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 On Writing

작품 감상문 2007.05.11 23:30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On Writing

(2000년 글쓰기 지침서)

2000년 10월 17일 교보문고에 갔다가 하드커버로 나온 On Writing을 보고야 말았다. 신문기사를 보고 On Writing이 출간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한국서점에서 보게 될 줄이야. 사고 싶었지만 하드커버책이라서 가격이 비쌀 것이 비오는 날의 우산처럼 확실했다.(뭔 소리여?) 3분을 교보문고에서 방황하며 고뇌하다 결국 주머니를 톡톡 털어 구입하는 대담한 행동을 벌이고야 말았다. 덕분에 그후로 3주동안은 경제적인 궁핍함을 이유로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실화다!) 그래서 집에 있는 동안 On Writing을 읽기 시작했다.

On Writing은 스티븐 킹이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자신의 집필비법을 공개한 글쓰기 지침서이다. 그러나 일반작문법 강의서같이 딱딱한 내용으로 가득찬 것이 아니다. 스티븐 킹이 누군가. 내노라하는 인기작가 아닌가. 글쓰기에 그다지 관심없는 사람이더라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더욱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앞부분에 킹은 글쓰기 지침서를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순수문학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물어보면서도, 자신과 같은 대중작가들에게는 그런 질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킹의 생각으로는 대중들에게 엄청나게 팔리는 통속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자기 나름대로 글쓰는 방법이 있으며, 그것을 알려주는 일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인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하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글쓰기 방법을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밝히려 한다는 것이다.

On Writing의 전반부는 글쓰기와 직접적인 관련없이 스티븐 킹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에피소드별로 소개하고 있다. 한편의 자서전같은 것이다. 킹 본인의 표현으로는 취업할 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같은 내용이니 부담없이 읽어달라고 말하고 있다.(그래서 나도 팍팍 읽었다.)

정말 킹의 인생이 속도감있게 죽 나열된다. 혼자된 어머니 밑에서 여기저기 이사다닌 일, 괴짜였던 형때문에 소동에 휘말렸던 일, 몸이 아파 초등학교 1학년을 휴학하고 집에 있을 때 엄마의 권유로 난생처음 소설을 썼던 일(엄마한테 돈을 받고 팔았다!), 극장에서 본 공포영화를 소설로 써서 학교친구들한테 팔다 걸려서 교장선생님한테 불려갔던 일("스티븐, 왜 너같이 재능있는 아이가 이런 쓰레기같은 것을 쓰는 거니?"), 잡지사에 원고를 보냈다 받은 거절통지서가 날이 갈수록 수북히 쌓이던 일, 고등학교때 수학여행가서 난생처음 술을 먹고 맛이 가서 여학생들 자는 방에 들어가 술주정한 일, 대학 때 만난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종아리를 용기내서 슬쩍 만졌는데 화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녀가 미소를 지어주던 일(결국 그 여학생이 킹의 아내가 되었다), 아내와 자식들이 생기고 돈이 없어 전화도 없이 트레일러하우스에서 살며 불안하게 작가의 꿈을 키우던 일, 첫 장편소설 "캐리Carrie"를 출판사에 넘기던 날 부부가 침대에 누워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던 일, 형과 함께 침대옆에 앉아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며 좋아하시던 담배를 어머니 입에 물려드리던 일, 인기작가로 성공은 했지만 알콜중독과 마약중독에 빠져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 등등이 소개된다.

누군가의 인생을 엿본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하물며 그 누군가가 스티븐 킹이라면! On Writing의 전반부는 이렇게 킹의 인생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아무렇게나 나열한 것이 아니라 킹의 인생을 통해 과연 한사람의 프로소설가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여겨진다.

