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 The Shining

작품 감상문 2007. 5. 11. 23:22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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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ining

(1977년 소설)

어느 추운 주말, 스티븐 킹과 그의 아내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하고는 콜로라도에 있는 스탠리호텔에 묵게 된다. 겨울 비수기를 맞아 며칠후면 그 호텔은 임시휴업상태에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킹 부부 외에 다른 손님은 별로 없었다. 커다란 호텔을 마치 전세낸 것같이 지내게 된 것이다. 평소 유난히 겁이 많아 자기집 지하실조차도 내려가 보지 못한다는 스티븐 킹은 그 호텔에서도 아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보단 텅빈 호텔 속에서 왠지모를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소설이 The Shining이다.

토랜스 가족은  가정이 깨질 위기에 있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틈틈이 희곡을 써서 성공을 꿈꾸는 남편 잭 토랜스가 심각한 알콜중독이었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 없는 알콜욕구에 뒤따르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못하고 거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아들 대니가 잭의 원고에 맥주를 엎지르자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잭은 대니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팔을 부러뜨려 놓았다. 아내 웬디는 그런 남편에 실망해 여차하면 아들을 데리고 남편을 떠날 생각을 한다. 그런 심각한 부모를 사랑하는 꼬마 대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토니라는 이름을 가진 신비스런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과거,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도 있었다.

잭은 아내의 이혼생각에 난감해하면서 매번 술을 끊겠다고 선언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친구와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한밤중에 음주운전을 하다 기분나쁜 교통사고를 겪게 되면서 술을 한잔도 안하게 된다. (도대체 왜 한밤중 도로 한가운데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을까?) 그런 와중에 잭은 학교에서 한 학생의 원한을 사게 된다.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그 학생을 토론대회 대표팀에서 제외시킨 것때문이다. 그 학생은 잭의 자동차 타이어를 펑크내다 걸리는데, 잭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학생을 폭행한다. 결국 잭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

술친구였던 사람의 소개로 잭은 겨울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호텔의 관리를 맡게 된다. 폭설이 내리면 외부와 고립되는 텅 빈 거대한 호텔에서 잭가족은 한겨울을 나는 것이다.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다. 궁전같은 호텔을 마음껏 사용하고, 주방에 음식이 널려있고, 호텔 옆의 놀이공원이나 개나 사자모양으로 다듬어진 정원수들도 깔끔했다. 그러나 아들 대니는 무서운 환상에 시달린다. 친구 토니는 'redrum'이란 단어를 보여주며 호텔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대니는 호텔에서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가난한 아버지 잭에게는 호텔에서의 겨울나기가 큰 기회가 될 것임을 알기에 꾹 참는다.

잭은 오버룩호텔에서 겨울동안 세상이 깜짝 놀랄 희곡을 완성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희곡에 자신이 없어진다. 엉뚱하게도 지하 보일러실에 갔다가 호텔에 관한 기사가 보관된 스크랩북을 보고는 과거 호텔을 뒤덮었던 피의 역사에 몰두하게 된다. 과거의 기묘한 사건에 푹 빠지면서 잭 토랜스는 한잔 땡기고 싶다는 알콜섭취 유혹에 휩싸이게 된다.

오버룩호텔은 유령호텔이었다. 호텔은 대니의 힘을 원했다. 그리고 잭을 이용해서 대니의 힘을 소유하려 한다. 유령호텔의 집적거림에 잭은 점점 무너져내리고, 아내 웬디는 멋모르고 있다가 점점 불안해지고, 아들 대니는 redrum의 정체를 알고 경악한다. 한가족이 폭설로 고립된 텅 빈 유령호텔에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소름끼치게 묘사된다.

The Shining은 정말 멋진 소설이다. 팽팽하게 조여진 긴장의 끈이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고 오히려 금방이라도 끊어질듯이 아슬아슬한 스릴을 선사한다. 킹의 소설을 영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강추천하고 싶다. 내용이 이해하기 쉽고, 그 반면에 공포장르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충격과 전율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도저도 다 귀찮은 분께는 도서출판 빛샘에서 발간한 번역판 '샤이닝'이 서점에서 대기하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 redrum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밝혀지는 부분은 고전적인 트릭에 속하지만, 소설이 그때까지 쌓아올린 심각하고 음산한 분위기에 맞물려 전구가 반짝거리는 듯한 전율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The Shining은 알콜중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보라! 유령들도 알콜중독자를 만만하게 보고 슬그머니 집적대지 않는가. 역시 뭐든 지나친 중독은 가정생활의 암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가정을 위해 큰 거 한건을 꿈꾸는 잭의 몸부림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마음아프다. 공포장르의 특성상 대개 등장인물들이 불행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언제나 등장인물들이 위험에서 벗어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가슴을 졸이며 책을 읽는다. 그러나 심술쟁이 스티븐 킹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비극으로 몰고가 버린다. 그래서 결국 나는 슬픔의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난 너무 착해. 전생에 천사?)

소설 The Shining은 국내에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와 도서출판 빛샘을 통해 출간되었다.

The Shining은 시계태엽 오렌지, 풀메탈 자켓,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유명하면서, 이제는 전설이 된 거장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전설의 거장감독에 잭 니콜슨같은 명배우의 광기어린 연기, 막판 추격장면에서 스태디캠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 등이 합쳐져 멋진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그러나 미국 개봉 당시에는 야심만만한 신예 샘 레이미감독의 '이블 데드'와 맞붙어 관객동원면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물론 이블 데드도 공포영화의 명작이었다) '작품'과 '재미' 사이에서 관객들은 재미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런 결과에 스티븐 킹도 언론의 짖궃은 공세를 받았나보다. 결국엔 '샤이닝보다 이블 데드가 더 무서운 영화다'라고 실토하기까지 했다. 킹은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샤이닝이 맘에 안 들었다.(카메오출연을 안 시켜줘서일지도...)

원작자인 킹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The Shining은 공포영화 매니아뿐만 아니라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는 국내에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무삭제 DVD가 출시되었다.

The Shining은 스티븐 킹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97년 TV 미니시리즈로 다시 만들어진다.(킹은 카메오출연을 하게 된다) 킹은 97년도 버전에 무척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이 미니시리즈는 국내에 <스티븐 킹의 샤이닝>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