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스트라우브는 스티븐 킹과 함께 소설 "부적"과 "블랙 하우스"를 공동집필했을 정도로 킹과 절친한 작가입니다.

스트라우브의 소설은 국내에 "고스트 스토리"가 번역출간되었을 뿐이지만, 그는 사실 서양 공포소설계에서 유명한 작가입니다.

스트라우브에 관한 좋은 글이 있어 여기에 소개합니다.

피터 스트라우브: 공포소설의 재즈 거장

스티픈 지미아노위츠


피터 스트라우브는 현대 공포소설의 재즈 연주가다. 그가 자신의 여러 이야기에서 자주 인용하는 음악인들처럼, 그도 자신이 존경스럽게 여기는 뿌리 깊은 전통을 가지고 예술행위를 펼친다. 게다가 그 음악인들처럼 스트라우브도 전통의 범위를 꾸준히 확장시키며, 이제껏 어느 누구도 탐험한 적 없는 영역 속으로 대담하게 전통을 밀고 나간다.

그는 공포소설의 명작들을 훤히 꿰뚫고 있으며, 그의 소설은 고전적 테마와 관련된 정교한 반복 악절과 변주로 충만하다. 하지만 그는 작품활동에서 나온 매우 이질적인 듯한 요소들을 독창적이고도 철저히 개성적인 창작물로 응집시킬 정도로 원기왕성하고 상상력 풍부한 예술인이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에 이용된 아이디어들이 완전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다재다능한 즉흥연주가이기도 하다.

스트라우브는 주류소설을 거쳐 공포소설 창작에 입문했으며, D.H. 로렌스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존 애쉬베리까지 이르는 다양한 작가한테서 영향을 받은 그를 현대 공포소설가 중 가장 문학적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 두 권을 낸 기성시인이던 그는 1973년에 첫 장편소설 "결혼(Marriages)"을 출간했다. 두 번째로 집필한 장편소설 "언더 비너스(Under Venus)"(1984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출간됨)처럼, "결혼"도 그 당시 시대상을 짙게 반영한 이야기였으며, 중년의 감정적/정신적 절규에 구속당한 등장인물들을 묘사했으며, 사실적으로 구현한 1960년대 이후의 사회상을 배경으로 했다. "결혼"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초자연적인 요소를 암시적으로 활용하여 주요 등장인물을 압박하던 여러 문제를 구체화시키는 짧은 장면이다. 미래에 등장할 그의 소설과 흡사하게, 스트라우브는 격렬한 감정상태를 표현하는데 있어 초자연적인 경험이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을 독자들한테 보여줄 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번째로 출간된 장편소설 "줄리아(Julia)"(1975년)를 통해, 스트라우브는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고딕소설에 발휘했다. 에드거 엘런 포, 나사니엘 호손, 헨리 제임스 같은 여러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읽었으므로 그는 고딕소설 형식에 친숙했고, 비록 현대가 배경인 이야기지만 그의 장편소설은 주제를 향한 조심스럽고 미묘한 접근법을 통해 고딕소설의 고전한테서 받은 영향력을 드러낸다. "줄리아"는 유령이야기지만,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는 스트라우브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령 현상이 진짜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너무 긴장한 주인공의 심란한 마음이 일으킨 상상인지 독자를 줄곧 헷갈리게 한다. 비슷한 유형의 불확실성이 그의 다음 장편소설 "이제 내가 보인다면(If You Could See Me Now)"(1977년)을 장악하고, 여러 가지 사건들이 초자연적인 현상인지 미심쩍은 정신 나간 상상력의 소산인지 독자한테 의혹이 생기도록 신뢰가 안 가는 불안정한 화자(話者)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유령 이야기 테마를 다시 한 번 시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트라우브가 처음으로 쓴 그 고딕소설 두 편은 비평적 갈채를 받았지만, 공포소설이(또는 출판시장에서 더욱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명칭 "심령"소설이) 싸구려 통속소설이라는 나쁜 선입견에 빠진 상업 출판사들이 공포소설을 함부로 대하고 홍보도 제대로 해주지 않던 시기에 출판되는 불운을 맛보았다. (사실 스트라우브는 공포소설 장르의 나쁜 평판을 도리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해서, 비평적으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출판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자신의 솜씨를 실험하고 발전시키는 예술적 자유를 얻었다.)