On Writing의 후반부는 책 본연의 목적에 맞게 본격적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티븐 킹같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그 설명을 위해 스티븐 킹은 자신의 글쓰기 방법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수동태보다는 능동태표현을 써라, 부사를 남발하지 마라같은 기초문법에서 시작해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 글을 중단없이 꾸준히 써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 특징만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묘사능력을 길러라, 평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주의깊게 보라 등등의 조언이 이어진다. 그리고 주위에 자신이 쓴 글을 냉철하게 읽고 장단점을 정확히 판단해 줄 "이상적인 독자"(Ideal Reader)를 두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솜씨좋은 작가라도 자기만족에 빠져서 3류작품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그 예로서 자신이 직접 쓰고 영화감독까지 한 누구나 고개를 끄떡인다는 졸작 Maximum Overdrive가 언급된다. 아~ 나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킹은 글쓰는 작업이 매우 외로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마음의 안정도 되고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경우에는 아내 태비사가 그런 역할에다 "이상적인 독자" 역할까지 해주어서 창작열을 불태울 수 있었다며, 아내를 마구 칭찬한다.(그렇다! 스티븐 킹은 공처가인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작품들은 대개 처음부터 완전한 줄거리를 생각해 놓고서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보통은 작품소재 속에 캐릭터들을 풀어 놓고서 그들이 자신들의 성격과 의지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 지 관찰하고 그 결과를 써나간다는 것이다. 킹 본인은 물론 독자들도 캐릭터들의 의외의 행동에 놀라면서 점점 흥미를 갖게 되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미리 짜여진 줄거리에 맞추다 보면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을 제한하게 되어 어색한 작품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줄거리 중심의 작품으로서 Insomnia나 Rose Madder 등은 부자연스런 작품이 되버렸다고 하면서, 줄거리 중심 작품이면서도 본인이 흡족해하는 유일한 작품으로 The Dead Zone을 꼽았다.

On Writing 후반부에 글쓰는 방법을 자신의 경험과 빗대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작가지망생들에게 나도 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퍼붓고 있다. "당신은 할 수 있고, 꼭 그래야만 합니다. 당신이 용기를 가지고 일단 시작한다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On Writing 끝부분에 가서는 99년에 킹이 겪은 교통사고에 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과정,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것 같은 좌절감에 시달린 일, 그 좌절감을 극복한 일 등을 열거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지망생들이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주려 했던 것 같다. 킹은 좌절감에 시달릴 때 아내가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마구마구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그렇다! 스티븐 킹은 공처가인 것이다.)

책 맨끝에는 On Writing을 집필하는 동안 흥미있게 읽었던 책들의 목록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킹의 독서취향을 엿볼 수 있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같은 고전에서부터,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속편 "한니발"이나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시리즈같은 최근작품들까지 다양하다. 눈에 띄는 건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아내 태비사의 작품이 두편이나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스티븐 킹은 공처가인 것이다.)

On Writing은 부담없이 글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멋진 책이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스티븐 킹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집필작업은 주로 아침시간에만 한다던가, "2번째 원고 = 1번째 원고 - 10%"라는 공식을 지키고 있다던가, 주로 소설을 중심으로 일년에 70~8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것들)

우리나라에도 "On Writing"이 번역출간되었다. 김영사에서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읽어보고 스티븐 킹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시길 추천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스티븐 킹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왔었던 일화가 On Writing에 소개되어 있다. 그 부분을 아래에 소개한다.(나한테도 그런 기회가 빨리 왔으면...)

*          *          *          *          *          *

더블데이출판사 빌 톰슨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아파트에 혼자 있었다. 아내 태비는 애들을 데리고 처갓집에 가있었고, 나는 "뱀파이어가 우리 마을에"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작품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앉아 있어요?" 빌이 물었다.

"아니오." 짧게 대답했다. 우리집 전화기는 부엌 벽에 매달려 있어서, 나는 부엌과 거실 사이 문간에 서있었다. "그래야 되요?"

"꼭 그런건 아니구." 빌이 말했다. "캐리Carrie의 페이퍼백 출판권이 시그넷출판사로 40만달러에 넘어갔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애 입 좀 닥치게 할 수 없어? 스티븐이 입만 열었다하면 시끄러워 죽겠어." 어린 시절엔 정말 그랬지만, 빌이 전화를 건 그 날 1973년 5월의 어머니날에 나는 완전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받느라 문간에 서있는 것은 늘 그래왔던 것이었지만, 그때 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웃으면서 빌이 전화받다 어디갔냐고 물었다. 물론 그는 내가 전화를 꼭 붙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잘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이제는 정신차리고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 지금 당신이 말한 게 4만달러였죠?"

