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이야기 / Lisey's Story

작품 감상문 2009. 11. 15. 23:20 posted by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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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ey's Story

(2006년 소설)


우리나라에 "아부의 기술"이라는 번역서가 출간된 적이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효과적으로 아부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이 책의 저자 "실전 아부의 달인" 리처드 스텐겔이 국내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아부의 최고 전략은?

"뻔하게 나가면 안 된다. 남이 지나치는 디테일을 찾아내 칭찬하라.
난 작가를 인터뷰할 때 그의 대표작보다 자기 딴엔 야심 차게 내놓았으나 세간에선 주목 받지 못한 책을 거론한다.
그냥 ‘그 책 좋았다’고 두리뭉실하게 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그 책의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던데 나는 이런 점이 좋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신 없는 부분을 남들이 인정해주길 바란다. 이렇게 하면 내가 진심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사람, 날 만나기 위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왔군’ 하는 흐뭇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말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진심으로 칭찬하는 것’(to give true praise)이 내 전략이다."

(정말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내가 스티븐 킹을 인터뷰하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나는 뭔가 좋은 말을 해서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킹에게서 호의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 싶다.
나는 킹에게 아부를 해야한다. 실전 아부의 달인이 조언한대로 작가가 야심 차게 내놓았으나 세간에선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책을 거론하고 싶다.
어떤 책을 언급할 것인가?

그렇다면 "Lisey's Story"를 거론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 킹의 이 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리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했다.

소설 "Lisey's Story"의 주인공은 리시 랜던이다.
그녀는 남편 스콧 랜던과 사별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남편을 잃은 슬픔에 가슴 아파한다.
그런데 남편 스콧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리시는 남편의 집필실에 아직도 그대로 쌓여있는 유품(미공개 원고, 문집 등)을 드디어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유품을 정리하던 리시는 죽은 남편이 준비한 보물찾기에 참여하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게다가 짐 둘리라는 미치광이 사내가 불쑥 나타나 스콧의 열혈팬을 자처하더니 그의 유품을 차지하려고 리시를 협박하기까지 한다.

소설 "Lisey's Story"가 출간된 뒤, 스티븐 킹은 각종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한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마치 야구장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을 친 것 같다는 표현까지 썼다.

스티븐 킹 공식사이트 자유게시판에 독자가 올린 2008년 12월 11일 글은 스티븐 킹이 자기 소설 중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 묻고 있다.

그 질문에 킹의 비서는 이렇게 리플을 달았다.

"현재 킹이 제일 좋아하는 자신의 소설은 'Lisey's Story'입니다."

이렇듯 소설 "Lisey's Story"에 대한 스티븐 킹의 사랑은 각별하지만, 막상 일반독자들한테서는 그리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소설이 되었다.

그 이유를 내 주관적인 느낌대로 나열하자면 이렇다.

소설의 주인공 리시 랜던은 "과부 아주머니"다. 소설 "Lisey's Story"는 그 아주머니의 죽은 남편에 대한 사랑을 "진지"하게 추적해나간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이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야기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 딱 봐도 액션과 모험으로 가득한 짜릿한 오락적 요소가 나올 여지가 없다.

죽은 남편이 아내에게 남기고 간 보물찾기가 등장하면서 소설은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리시의 보물찾기 작전은 외부로 돌아다니며 좌충우돌하기보다는, 주로 리시의 머리 속으로, 마음 속으로 하는 보물찾기다.

보물찾기가 소설 속에서 주된 이야기를 형성하는 와중에 리시 자매 네 명의 이야기도 상당히 큰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아주머니들/할머니들의 수다가 독자에게 달려온다.

소설 "Lisey's Story"의 두 축인 스콧 랜던과 리시 랜던의 행동을 명확히 구분짓기가 힘들만큼 이야기 전개가 애매한 면이 있다.
리시의 표현을 빌자면, 실체가 자줏빛 커튼에 가려져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스콧은 자신이 죽은 뒤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해서 보물찾기 계획에 반영시켜 놓았는데, 어디까지가 그의 계획이었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리시는 보물찾기 과정에서 논리적인 생각보다는 충동적인 직관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식으로 요행에 의존하는 모습인 듯한 인상이 들 때가 있다.
게다가 스콧의 보물찾기는 찾아다니는 사람이 단서를 못 찾고 헤매고 있으면 주최자가 힌트를 알려주는 게 관습인데, 리시가 떠올리는 직관이 과연 그녀 자신의 생각에 의한 것인지, 죽은 남편의 메시지에 의한 것인지 불명확할 때가 많다.

