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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s in Atlantis

(1999년 소설집)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 스티븐 킹은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다. 낮에는 학교가서 수업받고, 그 후로는 거의 자정이 될 때까지 단순하지만 위험한 공장 일에 시달리는 생활을 매일 반복하며 돈을 벌었다. 소설가의 꿈을 키우며 투고하는 원고들은 허구헌날 퇴짜맞고, 고된 일상은 한도끝도 없이 계속되자, 킹은 삶에 지친 젊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마지막 탈출구로 생각하는 일을 결심하게 된다. "확 군대나 가버릴까?" 그 당시 60년대는 베트남전이 한창이어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청년들은 징집되어 전쟁터로 보내지던 시기였다. 킹은 엄마에게 군대 가겠다고 말했다. 전쟁을 직접 겪고 나면 멋진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흐뭇한 계획과 함께.

킹의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다. "병신같은 소리하지마, 스티븐. 너같이 눈도 안좋은 애가 어딜 간다는 거냐. 전쟁터에 나갔다간 제일 먼저 총맞아 죽을 거다. 죽은 다음에 소설 쓸래?"

결국 킹은 엄마의 뜻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장학금을 신청하고, 대출을 받고, 공장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겨우겨우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대학에서 베트남전을 지켜보았다.

킹에게 베트남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60년대는 어떤 의미로 기억되고 있을까? 킹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 1999년에 "Hearts in Atlantis"라는 소설집을 발표했다. 그 소설집을 우리나라에서는 문학세계사에서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하였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5편의 소설이 모여 있는 소설집이다. 각 작품마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과거의 사건과 인물들이 불쑥불쑥 등장해서 작품들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면서 스티븐 킹이 생각하는 60년대가 미국인들에게 남긴 교훈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그럼 5편의 소설을 차근차근 살펴 보도록 합시다.


<1960년.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 Low Men in Yellow Coats>

11살 소년 바비 가필드는 "인생은 불공평해"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돈에 쪼들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실감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바비가 사는 아파트에 테드 브로티건이라는 노인이 이사를 온다. 바비는 테드와 친해지는데, 테드가 노란 코트를 입은 사나이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비는 테드와 같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상황은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바비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에 실린 5편의 소설 중 가장 길다. 그리고 이 소설집에서 유일하게 공포소설이라고 부를만한 작품이다. 직접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머지 4편의 작품들은 공포소설이 아니고 순수소설이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소설집에서 첫번째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테드는 거의 매일 아파트에 숨어 지내는데, 바비는 그를 대신해 밖에 나가 노란 코트의 사나이들이 오는지 망을 봐주게 된다. 놈들이 나타나면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 본다면 그들의 접근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특별한 일들이라는 것이 아주 별나서, 아주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불안감을 만들어 내는 킹의 솜씨에 잔잔한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테드와 노란 코트의 사나이들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 외에도 바비가 여자친구 캐롤 거버, 남자친구 존 설리반, 그리고 윌리 시어먼을 비롯한 불량학생들과 겪는 사건들이 맞물려 돌아간다. 그리고 이 사건들을 통해 바비는 점점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고 성장의 아픔을 겪게 된다. 이 소설 끝에 가면 독자들은 바비라는 소년과 한마음이 되어 그의 아픔에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슬픔을 못 느꼈다면 이 소설을 대충대충 건성으로 읽은 것이다.)

