 행사에 스티븐 킹이 동료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 것이다. 킹은 이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된 사람한테 소설 <셀> 속에 출연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그 경매 결과 팸 알렉산더라는 여성이 25,100달러로 소설 등장 권리를 낙찰 받았다. 그녀는 열렬한 스티븐 킹 팬인 brother(오빠일까? 남동생일까?)한테 출연 권리를 선물하고 싶어 경매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의 brother(오빠일까? 남동생일까? -_-;;)의 이름과 외모 등에 관한 인적사항이 스티븐 킹 측에 전달되었고, 정말로 그녀의 brother(오빠일까? 남동생일까? -_-;;) 이름이 소설 <셀> 속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 행운의 이름은 "Ray Huizenga"이다.

<셀>을 읽다가 "Ray Huizenga"라는 이름이 정말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는 재밌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그 남자가 부러워졌다. 나는 자선경매로 소설 속에 등장하게 된 그 이름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엑스트라 역할(어쩌면 행인 3 또는 좀비 3425)로 나올 것이라고만 예상했었는데, 막상 소설을 읽어보니 그 이름이 꽤 많은 분량에 걸쳐 나왔고, 게다가 주인공 클레이한테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비중 있는 조연이었던 것이다. 경매 낙찰 가격이 무척이나 고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면 킹의 팬으로서는 감수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셀> 경매 때는 집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던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또 다른 자선경매 행사가 열린다면 나도 참여해서 킹의 소설 속에 출연하고 싶어졌다. 다만 나는 베드씬 및 러브씬에 "집중적"으로 출연하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경매 자금으로 쓸 돈을 많이 벌어놔야 겠다. -_-;;

소설 <셀>은 <호스텔>의 엘리 로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소설의 결말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하다.

2006년 11월 5일 작성

  1. Commented by 오윤금 at 2007.06.07 13:59

    셀...저도 초반부와 중반부까지는 숨돌릴 틈 없이 읽었죠...
    특히 오프닝은 정말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좋았답니다...
    근데 결말부분때문에 이 소설이 왠지 2%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네여...결말의 모호함때문은 아니랍니다...뭔가 모르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클레이가 멀쩡한 상태로 아들을 만날지 아니면 좀비가 되어버린 아들을 만날 지는 독자의 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다지 불만은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해요...그걸 집어내서 말하기가 어렵지만요...

    요즘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10대나 20대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보다는 휴대폰을 들고 열심히 문자를 날리거나 DMB로 영화나 티비프로그램을 보고있는 모습이 더 많이 보입니다...그럴 때마다 생각이 드는 건...킹의 소설 <셀>이였죠...여기서 그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하면서 광란의 모습들이 상상이 되는 겁니다...그만큼 사람들이 너무 많이 휴대폰에 의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여...어쩌면 <셀>같은 이야기꺼리를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스티븐 킹이기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제가 킹의 팬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여...그래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네여...^^

    • Commented by BlogIcon 조재형 at 2007.06.07 22:35 신고

      정말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바이러스가 발동걸리면 엄청난 사태가 발생하겠네요.
      현재 "셀"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각본 작업 중이라고 하는데요, 지하철 장면도 하나 넣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 Commented by 이렇게 at 2019.09.27 14:31

      지하철 안에서의 좀비물은 모르겠지만..
      기차 안에서의 좀비물은 실제로 실현됐습니다. 영화로말이죠.. '부산행'(2016)

  2. Commented by 신사적 at 2007.11.23 00:45

    늦게나마 댓글에 참여하고파서...

    '셀'은 깔끔하게(돈주고) 청소한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많은 작품중에 서열 5순위 안에 든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 Commented by BlogIcon 조재형 at 2007.11.24 02:32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던데 원작소설의 스펙타클한 장면들이 잘 연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3. Commented by BlogIcon 크림소다+ at 2009.03.01 20:37 신고

    정말 현대 사람들 휴대폰 하나씩은 다 들고다니죠.
    아무리 미국이 휴대폰시장이 범람해도 한국만할까요?
    휴대폰, PMP, MP3, 닌텐도 등등ㅋㅋ
    그런 모습들에게서 소재를 찾은것 같네요.

    근데 저는 이상하게 이 소설은 좀 별로더라구요.
    스티븐킹이라면 한번 잡으면 손에서 못놓고 사족을 못쓰는데도
    왠지 휴대폰으로 좀비가된다는 설정도 개인적으로 저에겐
    너무.. 코믹틱한? 뭐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흥미진진하긴했지만 아쉬운감도 들었습니다.
    한창 읽을때 내가 스티븐킹에 질린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도 그 안의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를 발견할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음 스티븐킹의 소설은 그래서 매력이 있어요.

    • Commented by BlogIcon 조재형 at 2009.03.01 23:17

      스티븐 킹은 최첨단 기기가 등장하면 꼬박꼬박 소설 소재로 사용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

      휴대폰도 소설로,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도 소설로... 기술의 발전이 진행될수록 킹이 또 어떤 소재로 소설을 쓸 지 마구마구 기대됩니다~~

  4. Commented by 검은옷의 살인마 at 2010.08.28 15:31

    만일 저런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도 다 휴대폰 들고 다니는 나라니까요.

  5. Commented by 엘레봉 at 2011.09.23 09:48

    저 책 살 당시 이벤트랍시고 휴대폰용 전자파 차단기를 줬는데 핸드폰 바뀔 때마다 뜯어서 같이 붙였던 기억이 나네요.

  6. Commented by 저렇게 at 2019.09.27 14:34

    당신은 정말 장난꾸러기~~♥
    좋아! >_<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조재형 at 2019.09.27 22:06

      감사합니다~! 스티븐 킹 소설 많이많이 좋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