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이 말하는 대중음악에 대한 사랑

뉴스 2010. 11. 14. 23:27 posted by 조재형

☞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Stephen King on pop music"이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스티븐 킹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잡지에 대중문화 칼럼을 수년간 연재해오고 있는데, TV부터 DVD에 이르는 온갖 분야를 다루고 있는 와중에 대중음악에 대한 글이 제일 적습니다.

킹이 대중음악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킹은 대중음악을 사랑합니다.
다만 대중음악에 관해 글을 쓰는 거라면 더 걸출한 필력을 선보이는 필자들이 있을뿐만 아니라 킹은 자신이 대중음악한테 느끼는 애정을 글로 풀어쓰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대중음악이 킹의 마음을 뒤흔들때면 평범하던 일상이 뒤집어지고 행복에 흠뻑 젖어들게 됩니다.
그것은 결코 시들지 않는 진실한 사랑 같은 것입니다.

스티븐 킹이 대중음악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메인 주의 시골에 살던 9살때입니다.
어느 여름날 형이 우당탕탕 뛰쳐오더니 어서 이리 와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좀 들어보라고 킹한테 소리쳤습니다. "미쳐날뛰는 노래야! 완전 짱이라고!"

그 노래는 제리 리 루이스가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Whole Lotta Shakin' Goin' On"이었습니다.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수준이 아니라 피아노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광란의 수준이었습니다.

훨씬 더 나중에 킹이 전해듣기로는, 제리 리 루이스가 라이브 끝날 즈음에 피아노에 실제로 불을 질렀다고 하던데 완벽하게 자연스런 결말인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노래가 스티븐 킹한테 몸이 불에 활활 타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으니까요.

스티븐 킹한테는 그런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게 어렵습니다.
최고의 록음악은 이성적인 생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심신이 불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는 기쁨으로 이어집니다.

어릴 때 즐거움을 느꼈던 수많은 대상들이 세월과 함께 사라지지만, 대중음악에서 느끼는 쾌감은 그대로 지속됩니다.

경이로울 정도로 흥겨움을 전달해주는 팀 암스트롱의 노래 "Into Action"을 처음 들었을 때 킹은 60세였지만, 그토록 뛰어난 노래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데서 느끼는 폭발적인 즐거움은 제리 리 루이스의 피아노 두들겨패기를 처음 접하던 9살때만큼이나 강력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킹은 벌떡 일어나 집필실 주위를 방방 뛰어다니며 노쇠한 엉덩이를 흔들어댔고, 급기야 아내는 남편이 심장마비 걸리겠다며 킹을 제지했습니다.
킹은 아내 말대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집필실에서 나가자마자 다시 막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킹은 도저히 광란의 춤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각별히 맘에 드는 노래가 벼락처럼 내리쳤을 때 어디에 있었는지 킹은 정확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Brown Eyed Girl"이 흘러나왔을 때 킹은 북부 뉴욕 주의 고속도로를 시속 120킬로미터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전대미문의 블루스 랩이 밥 딜런의 목소리로 나오는 "Subterranean Homesick Blues"을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는 옥스포드 플레인에서 열리는 자동차경주를 보러가던 길이었습니다.

킹을 미치게 만들었던 노래를 꼽자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밥 세거가 불렀고, 나중에 메탈리카도 불렀던 "Turn the Page".
놀라운 기타연주와 끝내주는 가사가 일품인 리처드 톰슨의 "1952 Vincent Black Lightning".
록밴드 레이몬즈의 "Sheena Is a Punk Rocker".
대니 엔 더 주니어스의 "At the Hop".
메트로 스테이션의 "Shake It".
케이시 앤 더 선샤인 밴드의 "Boogie Shoes".

도대체 끝내주는 노래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걸까?
킹은 6천곡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좋은 노래는 좋은 키스 같은 것이다라고 쓰면 충분한 설명이 되는 걸까?

아닙니다.
그저 스티븐 킹이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재키 윌슨의 옛 노래 가사를 인용하는 것뿐입니다.
좋은 노래는 나의 마음을 높이 더 높이 솟아오르게 한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