"40만달러에요." 빌이 대답했다. "통행규칙에 따라서 -내가 빌과 맺었던 계약을 의미한다- 당신 몫은 20만달러입니다. 축하해요, 스티브."

나는 계속 문간에 서있었다. 내 앞으로 나있는 거실을 통해 침실을 보았다. 내아들 죠가 잠잘 때 눕는 작은 침대가 보였다. 샌포드거리에 위치한 우리 아파트는 90달러짜리 월세였는데, 내가 딱 한번 얼굴을 마주했던 이 남자가 전화를 걸어서는 내가 행운의 복권에 콕 당첨됐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리에 힘이 없어졌다. 쓰러져 버리진 않았지만, 문가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확실합니까?" 빌에게 물었다.

빌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주 천천히 아주 똑똑하게 다시 한번 금액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가 말해준 금액에는 '4'라는 숫자 뒤에 '0' 다섯 개가 붙어 있었다.

우리는 그 뒤로 30분 더 대화를 나눴지만, 한마디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빌과 통화를 끝내고 태비를 찾아 장모님 댁에 전화했다. 처제 마르셀라가 아내는 벌써 집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끝내주는 뉴스가 있는데 들어줄 사람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나는 아파트 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몸이 막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난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갔다. 뱅고어 시내 번화가에서 문을 연 가게는 라베르디어 잡화점뿐이었다. 갑자기 태비에게 어머니날 선물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와일드하고 비싼 것으로. 하지만 사람사는 게 어디 맘대로 되던가. 라베르디어에 아주 와일드하고 비싼 물건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난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아내 선물로 헤어드라이기를 샀다.

집에 돌아와보니, 아내는 부엌에서 애기보따리를 풀면서 라디오 음악소리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헤어드라이기를 아내에게 건네 주었다. 그녀는 헤어드라이기를 난생 처음 구경해보는 사람같이 보였다. "이게 뭐야?" 그녀가 물었다.

나는 아내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내에게 페이퍼백 출판권 얘기를 했다. 그녀는 잘 이해가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 더 얘기해 주었다. 태비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어깨 너머로 비좁고 어수선한 방 4개짜리 우리 아파트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불면증 / Insomnia

작품 감상문 2007.05.11 23:25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Insomnia

(1994년 소설)

스티븐 킹의 "It"에서 살인마 삐에로가 설쳐대던 공포의 도시 데리에 또다시 피의 축제가 시작된다.

늙으면 잠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70살의 홀아비 랄프는 어느날 갑자기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별짓을 다해봐도 점점 더 잠드는 시간이 줄어들뿐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상한 능력이 생겨버린다.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연기같은 오라(aura)를 볼 수 있게 된다. 오라의 모양과 색깔을 통해서 랄프는 남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또한 남의 기를 흡입할 수도 있게 되어 랄프의 외모가 젊음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한편, 데리시는 난장판이다. 낙태찬성파와 반대파가 서로 으르렁대면서 대치중인데다가, 코앞으로 다가온 낙태찬성파를 대표하는 여성운동가의 연설회 때문에 두 파가 여차하면 큰일낼 태세다. 랄프가 친하게 지내는 이웃사람 에드는 성격이 이상해지는가 싶더니 TV에 데리시 낙태반대파의 지도자로 등장하면서 데리시를 뒤흔들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날 밤, 랄프는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가 창문으로 보이는 옆집 현관에서 작은 대머리박사 둘을 보게 된다. 음산하게 생긴 그들은 손에 커다란 가위를 들고 있다. 그들이 옆집으로 들어간다. 허걱, 괴물들이 옆집사람을 죽이려 하는구나. 랄프가 경찰에 신고하지만, 대머리 박사들은 사라지고, 그대신 옆집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제 불면증과 함께 랄프는 난생처음으로 겪어보는 위험하고 슬픈 모험에 빠져들게 된다.

