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 The Outsider

작품 감상문 2018. 6. 29. 21:49 posted by 조재형


The Outsider

(2018년 장편소설)


예전에 스티븐 킹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이제는 자세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장편소설 "언더 더 돔"을 언급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에는 이야기가 올바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확신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필기간 내내 기분 좋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 "The Outsider"를 읽는 동안 나한테도 계속 확신이 들었다.

"이 소설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지금 읽고 있는 장면도 재미있고, 이 다음에 이어질 장면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나서도 재미있다는 느낌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완독한 현재, 나는 깨달았다. "The Outsider" 책을 읽는 동안 일관되게 느꼈던 그 확신은 진짜였다.

이 소설 너무 재밌잖아!!! ㅜ_ㅜ (너무 재밌어서 눈물이 흐름)

한 소년이 공원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을 조사한 랠프 형사는 범인이 고등학교 교사 테리라는 결론을 내린다.

테리는 리틀야구단 코치도 맡고 있고 여러 자선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역사회의 유명인사인데, 랠프 형사가 공원 살인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테리가 분명히 "범인이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난다.

증거가 확실했기에 랠프 형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앞에서 테리를 체포해버린다.

그런데 후속수사를 진행하다보니 테리가 분명히 "범인이 아니다"는 증거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다.

"범인이다"는 분명한 증거와 "범인이 아니다"는 분명한 증거. 극단적인 증거의 홍수 속에서 랠프 형사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사건의 흐름은 의외의 방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소설 "The Outsider"는 랠프 형사가 테리를 체포하는 날부터 날짜 순서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데, 이야기 틈틈이 수사관련 보고서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목격자들의 증언이 담긴 조사기록이나 살인현장 증거에 대한 의학 소견서 등을 통해 살인범이 테리일 수 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테리를 살인범으로 체포한 랠프 형사의 판단이 정상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게다가 증언 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재미가 솔솔 느껴진다.)

그리고 형사, 검사, 살인 용의자, 그들의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엮어내는 드라마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부분은 마치 VJ특공대나 생생정보통의 카메라가 각각의 인물 바로 옆에서 밀착촬영한 다음 솜씨있게 편집한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각각의 장면 자체로도 재미가 있고, 장면과 장면을 이어가는 리듬도 재미가 있어서 책을 읽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앞으로 나올 장면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이 달아오른다.

19페이지를 읽고 있으면 어서 20페이지가 읽고 싶고, 20페이지를 읽고 있으면 어서 21페이지를 읽고 싶어진다. 책장이 후루룩 넘어간다.

살인사건 해결에 분주한 형사의 심정, 살인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용의자가 유치장에서 밤을 보내는 심정, 남편이 공개적으로 체포당하는 것을 본 용의자 아내가 변호사에게 연락하며 느끼는 심정, 살해당한 소년의 가족이 자꾸만 찾아오는 비극을 맞이하며 느끼는 심정.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생활하는 장면이 펼쳐지는 것인데도 그들의 심리, 상황에 대한 묘사가 계속해서 독자의 마음을 꽝꽝 때리는 묘한 매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야기를 점점 더 풍부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신기하게 잘 썼네"라고 여러 번 감탄했다. ㅜ_ㅜ

그러다 테리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테리를 범인으로 밀어붙여야하나, 무죄라고 해야하나?

랠프 형사와 검사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티격태격하면서 랠프 형사는 멜론에 대한 비유를 하고 검사는 발자국에 대한 비유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The Outsider"는 테리의 체포 이후 논리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과연 이 혼란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갑자기 의외의 상황으로 고조되는 위기감, 복잡하게 엃힌 단서들을 어떻게든 풀어나가는 쾌감을 선사하며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게 되고!

그 절정의 순간에 위험요소를 부여해서 착한 편과 나쁜 편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태로운 줄다리기가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 그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질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소설 "The Outsider"는 각각의 장면들이 쌓여서 생긴 재미를 깔끔한 마무리로 장식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스티븐 킹이 신작을 발표하기만 하면 아직도 나는 막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인다. 아직도 신작을 읽고 나면 만족감에 몸부림을 치게 된다.

나한테는 여전히 스티븐 킹이 짱이다. "The Outsider" 같은 재미있는 작품이 자꾸만 나오니까.

도저히 스티븐 킹 소설을 끊을 수가 없다. 무슨 마약 같은 건가? -_-;;;

그리고 소설 "The Outsider"에는 스티븐 킹의 과거 작품에 나왔던 등장인물이 출연해서 대활약을 펼친다.

그 인물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참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그 인물이 "The Outsider"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순간 그 인물이 처음 등장했던 과거 작품이 떠올라서 뭉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과연... 과연... 스티븐 킹이... 짱이다.

p.s. 2019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The Outsider"를 "아웃사이더"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