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

뉴스 2011. 10. 29. 22:15 posted by 조재형

☞ 스티븐 킹이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스티븐 킹은 휴대폰, 벌레, 엘리베이터, 숫자 13, 제정신이 아닌 열성팬을 무서워합니다.

"난 내가 무서워하는 대상에 관하여 글을 쓰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하곤 하셨죠.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을 생각해봐. 그리고 힘껏 큰소리로 그것을 말해버리면 그 끔찍한 일은 현실이 되지 않을거야.' 아마 그것이 바로 내 작가 경력을 지탱해온 밑바탕일 겁니다."

미국에서 11월 출간되는 스티븐 킹 신작 장편소설 "11/22/63"은 영어 교사 제이크 에핑이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가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막기 위해 애쓰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설에서는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의 미국이 주요배경으로 나오고, 케네디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를 조사했던 FBI 수사관 제임스 호스티, 오스왈드와 함께 텍사스 도서 물류창고에서 근무하던 직장동료 보니 레이 윌리엄스 등 실제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류의 글을 쓰려고 시도한 적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진짜 어색하더라고요. 새 신발에 발을 구겨넣은 것처럼."

최근에는 공포소설가로서만 머물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이 64세의 작가에게 있어 사료에 기반한 소설에 도전한 것은 작가 경력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을 나타냅니다.
스티븐 킹한테는 확실히 독자가 부족하지 않지만, 그는 새로운 독자를 원합니다.

"이번 책은 나의 일반적인 독자가 아니던 다른 독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공포소설을 읽지 않더라도 캐스린 스토킷의 '헬프'나 제럴딘 브룩스의 '피플 오브 더 북' 같은  책을 읽던 사람들이 이번 책을 좋아할 지도 모릅니다. 책에 담긴 메시지에 공감한다면요."

스티븐 킹과 스크라이브너출판사는 "11/22/63"을 홍보하기 위해,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의 이미지를 재창조하기 위해 열심히 캠페인을 전개해나갈 예정입니다.

역사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역사관련 인터넷사이트에서 도서 이벤트 행사를 펼칩니다.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서 방송되는 밤 11시 뉴스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보냅니다.
스티븐 킹 사인회가 열리는 장소 중에는 케네디대통령 도서관은 물론이고, 암살범 오스왈드가 케네디한테 총을 쏘았던 건물도 포함됩니다.

킹은 출판사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했습니다.
출판관행을 벗어나 출판사와 합작투자를 함으로써 스티븐 킹은 작품의 출판/판매 과정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에 비해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에 비해 비교적 적은 액수의 선인세를 받고(500만 달러 정도), 제작비와 마케팅비는 물론 수익도 출판사와 대략 5대5 정도로 나눕니다.

1999년에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스티븐 킹의 다작활동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킹은 가수 존 멜런캠프와 함께 만드는 뮤지컬의 12번째 원고를 손질 중이고, 다크 타워 시리즈의 8번째 소설을 집필완료했고, "샤이닝" 속편을 쓰는 원고가 500쪽에 이르렀습니다.

생산성과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여러 가지 야심찬 프로젝트를 수행하려고 최근에 자신을 더욱 가열차게 채찍질하고 있다고 스티븐 킹은 말합니다.
"집을 청소하는 거죠. 우리가 집을 떠나게 될 때는 모든 것을 깨끗하고 근사하고 깔끔한 상태로 놔두고 싶어하잖습니까. 오랫동안 많은 것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이제는 그런 것들을 제가 정리할 때가 된 겁니다. 난 이제 더 이상 젊은 나이가 아니라고요."

"11/22/63"의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장편소설 데뷔작 "캐리"를 출간하던 무렵의 1973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킹은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된 소설에는 너무 많은 자료조사가 필요하고, 자신의 역량보다 더욱 뛰어난 문학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집필을 보류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잊혀지지 않고 계속 뇌리에 남는다고 여겨서 아이디어를 따로 기록하지 않는 스티븐 킹한테 "11/22/63"의 아이디어가 35년간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11/22/63"에는 1958년 당시의 음료수값이나 이발비 같은 세세한 역사적 사실로 가득합니다.
스티븐 킹은 "스탠드" 집필할 때부터 자료조사원으로 활동한 러스 도르와 함께 그 시대와 관련된 역사 다큐멘터리와 신문기사를 훑으면서, 옷 광고, 가전제품 광고, 스포츠경기 점수 기록, TV 프로그램 편성표를 참고했습니다.