테드는 바비에게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을 추천해 준다. 무인도에 표류한 아이들이 동물적인 본능에 사로잡혀 탐욕스런 살인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여러분도 시간이 있으면 "파리대왕"을 한번 읽어보시길. "파리대왕"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맨끝 이야기까지 줄기차게 등장하면서 이 소설 전체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은 스티븐 킹이 창조한 다크타워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이상한 세계의 묘사에 의아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크타워에 대해 몰라도 소설 이해에는 별 지장이 없으니, 그러려니하고 자연스럽게 읽어나가면 된다. (물론 다크타워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바비의 엄마다. 그녀는 맨날 바비를 구박하고 심지어는 소설 속에서 여러차례 심각한 분위기를 초래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나쁜 사람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 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무책임한 남편의 죽음으로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험한 꼴을 당하고도 아들 앞에서 의연해져야 하는 그녀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돌 대신 돈다발을 던져주기 바란다.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 바비가 불가사의한 어둠의 힘과 접촉한 뒤로 거친 폭력성향에 사로잡히는 것을 보면서 또다른 킹의 소설 "로즈 매더"의 여주인공이 결말부분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끌어 안고 사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티븐 킹 소설의 주인공들은 엄청난 공포와 위기를 겪고 나면 인간의 연약함에 좌절을 느끼고 어둠의 감정에 끌려 다니는 걸까? 킹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물어보고 싶어진다.


<1966년.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Hearts in Atlantis>

두번째 소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이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과 제목이 같다. 그만큼 이 소설집의 주제가 잘 드러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도박의 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 피트 라일리가 기숙사에서 트럼프카드 놀이의 일종인 하트에 빠져 학업도 팽개치고 노름에 목숨거는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낙제를 받아 학교에서 쫓겨나면 꼼짝없이 베트남전에 끌려가야하는 상황인데도 기숙사 친구들과 하트에만 열중한다.(하트가 그렇게 좋은건지 체험해 봅시다. 컴퓨터에 보면 지뢰찾기, 솔리테어같은 미니게임들과 함께 나란히 하트게임이 들어있으니 즐겨보시라. 내가 하트게임을 하는 상대는 고소영, 김희선, 김혜수! 만약 컴퓨터에 하트게임이 깔려 있지 않다면 인터넷 게임자료실을 뒤지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하트로 청춘을 보내고 있는 동안 캠퍼스의 학생들 중에는 반전데모에 열심인 이들도 있다. 피트가 사귀고 있는 캐롤 거버(첫번째 이야기에서 바비의 여자친구로 등장했던 인물)도 그런 운동권학생 중 한명인데, 피트는 그런 그녀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느날 캠퍼스에 둥근 원 속에 새발자국이 찍힌 것 같은 모양을 한 평화의 기호와 함께 베트남전을 비난하는 낙서가 그려지고, 기숙사에서는 낙서의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학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재치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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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두번째 소설은 소설집과 같은 제목을 한 것부터 시작해 여러가지로 범상치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학업을 중단하고 엄마에게로 돌아간 캐롤은 한번 읽어보라면서 피트에게 "파리대왕" 소설책을 보내주는데, 그 책 속에 위의 배너에 보이는 암호 "사랑+평화=정보"를 써넣었다. 도대체 그게 뭔 뜻이란 말인가?("정보"라는 단어는 미국의 고전 TV시리즈 "죄수"라는 생소한 프로에서 따온 말로서, 한국의 독자인 나로서는 그저 대책없이 그런가보다할 뿐이다.) 단순과격한 B급예술의 세계를 동경하는 B급소년인 나로서는 이런 심오한 상징과 주제 앞에서는 자꾸만 작아진다. 암호의 뜻은 잃어버린 인간의 낙원 아틀란티스대륙으로 가는 정보를 얻으려면 사랑과 평화가 꼭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면 유익한 정보가 굴러 들어올 것이라는 뜻인가? 모르겠어...모르겠어...

더 당황스러운 건 주인공 피트는 캐롤이 적어 보낸 이 암호를 보고는 막 울어버린다는 것이다. 아니 얘가 왜 우는 걸까? 스티븐 킹이 어떤 의미를 넣어서 집필한 부분일텐데, 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괴로웠다. 남들이 재미있는 얘기를 하면서 막 낄낄 웃고 난린데, 나 혼자 못 알아듣고 눈만 껌뻑껌뻑 어리둥절해하는 듯한 느낌에 빠져 괴로웠다. 역시 난 B급이 체질이야. 나에게는 "미녀와 왕송충이"같은 소설이 어울리는데. (더 당황스러운 건 이 암호가 소설집 끝에서 또다시 등장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뭔 뜻이길래...)

