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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Who Loved Tom Gordon

(1999년 소설)

"엄마 아빠 만나야한다 생각하며 무서움 이겨"

[2004.08.04]

(::지리산 실종 41시간만에 극적 구조된 열한살 정희재군::)

“추위와 무서움은 어느정도 견딜수 있었지만 엄마 아빠를 보고싶은 마음은 정말 참기 어려웠습니다.” 3일 오전 10시30분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백무동 계곡 폭포 주변에서 실종 41시간만에 119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정희재(11·서울 D초등 4년)군은 부모님을만나야 한다는 희망 하나로 고통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정군이 발견된 곳은 지난 1일 오후 7시쯤 실종된 장터목산장~세석산장 등산로에서 4㎞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사고 당일 정군은 아버지 정하이(37·회사원)씨와 가족, 친지 등 7명과 함께 장터목 산장에서 세석산장쪽으로 이동하던중 “앞서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혼자 앞서가다가 길을 잃었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배낭을 멘 상태였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군은 아무리 아빠, 엄마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 “이젠 정말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사람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어서 달려가 보면 나무였고 또 사람이겠지 싶어 기뻐 달려가 보면 바위만 서 있었을 뿐”이라고 당시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러나 정군은 “계곡의 물을 마시며 배고픔을 달랬고, 밤에는 바위 틈에서 배낭 속에 들어있는 침낭을 꺼내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며 “비가 올 때는 ‘산에서 비를 맞고 잠을 자면 체온이 떨어져 죽을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며 침낭을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정군은 밤에 겁이 날때면 “우리나라 산에는 사나운 짐승은 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고 “부모님을 만나야 한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불안과 초조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정군은 산을 내려오던 중 미끄러져 이마와 무릎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을 뿐 매우 건강한 상태였으나 약간의 탈진증세를 보여 함양 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부모와 함께 이날 오후 집으로 돌아갔다. 정군 구조에 나선 경남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리산은 산세가 험한데다 이동통신이나 소방 및 경찰 무전기조차 불통인 지역이 많아 조난 구조 구급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등산을 할 때에는 항상 일행과 함께 행동하고 특히 어린이는 보호자의 10m 이내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창원〓정대선기자)

9살 소녀 트리샤 맥팔랜드는 메이저리그 야구팀 보스턴 레드 삭스팀의 열렬한 팬이면서, 그 중에서도 레드 삭스팀의 구원투수 톰 고든을 무지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런 트리샤가 가족과 함께 산에 갔다가 한 순간의 실수로 순식간에 길을 잃고 만다. 아무리 둘러봐도 가족은 커녕 지나가는 등산객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그 때부터 트리샤는 산을 빠져나가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다. 별의별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다 당하지만 그녀에겐 힘이 돼주는 것이 있다. 바로 등에 짊어진 배낭 속에 들어있는 워크맨! 워크맨에서 나오는 라디오 야구 중계를 통해 레드 삭스 팀과 톰 고든 선수의 활약을 전해듣는 것으로 고달픈 탈출 인생에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산에서 조난당한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 트리샤의 생존을 향한 의지는 거의 바닥나고 이제는 현실과 환상이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런데 트리샤는 직감한다. 무언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 강력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조난자들의 신이 트리샤를 노리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트리샤, 힘내라, 도망쳐! 네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톰 고든 아저씨가 너를 구해 줄 거야. 그는 "구원" 투수잖아!

레드 삭스 팀의 열렬한 팬인 스티븐 킹이 그 팀의 구원투수 이름이 제목으로 들어간 소설을 썼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야구소설인 줄로 짐작했다. 그러다 나중에 그 소설 줄거리는 제목에 나오는 그 구원투수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산 속에서 조난당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난 소설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빠져 별로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스티븐 킹 소설 <The Girl Who Loved Tom Gordon>을 읽고 난 지금. 난 행복하다. 이 소설은 내게 책읽는 재미를 듬뿍 안겨준 어여쁜 소설이었다.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킹이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던 소설 <The Running Man>이 생각났다. 소설 <The Running Man>은 각 장마다 100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줄어드는 카운트 다운 숫자를 붙였고, 주인공의 행적을 집요하게 보여주며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소설 <The Girl Who Loved Tom Gordon>은 야구경기처럼 소설의 각 장마다 1회, 2회 같은 이닝수를 붙였고, 주인공의 행적을 집요하게 보여주며 번개와 같은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소설 <The Running Man>은 성인 남자가 주인공이었지만 소설 <The Girl Who Loved Tom Gordon>은 연약한 소녀가 주인공이어서 읽는 사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9살 소녀 트리샤가 산 속에서 온갖 고생을 다 겪기 때문에 독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다. 정말이지 내 입으로는 표현의 한계를 느끼고, 이 소설책을 직접 읽어야만 실감할 수 밖에 없는 별의별 위기상황들이 등장해서 트리샤를 괴롭힌다.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온갖 유형들이 총집합했다고 보면 된다. 정말이지 내가 그 온갖 고생을 겪었다면 10초만에 자살했을 거다.