Insomnia의 주인공은 70살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얘기니 참 따분하겠다고? 사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엔 무척 졸았다. 왜 그렇게 졸리던지. 제목은 불면증인데 자꾸만 잠이 쏟아지니 이거원. 책에 집중하려 해도 꾸벅꾸벅...(스티븐 킹, 미안해요  -_-) 이 소설의 처음부분은 랄프라는 주인공, 주변 인물들, 데리시의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천천히 흘러간다.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시키는데는 효과적이겠지만, 그 결과로 처음부분은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좀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들 때문에 랄프라는 노인을 독자들이 더 잘 알게 되고, 나중 결말부분에 가서는 그를 무척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난 그랬다.)

처음부분을 지나면 소설은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랄프라는 70살 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격렬한 액션이 펼쳐지는 것이다. 낙태반대파의 살인폭력에 걸려들기도 하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테러리스트와 맞서기도 하고, 격렬한 공중전도 치른다. (써놓고보니 무슨 007영화얘기 같다.) 이 모든 흥미진진한 모험을 뒤로한채 맞이하는 쓸쓸한 결말은 독자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실 것이다.(난 그랬다.)

Insomnia에는 작은 대머리박사들 세명이 나온다. 이름은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그 이름들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세여신 이름이다. 클로토는 실을 만들어낸다. 즉, 인간에게 생명을 준다. 라케시스는 실의 길이를 결정한다. 즉, 인간의 수명을 결정한다. 아트로포스는 때가 되면 가지고 다니던 가위로 그 실을 잘라내는 것이다. 즉 인간에게서 생명을 걷어가고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운명의 세여신을 작은 대머리박사들로 바꾸어 놓았다. 대머리박사들은 신화 속의 세여신처럼 인간의 죽음을 관리하며, 그들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위험에 랄프라는 70살 노인을 끌어들이게 된다.

따라서 이 소설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목적과 우연, 모순을 다루고 있다. 언젠가 이런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 낙태반대자가 낙태수술 의사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뱃속에 들어있는 작은 태아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이미 생명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을 살해하다니 아이러니 아니던가. Insomnia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노인들이 많으므로 소설 속에서 죽음을 맞게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린 나이면서도 죽음에 처한 아이도 있다. 저마다 다른 나이, 다른 계기로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사람들과 세명의 작은 대머리박사들과의 관계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이 마치 집구석에 걸린 거미줄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고 가늘어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손길 한번에 확 무너져내리기도 하는 가벼운 존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꽤 복잡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랄프가 겪게 되는 모험의 목적은 결국 스티븐 킹의 다른 작품 다크타워시리즈를 위험에서 구해내는 것으로 밝혀진다. 위험에 처한 한 영웅을 구해냄으로써 전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고 다크타워의 운명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Insomnia는 다크타워시리즈를 읽어보았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크타워시리즈를 모르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소설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중반쯤에 랄프가 아트로포스의 비밀기지로 쳐들어가는 장면이다. 아트로포스는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면서 기념으로 죽을 사람의 물건을 하나씩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변태요정?) 아트로포스의 비밀기지에는 그렇게 해서 모은 죽은이들의 물건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불면증으로 인해 초능력을 얻게된 랄프는 수많은 유품들을 지나가면서 물건들의 주인이 아트로포스에 의해 어떻게 죽음을 당했는지를 속속들이 느끼게 된다. 랄프는 아트로포스가 미워진다. 나도 랄프를 따라 아트로포스가 미워졌다. 여러분도 책을 읽으며 나같은 감정을 느껴보시길 권한다.

Insomnia의 한국어판은 고려원에서 3권짜리로 출간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구해다가 읽어보고 중년의 스티븐 킹이 얼마나 원숙하게 소설을 이끌고 가는지를 확인해보길 권하고 싶다.

샤이닝 / The Shining

작품 감상문 2007.05.11 23:22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Shining

(1977년 소설)

어느 추운 주말, 스티븐 킹과 그의 아내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하고는 콜로라도에 있는 스탠리호텔에 묵게 된다. 겨울 비수기를 맞아 며칠후면 그 호텔은 임시휴업상태에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킹 부부 외에 다른 손님은 별로 없었다. 커다란 호텔을 마치 전세낸 것같이 지내게 된 것이다. 평소 유난히 겁이 많아 자기집 지하실조차도 내려가 보지 못한다는 스티븐 킹은 그 호텔에서도 아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보단 텅빈 호텔 속에서 왠지모를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소설이 The Shining이다.

