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녀시대 안방팬이다.

소녀시대를 좋아하고 응원하지만, 직접 소녀시대를 보러 움직이지는 않았다.

소녀시대 음반도 구입하고 음원도 듣지만 소녀시대 행사에 찾아가지는 않았다. 팬사인회에 응모해본 적도 없다. 소녀시대 콘서트 영상이 담긴 블루레이와 DVD를 소장하고 있지만, 막상 소녀시대 콘서트에 가본 적은 없다.

소녀시대와는 TV화면과 모니터 화면에서만 만나는 평범한 안방팬이어서, 나는 그저 내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묵묵히 소녀시대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아, 태연이가 뮤지컬할 때 두 번 갔다. 안방팬이 태연이 뮤지컬 보러갔던 것은 뮤지컬 공연장이 우리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_-;;

아무픈 난 수줍은 소녀시대 안방팬이었는데,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소녀시대 데뷔 5주년 기념파티에 다녀왔다.

수줍은 안방팬이 소녀시대 데뷔 5주년 기념파티에 찾아갔던 것은 역시나 이화여대 대강당이 우리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_-;;

우리집에서 슬슬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지만 이화여대 강당에 갈 때는 지하철 타고 갔다. 여름날씨가 너무 더워서 걸어가는 것이 엄두가 안났다.

지하철에서 내려 이화여대 대강당까지 걸어가는데 무지하게 더웠다. 그래도 대강당까지 걸어가는 소원들과 대강당 입구의 sm 스텝들을 보니 내가 드디어 소녀시대 오프를 뛰는구나하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접수받는 스탭한테 번호표 확인을 하고 1380번 손목띠를 손목에 채웠다. 옆에 가서 스틱야광봉도 샀다. 만반의 준비를 완료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실제 입장하는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카페에 갔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카페마다 사람들 엄청 많았다. 암튼 여유있어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아가며 아이스커피 마셔가며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이화여대 대강당에 갔다.

날이 더워 갈증이 났기에 이화여대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서 작은 생수 하나를 850원 주고 샀다.

이화여대 대강당 입구는 "당연히" 아까 전보다 사람들이 많아져있었다. 이미 번호표 확인을 하고 손목띠를 착용한 사람들에다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있었으니.

손목띠 착용한 사람들의 행사장 입장은 아직이라서 대강당 바로 옆의 언덕배기에서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대기했다. 그늘이 있고 바람이 가끔씩 불었지만 더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편의점에서 산 생수를 금새 다 마시고 말았다.
그래서 작은 생수병을 얼린 얼음물 파는 상인한테 가서 거금 2000원을 주고 얼음물 샀다. 편의점의 850원 생수와 가격비교가 되었지만 안살 수가 없었다. 너무 무더운 날씨였으니.

그러다 드디어 손목띠 착용한 사람들 줄서기가 시작되었는데 이게 정말 지옥이었다. 그 더운 날씨에 소원들이 2시간 정도를 꼬박 언덕배기에서 서있어야 했으니 좋은 기분이 들리 없었다.
스텝들의 행사진행 미숙은 정말 욕 먹어 마땅하다.

줄 서고 있다가 문득 얼음물을 봤는데 그 꽝꽝 얼었던 얼음이 다 녹아있었다. -_-;;;
그래도 이 물 샀던 건 정말 다행이었다. 이걸로 목을 축이느라 그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려가며 줄서기하는 동안에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일요일이나 월요일 신문에 "소녀시대 삼촌팬, 소녀시대 보려고 줄서다 폭염에 탈진하여 떡실신"이란 기사로 내가 등장했으면 얼마나 무안한가;;;;

줄서는 도중에 대강당으로 올라가시는 수영이 부모님을 보기도 했다. 방송이라던가 행사 영상 등을 통해 꽤 자주 보았던 분들이다보니 왠지 연예인분들을 보는 듯했다.