이런 애매한 상황은 짐 둘리가 등장하면서 더욱 심해진다.
그 전까지는 스콧과 리시 사이에서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진행되던 보물찾기의 혼란이 짐 둘리가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심해진다.
이것은 소설 속에서 위기감을 형성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과연 스콧이 짐 둘리의 등장까지도 염두에 두고 보물찾기를 설계한 것인지, 짐 둘리와 맞서며 리시가 떠올리는 직관이 스콧의 도움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출처불명의 직관이 계속 요행을 불러오는 상황에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Lisey's Story"의 이야기는 상당히 느슨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할 수는 있어도, 자세하게 파고 들어가보면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 후기에 보면 스티븐 킹과 편집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런 개연성의 문제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 내내 스콧 랜던이 살아 생전에 애용하던 특이하고 생소한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온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독자들도 있는데, 막상 내가 책을 읽을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단어들은 스콧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수집한 개인적인 단어들이라 독자한테 낯선 것은 당연한 일일 테고, 글을 읽는데 짜증이 날 정도로 걸리적거린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이것은 원서에 대한 내 느낌이다. 나는 원서를 읽었으므로 번역서에 대해서 뭐라 말할 입장이 못 된다.)

아무튼 소설 "Lisey's Story"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로 단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초월해서 이 소설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감동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다.

"Lisey's Story"가 독자의 머리가 아닌, 독자의 가슴에 호소하는 소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독자라면 너무나 쉽게 가능한 일이다.

우선 스콧 랜던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인생이 눈에 띈다.
소설이 시작되면 그는 단순히 베스트셀러를 다수 배출하고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부자" 작가이다.
그러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가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독자는 눈에 힘을 주고 귀를 쫑긋거리게 된다.

시골에서 아빠와 형과 함께 살던 스콧의 어린 시절은 악몽 그 자체였다.
폭력과 피와 비명과 울음으로 가득찬 악몽.
이 어린 시절 부분에서 아빠와 스콧의 관계는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에 나오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위험한 어린 시절을 가까스로 헤쳐나온 스콧은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기묘한 세계를 마음에 끌어안은 채, 고독한 인생을, 자신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그를 구원한 것이 바로 리시였다.

사랑을 통해 스콧을 구원해주었고, 결혼을 통해 스콧을 성장시켰다.

"Lisey's Story"는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인해 독특한 성향을 보이는 스콧을 사랑으로 감싸고 애정으로 내조하는 리시의 모습을 차근차근 조명해나간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밝혀진다.

스콧이 리시한테 청혼할 때 결혼해도 자식은 낳지 말자고 하며 그 이유를 말하는 순간, 나는 스콧이 정말 안타깝고 가여웠다.
그런 이유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살짝 놀라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잠시 독일에서 생활할 때 리시가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장면도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슥슥 스케치하듯 건조한 문장을 술술 늘어놓으며, 그렇게해서 전체적으로 그려낸 리시의 무거운 속마음을 독자한테 인정사정 없이 투척하는 스티븐 킹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웃음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던 그들의 결혼생활.
정말이지 이것은 독자가 재미를 느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가 공감을 하느냐의 문제다.
공감할 수 있는 독자만이 "Lisey's Story" 소설에서 감동을 선물받을 수 있을 것이고, 추가 보너스로 재미까지도 선물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콧 랜던의 보물찾기에 성공하면 선물을 받듯이.

소설 "Lisey's Story"에서 스콧 랜던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괴물한테 오랜 세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간다.
소설 후반부에 병실에 누운 스콧이 괴물로 인해 아무런 희망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리시한테 말할 때 나는 감탄했다.
괴물한테 복잡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취하게 하지 않고도, 단순히 괴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스콧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한 스티븐 킹의 솜씨에 놀랐다.
그 장면을 읽는 순간 스콧과 리시가 느끼는 무력감과 막막함을 덩달아 나 또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출하는 부분은 리시가 죽은 남편의 서재 바닥에 드러누운 채 아픔을 참아가며 현실의 탈출구를 찾으려 기를 쓰는 장면이다.
현재, 과거, 더 먼 과거, 더더 먼 과거.
이렇게 네 가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건들이 리시 랜던의 머리 속에서 한꺼번에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해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묘사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 네 가지 사건들이 조금씩 겹쳐지면서, 과거에 뿌려진 씨앗들이 현재의 사건에서 화려한꽃을 피우고, 그로 인해 현재의 리시를 전진시킬만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유기적인 구성이 멋졌다.
그 상당히 긴 부분을 집필하면서 스티븐 킹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내 머리 속으로 상상하고는 했다.

리시 랜던이 충동적인 직관을 따라서 무작정 했던 일들이 나중에 힘을 발휘하는 장면 중에는 좀 애매하고 어색하다 싶은 장면도 있지만, 상당히 멋진 장면도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소설 후반부에 삽을 활용하는 장면이다.
리시 랜던 주위로 여러 가지 위험이 한데 몰려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삽이 그렇게 이용될 지는 예상도 못했다.
그 장면을 읽으며 상당히 짜릿한 재미를 느꼈고, 리시 랜던 아주머니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 속에는 스티븐 킹과 관련된 요소들이 살짝 숨어있다.