소설 마지막에서 세월이 흘러 나이 든 피트와 친구가 "그때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는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지", "황금인간이라고 생각했지. 나중엔 정신을 차렸지만 말이야." 등등의 말을 할 때도 혼란은 계속됐다. 도대체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하트나 치며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던 거? 반전데모하던 거?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던 거? 나에게는 의문의 연속이었다.

이 소설은 베트남전을 경험못한 미국의 신세대 젊은이들이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를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많은 부분을 하트얘기로 채우고 정작 베트남전과 반전데모에 관련된 주제는 심오한 암호같은 표현들에 가려져 버린 것 같다. 뭔가 아련한 슬픔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의 3분의 2까지는 정말 좋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있네하고 감탄하며 읽었지만, 마지막 3분의 1- 피트가 캐롤의 암호를 보는 순간부터 내가 감당키에는 버거운 관념의 세계로 올라가 버린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내 생각엔 스티븐 킹이 자기 세대의 과거사를 "우린 그땐 그랬었지!" 식으로 좋게좋게 표현하다보니 좀 오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소설에서 심각한 주제는 지나치고 그냥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사랑, 질투, 집착, 두려움, 때늦은 후회)를 느끼며 편안하게 읽었다.

이제까지 두번째 이야기에 대해 별로 안좋은 얘기들만 죽 늘어 놓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진짜다.(불꽃튀는 러브신도 나온다.) 철없는 대학 신입생들과 하트도박과 평화기호 낙서사건이 어울려 돌아가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기숙사 안에서 낙서의 범인색출을 놓고 벌어지는 기숙사측과 학생들의 기싸움/말싸움은 소설읽기의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여러분도 꼭 이 소설을 읽어 보고 자신만의 느낌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여러분이 이 소설을 읽고나면 나를 욕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멋진 소설에 도대체 흠잡을 데가 어디있느냐고. 그때는 제가 단순미학을 추구하는 B급소년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용서해주시길 바래요. (나쁜 점만 말하다가 막판에 가서야 좋은 얘기를 늘어놓다니. 마치 병주고 약 준 느낌이다. 스티븐 킹 미안해요. 나중에 만나면 한잔 살께요. 막걸리 좋아하시죠?)


<1983년. 장님 윌리 Blind Willie>

세번째 이야기 "장님 윌리"는 첫번째 이야기에서 바비와 캐롤을 괴롭히던 불량학생들 중 한명인 윌리 시어먼이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그의 하루 일과를 집요하게 추적한다.(너무 집요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시력이 약해진다.(그러나 완전 장님은 아니다.) 현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가는 곳마다 가명을 쓰고 변장을 하고는 거리에서 상이용사 장님으로 행세하며 구걸을 한다. (수입은 굉장히 좋다. 사무실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니.) 사업에 어려운 점은 좀 있지만 그런대로 참아 넘기며, 집에서는 사랑받는 남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하루 일과를 평화롭게 마감한다.

이 소설은 윌리가 겪는 베트남전의 상처와 혼란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토록 괴로워하는 베트남전이지만 그걸 구실로 거리에서의 구걸에 이용하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 먹고 살려고 과거의 악몽을 매일같이 끄집어내 돈벌이에 이용하다니. 참으로 끔찍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가명 속에 감추고 사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다. 소설 마지막에 가면 그는 자신의 사업에 방해되는 일을 해결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때마저도 가명을 지어내서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그야말로 전쟁이 만들어낸 모순적 인간이라 할만하다.

이 소설은 1994년 다른 작가들과의 공동작품집 "Antaeus No 75/76"과 1997년 킹의 한정판 소설집 "Six Stories"에 실렸었던 것을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분위기에 맞게 고쳐 쓴 것이다.


<1999년. 우리는 왜 월남에 갔던가 Why We're in Vietnam>

네번째 이야기 "우리는 왜 월남에 갔던가".

