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착점 / Point of Impact - 스티븐 헌터

읽을꺼리 2009. 7. 6. 00:45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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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착 점

Point of Impact

(1993년 소설)


스티븐 헌터가 쓴 "탄착점(Point of Impact)"이라는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밥 리 스웨거는 베트남전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저격수. 그는 부상으로 상이제대하고 나서 산 속에 틀어박혀 거의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건장한 체격의 두 사람이 그를 찾아오고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의를 한다. 신형 탄환의 시험발사를 해야하는데 스웨거만한 적임자가 없으니 회사 사격장에 와서 시험발사를 해달라는 것.

그래서 그는 제의를 수락하게 되는데 그로 말미암아 나쁜 놈들이 파놓은 거대한 함정에 빠지게 되고 대통령 암살범으로 오해받아 전국적인 수배자가 되어 도망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평화롭게 살고픈 자신을 살살 꼬셔서 못살게군 나쁜 놈들한테 복수하기 위해 주저함 없이 총을 들고 응징에 나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렸을 때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오는 영화 "코만도"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 영화에서는 어린 딸이 인질로 잡힌 것 때문에 아놀드가 강제로 작전을 떠맡아 비행기에 태워지게 되는데, 그는 과감히 비행기를 탈출해서 딸이 잡혀있는 나쁜 놈들의 근거지를 습격한다.

어린 시절에 아놀드가 비행기에 뛰어내리며 풀밭 위를 성큼성큼 뛰어나오는 장면을 보며 얼마나 흥분하고 쾌감을 느꼈던지 지금 또 생각해봐도 또 흥분되네. -_-;;

"탄착점"을 읽으면서 밥 리 스웨거가 벌이는 모험과 액션에 심취하다보니 코만도를 보던 때의 흥분과 쾌감이 다시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아놀드의 코만도 영화처럼 근육질 사나이가 맨몸으로 돌진해서 막 주먹으로 두들겨패고 그러는 식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 소설은 저격총을 든 저격수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리뷰 중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었다.
[톰 클랜시가 "붉은 10월"에서 이룩한 것을 스티븐 헌터는 "탄착점"에서 해냈다... 결과는 완전 명중이여~~]

그 표현대로 톰 클랜시가 "붉은 10월"에서 잠수함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을 잘 풀어냈다면, 스티븐 헌터는 "탄착점"이란 소설 속에서 저격총과 저격수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을 세밀하게 풀어냈다.

저격수의 호흡, 심리상태, 사정거리에 따른 탄환의 움직임, 탄도 계산서 없이 육안으로 계산하는 법, 지형에 대한 고려, 저격수의 고도에 따른 고려사항, 자꾸만 신경질나게 움직이는 표적 등등 총알 한 방을 성공적으로 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명저격수 밥 리 스웨거의 활약을 통해 독자들한테 보여준다.

일본의 비평가가 소설 "탄착점"에 대해 "이 소설이 일본에서 인기를 끈 이후로 서바이벌 게임에서 저격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라고 표현했는데, 그 만큼 저격수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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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소설은 대통령의 야외행사 시 재무부 소속의 대통령 경호대와 FBI 그리고 지방경찰 간에 벌어지는 신경전과 협력작전 과정, 그러다 야외행사 시 대통령한테 돌방상황이 닥쳤을 때 벌어지는 아수라장의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첩보원들의 세계에서 코카콜라 자판기가 가지는 의미 같은 잡학상식도 보너스로 제공한다.

이 모든 것들이 주인공 밥 리 스웨거의 막강한 저격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줄거리 속에 녹아드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나오는 각종 위기들을 스웨거가 힘차게 돌파하는 내용 때문에 정교한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선호하는 독자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씩씩한 내용은 모험액션 소설의 가장 좋은 미덕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는 먼저 도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린 놈들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밥 리 스웨거의 활약이 거침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액션소설의 묘미가 새록새록 느껴진다.

특히 무장헬기까지 앞세운 특수부대 전체와 저격총 한 자루로 맞서는 스웨거의 실력. 탄창 장전, 조준경 확인, 방아쇠 가동의 3단계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특수부대를 괴멸시켜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밥 리 스웨거와 함께 독자도 따라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만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미국의 전설적인 명저격수와의 맞짱 대결도 일품이네!

이런 활약 속에서 스웨거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특히나 스웨거와 묘한 인연으로 엮이게 되는 불쌍한 FBI 요원이 인상적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애달프게 살아가는 그가 어쩌다 스웨거와 엮이면서 일이 더더욱 꼬이게 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픈데, 나쁜 놈들의 살인 기술자들이 신기한 살인장비를 꺼내들자 "앗, 이런 데 쓰는 장비까지 갖추고 있구나, 이 놈들은 역시 프로야~"하면서 감탄/경악하는 장면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탄착점"은 격한 액션이 폭발하는 소설인데 마지막 결말 짓는 방식이 좀 특이하다.
최후의 액션이 끝나고 나면 착한 편에 섰던 사람들은 도덕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쁜 놈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유혹적인 제의를 하는 것이다.

"우리 이쯤에서 서로 화해하고 지나간 상처는 몰래 덮어버리자. 그 대신 너희들한테 장미빛 미래를 보장해 주겠다. 하지만 거부하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너희들을 인생의 낙오자로 추락시켜 버리겠다."

그리고 무대는 법정으로 옮겨간다. 결국 힘없는 개인일 수 밖에 없는 착한 편이 막강한 세력의 나쁜 편에 몰리면서 암울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그러더니 법정 안에서 연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위기를 마무리 짓는다. 이 장면의 쾌감은 정말 짜릿했다.

그리고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밥 리 스웨거는 미녀 아줌마와 함께 유유히 사라진다.

그리고 나 같은 독자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이 멋진 아저씨의 모험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 제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작가 스티븐 헌터는 "탄착점" 이후로 밥 리 스웨거 시리즈를 차례차례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시리즈 6탄 "I, Sniper"가 2009년 겨울에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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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액션소설을 원한다면, 특히나 총이 등장하는 액션소설을 원한다면, 작가 스티븐 헌터와 그가 창조한 저격수 캐릭터 밥 리 스웨거를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 책을 읽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난 독서를 하게 될 것이다. 빵야~ 빵야!

소설 "탄착점"은 "더블 타겟"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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