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내 꿈은 만화가였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누런 16절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가며 열심히 그렸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만화원고들이 다 없어졌지만, 그 중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몇장의 원고를 소개한다. 오래되어 종이가 심하게 변했지만, 고전만화라 생각하고 봐주세요. 서투른 그림 속에 제법 철학이 흐른다. 뿌듯~.

바람따라 구름따라 자신의 신분을 감춘채 전국을 다니며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는 암행어사에 대한 만화다. 우연히 들른 작은 마을에서 암행어사는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는 털보깡패를 잡아다 사또에게 넘긴다. 그러나 부정부패한 사또는 그 깡패와 한통속이었으니. 도리어 암행어사를 잡아다 족치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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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 관가로 끌고가야겠다.

털보: 아야.


(관가)

어사: 사또. 이러이러하니 이 자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사또: 알았다. 돌아가 보거라.


(관가 밖)

소년: 아저씨 무사하셨군요.

어사: 응? 너는 아까 만난 아이가 아니냐!

소년: 아저씨 빨리 우리 집으로 가요.

어사: 아니 왜?

소년: 글쎄 일딴 가보시라니까요.


(관가)

털보: 형님 귀 좀...

사또: 응? 왜?

털보: 소곤소곤...

사또: (놀라서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뭐라고, 그토록 무예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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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사또: 그럼 나라에서 보낸 암행어사가 아닐까? 그렇다면...

털보: 처치해야죠.

사또: 맞아. 아직 빠져나가지 못했을테니까 집집마다 수색해서 죽여 없애야지.


(소년의 집)

소년: 아저씨. 부탁이 있어요.

어사: 응? 뭔데?

소년: 이 고을의 사또는 돈을 주고 벼슬을 산 것입니다. 성질이 어찌나 포악하던지 재물을 안 바쳤다고 우리 아버지를 옥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동생은 아저씨가 잡아오신 사람인데 그자는 행인을 위협하여 돈을 뺐는 못된 자입니다.

어사: 음~~

소년: 제가 부탁드리고자 하는 일은 우리 아버지를 풀어주시고 두사람을 벌하여 주십사하는 것이옵니다.

어사: 그런데 나한테 그 일을 맡기는 이유는?

소년: 칼 앞에서도 두려워 하시지 않는 분은 예삿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사: 음! 좋아.

문밖의 목소리: 여보라, 게 누구 없느냐.

어사: 아니?

소년: 사또의 목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