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조 / Cujo

작품 감상문 2007. 5. 11. 02:06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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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jo

(1981년 소설)

예전에는 서울역 옆에 헌책방이 많았는데, 거기서 난 책들을 자주 구입했었다. 그 중 가장 아끼는 책은 영웅출조라는 제목의 해적판 만화 '근육맨'이다. 근데 지금은 헌책방들이 다 없어져 버렸다.(너무 노친네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나?) 위 표지는 도서출판 홍원에서 펴낸 Cujo의 한국판 '공중그네'이다. 서울역 헌책방에서 500원 정도를 주고 샀다.

도나라는 여자가 있다. 남편은 광고회사 일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통에 그녀는 바람을 피워왔다. 이제는 그만 둬야할 때라 생각하고 애인과 결별을 선언하지만, 애인은 그녀에게 화가 나서 남편에게 아내의 불륜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남편은 열받아서 집에 오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은 집에 없다.

도나는 차가 말썽을 피웠다. 그래서 아들을 옆에 태우고 차를 몰아 정비소에 간 것이다. 말썽을 부리던 차는 아주아주 다행스럽게도 정비소 바로 앞에서 주저앉아 버린다. 하지만 정비소 사람들은 마중을 나오지 않고 대신 덩치가 산만한 세인트버나드종 개 한마리가 떡 버티고 있다. 그  개의 이름은 '쿠조'이다. 쿠조는 얼마전 토끼를 쫓다가 토끼굴에서 박쥐에 물린 뒤로 광견병에 걸렸다. 쿠조는 정비소 사람들을 물어 죽이고 또다른 사냥감 도나를 발견한 것이다.

도나는 쿠조때문에 꿈쩍도 않는 차 안에 갇혀서 정비소 문을 바라본다. 문은 닫혀있다. 닫혀만 있을뿐 잠겨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친개가 방심한 틈을 타 차 문을 열고 얼른 뛰어 정비소 문을 열고 들어가 도로 문을 잠그면 된다. 개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오진 못할테니까. 그런다음 정비소 안에 있는 전화로 경찰을 부르면 되겠지. 도나는 옆좌석의 아들을 쳐다본다. 그날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날이다. 한낮의 땡볕 속에서 차 안의 온도는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아들은 누워서 점점 죽어가고 있다. 그래 빨리 정비소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경찰을 부르자. 그러나 혹시 문이 잠겨 있으면 어떡해? 문 손잡이를 돌렸을 때 철컥 소리와 함께 손잡이가 꿈쩍도 하지 않으면? 그럼 저 미친개가 쫓아와 등뒤에서 덮치겠지? 정비소 문은 잠겨 있을까, 열려 있을까? 도나는 이휘재의 인생극장처럼 두 개의 상황에서 고민한다. 그러다 정비소 문을 한번 바라본다. 그리고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본다. 또 그리고 차 앞에서 방심한 듯이 엎어져 있는 쿠조를 바라본다. 잠긴 문이냐 열린 문이냐. 아들의 목숨이냐 내 목숨이냐. 도나의 마음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도나씨. 아들을 구해야지요. 빨리 뛰쳐나가요.' '뭔소리여. 내가 죽은 다음에 아들이 살아나면 그게 뭔 소용이여. 도나씨. 쫌만 기다리면 사람들이 와서 구해주겠지요 뭐.' 그때 도나에게 무책임한 제3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티븐 킹에게 물어봐.'

이 소설의 마지막 결말부분에 가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묘사가 펼쳐진다. 여러분도 그 장면을 접해보시길. 때로 이 소설은 너무 작위적이다, 우연의 연속이다, 구성이 단순하다는 등의 말을 듣기도 하는 모양이다. 음... 그런 면도 있지만 일단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손에 땀을 쥐면서 읽게 될 것이다. 나는 너무 열중해서 읽은탓에 책을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워 했던 경험이 있다. 그 정도로 쿠조가 뿜어내는 위압감이 소설 전체의 매력을 꽉 채우는 멋진 소설이다.

Cujo는 영화화되었다. ET에서 주인공 소년의 어머니로 등장했던 디 월레스라는 여배우가 미친개와 사투를 벌이는 가정주부역을 훌륭히 해냈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광견병으로 몸부림치는 쿠조역을 맡은 개도 기대이상의 열연을 해냈었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쿠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수준높은 동네 비디오가게라면 꼭 챙겨두고 있을 것이다.(우리 동네엔 없어서 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의 영화평은 꼭 "해냈었다라고 한다"로 끝난다.)

p.s. 2016년 미스터리 맨션 출판사에서 "쿠조"라는 제목으로 전자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