토랜스 가족은  가정이 깨질 위기에 있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틈틈이 희곡을 써서 성공을 꿈꾸는 남편 잭 토랜스가 심각한 알콜중독이었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 없는 알콜욕구에 뒤따르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못하고 거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아들 대니가 잭의 원고에 맥주를 엎지르자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잭은 대니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팔을 부러뜨려 놓았다. 아내 웬디는 그런 남편에 실망해 여차하면 아들을 데리고 남편을 떠날 생각을 한다. 그런 심각한 부모를 사랑하는 꼬마 대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토니라는 이름을 가진 신비스런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과거,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도 있었다.

잭은 아내의 이혼생각에 난감해하면서 매번 술을 끊겠다고 선언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친구와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한밤중에 음주운전을 하다 기분나쁜 교통사고를 겪게 되면서 술을 한잔도 안하게 된다. (도대체 왜 한밤중 도로 한가운데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을까?) 그런 와중에 잭은 학교에서 한 학생의 원한을 사게 된다.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그 학생을 토론대회 대표팀에서 제외시킨 것때문이다. 그 학생은 잭의 자동차 타이어를 펑크내다 걸리는데, 잭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학생을 폭행한다. 결국 잭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

술친구였던 사람의 소개로 잭은 겨울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호텔의 관리를 맡게 된다. 폭설이 내리면 외부와 고립되는 텅 빈 거대한 호텔에서 잭가족은 한겨울을 나는 것이다.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다. 궁전같은 호텔을 마음껏 사용하고, 주방에 음식이 널려있고, 호텔 옆의 놀이공원이나 개나 사자모양으로 다듬어진 정원수들도 깔끔했다. 그러나 아들 대니는 무서운 환상에 시달린다. 친구 토니는 'redrum'이란 단어를 보여주며 호텔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대니는 호텔에서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가난한 아버지 잭에게는 호텔에서의 겨울나기가 큰 기회가 될 것임을 알기에 꾹 참는다.

잭은 오버룩호텔에서 겨울동안 세상이 깜짝 놀랄 희곡을 완성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희곡에 자신이 없어진다. 엉뚱하게도 지하 보일러실에 갔다가 호텔에 관한 기사가 보관된 스크랩북을 보고는 과거 호텔을 뒤덮었던 피의 역사에 몰두하게 된다. 과거의 기묘한 사건에 푹 빠지면서 잭 토랜스는 한잔 땡기고 싶다는 알콜섭취 유혹에 휩싸이게 된다.

오버룩호텔은 유령호텔이었다. 호텔은 대니의 힘을 원했다. 그리고 잭을 이용해서 대니의 힘을 소유하려 한다. 유령호텔의 집적거림에 잭은 점점 무너져내리고, 아내 웬디는 멋모르고 있다가 점점 불안해지고, 아들 대니는 redrum의 정체를 알고 경악한다. 한가족이 폭설로 고립된 텅 빈 유령호텔에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소름끼치게 묘사된다.

The Shining은 정말 멋진 소설이다. 팽팽하게 조여진 긴장의 끈이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고 오히려 금방이라도 끊어질듯이 아슬아슬한 스릴을 선사한다. 킹의 소설을 영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강추천하고 싶다. 내용이 이해하기 쉽고, 그 반면에 공포장르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충격과 전율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도저도 다 귀찮은 분께는 도서출판 빛샘에서 발간한 번역판 '샤이닝'이 서점에서 대기하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 redrum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밝혀지는 부분은 고전적인 트릭에 속하지만, 소설이 그때까지 쌓아올린 심각하고 음산한 분위기에 맞물려 전구가 반짝거리는 듯한 전율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The Shining은 알콜중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보라! 유령들도 알콜중독자를 만만하게 보고 슬그머니 집적대지 않는가. 역시 뭐든 지나친 중독은 가정생활의 암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가정을 위해 큰 거 한건을 꿈꾸는 잭의 몸부림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마음아프다. 공포장르의 특성상 대개 등장인물들이 불행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언제나 등장인물들이 위험에서 벗어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가슴을 졸이며 책을 읽는다. 그러나 심술쟁이 스티븐 킹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비극으로 몰고가 버린다. 그래서 결국 나는 슬픔의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난 너무 착해. 전생에 천사?)