두 사람은 대통령 암살사건이 일어난 달라스로 일주일간 답사를 떠나서, 그 당시 오스왈드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찾아가 내부를 구경하는 대가로 현재 거주자한테 20달러를 주었습니다.
그들은 오스왈드가 암살하려다 실패한 에드윈 워커 장군의 집도 찾아갔습니다.
오스왈드가 케네디를 암살한 도서 물류창고에도 들어가보았습니다.
스티븐 킹은 또한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수많은 음모이론도 연구했습니다.

킹은 린든 존슨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한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한테 자문을 얻어 "11/22/63"의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통해 역사를 바꾸었을 경우 발생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킹은 출판권을 출판사한테 팔지 않고 대여합니다. 대여기간은 보통 15년으로 정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는 작가 사후 70년까지 지속되는 출판권을 출판사한테 그냥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킹은 출판권 대여를 실행하게 된데 대해 예전 매니저였던 커비 맥컬리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출판권을 대여하면 그만이니 굳이 팔아버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커비 맥컬리가 말하더라구요. 출판권을 대여하게 되면 특정 출판사의 판매방식이 맘에 안들 경우 다른 거래처를 구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되는 것이고, 출판사들한테 판매에 더욱 정성을 쏟도록 자극을 주게 됩니다."

킹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따른 세간의 불편한 관심을 묵묵히 견뎌나가고 있습니다.
자신을 타자기에서 쏟아져나오는 돈다발을 먹어치우는 탐욕스런 인물로 묘사하던 만화 때문에 스티븐 킹은 아직도 기분이 상해있습니다.
"그 만화는 책을 많이 판매하는 작가들이 실제로는 똥덩어리를 판매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어서 기분이 착잡해집니다."

그는 과도한 팬심을 발휘하는 팬들한테도 경계의 눈길을 보냅니다.
메인주 뱅고어에 있는 본가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여행객들이 집 정문에 몰려와 사진을 찍어대기 때문입니다.
킹이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사인회 일정을 소화할 때면, 극성팬들이 어떻게든 킹이 묵고 있는 거처를 알아내버리고 맙니다.
"불안하죠. 극성팬들은 항상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릅니다. '스티븐, 스티븐, 여기 좀 와봐요. 여기 야구공 하나에만 사인해주면 되요.' 그렇게 해주고 나면 그들은 나머지 19,000가지 요구사항을 줄줄이 늘어놓지요."

마음이 더욱 불안해질 때면, 킹은 가수 존 레논을 총으로 쏴 살인한 마크 채프먼을 떠올립니다.
"나한테도 마크 채프먼 같은 사람이 생긴다면, 바로 극성팬들 중 한 명이겠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 도중 킹은 작가로 활동하는 두 아들, 조 힐과 오웬 킹에 관해 말하기도 했는데, 두 아들이 글을 쓰고 나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한테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킹은 아직도 매일 5~6시간씩 글을 씁니다.
아침에 오랫동안 산책할 때,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이리저리 구상합니다.
최근에는 밤에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 스타일의 탐정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킹의 집필실에는 별다른 장식도 없고, 창문이 작은데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빛은 들어와도 외부 풍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집중에 좋다고 킹은 말합니다.

손주가 네 명 있는 할아버지가 된 스티븐 킹은 최근 들어 자신의 평판에 대해 예전보다 덜 신경쓰게 되었습니다.
단편소설로 오헨리 상을 수상하고, 미국 문학계에 공헌한 작가에게 수여되는 전미도서상을 받으면서부터 문학 비평가들이 킹을 더욱 상냥하게 대하고 있다고 킹은 말합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문학의 전체적인 풍경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는 예민하게 의식합니다.
"죽고 나서도 내가 많은 인기를 누릴 거라고 착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읽게 되는 내 작품이 한두 편 정도 있을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