예를 들자면, 리시 랜던이 타고 다니는 마법의 양탄자에는 "필스버리의 고급 밀가루"라는 글이 적혀있는데, 스티븐 킹의 외가쪽 성씨가 필스버리고 그 가문은 밀가루를 생산하는 기업을 일구었다. 필스버리 가문은 이제 밀가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지만 브랜드는 계속 남아있다.

그리고 리시 랜던이 남편이 남긴 기록물을 어디에 기증할지 고민하던 중 메인대학교의 포글러 도서관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은 실제로 스티븐 킹이 자신의 여러 기록물(원고, 편지, 메모 등)을 기증해놓은 곳이다.
스티븐 킹 작품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스티븐 킹 팬들은 포글러 도서관에 들러서 희귀한 스티븐 킹 자료를 열람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소설 "Lisey's Story"를 읽으면 스콧 랜던과 리시 랜던의 모습에 스티븐 킹과 아내 태비사 킹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듯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Lisey's Story"와 관련된 인터뷰 때마다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 혼동하지 맙시다, 스콧 랜던 부부는 스티븐 킹 부부와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소설 마지막에 가면 리시 랜던이 이야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만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 리시의 행동을 자꾸만 따라하게 되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고싶은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가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만 갔기 때문에.
리시가 맞이하는 그 마지막 부분은 사실 스티븐 킹이 소설 앞부분에서 미리 결론을 예고했다.
"결론"을 이미 알지만 결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읽어나가다보면 리시 랜던처럼 자꾸만 이야기를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된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리시 랜던의 심장을, 그리고 나의 심장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이 왜 이 책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남들한테는 멀쩡해보이는 한 개인이 얼마나 큰 개인적인 고통을 가슴 속에 감춰두고 사는지, 그리고 그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차분히 드러내보이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힘겹게 고백한다.
작가 스티븐 킹이 언젠가 미래에, 때가 되었을 때 아내한테 하고 싶은 말들을 스콧 랜던이라는 인물을 통해 "미리" 이야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 킹이 소설을 쓰면 원고를 제일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아내 태비사 킹이다.
그녀는 "언제나" 서슴없이 적나라한 비평을 해준다고 한다.
킹이 "Lisey's Story"를 썼을 때도 원고를 아내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소설이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소설 "Lisey's Story"는 스콧 랜던이 아내의 사랑에 빚지고 산 인생을 묘사한다.
그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아내가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견한 듯하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차마 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지막 이야기를(리시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줌으로써, 자신의 모든 것을(치부까지도) 아내에게 후련하게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과 함께 했던 과거로 인해 슬픔에 젖어지내던 아내가 굳게 마음을 정리하고 미래를 살아나갈 용기를 선물로 준다.

스콧이 아내를 위해 준비한 보물찾기는 그의 말대로 "좋은" 보물찾기였다.

스티븐 킹은 "Lisey's Story"가 야구장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 같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 실망한 독자는 "파울 홈런"이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나는... 야구장 밖으로 뛰어나가 스티븐 킹이 친 야구공을 주울 것이다.
그러고는 파울과 홈런을 구분 짓느라 야구장에 꽂혀있는 길고 노란 기둥쪽을 잠시 바라본 다음 힘차게 "홈런!"을 외칠 것이다.

소설 "Lisey's Story"을 읽으며 이야기 전개가 가끔씩 모호해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시키고 뛰어넘을만큼 스콧과 리시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스티븐 킹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Lisey's Story"는 그런 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p.s. 스티븐 킹이 "Lisey's Story"를 쓰게 된 계기

스티븐 킹은 산책을 나갔다가 승합차에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치료를 거듭한 끝에 회복을 하는가 싶더니, 2년 뒤 고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쪽 폐가 손상되었다는 게 발견되었다.
극심한 폐렴을 앓으면서도 전미도서상 수상식에 참석한 킹은 수상식이 끝나자 폐 절제수술을 받았다.

킹이 병실에 입원해있는 동안 아내 태비사는 킹의 집필실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킹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 산뜻하게 바뀐 집필실을 선물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집필실 리모델링이 끝나기도 전에 킹은 퇴원하고 말았다.

집에 돌아왔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킹은 몸이 편치 않았다. 잠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진눈깨비가 날리던 날 새벽 2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킹은 집필실에 가보았다.

리모델링이 덜 끝난 집필실은 완전 엉망이었다.
책꽂이에 있던 책들이 다 끌려나와 상자에 포장돼있고, 바닥 카페트가 둘둘 말려 묶여있었다.

집필실의 쓸쓸한 광경을 홀로 지켜보던 스티븐 킹은 불현듯 유령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집필실이 딱 이런 모습이겠지. 내가 마치 집필실에 들어온 유령이 된 것 같아... 바로 이런 상황이 어떤 이야기가 될 수 있겠는걸..."

그것이 "Lisey's Story"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