그의 다음 장편소설 "고스트 스토리(Ghost Story)"(1979년)는 비평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고, 우수한 공포 이야기의 창작 가능성을 보여준 현대 공포소설의 획기적인 작품으로서 인정받는다. 그가 그 때까지 쓴 어떤 소설보다도 더욱 야심찬 시도를 보여준 "고스트 스토리"는 그의 예전 작품들이 표현한 아담한 실내악을 종합하는 웅장한 교향곡이다. 스트라우브는 그 소설의 몇몇 요소들(다양한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빚어낸 변화무쌍한 이야기 구조와 적나라한 공포의 대담한 전개)이 스티븐 킹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여긴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접했다가 그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발견했던 것이 자신의 소설로 녹아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스트 스토리"는 스트라우브가 예전부터 자신의 글 속에서 발전시켜왔던 여러 주제와 접근법(특히 그 중에서도 소설의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삶을 비롯한 이기적인 욕심에 연연하는 극악한 약점을 표출시키는 데서 나오는 잠재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여러 가지 불신, 근심, 불안정, 두려움을 구체화시키기)이 절정에 달한 것이다. "고스트 스토리" 소설 내내 수없이 모습을 바꾸는 (특히 알마 모블리라는 요부의 모습으로도 나오는) 초자연적 괴물은 현대 공포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악의 화신 중 하나다. 그녀는 이 이야기 속에서 "유령"인데, 초자연적인 고전소설에 나온 여러 공포들이 단순하게 분류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유령"이라고 불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그녀는 원초적인 괴물의 원형이며, 형태를 바꾸는 그 능력이 늑대인간, 뱀파이어, 그 밖에 대표적인 공포 장르의 괴물들에 관한 신화를 생겨나게 했다. 잔혹한 증오로 가득한 그녀한테는 본명이 없고, 그저 수많은 분신에 딸린 이름들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스트 스토리"로 현대 공포소설의 구성과 주제를 확립시킨 덕분에, 스트라우브는 두 번째 장편소설 "섀도우랜드(Shadowland)"(1980년)로 독자를 무장해제시켰다. 진짜 마법에 정통한 젊은 학생 둘이 자신들을 가르치는 대마법사의 소유물을 물려받기 위해 경쟁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소설의 줄거리는 스트라우브가 다른 작품들에서 현대 공포소설의 기본형식 중 일부를 확고히 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말끔히 정돈된 화법을 거부한다. 수많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대신 스트라우브는 미스터리를 심화시키는데 노력하고, 초자연적 현상한테 심미적인 매력을 전달하는 본질적으로 불합리하고 불가사의한 요소를 넌지시 제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트라우브한테 영국 환타지 상을 안겨준 "부유하는 용(Floating Dragon)"(1983년)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또 다른 공포소설이다. 공포소설의 형식을 전개시키면서 훨씬 더 심한 현란함과 냉혹함을 나타낸 이 소설은 온갖 가능성으로 충만한 현대 공포소설의 전영역을 스트라우브가 탐험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듯 당당하게 행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88년 소설 "코코(Koko)"의 출간은 스트라우브의 작가 경력에서 전환점이 된다. 표면적으로 그 소설은 그가 10년 넘게 집필하면서 다듬어왔던 섬뜩한 공포 이야기에서 명백히 벗어난 것이고, 전작인 "부유하는 용" 속에서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남김없이 총출동시킨 데다 (그 당시) 공포 장르가 심리 서스펜스 소설 및 연쇄살인범 소설과 결합하는 경향이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스트라우브가 초자연적 공포소설에서 떠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물론 스트라우브는 더 나중에 발표한 소설들을 통해 그런 억측에 도전할 터였다. "미스터 X(Mr.X)"는 H.P. 러브크래프트의 초자연 공포 이야기에서 나온 주제들을 현대적으로 일신한 것이고, "길 잃은 소년 길 잃은 소녀(Lost Boy Lost Girl)"는 본질적으로 흉가 이야기고, "나이트 룸에서(In the Night Room)"는 허구와 실재의 유연한 경계선을 탐구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코코" 그 자체는 단순히 연쇄살인범 이야기라는 깔끔한 분류를 거부하는 도발적인 소설이다. 스트라우브는 베트남전에 투입된 분대원들이 근무기간 중 겪은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20년 뒤 무시무시한 살인사건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은 분대원 중 하나가 전쟁 경험에서 심한 정신적 타격을 입은 나머지 잔인한 연쇄살인범이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희생자들의 발생을 막기 위해, 더 나아가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지키기 위해, 제대한 분대원들은 다시 뭉쳐야만 하고 그들 대부분한테 다양한 불만과 정서적 장애만을 남겨주었던 충격적인 전투 경험을 다시 떠올려야만 한다.

그 소설이 과거 속으로 들어갈수록 이야기는 더더욱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변모하면서, 혼란스럽기는 해도 효과적으로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최후의 미스터리를 위한 무대를 준비해나간다. 여러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너무도 심리적으로 혼란스럽고 너무도 모호한 나머지 그로 인해 야기되는 격렬한 감정들이 초자연적인 경험에 다가선다는 점에서 "코코"는 무척 훌륭하다. 그런 미덕을 인정했기에 1989년 월드 환타지 상의 심사위원들은 "코코"에게 1988년도 최고의 환상소설이라는 영예를 선사했다.