소설 The Shining은 국내에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와 도서출판 빛샘을 통해 출간되었다.

The Shining은 시계태엽 오렌지, 풀메탈 자켓,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유명하면서, 이제는 전설이 된 거장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전설의 거장감독에 잭 니콜슨같은 명배우의 광기어린 연기, 막판 추격장면에서 스태디캠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 등이 합쳐져 멋진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그러나 미국 개봉 당시에는 야심만만한 신예 샘 레이미감독의 '이블 데드'와 맞붙어 관객동원면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물론 이블 데드도 공포영화의 명작이었다) '작품'과 '재미' 사이에서 관객들은 재미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런 결과에 스티븐 킹도 언론의 짖궃은 공세를 받았나보다. 결국엔 '샤이닝보다 이블 데드가 더 무서운 영화다'라고 실토하기까지 했다. 킹은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샤이닝이 맘에 안 들었다.(카메오출연을 안 시켜줘서일지도...)

원작자인 킹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The Shining은 공포영화 매니아뿐만 아니라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는 국내에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무삭제 DVD가 출시되었다.

The Shining은 스티븐 킹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97년 TV 미니시리즈로 다시 만들어진다.(킹은 카메오출연을 하게 된다) 킹은 97년도 버전에 무척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이 미니시리즈는 국내에 <스티븐 킹의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었다.

그린 마일 / The Green Mile

작품 감상문 2007.05.11 23:16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Green Mile

(1996년 소설)