아무튼 장시간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려가며 줄서기를 하고 났더니 드디어 이화여대 대강당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 자리는 1층 뒷쪽의 왼편이었는데 좌석 등받이를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이화여대 대강당은 원래 좌석 등받이마다 좌석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대강당 입구에서 스탭들이 참석자들 번호 확인할 때 손목띠 번호랑 대강당 좌석번호랑 함께 알려줘서 자율입장을 유도했더라면 한여름 땡볕에 장시간 넘게 서있는 소원들의 수고는 덜했을텐데...

팬미팅 시작이 예정보다 늦어져서 화장실 다녀올 시간이 주어졌는데 대강당에 울려퍼지는 소녀시대 음악을 들으며 난 그만... 자리에 앉아서 졸았다. -_-;;;;
땡볕에 몇 시간동안 줄서면서 엄청나게 땀을 흘렸더니 대강당 좌석에 앉는 순간 몸에 기운이 탁 풀려서...

그러다 드디어 팬미팅 시작~!
세세한 부분은 정확하지 않을테지만 기억나는 한도 내에서 정리해보겠다.

(출처 : 탱갤 퓨어라스)

소녀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고 The Boys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시카를 따라서 GG를 함께 외치는데 난 이런 오프행사 참석이 처음이니까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소녀시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ㅜ_ㅜ
역시 TV나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생생함의 차원이 달랐다.
아아... 소녀시대는 2차원 화면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었어 -_-;;;;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소녀시대의 전체적인 안무 대형을 보다가도 무대 양옆에 설치된 스크린에 나오는 멤버들의 클로즈업 모습을 보느라 나의 얼굴은 좌우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잠시도 쉬지를 못했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써니가 없는 거다...
난 The Boys에서 써니가 제시카한테 접근해서 추근(?)대는 안무를 늘 눈여겨보곤 하는데 팬미팅에 써니가 없다니 ㅜ_ㅜ

The Boys 노래가 끝나서 무대에 불이 활짝 켜지고 스탭들이 가져온 의자에 소녀시대가 앉았고 이 날의 진행을 맡은 김신영도 등장해서 인사를 했다.

하지만 소녀시대를 위해 마련된 9개의 의자에 8명만 앉았기에 소원들은 다들 써니의 이름을 외쳤고 써니가 아파서 대기실에 있다는 답변이 나오자 소원들은 안타까워했다.

난 문득 일본 아레나 투어 때 생각이 나서, 팬미팅 맨마지막에라도 써니가 나타나서 멤버들이 막 써니한테 마이크 갖다대고 막냉이가 노래부르면서 써니 꼬옥 안아주는 장면을 상상했지만... 결국 이날 써니는 무대에 함께 하지 못했는데, 써니를 비롯해서 소녀시대 멤버들 모두 항상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소녀시대는 9명 완전체가 진리잖아~~~

김신영이 5주년 팬미팅하는 소감을 3글자로 표현하라고 주문할 때 멤버들 각자 고민하고 대답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그러다 수영이가 3글자 소감시리즈에 과감하게 쐐기를 박는 순간 정말 박장대소했다. (수영찡의 패기 너무 조으다.)
수영이의 대답처럼 그 순간 내 기분도 X씐나~!

인상적인 것은 티파니가 팬미팅 3글자 소감을 '레드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가끔 직찍사진에서 티파니가 레드불 들고 있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좋은 기분을 표현할 때 사용할 정도로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레드불 나도 먹어봐야지. 후후.. 나는 소녀시대 따라쟁이 >_<

소녀시대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순간 베스트 5를 김신영이 소개하고 소녀시대가 그에 대한 느낌을 말하다가 팬이 만든 소녀시대 찬양영상을 함께 보았다.

음... 예전에 수영이가 직접 만든 영상이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그러고나서 다음 무대를 준비하러 소녀시대가 퇴장하려고 하는데 신영MC가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멤버들 각자 3분동안 케이크 만들기 대회가 열렸다.

