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스티븐 킹의 칼럼 "How 'Armageddon' anticipated the BP crisis"가 실렸습니다.

이 칼럼에서 킹은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기름유출사태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하면서 사고난 지 두 달째인데도 멕시코만에 계속해서 석유가 유출되는 바람에 사상최악의 환경재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름띠가 허리케인과 해류를 타고 멕시코만을 벗어나 플로리다를 비롯해 미국 동부지역을 덮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년에 5개월 정도를 플로리다에서 보내는 스티븐 킹으로서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킹은 울적해졌고, 울적해졌을 때 하는 버릇대로 허구의 세계로 도피했습니다.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멕시코만 기름유출사태가 일어났다면 과연 누가 해결사 역할을 해냈을까?

킹은 제일 먼저 첩보 드라마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를 떠올렸지만, "24" 드라마가 종영되었고, 잭은 첩보원 생활을 그만두었을 뿐만 아니라, 해저에 있는 유정을 틀어막을만한 특수기술도 없습니다.

그러자 스티븐 킹은 적임자를 생각해냅니다.

브루스 윌리스.

BP 기름유출사태 현장에 브루스 윌리스를 보내야합니다.

킹은 소장하고 있던 DVD들 속에서 영화 "아마겟돈"을 찾아내 다시 시청해보았습니다.

"아마겟돈"에 나오는 브루스 윌리스는 이번 사태의 해결에 필요한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브루스는 BP의 시설과 똑같은 석유시추시설에 서서 환경단체의 배를 향해 골프공을 치고 있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의 브루스가 동료에게 묻습니다. "저 환경단체 사람들, 왜 여기로 와서 데모하고 난리지?"

동료가 대답합니다. "흠, 저 인간들은 석유시추하는 게 불길한 짓이라고 생각하나보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위기에 처하자 NASA에서는 석유시추 전문가인 브루스 윌리스의 팀을 우주로 보내는 계획을 세웁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NASA 책임자한테 묻습니다. "이 계획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계획이 마련되어 있겠죠, 그쵸?"

NASA 책임자가 대답합니다. "아니오, 그딴 거 없습니다."

이 책임자가 석유회사 BP의 이사진에 딱 어울리는 사람일 거라고 스티븐 킹은 생각합니다.

킹이 보기에는 "아마겟돈"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 팀을 못 믿는 장군의 대사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난감 총을 쥐어주는 것도 불안불안한 저런 멍청이들한테 지구의 운명이 달려있다니."

"아마겟돈"에서는 브루스 윌리스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결국 지구의 위기가 해소됩니다. 달콤한 결말이죠.

스티븐 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환타지아"를 보면서 냉혹한 현실을 실감하려고 합니다.

"환타지아"에서 미키마우스는 마법사가 외출한 틈을 타 마법사의 옷을 훔쳐입고 마법을 부립니다.

빗자루들을 살아움직이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막상 빗자루들을 멈추게 하는 데는 실패합니다.

빗자루들을 멈추게 하려면 "진짜" 마법사가 있어야만 하니까요.

스티븐 킹은 생각합니다.

멕시코만에서 기름유출사태가 일어난 이 순간에, 우리에게 진짜 마법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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