1996년에 스티븐 킹은 The Green Mile이란 소설을 낸다. 그냥 발표한 것이 아니라 소설 하나를 여러개로 쪼개서 시간을 두고 차례차례 하나씩 출간했다. 그래서 The Green Mile은 96년 3월에서 8월까지 한달에 한권씩 총6권짜리 얇은 책자로 출간되었다. 굉장한 자신감이거나 계산착오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옛날 같으면야 마땅한 오락꺼리가 없으니 재밌는 소설 기다리는 재미로 팔릴지 모르겠으나, 지금같이 TV, 영화, 비디오, 게임, 인터넷, 단란주점 등등 재밌는 것들이 지천에 널린 세상에서 6개월 내내 소설 나오길 기다려 꾸준히 구입한다는 것은 킹같은 거물작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킹은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원에서 '그린 마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판을 내면서 미국에서처럼 징검다리출판을 시도했다. 내 기억으로는 미국에서의 한달에 한권보다는 출간주기가 빨랐던 것 같다. 번역판은 전반부는 한글번역으로, 후반부는 영문원본으로 나뉘어 있어서 영어학습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린 마일 1권 출간 당시에는 고려원에서 신문에 광고도 많이하고, 2권타기 이벤트도 열었었다. 그 이벤트는 1권을 읽고서 번역이 잘못된 곳을 찾아내어 엽서에 적어보내면 2권을 공짜로 주는 행사였다. 위의 표지는 한국판 그린마일 2권의 표지인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은 것이다.(그때 얼마나 기뻤던지~) 6권짜리 낱권이 다 출간된 뒤에 고려원에서는 영문원본만 빼고 6권을 하나로 묶어서 펴냈다. 스티븐 킹의 작품으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광기에 휩싸여 있거나, 집이 좀 잘산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후에 나온 6권 통합본을 구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폴 에지콤은 미국 대공황시절에 사형수감옥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한다. 사형수들을 다루므로 사형집행까지도 맡는다. 사형집행이 이루어지면 죄수가 감방에서 나와 전기의자까지 걷게 되는 복도가 초록빛이어서 그 복도를 그린 마일이라고 불렀다. 소설 The Green Mile은 폴 에지콤이 죄수들과 그린 마일을 함께 걸으며 겪은 일들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날 사형수감옥에 존 커피라는 덩치가 대단히 큰 흑인이 들어온다. 그는 쌍둥이 소녀 둘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들어온 것이다. 존 커피는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덩치와는 달리 폴의 말에 순종한다. 저런 인간이 어떻게 잔인한 살인을 저질렀을까 할 정도로 순박한 면모를 보인다. 그 즈음에 사형수 감옥에 새로운 신입생이 나타난다. 한마리의 쥐. 그 쥐는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더니 사형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인 죄수와 붙어 지낸다. 그러나 프랑스인을 미워하는 낙하산타고 내려온 심술궃은 교도관이 잔인하게 쥐를 살해한다. 프랑스인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존 커피가 특유의 순박한 목소리로 쥐의 시체를 자기에게 갖다 달라고 말한다. 그가 쥐를 배고파서 잡아먹는다거나, 쥐포로 만들어 감옥 구내식당에서 판매를 시작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엄숙하고, 좀 더 신비스런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액션과 스릴을 동반하며 줄기차게 치고 올라온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느긋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등장인물도 좀 많아서 처음에는 헷갈릴 수도 있다. 난 그린 마일을 읽고서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다가 뭐가뭔지 너무 복잡해서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도로 돌려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느리고 복잡한 스토리를 가졌다면 미국에서 6개월동안의 징검다리 출판이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처음의 혼란스러움을 극복한다면 이 작품의 미덕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초반 스토리는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페이지가 늘어갈수록 생생한 캐릭터들간의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가 주는 아기자기함과 기존 죄수의 사형집행과정, 새로운 싸이코죄수의 등장, 커피의 범행사실에 관한 진실 등이 밝혀지면서 스피드에 가속이 붙으며 때론 액션영화처럼 때론 추리영화처럼 때론 서스펜스영화처럼 읽는이를 자극시킨다. 다 읽고 난 뒤에는 놀라움과 함께 생명이란 무엇인지, 영원히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의 철학적인 생각들이 아주 잠깐 1000분의 1초 동안만이라도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다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스티븐 킹의 <The Green Mile>은 고려원 출판사에 이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도 <그린 마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The Green Mile은 킹의 또다른 감옥소설 쇼쌩크탈출을 영화화했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에 충실하게 우직하게 만들어진 이 영화는 소설안보고 그냥봐도 참 감동적이다. 난 극장에서 봤었는데, 소설을 봐서인지 영화가 더 절절히 다가왔다. 흑인죄수 존 커피 역을  맡았던 보디가드출신의 배우("아마겟돈"이라는 영화에도 출연)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조연남우상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다. 폴 에지콤 역은 톰 행크스가 맡아서 열연을 했는데, 그 중에서 화장실에서의 표정연기가 압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미묘하게 떨리는 얼굴근육들의 몸부림. 그린 마일은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있을테니 못봤다면 빌려보기를 추천한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없다면 그 가게는 200살 먹은 쥐들의 저주를 받아 곧 망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린 마일>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어 있다.

총알차 타기 / Riding the Bullet

작품 감상문 2007.05.11 23:09 posted by 조재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Riding the Bullet

(2000년 인터넷 단편소설)

앨런 파커라는 대학생이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다. 어머니이이~~! 앨런은 슬픔에 잠긴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온갖 허드렛일을 전전하면서 늘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앨런을 대학까지 보내준 분이다. (스티븐킹의 어머니도 그랬다.) 어머니는 앨런이 어렸을때 아들이 타고 싶어하는 롤러코스터 '총알차'를 태워주려고 태양이 작렬하는 땡볕속에서도 한참을 줄 서주었던 분이다. 앨런은 철학수업을 땡땡이치고 당장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앨런은 돈이 없어서 고장난 자신의 차를 수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로에서 히치하이킹해서 남의 차를 얻어타고 병원까지 가기로 한다.

그러다 노인의 차를 얻어탄다. 그러나 앨런은 차를 운전하는 노인이 불편해진다. 죽은 마누라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음산하게 보이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라고도 하고, 장이 꼬일 것 같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게다가 차 안에서는 악취가 난다. 앨런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노인의 호의를 마다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공동묘지 앞에서 다른 차를 얻어 탔는데... 그 운전사가 말한다. '너랑 네 엄마 둘 중 한명의 목숨을 데려가겠다. 네가 선택해라. 누구의 목숨을 데려가야 하는지.' 왜 내가 그런 선택을 해야하지? '왜냐하면 차를 탔으니까.' 그리고 앨런이 탄 자동차는 '총알'처럼 빠르게 질주한다. 그의 선택은? 그 결과는?