무대에 2단 케익 8개가 등장하고 그 뒤에 준비된 케이크 장식들을 이용해서 멤버들이 케이크를 꾸미는 거였다.

잘 만든 케이크 1개는 5주년 기념으로 사용되고 못 만든 케이크를 만든 사람은... 엽기사진이 공개되는 벌칙이 내려진단다.

엽기사진 공개는 윤아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렇게해서 케이크 만들기가 시작됐는데 난 내 자신의 상상력 부족을 실감했다. 아니 내 자신이 소녀시대 데뷔 때부터 팬이었는데도 아직도 소녀시대를 잘 몰랐나보다 -_-;;

처음에 케이크 만들기를 한다고 하자 나는 소녀시대가 정신을 집중해서 묵묵히 케이크를 만들고 좌석에 앉은 소원들도 무대 위에서 케이크 만드는 소녀시대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광경을 상상했는데...

막상 케이크 만들기가 시작되고나니 소녀시대 멤버들이 케이크가 놓인 탁자와 장식물이 놓인 탁자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며 왁자지껄 즐겁게 케이크 만드는 모습에 나는 뿅가고 말았다.

어떻게 케이크 장식할지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제한시간 3분이 지나서 신영MC의 제지를 받는 와중에도 케이크 장식에 열을 올리던 태연이 때문에 많이 웃었다.

케이크 만들기가 끝나고 멤버들 각자 자기 케이크에 예술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홍보하는 시간에도 태연이는 케이크만으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케이크 위에 얼굴을 갖다대고 진짜 오랫동안 애교 퍼레이드를 펼쳐서 이화여대 대강당에 앉은 소원들을 무지하게 흥분시켰다.

장식이 단순해서 오히려 심오하게 보이던 제시카의 케이크. 피를 흘리는 효연이의 케이크. 파란 눈물로 데뷔일 0805를 썼다는 수영이의 케이크.
어디선가 라이터를 구해와서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는 케이크를 들어올려 홍보에 열을 올리던 수영이 ㅋㅋㅋㅋ

잘 만든 케이크 1위 선정이 어렵자 신영MC가 못 만든 케이크 선정을 위해 소원들의 환호성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티파니 케이크 순서에서 환호성이 터지자 그 쪽을 향해 You Die 포즈를 취하던 티파니.

못 만든 케이크 뽑기에서 가장 많은 환호성을 받은 것은 제시카였는데 아예 소원들이 제시카 이름을 크게 연호하기까지 했다.
제시카는 그래도 자기 이름이 많이 불려져서 기분이 좋다고 했는데, 벌칙으로 제시카 엽기사진 공개된다고 옆에서 알려주자 진짜냐고 눈이 휘둥그레 커지던 제시카 표정 좋았다 ㅋㅋㅋ

결국 못 만든 케이크는 제시가, 잘 만든 케이크는 티파니 당첨~!

아마 이 때 엽기사진 공개를 먼저 한 거 같다.

그런데 제시카 엽기사진 공개를 했는데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이 대세여서 제시카의 다른 엽기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한 멤버당 엽기사진 한 장만 공개할 수 있다고 해서 소녀시대도 소원도 무척 아쉬워했다.

그래서 제시카 외에도 다른 멤버들의 엽기사진들도 공개하게 되었는데 ㅋㅋㅋ 다들 멋진(?) 사진이었다.

제일 귀여웠던 것은 태연이 사진. 소파 위에 진짜 편한 자세로 누워있는 사진이었는데 어쩐지 예전에 꼬꼬마 리더라는 애칭으로 활동하던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랬지? 예전에 태연이가 물가에 돌 던지기 게임 CF 촬영하면서 소파에 누워있던 모습 때문에 그랬나?

