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ouse

작품 감상문 2015. 4. 1. 01:42 posted by 조재형

Black House

(2001년 장편소설)


스티븐 킹은 작가 피터 스트라우브와 오랜 친구사이다. 아래 사진은 1977년 런던에서 촬영된 것으로, 당시 영국에 거주하던 피터를 방문한 스티븐 킹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을 본 독자들의 반응: 스티븐 킹, 옷 좀 따듯하게 입지... 추워보인당 ㅜ_ㅜ) 

집필하는 원고를 서로 보여줄 정도로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던 이 두 작가는 급기야 소설 공동집필을 감행해서 1984년 소설 "부적"을 발표했다.

12살 소년 잭 소여가 위기에 처한 어머니를 구하고자 현실세계와 마법세계를 오가며 웅장한 모험을 펼치는 "부적"은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2001년이 되자, 소설 "부적"에 열광하던 독자들은 선물을 받게 된다.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또 공동집필을 감행해서 "부적"의 속편 "Black House"를 발표한 것이다!

"Black House" 시작부분에서 독자들은 날아다니는 새의 시점(또는 드론의 시점?)으로 위스콘신 주의 프렌치 랜딩 마을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다양한 주민들을 관찰하게 된다.

소설이 처음부터 여러 장소와 여러 인물을 줄줄이 나열하는 분위기에 적응하고 나면, 이 작은 마을에 불길한 기운이 잔뜩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어린이만을 노리는 연쇄살인범이 활개치고 다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려준 후 소설은 독자들을 잭 소여한테 데려다준다.

소설 "부적"에서 활약하던 12살 소년 잭 소여는 소설 "Black House"에서 어른이 되어있다.

LA 경찰에서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로 일하며 차기 간부후보로 촉망받던 잭 소여는 35살에 은퇴해서 프렌치 랜딩 마을에 은둔하고 있다.

그런데 프렌치 랜딩 마을의 연쇄살인범 체포에 진전이 없자 LA 형사 시절 혁혁한 전과를 올리던 잭 소여의 경력이 주목받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잭 소여는 연쇄살인범 수사에 도우미로 나서게 되면서 프렌치 랜딩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도사린 심각한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소설 "부적"이 모험소설이라면 소설 "Black House"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범죄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프렌치 랜딩 마을을 뒤덮는 초현실적 상황들이 현실의 범죄와 연결고리를 이루면서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준다.

그 연결고리의 핵심은 역시 잭 소여인데, 그가 어린 시절의 모험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지우고 살다가 과거의 기억과 능력을 되살려내는 장면은 "부적"을 읽은 독자로서 참 좋았다.

그 장면에서 "부적"의 여러 사건과 여러 등장인물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예전에 "부적"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기억나서 흐뭇했다.

그렇지만 소설 "Black House"는 소설 "부적"에서 다룬 이야기를 연장하는 대신 별도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성인이 된 잭 소여는 새로운 이야기에 차츰 적응해가며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내가 두드려지게 느낀 것은 이 소설의 뛰어난 묘사력이다.

소설 처음부터 프렌치 랜딩 마을을 종횡무진 옮겨다니며 마을의 우울한 민심을 진득하게 묘사하더니(황폐한 건물 안에서 어린 아이의 운동화 한짝을 물어뜯는 들개의 이미지!), 소설 내내 격전의 현장에서는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 두 작가의 치밀한 묘사가 쉴새없이 펼쳐진다.

묘사가 많은 소설을 싫어하는 독자한테는 지옥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한테는 천국이 따로 없다.

특히 어린이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현장을 지키려는 시골경찰들, 시골경찰 무시하는 도시의 상급경찰, 범죄현장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인파, 어떻게든 현장의 시신 사진을 찍어서 이득을 보려는 기자, 마법세계의 기억을 되찾은 얼떨떨한 상태로 현장에 접근하는 잭 소여가 한데 엉켜서 벌이는 아수라장을 다양한 시점에서 오랫동안 묘사하는 것을 읽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작가의 지구력과 필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인상적인 것은 잭 소여가 남의 집안의 유부녀한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 -_-;;;; 잭 소여는 본인은 절대 음흉한 생각을 품은 게 아니라고 본인은 순수하다고 항변하는데... -_-;;;

소설 "부적"에서는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등장하였고 그것이 스티븐 킹이 아니라 피터 스트라우브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화제를 모았는데, 소설 "Black House"에서는 다크 타워 시리즈와의 연관성이 아예 대놓고 등장해서 다크 타워 시리즈의 팬들을 마구 흥분시킨다.

"Black House"에는 제목 그대로 까만 집이 등장하고,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통 시꺼먼, 그래서 더 수상한 집이다.

잭 소여가 프렌치 랜딩 마을의 연쇄살인 사건 수사를 벌이며 이 집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 집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엄청난 분량으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상황, 흥미로운 등장인물, 흥미로운 액션과 묘사가 표출되었기에 독자는 잭 소여가 이 까만 집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장면을 한껏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까만 집에 접근하기까지의 여정이 엄청난 분량으로 완성된 반면에 까만 집에 들어간 후의 장면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다.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소설 집필 전에 이렇게 분량의 분배를 정한 것인지, 집필하다보니 분량이 너무 늘어나서 마지막 결말 장면을 서둘러서 마무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두 작가의 필력이라면 까만 집 속에 들어간 후에 일어나는 사건들만으로도 책을 여러 권 집필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그 전까지 까만 집의 초현실적인 존재감을 강조하며 불길한 죽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는데, 막상 잭 소여가 까만 집에 진입한 후 벌어지는 위기가 상대적으로 손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쉽다. 그만큼 까만 집이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보였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그 부분에서 잭 소여의 활약은 기대보다 약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다른 인물, 아담한 인물이 죽을 힘을 다해 벌이는 활약이 더욱 인상적이다. (이 인물이 활약하는 그 순간에 "Black House" 소설의 등급이 청소년관람가에서 성인관람가로 급상승한다.)

까만 집 속에 들어간 후의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소설 "Black House"는 탁월한 묘사와 매력적인 상황설정을 통하여 잭 소여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는 "Black House" 결말에서 잭 소여한테 새로운 상황을 떠넘겨서 추가로 작품이 나올 여지를 남긴다.

실제로 두 작가는 여러 인터뷰에서 잭 소여가 등장하는 작품이 추가로 나올 것이며, 그래서 "부적" 시리즈가 3부작으로 완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스티븐 킹이 소설 "Revival" 출간 기념 2014년 뉴욕 사인회에 참석했을 때 피터 스트라우브가 놀러온 모습이 포착되어 "부적" 시리즈 3부 집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과연 3부는 어떤 내용일지 무척 기대되고, 역시 3부에서도 다크 타워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지 궁금하다. 다크 타워 시리즈가 일단 완결된 상황에서 과연 어떨지 궁금궁금~~ 

2014년 "Revival" 사인회장의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