첫번째 이야기에서 바비 가필드의 친구로 나왔던 존 설리반의 이야기다. 그는 지옥같던 월남전에서 돌아온 뒤로 중고차 판매를 하며 그럭저럭 지내지만, 수십년 전 전쟁의 악몽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전쟁터에서 동료가 살해했던 베트남 할머니 귀신이 그를 졸졸 따라 다니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동료 참전용사의 장례식에 갔다오는 길에 일생일대의 초자연적 현상과 만나게 된다.

존이 동료의 장례식장에서 예전의 부대장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겪는 일이 번갈아가며 서술되는 형식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소설 내내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흘러 나온다. 그리고 소설은 그런 전쟁 후유증은 죽을 때까지 갖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앞서도 말했듯이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첫번째 얘기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이었지만, 가장 인상깊게 읽은 소설은 네번째 얘기 "우리는 왜 월남에 갔던가"이다. 흔히 문학평론가들이 남미문학을 말할 때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용어를 쓰곤 하는데,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네번째 얘기가 그런 용어에 딱 어울릴 것 같다. 네번째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가면 환상이 극에 달해 도리어 현실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는 그 장면에서 흐르는 강렬한 에너지에 이끌려 마구 폭주하며 읽었었다. 요근래 책을 읽으며 흥분해 보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그 장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입도 뻥끗 안하겠다. 여러분도 모두들 책을 구해서 읽어보고 나와 같은 감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정말 멋져!


<1999년. 밤의 거룩한 장막이 내리다 Heavenly Shades of Night are Falling>

마지막 다섯번째 이야기 "밤의 거룩한 장막이 내리다"는 아주 짧다. 다섯번째 소설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앞선 네가지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에필로그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과거의 중요한 장소와 물건들과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어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아련한 감정한 빠진다는 내용이다. 잔잔한 마무리가 소설집의 끝을 장식하며, 독자들의 머리 속에 앞의 네가지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만들고, 마음 속을 따뜻한 감정으로 물들게 할 것이다.


평소 킹의 작품들 속에서 -예를 들자면 Different Seasons같은 작품들- 비쳐지던 문학적 감성을 사랑했던 독자라면,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가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집은 킹이 거친 공포의 세계를 잠시 접어두고, 메마른 인간의 마음과 아픔의 인생을 직접적으로 다룬 문학소설이다. 평소 킹은 자신이 그저그런 대중소설 작가라고 겸손하게 말하곤 했지만(그의 진짜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이번 소설집은 그의 능력이 결코 공포장르에만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렸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공포소설"로서의 재미는 덜하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뛰어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집을 통해 스티븐 킹의 감수성과 가까워지는 기쁨을 누리길 기대한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안소니 홉킨스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국내에는 "하트 인 아틀란티스"라는 제목으로 비디오와 DVD가 출시되었다. 원작소설을 읽고난 후 영화를 보게 되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와 관련있는 작품을 하나 소개하면서 이 감상문을 끝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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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출판인생 25주년 기념파티"에서는 참석자들에게 얇은 책 한권이 선물로 주어졌다. 그 책은 킹이 설립한 출판사 Philtrum Press에서 펴낸 것인데, 검은색 표지에 평화의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책의 제목은 "The New Lieutenant's Rap".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중 네번째 이야기 "우리는 왜 월남에 갔던가"를 킹이 다시 쓴 것인데, "우리는 왜 월남에 갔던가"보다 분량이 더 많고 줄거리도 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The New Lieutenant's Rap"은 킹이 직접 손으로 쓴 자필원고가 그대로 인쇄되어 있다. 더 좋은 것은 이 책과 함께 평화의 기호 장식이 달린 목걸이도 선물로 따라왔다는 것이다. 기념파티에 모인 사람들 정말 좋았겠다. (이제 알겠죠? 킹과 개인적으로 친하게 되면 공짜선물의 행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그 후 "The New Lieutenant's Rap"은 킹의 팬들 사이에서 수집용으로 거래되었는데, 가격이 수천달러를 호가한다. (이제 알겠죠? 그 기념파티에 모였던 사람들이 선물받은 책을 팔아 한몫 단단히 챙겼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