이날 공개된 엽기사진에서 제일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은 티파니 엽기사진이었다.
사실은 티파니와 함께 유리의 모습까지도 나란히 나오는 사진이었는데 난 사실 처음 그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다.
사람을 찍은 게 아니라 무슨 다른 생명체를 찍은 사진 같아서.
티파니와 유리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부풀린 효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처음엔 율티의 모습인 줄 모르고 봤다가 정체를 알고 나니까 너무 웃겼다.

다른 멤버들의 엽기사진이 너무 약하다 싶으면 자꾸 율티의 엽기사진을 보여줘서 더 웃겼다. >_<

그런데 멤버들은 팬미팅 현장에 온 소원들한테 더 멋진 엽기사진을 보여주려고 준비 많이했는데 아이돌 이미지를 생각해서 매니저가 자체검열했다니 그 점은 조금 유감이다. 아니 사실은 많이 유감.

소녀시대가 직접 찍은 엽기사진을 보니 멤버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집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사진에 작품설명하는 글을 적고 멤버들이 댓글도 달아주는 소박한 형식의 사진집.

그 후 티파니가 만들었던 케이크를 앞에 두고 소녀시대 데뷔 5주년 기념 축하노래를 다같이 합창했는데, 그 순서가 끝나니 다른 케이크가 들어왔다.

티파니 생일축하 순서.
티파니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또 다같이 불렀는데 티파니의 머리 위에 얹힌 생일축하용 작은 왕관이 자꾸 떨어져서 티파니를 곤란하게 했다.

그 다음은 소녀시대가 파파라치를 불렀다 우왕- *_*

마치 내가 일본에 가서 엠스테나 헤이 헤이 헤이 공방 뛰는 기분이 들었다.

붐붐붐에 맞춰서 소원들이 떼창하는 게 짜릿했다.

크~ 노래 중간에 막냉이랑 리더가 굳은 자세로 벌서는 안무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_*

그리고 파니가 라타타~!하기 직전에 유리가 센터로 나서면서 손등 치는 안무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직접 보니 너무 좋았다. 유리 짱 멋짐.

그렇게 이화여대 대강당을 들썩거리게 한 파파라치 무대가 끝나고 소녀들이 다시 무대에 준비된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파니가 파파라치 하고 나서 힘들다고 말했는데 진짜 소녀들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화여대 대강당 너무 뜨거웠다. 신영mc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은 상태라고 말은 했지만 사우나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팬미팅 중간에 신영mc가 너무 덥다면서 등을 보여주는데 땀자국이 장난 아니었고 나를 비롯한 소원들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소녀시대는 팬미팅 처음부터 끝까지 The Boys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뜨거운 조명 받아가며 노래하고 춤추고 토크하고 케이크 만들고 소원들 재밌게 해주려고 활발하게 움직여야하니 얼마나 더울까!

팬미팅 장소가 냉방이 잘되는 곳이었으면 소녀시대도 소원도 최적의 컨디션에서 더 좋았을텐데.

비틀즈코드에 출연했던 파니의 표현을 빌자면, 팬미팅에서 소녀시대를 만나서 느끼는 행복이 100인데 너무 더워서 99 밖에 느낄 수 없다면 이 무슨 슬픈 비극이란 말인가!

그 덥고 뜨거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소녀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감동했다.

아무튼 파파라치 무대 끝난 후 소녀들이 의자에 앉은 후 소녀시대 데뷔 5주년을 축하하는 동료 연예인들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보아라던가 수영이랑 같이 드라마 찍는 동료배우들, 신사의 품격 남자 주인공 4인방 등이 소녀시대를 축하해주었다.

축하영상이 끝나고 신영mc가 윤아한테 데뷔 5주년 소감을 물었는데, 윤아는 마침 다음 순서를 위해 앞에 놓인 질문지 뭉치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거 뽑으면 되는 거에요?"라고 생뚱맞은 소리를 해서 본의 아니게 소원들한테 웃음을 선사했다.