이 소설은 부모의 자식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하는지, 부모의 희생은 당연한 것인지,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은 옳은지, 부모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는지를 아주 쉬운 스토리로 묻고 있다.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유령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소설을 선택하시라! 찐한 감동에 온몸이 마비될 것이다.

스티븐 킹은 그린마일이라는 소설을 연쇄살인이 아니라 연쇄출판(한편의 소설을 한번에 내놓지 않고, 여러개로 나누어 차례대로 몇달간격으로 출간하는 것)을 통해 발표하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6편으로 나뉘어진 그린마일은 뒤로 갈수록 관심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성공을 거둔다. 그 후에도 같은 날 두 권의 소설을 동시에 출간하기도 하고(Desperation 과 The Regulators), 책으로 내지 않고 단편소설들을 녹음테이프에만 담아서 발표하기도 한다(Blood & Smoke). 그는 자신의 작품을 독특한 방식으로 내놓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런 전통에 따라서 2000년 3월 14일 스티븐 킹은 사이먼&슈스터 출판사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 소설이 바로 Riding the Bullet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Riding the Bullet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가서 신용카드로 2달러50센트를 지불하고 소설을 하드디스크에 다운로드 받아서 무료로 제공되는 읽기프로그램을 통해 PC모니터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킹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소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PC를 가지고 있고, 인터넷을 다룰줄 알아야 하고,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외의 사람은 소외되는 것이다. 그래서 킹의 작품들을 서점에서만 구입하던 팬들은 섭섭한 감정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킹의 위력은 대단해서 인터넷판매가 시작되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근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서점계의 거인 반즈앤노블즈가 자기 인터넷사이트에서 판매 첫날에 한해 공짜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돈내고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술 더떠 인터넷서점의 선두주자 아마존은 상당한 기간동안 완전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했다. 두 거인들이 설쳐대니 2달러 50센트에 판매하던 작은 웹사이트는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다. 백화점 셔틀버스에 동네구멍가게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나도 아마존www.amazon.com에서 공짜로 구했다.(공짜로 돌아선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판매개시후 얼마안 가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걸어놓은 암호를 해커가 해킹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인터넷출판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마존은 물론이고 모든 사이트에서 유료로 돌아섰다.

Riding the Bullet에 대한 또다른 불만 중 하나는 모니터로만 볼 수 있고, 프린터로 인쇄가 안된다는 것이다. '모니터는 싫다. 종이에 인쇄된 것을 들고 거실이든, 욕조든, 화장실이든, 지하철이든, 공원이든 아무데서나 내 편한데서 읽고 싶다'는 것이 팬들의 의견이었다. 컴퓨터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더했다. 하루종일 PC앞에 앉아서 일하고 집에 왔는데, 집에서까지 전자파 쫙쫙 맞으며 PC로 소설을 보란 말인가? (나도 그런게 싫었다. 그래서 소설화면을 그림캡처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림화일로 저장해서 인쇄했다. 즉 글씨를 그림형식으로 만들어 인쇄한 것이다.)

하여간 이 소설의 인터넷판매는 세계적으로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e-book은 존재했었지만, 스티븐 킹같은 거물작가가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별로 언급되지 않던 국내 신문들에서도 한번씩은 언급했을 정도니 그 위력은 참 대단한 것이었다. 무료로 퍼지게 되었지만 킹은 인터넷출판의 미래를 밝게 본 것같다. 그의 공식 웹싸이트www.stephenking.com에서는 '식물 The Plant'이라는 소설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식인식물이 출판사를 습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프린터인쇄도 가능하다.(하지만 지금 현재는 소설 연재와 판매가 중단되었다.) 킹의 뒤를 이어 쥬라기공원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도 소설 Time Line을 무료로 다운받게 해 놓았다. (단, 일반PC가 아니라 휴대용PC에서만 읽을 수 있다.)

Riding the Bullet은 문학세계사에서 "총알차타기"라는 제목으로 한국판이 출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