그런 고생 중 가장 압권은 새끼 송어와의 대결장면이었다.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를 찜쩌먹을 듯한 대단한 기세로 트리샤가 새끼 송어와 처절한 대결을 펼치다 비위 상하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그 순간을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여 마무리짓는 과감한 모습에 나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위기들 속에서 트리샤는 자꾸만 상처를 입기에 독자들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그런 상처를 딛고 자꾸만 트리샤는 불끈불끈 일어서기에 방금 전까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던 독자들은 울다웃어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처럼 느닷없이 흥분하며 트리샤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젖먹던 힘까지~, 싸워라, 싸, 싸워라, 싸, 싸워서 이겨라~♥

그래도 소설 속의 위험들은 내가 봐도 너무 심한 것들 일색이어서 트리샤가 안쓰러웠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으며 자주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번에도 나는 소설 속으로 뛰어들어가 트리샤를 팍팍 구해주고픈 충동에 시달렸다. 갖은 고생을 겪으며 애가 실성을 한 나머지 웃다가 울다를 반복하다 급기야는 허깨비로 나타난 톰 고든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소설 속에서 트리샤는 톰 고든을 자꾸만 생각하고 산 속에서 유일한 친구로서 그를 상상해 내고 그가 자신을 구원해 주리라 생각한다. 처음엔 애가 맛이 갔구나 정도로만 생각되던 톰 고든의 존재가 소설이 진행되면서 독자의 뇌세포를 후려치는 장치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이 상큼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두운 밤에 달빛을 받으며 숲 속에 주저앉은 트리샤가 워크맨 이어폰을 귀에 꽂고 톰 고든의 경기를 들으며 희망을 갖는 그 처량한 장면이 아름답고도 환상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야기는 점점 처절하게 진행되는데 가끔씩 빙긋 웃을 수밖에 없는 유머가 쏠쏠하게 등장해서 독자들을 간지럽힌다. 기본적으로 스티븐 킹 본인이 유머러스한 사람이니 그렇겠고, 게다가 이 소설에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 트리샤의 생각과 행동이 가끔씩 너무 웃기고 너무 귀엽다. 이런 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나를 괴롭힐 정도였다(딸을 낳아줄 와이프 구하는 중). 특히나 트리샤가 산 속에서 오랫동안 헤매다 초현실주의 삼인조와 만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삼인조가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해대니까 울컥 열받아서 트리샤가 "아저씨, 술 드셨어요?"를 연달아 부르짖는 그 장면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굉장했다.

아, 그렇다. 조난자들의 신이 있었다. 그 녀석이 트리샤를 농락하듯 접근하는 분위기는 이 소설에서 가장 큰 긴장감을 형성한다. 독자들이 폭력을 예감하는 안타까움에 몸서릴 칠 무렵 트리샤와 조난자들의 신이 정면대결하는 바로 그 순간! 나는 이 장면에서 너무 흥분해서 혈압이 올랐다. 9살 소녀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그러나 스티븐 킹의 묘사력에 의해 믿을 수밖에 없는) 트리샤의 엄청난 카리스마가 책을 완전히 장악했다. 산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금방이라도 죽을 듯한 그 아이가 조난자들의 신과 당당히 대결하는 그 장면은 최근에 내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전율과 쾌감의 비빔밥을 선사해 주었다. 오예, 베이비!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손주들을 두고 있는 할아버지인 그가 9살 꼬맹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썼다니. 그 소설에 내가 울고 웃고 급기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니.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아이가 된다던데 그 말이 사실일까?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킹의 마음 속엔 아직도 동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아울러 야한 것만 밝히고 주색에 탐닉하는 나의 정신세계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있고 신나고 흥분되는 소설 <The Girl Who Loved Tom Gordon>. 나는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마지막 3분의 1 분량은 생계를 팽개치고 앉은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다 읽어 버렸다. 그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스피드 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하였다.

소설에서 알 게 모르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톰 고든 선수는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쓸 당시 레드 삭스 팀의 구원투수로 맹활약했지만, 그 후로 시카고, 휴스턴 등을 거쳐 2005년 현재 뉴욕 양키스 팀 선수가 되어 레드 삭스의 적군이 되었다. 역시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가. 소설 속에서 트리샤가 말한 대로 세상은 이빨을 갖고 있어서 여차하면 물어뜯게 마련인가 보다.

아, 그렇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며 한 가지 의미심장한 사실을 발견했다. 트리샤는 배낭 속에 든 물건들을 먹고 사용하며 힘든 산 속 생활을 견뎌내는데, 신기하게도 그 물건들의 쓰레기를 산에다 마구 버리지 않고 꼬박꼬박 배낭 속에 집어넣는다. 그렇다. 자연보호가 그녀를 산 속에서 구원한 것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연을 보호할 줄 아는 심성 고운 어린이라면 마땅히 구원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트리샤를 본받아 나도 자연보호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하지만 산 속에서 조난당해 죽도록 고생하는 삶을 살기는 싫다.

(소설은 영문판으로 읽었지만 위에 있는 표지는 일본어판의 표지다. 일본 출장 가서 구입한 귀한 일본어판을 선뜻 내게 선물해준 어떤 멋진 분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그 책표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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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소설 <The Girl Who Loved Tom Gordon>은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책장을 펼치면 그림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팝업북 그림책이다.

소설을 너무 감동깊게 읽고 난 지금, 그림책에 대해서는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사고 싶다.

...그래서 결국 그림책 구입했다. 대만족이다! 소설을 무척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맘에 들어할 만한 멋진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