그 후 질문지를 뽑아서 소녀시대한테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태연이랑 서현이의 답변이다.

태연이는 많은 사랑을 받아서 좋기는 하지만 갑자기 이 많은 사랑이 없어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고 해서 자리에 함께한 수많은 소원들한테 빠심을 불타오르게 했다.

서현이는 태연이의 말을 이어받아서 "인생이라는 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라고 진지하게 말해서 소원들을 빵빵 터지게 했다.
역시 막내는 진지한 모습이 어쩐지 너무 재밌다.

노후준비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파니가 강남에 빌딩 사는 재테크 얘기를 해서 새삼 놀랐다.
파니는 이제 한국 물정에 완전 훤하네.

시간이 촉박해서 질문지를 다 열어보지 못하자 태연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질문지 쭉쭉 뽑아서 재밌는 질문들 고르더니 나중에는 아예 질문지를 멤버들한테 분배해서 질문을 고르게 하기도 했다.

그 후 다음 무대 준비를 위해 소녀시대가 퇴장하자 스크린에서 예전 팬미팅 영상 하이라이트가 나와서 열심히 보았는데... 이때쯤 너무 더워서 너~무 땀을 흘려서 피곤이 확 밀려와 체력의 한계가... ㅜ_ㅜ

그러다 소녀들 무대가 시작되어 Gee가 울려퍼졌다.
역시 언제나 신나고 흥겨운 노래다.
그런데 이때 내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The Boys 의상을 입은채 Gee를 노래하는 소녀시대가 너무 안쓰러웠다.
원래 Gee는 가볍고 시원한 의상을 입고 부르는 노래잖아?
땀 엄청 흘리는 체질인 제시카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왠지 소녀, 학교에 가다에서 여름날 무더운 학교 강당에서 무대하다가 탈진하던 제시카 모습이 떠오르기도... 아아... 제시카... 제시카...

Gee 무대가 끝나고 선물추첨시간을 가졌다.
멤버들이 추첨함에서 번호표를 뽑아 향수와 시계를 나누어주는 시간이었다.

자리에 앉은 소원들 모두 긴장하고 있었고, 나는 물론 이런 일에 항상 운이 없어서 안될 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손목띠에 있는 번호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무대 위에서 추첨을 진행하는 소녀시대를 바라보았다.

몇몇 멤버가 추첨을 하고 제시카가 앞으로 나와 번호표를 뽑았다. 그 예쁜 입술로 번호를 말했다. "1380번"

나는 그 때 갑자기 움찔했다. 방금 제시카가 말한 번호... 어쩐지 낯이 익은데...

그러고나서 내 손목띠를 봤더니... 1380번.

제시카가 1380번이라고 말하는 소리도 듣고 직접 내 눈으로 내 손목띠의 1380번을 확인했지만, 믿겨지지가 않았다.

설마... 내가 뭔가 제시카의 말을 잘못 들은 거겠지.

그 때 내 옆자리에 앉은 소원이 내 손목띠를 보더니 말했다. "와- 대박!"

그 소리를 듣고서야 드디어 나는 내가 뽑혔다는 것을 알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무대로 뛰어갔다.

먼저 뽑힌 당첨자들과 함께 무대 왼편에서 대기하는데... 몸이 떨렸다.
우왕~ 긴장해서 몸이 떨리다니 이게 얼마만인가.

긴장을 누그러뜨리려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우왕~

조재형씨는 소녀시대를 어떻게 봅니까?

저는 3D로 봅니다. >_<

바로 내 코 앞에 소녀시대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방금 전까지 객석에서 소녀시대를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짜 감격했다. 무대 영상에서도 짱이지만 실물도 진짜 짱이었다.
내가 화면으로만 보던 소녀시대 멤버들이 내 바로 앞에서 웃고 떠들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저... 저분은 태연! 저... 저기 저분은 파니... 효연도... 유리도...

