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 Carrie

작품 감상문 2007. 5. 11. 00:45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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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ie

(1974년 소설)

Carrie는 스티븐 킹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전까지는 간간이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는 수준이었고, 그저 무명작가에 지나지 않았다. 킹 자신도 자신의 첫 작품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 들어서 Carrie를 사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성공이었다. 무명의 세월동안 가족부양의 책임때문에 고교교사를 하고 있던 킹은 첫 성공을 거둔 이후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행진을 놓치지 않았고, 미국대중문화를 리드하는 국가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캐리 화이트라는 여고생이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속칭 '왕따' 줄여서 '따')당하는 학생이다. 캐리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저 놀림의 대상일 뿐이다. 그녀에게는 성경말씀에 광적인 엄마가 있다. 성경에 벗어나는 행동은 죄악이라면서, 날라리되지 말라고 캐리에게 초라한 옷차림을 강요하고 주님의 벌이라면서 툭하면 옷장 속에 가두어 놓는다. 부부관계를 죄악으로 여기고, 그런 행위로 태어난 캐리를 미워하고 있다. 학교에선 애들한테 시달려, 집에 와선 엄마한테 시달려. 이러니 애가 제대로 클 수 있겠는가. 캐리는 언제나 우울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학교체육관 여학생 샤워실에서 캐리는 첫 생리를 하게 된다. 섹스를 죄악시여기는 엄마가 생리에 관해 제대로 알려 주었을리 없다. 캐리는 과다출혈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겁에 질린다. 늦게 찾아온 생리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캐리에게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야유를 퍼붓는다. 캐리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조퇴를 한다. 그런데 첫 생리와 함께 그녀에게 초능력이 생긴다. 마음먹은 대로 주위의 사물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졸업기념 댄스파티는 모든 학생의 꿈이고, 캐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남학생이 선뜻 캐리같은 왕따에게 파트너가 되어주겠는가. 그런데 샤워실에서 야유를 퍼붓던 여학생들 중에 그래도 비교적 착한 여학생이 있었다. 비교적 착한 여학생은 미안한 마음에 교내에서 제일 인기있는 자기 남자친구를 캐리와 댄스파티 파트너가 되게 해준다. 캐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된다. 하지만 샤워실사건 주동자로서 정학을 먹은 비교적 나쁜 여학생이 캐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드디어 댄스파티의 밤은 오고, 캐리는 집에서 재봉틀로 정성껏 만든 드레스를 입고 멋진 파트너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끼야아아아아악~~~ 피의 파티가 벌어진다.

이 소설의 주제는 '밟으면 꿈틀한다'인 것 같다.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반성했으면 좋겠다. 왕따시키다 잘못하면 니가 죽을 수도 있딴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소설과 같은 일이 한 10번정도 실제로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챙겨주고 도와 주어야 할 약자를 거리낌없이 짓밟아 버리는 왕따가 좀 줄어들지는 않을까?

Carrie는 스티븐 킹의 첫 장편이지만, 무명시절 닦아온 실력을 발휘해서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파티장에서 시작되는 그 엄청난 광란의 묘사가 압권이다.

사실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질 운명이었다. 스티븐 킹은 Carrie를 집필하면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캐리라는 왕따 캐릭터에게 별로 정이 안가더란다. 점점 글쓰는 것이 지겨워져서 마침내는 원고를 박박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휴지통을 비우던 킹의 아내가 원고를 발견하고 종이를 일일이 다 펴고 담뱃재를 다 털어 내고서 꼼꼼이 읽어본다. 아내는 멋진 소설이 될 것을 예감하고 남편에게 달려가서 원고를 완성시킬 것을 강요한다. (미저리냐?) 킹은 아내에게서 여학생의 심리 등을 조언받아서 휴지통 속에 들어갔던 원고를 완성시키게 되고, 그것이 세상에 출판되어 빛을 보게된 것이 그의 출세작 Carrie가 된 것이다. Carrie의 성공을 지켜 보면서 킹의 아내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소설 Carrie는 국내에 <캐리>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와 한진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소설의 성공에 힘입어 Carrie는 드레스 투 킬, 언터처블,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역시 성공을 거둔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공포영화코너에 있을 것이니 빌려보는 것을 강추천! (근데 우리 동네가게엔 없네. 그래서 난 못봤다.)

덧붙여 <캐리>는 2002년에 TV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방송국에서는 이 리메이크 영화가 성공하면 TV시리즈로 만들려는 계획(캐리가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며 모험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이 TV영화 <캐리>는 혹평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