"코코"는 팀 언더힐이라는 주인공의 활약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소설을 가능케한 초석이 되었다. 언더힐은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의 공포소설가이고 스트라우브의 1986년도 단편소설 "파란 장미(Blue Rose)"의 가상 작가이기도 하다. "코코"의 뒤를 이은 스트라우브의 장편소설 두 편, "미스터리(Mystery)"(1990년)와 "목구멍(The Throat)"(1993년)도 언더힐을 등장시키고 "코코"와 더불어 "파란 장미 삼부작"을 이룬다. (언더힐은 단편소설 "노간주나무[The Juniper Tree]"와 장편소설 "길 잃은 소년 길 잃은 소녀", "나이트 룸에서"에서도 등장하고,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에서도 분명히 언더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더힐은 스트라우브 본인을 소설 등장인물로 만든 것이라고(적어도 스트라우브의 대변자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울텐데, (지난 20년의 대부분 동안 스트라우브의 소설을 지배했던)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언더힐 시리즈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이야기 서술방식을 실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잘 만든 미스터리 이야기에서 초자연적 공포 스릴러로 부드럽고 거침없이 변하는 분위기, 실패한 꿈과 좌절된 욕망으로 상처입은 군상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 대한 다채로운 묘사와 정밀한 등장인물 묘사의 병행, 그리고 특히나 예술과 인생의 상호관계 및 그 둘 각자가 서로에게 어떻게 구체적 형태와 의미를 부여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 그런 점들은 이야기꾼으로서 스트라우브의 예술적 수완이 절정에 달했음을 나타낸다.

공포 장편소설가로서 스트라우브의 능력이 너무도 막강한 나머지 그가 이룩한 그 밖의 문학적 성취를 소홀히 지나치기가 쉽다. 그는 음산한 환상소설 "부적(Talisman)"(1984년)과 "블랙 하우스(The Black House)"(2000년)를 스티븐 킹과 공동집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단편집 세 권, "문 없는 집(Houses without Doors)"(1990년), "마술 공포(Magic Terror)"(1997년), "다섯 이야기(5 Stories)"(2008년)의 저자이며, 그 속에 수록된 작품들은 현대적 동화 "애쉬푸틀(Ashputtle)"부터 작은 마을이 나오는 고딕소설 "안녕 포크파이 햇(Goodbye Porkpie Hat)", 로버트 에이크먼 소설풍의 삐딱하고 기묘한 이야기 "여자 하느님(Mrs. God)"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에세이와 서문 모음집 "곁들여 맛보기(Sides)"(2007)는 여러 글과 여러 작가에 관한 명민한 논픽션을 제공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가 편집한 단편선집 "유령들(Ghosts)"(1995년)은 미국 공포작가 협회의 공식 승인을 받아 출판되었는데, 유령소설이면서도 유령 이야기 형식을 다른 관점에서 통찰력 있게 재구축한 자신의 단편 "굶주림: 머리말(Hunger: An Introduction)"을 수록시킨 것만으로도 현대 유령이야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가 편집한 또 다른 단편선집 "포의 아이들(Poe's Children)"(2008년)은 공포 장르의 안팎에서 끌어모은 여러 작가가 현대 공포소설 시대에 출판한 최고로 섬뜩한 소설들을 집합시켰으며,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 출판사의 "H.P. 러브크래프트: 이야기들(H.P. Lovecraft: Tales)"(2005년)을 위해 그가 엄선한 러브크래프트 단편들은 미국 문학사의 일부로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확립시키는데 기여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현재까지, 스트라우브는 월드 환타지 상을 두 번 받았고, 브램 스토커 상을 여덟 번 받았고, 인터내셔널 호러 길드 상을 두 번 받았고, 인터내셔널 호러 길드의 살아있는 전설 상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월드 호러 컨벤션에서 그랜드마스터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작품 세계에 비평적 연구가 행해져 윌리엄 쉬헌이 "이야기 나무 아래서(At the Foot of the Story Tree)"를 펴냈고, 스트라우브와 그의 작품에 앞으로 더욱 활발한 비평적 탐구가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다른 작가들이 과거의 성공에만 안주하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설정들을 재탕하는데 몰두하는 와중에도, 스트라우브는 대담하게도 독창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고수한다. 그는 공포소설계의 재즈 거장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구체화시키고, 표현하기 힘든 것을 구현하여 전달하고, 창작력의 핵심이라할만한 그 억제할 수 없는 추진력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행하는 예술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