신영mc가 추첨된 사람들을 무대 중앙으로 불러서 나갔는데 이상하게도 선물 받고 싶은 멤버가 누군지 말하라고 그래서 기분이 이상했다.
번호표 뽑아준 멤버한테 선물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왜 갑자기 인기투표 분위기를 만들지?

내 차례가 돼서 신영mc가 어떤 멤버한테 선물 받겠냐고 물어서 나는 당연히 내 손목띠를 가리키며 "제 번호를 뽑아준 제시카님"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뒤돌아서서 제시카님한테 수줍게 향했다.

제시카님과 마주 바라보고 서서 눈을 맞추고 있자니 너무 큰 기쁨이 밀려와서 아프기까지 했다.
더워서 땀 흘리는 제시카님 너무 매력적이더라. >_< 아아~ 시카여신님~~!!
시카여신님이 선물이 담긴 종이백을 나한테 건네줘서 받았고... 시카여신님과 악수했다.

내 눈은 시카여신님을 바라보고 있는데, 내 손은 시카여신님의 손을 잡고 있어.
기쁨 두 배. ㅜ_ㅜ 너무 짜릿해서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그렇게 선물 받고, 악수까지 마치고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너무 큰 자극이 단시간에 내 몸을 휩쓸고 가서 그런지 내 자리가 어딘지 몰라서 한동안 멍을 때리고 서있기까지 했다;;;;;

아, 내가 제시카한테 받은 선물은 소녀시대 향수였다.
이 향수를 내가 사용할 수 있을까? No NO. 지구 최후의 날까지 절대적으로 밀봉보관이다!

선물추첨시간이 끝나고 소녀시대가 무대에 일렬로 늘어서서 이 날 팬미팅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특히 수영이가 "조만간" 소녀시대가 활동할 거 같다고, 콘서트도 할 거 같다고 떡밥을 날려서 소원들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소녀시대가 발라드 명곡 Complete를 불렀다.
역시 언제 들어도 감동 ㅜ_ㅜ
제시카가 준 향수를 손에 꼭 쥐고 Complete를 들으니 더 감동 ㅜ_ㅜ

Complete 후반부에는 소원이 준비한 이벤트로 종이비행기를 무대를 향해 날렸다.
무대를 향해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들이 제법 멋졌다.
종이비행기에는 소원들이 각자 메시지를 적어넣었는데, 윤아가 주운 종이비행기의 메시지는 방구 텄냐는 질문이어서 다들 빵 터졌다.

소녀시대가 소원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지금은 소녀시대~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를 다 함께 외치는 것으로 소녀시대 데뷔 5주년 기념파티는 끝이 났다.

그리고 팬미팅 초반에 소녀시대가 만들었던 케이크를 스탭이 추첨해서 나누어주는 시간도 잠깐 있었다.

팬미팅이 끝나고 이화여대 대강당을 나오니 한밤중이었다.

이화여대에서 우리집까지 가까워서 그냥 걸어갔다. 제시카의 선물이 담긴 종이백을 소중히 들고서.
길거리에서 소녀시대의 파파라치 노래가 막 울려퍼지던데~~~

집에 가는 동안 내가 그 동안 소녀시대 팬을 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생각났다.
소녀시대를 데뷔 때부터 응원했던 팬이라면 떠올릴만한 여러 가지 희노애락의 일들 있잖은가.
소녀시대 팬인 것이 너무 좋고 앞으로도 묵묵히 끈질기게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방팬이지만 기운내서 오프행사에 참석한 것이 기분 좋았다.
이래서 한 번 오프 뛰면 또 뛰게 되나보다.
6주년 팬미팅 때도 꼭 참석해야지~!

제시카 보면서 악수하던 순간이 자꾸 생각난다.
제시카가 뽑은 번호표가 내 손목띠랑 일치하던 순간만 생각하면 너무 짜릿짜릿 몸이 떨려~ 지지지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